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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4

114화 살육대공 아카샤(1)

황금철은 눈앞에 나타난 마검사를 보고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이런 존재감을 가진 놈이… 있었나?’

그저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피력한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았음에도 모두가 본능적으로 마검사의 존재를 깨달았다.

그는 숱한 S급 괴물들을 맞닥뜨렸다.

그간 클리어해온 적색 게이트나 청주의 악몽 야크트 스피너.

하지만 그들조차도 무기질적인 ‘적’의 하나였을 뿐, 이토록 위험한 직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라이온하트.’

살면서 처음으로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 느꼈던 건 오직 그 한 명 정도. 눈앞의 마검사는──

-파앗!

그 순간, 일본의 헌터들이 일제히 뛰쳐나갔다. 동시에 마검사가 무언가에 짓눌린다. 마탑제 봉인 스크롤이 찢어진 것이다.

“공간 째로 짓누르는 1억엔짜리 물건이다! 놈이 움직이지 못할 때, 포위해!”

다케다의 지시로 탱커를 중심으로 한 두터운 방패로 빠져나갈 곳을 막고 무기를 겨눈다. 순식간에 마검사를 포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100명이 넘는 A급 헌터들의 검과 창이 마검사 천지호를… 아니, 살육대공 아카샤를 향했다.

“제아무리 마검사라도 이 정도 숫자의 헌터 상대로 들어오다니.”

“쫄 거 없어. 역대 마검사 중에 물량전을 당해낸 놈은 없으니까.”

그는 육대 쨰의 마검사. 다시 말하자면 앞선 다섯 마검사들이 토벌됐다는 걸 의미한다.

“자, 잠깐….”

거기서 이용완은 매우 심각한 데자뷰를 느꼈다. 그건 하유리도 마찬가지였는지, 무언가 말하려 할 때──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피해──!!”

마검이 쏟아졌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초고속의 찌르기가 한순간에 30번. ’30명’이 꿰뚫린다.

경악으로 일그러진 눈들이 부릅떠진다. 대부분은 검의 리치조차 닿지 않은 거리였다. 하지만 공간의 제약 따윈 없다는 듯 흩뿌려진 시뻘건 기운이 헌터들을 관통했다.

살아남은 건 순간의 본능으로 전력을 다해 뒤로 후퇴한 몇몇 헌터뿐.

“발검…!”

이 순간에도 침착하게 검을 뽑는 다케다. 하지만 아카샤가 휘두르는 검이 그보다 빨랐다.

-콰!

찰나라 해도 과언이 아닐 발검의 순간, 마검을 가로막았던 검날이 우지끈 부서진다. 다케다의 갑옷이 우겨지며 그대로 튕겨 나갔다.

“꺼흑?!”

레전더리 클래스의 갑주였다. 그것이 다케다의 검과 함께 갑주를 으스러뜨리더니 기어코 몸통째로 절단하려 든다.

“빌어먹을…!”

순간적으로 몸을 던진 일본의 S급 헌터. 다케다를 구하기 위해 아카샤를 향해 찌른 검은 회수된 마검이 가로막는다.

“큭…!”

다케다가 반쪽이 나는 건 막았지만, 설마 이렇게나 완벽하게 방어할 줄이야. 그는 일단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내리치는 마검이 그를 놓치지 않았다.

-꽈…!

막았다. 하지만 일격으로 검이 구부러졌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카샤가 힘을 주었다.

-…직!

쪼개지는 검. 그리고 정수리부터 반으로 절단나는 형체.

“흐압…!”

황금철이 거대한 양손망치를 휘둘렀다. 건물 한 채를 일격으로 부수는 파괴적인 일격이 둔부를 후려친다.

그러나.

‘손으로 막았다고?!’

아카샤는 황금철의 망치를 손바닥으로 받아냈다. 그의 괴력으로도 망치를 움켜쥔 아카샤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잡아둬!”

기척을 죽이고 빈틈을 노리던 이용완이 아카샤를 향해 마력을 실은 화살을 세 발이나 날렸다. 마검사가 검을 휘둘럿으나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난다.

