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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2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112화

32장 크라켄(4)

오러와 마나는 같은 물질.

나는 지금까지 직조가 완전 별개의 무언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직조는 별개의 무언가가 아니다.

이전에 내 스스로 말했듯 직조는 마나를 소모하는 ‘마법’이다.

그러나 직조는 어떠한 술식도 필요치 않다. 공방에 무기가 저장되어 있다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술식이 필요하지 않은 마법.

[조금은 알게 된 거 같네요.]

내 표정을 확인하고 파스칼은 입을 움직였다.

나는 자세를 잡았다. 흑천으로 만든 칼 한 짝은 버렸다. 실물의 소검을 양손으로 쥐었다. 지금의 내게 쌍검은 집중하는 데에 방해가 될 뿐이다.

‘후우.’

지금부터 내가 하는 것은 그야말로 재인식에 가깝다.

나는 직조를 감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게임의 스킬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았다.

쓸 수 있기에 사용했고, 내 마나가 어떻게 직조로 변화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제부터 나는 그것을 해야 한다.

마법사들이 마법을 부리는 것이 그저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듯이.

내 몸 안에 있는 기를 돌려, 직조로 만들어지는 감각을 몸으로 깨달아야 한다.

[알아챈 건 좋습니다. 그런데 프론디어 학생.]

[네?]

휘익-

꽈앙!

나는 갑작스레 달려든 파스칼의 공격을 서둘러 받았다.

[크라켄을 속이고 있는 입장에선 마냥 기다려줄 수가 없답니다.]

[그랬…… 죠……!]

[싸우면서 깨달으세요. 어느 누구도 깨우치는 걸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스파르타.

하지만 파스칼의 말이 맞았다. 크라켄이 언제까지 기다려줄지, 눈치채지 않을지 모른다. 이미 슬슬 지겨워하는 눈치고.

‘……좋아.’

그렇다면 원하시는 대로.

나는 검을 휘둘렀다. 그와 함께 내재된 마나를 끌어올렸다.

파스칼과 맞대고 튕겨 나가는 검의 궤도와 함께, 나는 직조의 수법을 떠올린다.

나의 몸은 이미 알고 있다. 내 몸은 이미 직조를 성공시킨다. 늦는 건 내 몸이 아니다. 나의 자아, 나의 영혼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생각해라. 나의 기술이다.

쉬이익!

필요한 건 그저 직조의 감각을 익히는 게 아니다. 술식이 없는 마법을 성공시킨다면, 내가 가진 기를 무기에 담는 것 또한 가능할 터.

검을 휘두른다. 파스칼의 검을 막아낸다. 뒤로 당겨놓은 검을 들어 올려 공기를 찢듯이 내리친다.

내 한번의 휘두름에, 바람이 점차 뒤따라왔다.

[……!]

파스칼의 눈에 이채가 어리는 것이 보였다. 나 또한 느끼고 있었다. 몸 전체를 감도는 기가 고속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조금씩, 기는 검에 깃들었다.

파스칼은 검을 나를 노리고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그 궤적이 멎은 것처럼 내 눈에 들어왔다.

내 오른발이 깊이 틀어박혔고, 지지대가 되어 허리, 어깨, 팔이 쭈욱 뻗었다. 그 모든 기세가 검에 실렸다.

앗지에 창술 기본

프론디어식 검술 변형

사선베기

[……훌륭해.]

마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파스칼의 입을 보고,

콰앙-!

나는 파스칼의 오러를 담은 검을 쳐냈다.

쳐낸 나의 ‘닐 자크의 소검’은.

부족하다 싶었던 칼날의 길이를 위로 길게 채우는, 무색의 오러로 뒤덮였다.

* * *

프론디어와 파스칼의 싸움을 지루하게 보고 있던 크라켄이 몸을 일으켰다.

‘……무색?’

좀 전까지 오러를 전혀 쓰지 못했던 프론디어가 갑자기 오러를 발현했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의 오러가 무색이라는 것이 크라켄의 눈가를 찌푸리게 했다.

‘뭐에요 저건? 저것도 오러야?’

프론디어의 오러는 너무 투명해, 기감이 뛰어난 검사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 색이 전혀 없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원래 오러라는 게 보이지 않지만, 오러 자체가 투명한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사이 프론디어는 오러로 뒤덮인 자신의 검을 보고, 본인마저 미간을 모으고 있었다. 분명 자신도 무색의 오러가 튀어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겠지.

