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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2

#112

파티 해산 (1)

드래곤의 사체는 단 하나도 버릴 곳이 없는, 그 자체로 귀중한 보물이었다.

재료가 가진 질은 물론이고 막대한 신비까지 품고 있는지라 여러 가지 술법에 애용되는 소재였으니까.

하물며 지금은 드래곤이 거의 멸종 위기인 상태가 아닌가.

그 가치가 가치인 만큼 당연히 살점 한 조각까지 알뜰살뜰 챙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어디에 팔 생각은 없지만.’

당장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원래 이런 귀한 물건은 가지고 있다 보면 다 쓸 일이 생기는 법이다.

보관 문제야 마법의 극한을 바라보는 한스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물론 모든 재료를 전부 보관하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당장 필요한 건 그냥 곧바로 사용해버렸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드래곤의 피.

용혈(龍血)이었다.

“흠··· 확실히 효과가 좋긴 하군. 요즘 조금 정체되었다 느끼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좋은 피로 몸보신한 하인즈 2세가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며 조용히 읊조렸다.

「혼혈진화」는 동족 포식을 했을 때 발동하는 스킬인 만큼 흡혈인자가 크게 진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표기되지 않는 무언가, 하인즈의 격 자체가 드래곤을 흡혈함으로써 한 단계 상승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뱀파이어의 종족 특성인 「피의 일족 (진혈眞血)」이 성장한 거겠지.’

모든 능력이 전체적으로 성장한 것은 물론이고 피를 사용하는 기술의 효율도 상당히 증가했다.

아직 성혈이 될 정도는 아니지만, 드래곤 정도 되는 존재를 흡혈한 경험이 상당한 경험치가 된 것일 터.

“역시 보다 격이 높은 상대를 흡혈하는 것이 성혈이 되기 위한 조건이었던 건가.”

하인즈는 여러 스킬의 영향으로 동급의 뱀파이어들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혼혈진화」 덕분에 힘의 근간이 되는 흡혈인자 자체가 다른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상태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성장이 정체되어버린 것이다.

‘인자의 진화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한데다, 이젠 흡혈을 해도 에너지의 총량만 늘어날 뿐 크게 강해지는 것 같지도 않았지.’

하긴 요즘 하인즈가 좀 평화롭게 지내긴 했다.

가장 최근인 브로코슬락 클랜과의 싸움에서도 온전히 세력을 흡수하기 위해 진혈들을 흡혈하지 않고 전부 포용하지 않았나.

당초의 목적을 위해선 혼자 강한 것보다 쓸 만한 인재가 많은 것이 유리했으니 후회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괜찮은 소득을 얻기도 했고. 앞으로도 기회는 많을 텐데 굳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겠지.’

오늘 정도는 지금의 성과를 마음 편히 즐겨도 괜찮을 것이다.

기분 탓인지 피부도 좋아진 것 같아 가볍게 뺨을 쓸자, 언제나와 같은 매끈한 살결이 느껴졌다.

‘···잘 모르겠군.’

그는 슬쩍 손을 내리며 해체되고 있는 드래곤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신선한 품질 관리를 위해 한스에게 죽음의 기운을 봉인 당한 채 부지런히 움직이는 언데드들.

그 열띤 노동의 현장에서는 작업 내용에 맞지 않게 바닥에 피 한 방울 떨어져 있지 않았다.

당연히 그건 이곳에 있는 진혈의 뱀파이어, 하인즈 2세의 작품이었다.

‘그렇다고 전부 마셔버린 건 아니지만.’

피는 다른 생체 조직들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무리해서 전부 빨아들였다간 재료가 상할 우려가 있었다.

어차피 드래곤 한 마리 분량의 피를 전부 먹는 데에만 쓰는 건 욕심이기도 했고.

‘아무리 효과가 좋은 용혈이라도 같은 대상의 피는 점점 그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덕분에 다른 용도로 쓸 피도 제법 많이 확보하게 되었다.

피란 것은 온갖 술법의 중요 매개체였으니, 이건 추후에 유용하게 쓰이리라.

‘예를 들어··· 할리의 각인이라든지.’

보다 상위의 각인에는 그만한 격의 재료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지금의 할리에게 그런 게 필요할까 싶기도 했지만 말이다.