스킬 <다중화살>

쏘아진 세 발의 화살이 형체를 나누더니 순식간에 30기의 화살로 분해된다. 가짜나 분신 따위가 아니다. 열 배로 곱한 피할 수 없는 연사다.

-파밧!

사람 키만 한 대검이 빠르게 움직인다. 그 모습은 S급 헌터에 저격수로 눈이 좋은 이용완조차 따라잡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30명의 헌터들을 요절 낸 광속의 찌르기가 그의 눈앞까지 다가온다.

-콱!

순간 그 찌르기를 막은 것은 형형한 빛을 반사하는 검등이었다. 이용완을 붙잡은 채 일격을 막은 강진성이었지만, 검의 찌르기가 가진 파괴적인 힘을 막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가, 감사합니다, 어르신.”

“……강하네.”

마검을 막은 강진성의 오른팔이 파르르 떨렸다.

“이상해… 울산에서 마검사와 싸워봤지만… 이렇게까지 강하진 않았는데.”

울산 참사. 천지호가 마검사로 각성한 사건에서 강진성은 이용완과 함께 토벌대로 나선 경험이 있다.

“그때보다 훨씬 빨라졌고… 강해졌습니다.”

“성장했다?”

마검사도 성장하는 존재였는가?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다케다 군은 괜찮나?”

강진성의 물음에 일본 쪽 헌터들이 답했다.

“부상이… 심합니다. 힐러들이 회복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회복이 안 됩니다!”

“……용완 군, 시스템 창엔 뭐라 적혀 있지.”

마검사를 경계하느라 시스템 창에 눈 돌릴 틈이 없는 강진성이 대신 부탁했다.

“살육… 선포.”

【살육 선포】

◆효과

: 모든 생명체에게 적용됩니다.

: 물리저항이 90% 떨어집니다.

: 모든 생체방어가 90% 떨어집니다.

: 활력이 급속도로 저하됩니다.

: 상처가 회복되지 않습니다.

끔찍한 디버프다. 세계 최고의 커맨더 계열 헌터를 데려와도 상쇄하지 못할 만큼.

‘이것뿐만이 아니야.’

악마대공 아카샤의 오라, 절망스러운 존재 그 외에도 숱한 디버프 오라들.

하나만 있어도 전설의 존재인데, 그런 것들이 여럿. 평소 버프형 아이템들도 둘둘 두르고 다니는 S급 헌터들조차 전력의 50% 이상은 깎일 정도다.

‘악마대공… 라크샤르와 동급이라는 건가!’

대체 이런 괴물들을 상대로 어떻게 인류가 승리할 수 있단 말인가?

“신경 쓸 거 없어. 어차피 처죽이면 그만이니까.”

그때였다. 묵직한 대검을 어깨에 멘 천진수가 앞으로 나섰다.

“신수가 훤한 걸 보니 잘 처먹고 다니는 모양이구만.”

악마대공을 상대로 시답잖은 말이나 건네는 천진수. 이에 아카샤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숙주─의… 혈육, 이군.”

“너 같은 아들 둔 적 없다.”

“크, 흐… 노인네. ‘네 손녀’는 어디─있나?”

“…….”

손녀. 즉 천소연. 아무리 천진수라도 손녀를 찾는 아카샤의 질문에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넌 오늘 내 손에 죽는다.”

천진수가 검을 겨눴다. 그리고 강진성도 앞으로 나선다. 두 노검사의 검이 교차한다.

한국 최강의 헌터들이 마검사를 향해 쇄도했다.

* * * *

[마검사가 떴답니다!]

와카야마 해안선에서 잔존 몬스터들을 처리하던 천소연은 공용 채널을 통해 전해진 소식을 듣고 곧장 움직였다.

“어, 어어? 천소연! 너 어디 가!”

재혁이 무어라 말을 걸었지만, 검은머리 소녀는 개의치 않고 달렸다. 그녀는 헬기 선착장에서 막 이륙을 준비하고 있는 ‘한빛궁주’에게 향했다.