프론디어는 곧 다시 자세를 잡았다. 오러를 발현한 프론디어, 과연 싸움의 양상이 변할 것이가.

탓!

자신감을 찾은 듯 이번엔 프론디어가 먼저 파스칼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러가 발현된 덕에 프론디어는 그 질주의 속도가 격상했다. 그 기세를 위협이라 느꼈는지 파스칼은 옆으로 피했고.

“……어쩐지. 그럴 줄 알았네요.”

프론디어는 그 질주 그대로, 크라켄에게 달려들었다.

파스칼은 그저 길을 열어준 것이었다. 처음부터 그는 제정신이었다.

바람에 가까운 속도로 프론디어는 접근했으나 크라켄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쉬익, 크라켄은 자신의 오른 손가락을 촉수로 바꾸어 프론디어를 향해 쏘았다.

이 단순한 공격조차 아까 프론디어는 반응하지 못했다. 반응할 필요도 없었다는 허세였는가, 지금 확인해 볼 기회다.

‘응?’

그런데 돌연 프론디어는 정지했다. 분명 그대로 검을 휘두를 거라 여겼는데, 돌연 질주를 멈추고 자세를 낮추었다. 무릎, 허리를 굽히고, 그 머리를 숙였다.

──프론디어의 몸으로 가려진 그 뒤로, 반월의 오러가 쏘아져왔다.

“아니……!”

서걱!

크라켄이 쏜 촉수 전부가 그 오러에 잘려나갔다.

파스칼이 저 먼 거리에서 오러를 쏘아 날렸다. 저 남자 평범한 기사가 아니다. 적어도 오러에 관해서는 어마어마한 실력가.

더불어, 미친 놈이다.

‘조금만 숙이는 게 늦었어도 베이는 건 프론디어였잖아요?’

누가 작전을 짰는지, 방패 뒤에서 오러를 쏘는 놈이나, 방패인 놈이나, 둘 다 제정신이 아닌 건 분명했다.

이번에야말로 프론디어는 그 검을 휘둘렀다. 파스칼은 왼손을 뻗었다. 잘려 나간 촉수는 복구에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프론디어 따위, 왼손 하나로 충분,

“나와라.”

프론디어가 말했다. 나오라니? 뭘? 나?

“알고 있어요.”

그런데 뭐가 진짜 나왔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크라켄의 바로 앞에서. 웬 메이드복을 입은 여자애가,

후두둑.

“……?”

그의 왼손이 툭 떨어졌다. 잘려나간 것도 아닌데, 마치 분해당한 조립 완구처럼 툭, 하고. 떨어진 손에는 수 개의 바늘이 꽂혀 있었다.

바늘? 지금 바늘에 꽂혀서 손이 떨어졌어? 왜? 나의 촉수는 무기에 상처 입지─

“죽어라, 문어 자식아.”

서걱-

그 생각이 완료되기도 전에.

무색의 오러가 크라켄의 목을 날려 버렸다.

* * *

크라켄의 머리는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 멈췄다.

과연 문어인지 피조차 나지 않았다.

‘……뭔가, 벤 거 같지가 않아.’

오러를 사용하는 감각이 처음이라 그런지 몰라도, 죽였다는 실감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우선 확인할 것이 있다.

나는 쓰러져 있는 그레고리에게 다가갔다.

“그레고리, 괜찮냐?”

그레고리는 답하지 않았다. 완만하게 움직이는 어깨를 보니 기절한 듯했다.

일단 나는 안심했지만 좀 고민이 되었다. 이녀석을 깨워야 학생들을 멈출 텐데.

옆에 선 셀레나를 보았다.

“수고했다.”

“예. 사실 좀 더 빨리 나올까 고민했으나, 그랬다면 결과가 좋지 않았겠군요.”

“그래. 잘해주었다.”

나는 셀레나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올리고서 나 스스로 놀랐다. 아무런 의도도 없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셀레나도 약간 당황한 듯 눈동자만 위로 올려 나를 보았다.

“……아, 저기.”

그때였다.

“──나 죽은 줄 알았어요?”

또 그 불쾌한 목소리가 귀를 더럽혔다.

목이 없는 크라켄이 저 스스로 일어섰다. 그러다 꾸물꾸물, 가슴에서부터 덩어리진 게 목 위로 올라왔다. 이리저리 뒤틀리더니 곧 크라켄의 머리가 다시 완성되었다.