<개체 정보>

-개체명 : 할리

-종족 : 용인(혼종)

-공통 특성 : 「마인드 허브」, 「페르소나」, 「명경지수」

-개체 특성 : 「돌연변이」, 「육체변이」, 「생체 오러」, 「광란의 야수」, 「폭식」, 「광룡의 심장」, 「광기 제어」, 「보석안 : 강압」, 「초재생」, 「칼코스식 전투 각인」

-특이 사항 : 강대한 유전자 정보가 깃든 ‘광룡의 심장’을 흡수하며, 신체의 대부분을 용의 소재로 대체해 용인화(龍人化)되었다. 심장을 중심으로 몸 안의 광기를 제어하고 주변의 광기를 흡수한다. ‘보석안’이 용안(龍眼)과 결합해 자신의 의지를 더 효과적으로 강제할 수 있게 되었다.

“크흐으—.”

드래곤이 해체되는 현장의 한쪽 구석.

상처 입은 맹수처럼 몸을 웅크린 할리는 육체를 온전히 제어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종족 자체가 바뀔 정도면··· 그만큼 이번 변화가 컸다는 건가.’

그동안도 할리는 순수한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몸이었다.

생체 실험으로 탄생한 실험체 출신으로 온갖 마수와 몬스터들의 유전자까지 섞여 있었으니까.

어떤 특정한 종족이라고 정의할 수 없었던 만큼 정보창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굳이 종족명을 따지자면 ‘돌연변이’가 가장 적합하겠지.

그런데 그것이 이번에 대부분의 부위를 성능 좋은 드래곤의 유전자로 교체하며, 그의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혼종’이라는 표현은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잔재들 덕에 붙은 것일 테고.

뿌드득— 뿌득—!

‘광기의 심장’을 먹으며 다시 3미터를 넘어섰던 덩치가 조금씩 압축되며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빨과 손발톱, 비늘들이 서서히 몸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이전의 할리로 완전히 돌아올 때까지 그 과정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드래곤의 해체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을 무렵.

“후우—.”

마침내 육체를 온전히 통제하게 된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휘이잉—

그와 동시에 그의 전방에 산들바람이 일며 수풀이 흔들렸다.

‘어라?’

압도적인 폐활량과 「광룡의 심장」이 동조해 일어난 현상이었다.

풍속이 그리 빠르진 않았으나 심호흡만으로 만들어냈다고 하기엔 과할 정도.

‘역시 용의 심장인가. 내부의 기운뿐 아니라 주변의 마나도 행위에 동조해서 움직이는군. 이거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는데?’

마법적 능력을 완전히 잃은 대신 마력의 원초적인 사용에 특화된 광룡이었던 만큼, 할리도 그 특성을 고스란히 계승하게 되었다.

용인이 되어서도 마법을 사용할 순 없었지만, 대신 주변 마나가 그의 행동을 더욱 강하게 보조하게 된 것이다.

‘당분간은 정신력을 좀 더 배분해서 신경 써야겠어. 방심하다간 사고 나겠군.’

폭증한 근력을 제대로 다루기도 힘든 마당에 생긴 새로운 숙제였다.

“으랏차차—! 이거 뻐근하구만! 가는 길에 몸 좀 풀어야겠어! 으하핫!”

상황을 대충 수습한 할리가 쭉쭉 스트레칭하며 활기차게 웃음을 터트렸다.

‘자오닉의 곡괭이를 얻기 위해 시작된 여정이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와 버렸는지.’

트윈 헤드 오우거부터 시작한 북부 산맥 질주에서 드래곤을 만나 놈을 처리하기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하기 이를 데 없는 모험이었다.

‘덕분에 얻은 것도 많으니 불만은 없지만.’

정체됐던 하인즈의 성장은 물론이고, 할리는 그야말로 괴물이 되어버렸다.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육체변이」로 최대한 몸을 줄였음에도, 어마어마하게 압축된 육체의 밀도 때문에 그의 몸무게가 톤 단위에 이를 정도였으니.

그의 키가 2.3미터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주변 기운을 조절해서 몸무게를 최대한 줄이는 훈련을 해야겠어. 이러다간 건물에 들어가지도 못하겠군.’

지반이 약한 곳이라면 땅도 무너질 수 있었으니 매사 조심해야 하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광룡의 심장」이 주변의 기운을 끌어들인 덕분에 에너지 효율이 조금은 나아졌다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 몸을 유지하기 위해 정말 하루 종일 뭔가를 먹어야만 했겠지.

“쩝쩝, 그래도 좀 출출한 것 같은데. 배라도 좀 채워야겠어.”

···아까까지만 해도 쉴 새 없이 먹기만 했던 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육체의 변형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만큼, 몸 전체가 바뀌다시피 한 지금은 보유한 양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으니까.

부족해진 만큼 채워 넣어야 하지 않겠는가.

‘먹을 것이야 잔뜩 있으니 아낄 것도 없지. 어차피 먹으면 먹을수록 도움이 되는 보양식들인데!’