“박용신 길드장님!”

“천소연 양?”

박용신은 이번 작전에 동원한 ‘자가 헬기’에 탑승하기 전이었다. 민간용이라기엔 꽤 큰 수송헬기에는 한빛궁의 정예 헌터들이 가득했다.

“저도… 데려가주세요.”

“흐음? 제가 어딜 가는 줄 알고요?”

다 알면서… 박용신은 능글맞게 입을 비틀었다.

“마검. 쓰러뜨려서 공적을… 세우고 싶으신 거죠?”

“후후, 당연하지요.”

박용신과 그 뒤의 신도들은 같은 각오… 아니, ‘믿음’을 가졌다.

만신전에 감화되긴 했어도 레온은 한빛궁주인 박용신과 그 일당들을 신도와 사교의 중간으로 취급했다.

비록 자각 없는 우상숭배였으나 죄는 죄인 것이다. 레온은 한빛궁주를 포함한 일당들에게 10년의 봉사를 명령했고, 그들은 기꺼이 이에 따랐다.

“우리 모두가 느꼈지요. 악의 씨앗이 사라지는 순간, 우리를 감싸는 구원의 빛을.”

천소연을 태우고 시코쿠 섬으로 향하는 길, 박용신은 입꼬리를 비틀며 환희의 미소를 지었다.

“만신전의 신들께서는 저희들을 직접 지켜보시고, 은혜를 베푸십니다. 자신들의 대리인을 지상에 세우기도 하셨지요. 이토록 명확한 구원이 어디 있겠습니까?”

천소연은 침묵했다. 그녀 또한 신의 존재를 믿을 수밖에 없다. 설사 그것이 ‘악신’이라 할지라도 실제로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이들은 그보다 더 나아갔다.

“우리는 공적을 세워야 합니다. 용서를 빌어야지요. 아, 물론 폐하께 요구하는 것 같은 건 아닙니다. 신성과 거래할 수 없다… 뼈저리게 배웠으니까요.”

즉, 불확실한 구원을 위해 순교도 감수하겠다. 이들의 광신은 대상을 옮겼을 뿐, 달라지지 않은 것일지도 몰랐다.

“뭐, 저희가 활약할 순간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이미 두 어르신이 마검을 향하셨으니까요.”

“…….”

광검자 천진수.

무한검 강진성.

명실상부 한국 최강헌터 3인 중 둘이었다.

그 둘이라면 제아무리 마검사라 할지라도 당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울산 참사 때, 마검사를 격퇴시키지 않았던가.

-콰앙!

-쾅! 콰콰쾅!!

그때였다. 굉음을 동반한 충격파가 헬기를 흔든다. 헬기의 창문 바깥, 온 하늘을 덮은 수천의 검들.

“무한검 <멸마군검>?!”

그뿐만이 아니다. 마치 세상을 가를 기세로 몰아치는 폭풍. 그것이 검의 형상을 하고 있다.

“광검(狂劍)… <일기당천 만부부당>.”

한국 최강의 검사라는 두 사람을 최강자로 만드는 고유스킬. 무수히 많은 심검들을 다뤄 그것을 궁극의 하나로 짜올리는 무한검과 검 한 자루에 폭풍을 담는 광검자.

보는 이로 하여금 기가 질리게 만드는 필살검들이 시코쿠 섬을 헤집는다. 그러나──

[【살육검공 아카샤의 검】이 소환됩니다.]

하늘에 핏빛 검이 소환된다. 그것은 너무나 거대해서, 차마 맞설 수 없는 존재처럼 보였다.

“오, 신들이시여…….”

박용신의 말을 끝으로, 아카샤의 검이 낙하했다.

파멸이었다.

[【벤타시스의 마검】이 어둠으로 아카샤의 검에 개입합니다.]

[【아리아나의 성검】이 빛으로 악성을 쫓아냅니다.]

* * * *

이용완이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겨우 시야를 회복한 건 한참이 지나서였다.

“끄으으…….”