“진짜로 불사신인가.”

“아뇨오, 좀 죽기 어렵지만, 불사신은 아니야.”

나와 셀레나, 파스칼은 다시 자세를 잡았다.

파스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됐네요. 이 머리는 제 진짜 머리가 아니었답니다. 다리 하나를 사람 얼굴처럼 만들어놨을 뿐이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우리가 크라켄의 머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다리였다. 저 문어는 정말로 기이할 정도로 몸을 바꿔낼 수 있는 모양이었다.

“……인더스는 여전히 더러운 짓만 골라 하는구나.”

그때 셀레나가 한층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크라켄이 셀레나를 보았다. 크라켄은 여전히 웃고 있었으나, 놀랍게도 그 눈동자 안쪽에서 짙은 혐오의 색이 배어나왔다.

“그러는 너는 ‘만곶’이죠? 그 전이 수법을 보면 티가 나죠. 대륙의 추방자, 탈락자, 인간의 격을 상실하고 도망쳐 나간 떨거지들.”

하, 셀레나가 겁없이 웃었다.

“거머리가 사람 피를 빨더니 저가 사람 말을 한다고 착각하는구나. 각혈을 오래도록 뱉을 뿐인데.”

……아무래도 ‘인더스’와 ‘만곶’은 사이가 안 좋은 모양이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게임에서는 순차적인 메인 이벤트라 서로 무관한 듯한 느낌이었는데.

“뭐 아무튼, 난 이만 가도록 하죠. 나름 재밌는 시간이었어. 유익한 정보도 얻었고.”

“보내줄 것 같나?”

“물론이죠.”

크라켄이 답한 직후 놈의 뒤에서 타원형의 문 같은 것이 열렸다.

타원의 경계는 빨려들어가는 듯한 물결치는 파도와 보랏빛의 색깔로 채워져 있어, ‘포탈’ 따위를 연상케 했다. 실제로 그게 틀림없을 거다.

다만 경계가 아닌 중심에는 포탈 너머의 배경이 보였다. 어둑한 주위, 회색 공간, 물 따위가 흐르는 듯했다. 아마 어딘가의 하수구인 듯했다.

“프론디어 님, 잊지 마. ‘명함’과 ‘녹음기’. 당신의 목숨은 ‘인더스’가 쥐고 있답니다.”

크라켄이 제 품에서 명함을 꺼내 들고 팔랑거렸다.

하.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꼬라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방금 내 신경을 완전히 끊어놓았다.

직조(織造), 흑천(黑川).

등급 – 신위(神位)

크리셀라카토스, 이오케이라.

“어머, 정색하긴. 빨리 도망쳐야겠네.”

허나 내가 직조를 마치고 놈을 조준했을 때, 이미 크라켄은 포탈 너머로 도망친 뒤였다.

“……갔네요.”

셀레나가 불쾌한 듯 중얼거렸다.

“아무튼 사건은 일단락되었으니……, 프론디어 님?”

셀레나가 의아한 듯 나를 보았다.

당연할 것이다.

나는 아직,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뭘 어떡하시려고…….”

나는 말없이 포탈과 함께 사라진 크라켄의 빈 공간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금 오러를 펼쳤다.

─오러는 무기의 본연의 힘을 꺼낸다.

모든 사람이 무기를 가리듯이, 모든 무기 또한 주인을 가린다.

그저 나에게 너무도 과한 무기들을 휘둘렀을 뿐인 지금까지와 달리.

오러가 깃든 신위의 활은 천천히 눈을 뜬다.

“프론디어…… 님……?”

“프론디어 학생, 놈은 이미 도망쳤어요. 무슨 생각을…….”

나의 오러는 무색.

그러나 오러를 불어넣은 신위의 활은, 지금까지와 다른 빛을 발한다.

오러가 있다고 해서 무기의 새로운 능력이 추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 필중 : 사용자가 노린 적을 반드시 맞춘다.

나의 머릿속에는 아직, 나의 눈앞에는 여전히, 도망치기 직전의 크라켄과 그 포탈 건너편의 모습이 남아 있다.

크리셀라카토스를 들고 있는 지금, 그 광경은 내 눈앞에 선명히 떠올라, 실제의 이 강당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크라켄.”

너는 아직,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했다.

슉-

나는 활시위를 놓았고.

화살은 사라졌다.

날아간 것이겠으나, 오러를 쓰고 있는 내 눈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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