그의 시선이 이미 도축되어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인 드래곤 고기로 향했다.

“쓰읍, 꿀꺽.”

입가에 흐르는 침을 삼킨 할리는 곧장 그곳으로 향해, 겨울잠을 준비하는 곰처럼 열심히 에너지를 몸속에 비축해 나갔다.

***

수많은 언데드가 동원된 만큼, 드래곤의 해체가 전부 마무리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고했다, 말콤.]

고기, 뼈, 장기 등 소재별로 가지런히 정리된 부산물들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한스.

[별말씀을···.]

언데드들을 진두지휘해 도축 작업을 마친 데스 위저드 말콤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나자, 한스는 자연스럽게 드래곤의 뼈가 쌓인 무더기 앞으로 향해 그것을 둘러보았다.

[호오— 과연, 훌륭하군.]

단순히 뼈가 쌓여있는 것뿐인데도 어떤 기세가 느껴질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했다.

광기에 물들며 세포가 과하게 활성화된 영향이 남아있는지, 뼈대도 굵고 단단해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소재이기도 했다.

‘원래라면 드래곤의 강한 사념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웠겠지.’

드래곤의 고고한 영성(靈性)은 죽고 나서도 자신을 언데드로 만드는 것을 쉬이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작업을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오랜 시간 타락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미 광기에 타락해서인지 별다른 준비도 필요 없겠어. 수고를 덜었군.’

가장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갈 부분이 이미 해결되었다.

그야말로 재료 손질과 조리까지 다 되어, 그냥 데워서 먹기만 하면 되는 상황.

‘물론 심연의 광기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다른 흑마법사들은 이걸 다루려면 상당히 고생할 테지만···.’

그런 건 같은 심연에서 비롯된 ‘죽음’을 다루는 한스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시간 끌 필요는 없겠지. 바로 시작해 볼까.’

준비는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금단의 지식」을 이용해 의식을 위한 흑마력 결계를 설치하고, 언데드들을 배치해 간이 제단을 구축했으며, 제물로 사용될 드래곤의 장기 일부까지 가공했다.

의식의 규모에 비해선 상당히 간소한 절차였지만, 불사왕인 그가 평범한 흑마법사와 그 조건이 같을 리가 있겠는가?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고, 마침내 의식이 시작되었다.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언데드가 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일정한 진을 구성한 제단의 중심부.

드래곤의 잔해를 마주한 한스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자—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나에게 말해 보거라.]

한스가 뼈 무더기를 가볍게 쓰다듬는 것과 동시에, 그의 가슴에 위치한 불사왕의 심장에서 서서히 죽음의 기운이 피어올랐다.

조용히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죽음에 초목이 시들기 시작하고, 어느새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곳곳에 서리가 맺혔다.

[그래, 헤라토스로구나.]

우우웅—!

막대한 흑마력이 순식간에 사위를 뒤덮으며 제단을 구성한 언데드들과 공명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서서히 드래곤의 뼈로 스며들었다.

[나는 사자(死者)의 왕이자 죽음의 지배자이니, 내가 너에게 두 번째 생을 허락하도록 하마.]

생전의 드래곤이라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언데드화를 선택할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심지어 자신을 죽인 이가 노예로 부리려고 종속하고자 하는데.

[너는 다시 이승의 땅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주 약간의 대가가 따르겠지만.]

하지만 이미 사망해 단편적인 사고만 남은 데다 타락까지 거친 사념을 홀리는 것은, 한스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내가 너의 주인이다.]

그는 사령술의 극의에 이른 불사왕이었으니까.

후우우웅—!

주변에 가득 들어찬 죽음과 흑마력이 한순간에 드래곤의 잔해로 빨려 들어갔다.

막대한 기운의 유동에 공간이 진동하며, 제단을 구성한 언데드들 일부가 부서져 내렸다.

거칠게 요동치는 결계 안.

그리고 의식의 여파로 죽어버린 풀과 나무들 틈에서.

[———!]

마침내 새로운 망자가 눈을 떴다.

***

“하하핫! 그럼 이만 가 볼까!”

드래곤 고기가 가득 담긴 아공간 마도구를 챙긴 할리가 일행이 있을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며.

“오랜만에 헤테로시스나 한번 살펴봐야겠군.”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던 하인즈 2세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난 후, 전투의 여파로 폐허가 된 숲속에 남은 것은···.

[크흐흣—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주변을 좀 둘러볼까? 부디 이 근처엔 쓸 만한 녀석들이 많았으면 좋겠군.]

수많은 언데드들에게 둘러싸인 불사왕 한스와.

[쿠오오오——!]

[캬아아아——!]

두 마리의 본 드래곤뿐이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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