기억나는 건 광검자와 무한검과 격돌하던 아카샤가 서로 최강의 수를 꺼냈다는 것. 그리고 그 여파가 주변을 휩쓸었다는 것이다.

“유리 양… 유리 양 괜찮아요?”

“끄으… 흔들지 마.”

그 파멸의 격돌 속에서 S급 헌터조차 휘말렸다. 그럼 그 격돌의 중심 속에 있었던 두 사람은?

“아…….”

아직 흐릿한 시야 속 그 중심에 결과가 있었다.

“쿨럭…!”

부러진 검과 함께 피를 토해내는 강진성과 목덜미를 붙잡힌 채 버둥거리는 천진수.

한국 최강의 헌터 둘이 패배했다.

방랑의 마검… 천지호… 아니, 살육의 악마대공 아카샤가 벌레가 갉아먹는 듯한 목소리를 흘렸다.

“제법─이구나. 허나─늙었군.”

악마대공의 압도적인 디버프 그리고 노쇠한 몸. 그 두 가지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악마대공의 디버프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사람이 미쳐버리는 귀기는 인간이 견뎌낼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이용완은 동해 게이트에서 목도한 라크샤르로부터 깨달았다.

‘망할… 그 사람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오직 한 사람뿐. 이용완은 지금 이 자리에 없는 그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하지만─이상하군. 생각보다─위력이 낮았나. 무언가가─개입──”

그때였다. 자욱한 먼지를 뚫고 낯익은 ‘빛’이 뛰어들었다.

“레온 폐하?!”

아니, 그 검사의 손에는 또 다른 검이 쥐어져 있었다. 빛나는 검과는 정반대의, 불길할 정도로 어두운 검이.

“할아버지를 놔!!”

“소, 소연아?!”

성검과 마검의 빛이 천진수를 붙잡고 있던 팔을 잘라냈다. 완벽한 기습이었다.

“흠?”

어쩐지 둔한 움직임을 보이는 아카샤. 그리고 그를 덮친 건 천소연 한 명뿐이 아니었다.

“라이온하트를 위하여!”

“”라이온하트를 위하여…!!”

일제히 덮쳐드는 한빛궁의 헌터들. S급 헌터 박용신의 검과 헌터들의 무기가 아카샤를 덮친다. 하지만 그 찰나, 아카샤는 마검으로 그 모든 일격을 쳐냈다.

“이런──!”

그리고 찰나의 순간 반격으로 두 명의 헌터의 목을 잘랐다.

“칫…!”

박용신은 자신에게도 휘둘러진 검을 간신히 피했다. 기습이 실패한 걸 깨닫고 곧장 진형의 포지션을 형성하는 한빛궁 헌터들.

“둘이 당했습니다, 궁주.”

“그 찰나에 반격까지… 괴물이군요.”

그래도 목표인 천진수와 강진성의 구출은 성공했다. 박용신은 주변을 살폈다.

“다들 왜 그리들 자빠져 계십니까? 어서 저 사악한 악종에게 저항하지 않고요?”

“말은… 쉽게 하심다…….”

황금철은 어렵사리 목소리를 냈다. 안 그래도 디버프로 저항력이 대폭 깎인 시점인데, 아카샤의 검까지 맞았다.

아무리 충격파 정도라도 그토록 거대한 검의 충격파였다. 섬 일대가 핵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크레이터가 생길 정도로.

“끄으윽…….”

황연하는 바스러진 몸을 겨우 이끌며 제 오빠의 옆에 기댔다. 그녀의 힘 없는 목소리가 불합리함을 호소한다.

“댁들… 왜 그리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어……. 디버프… 받고 있잖아.”

심지어 이렇게 빨리 온 걸 보면 아카샤의 검 충돌 순간 근처에 있었다는 소리다. 스친 것만으로 어지간한 헌터는 즉사할 수준인데, 저들은 어찌 저리 멀쩡하단 말인가?

“흠… 글쎄요? 아마 신들을 향한 저희들의 믿음 때문 아니겠습니까?”

[【광신도】가 악성의 저주에 일부 저항합니다.]

그것은 희소한 재능들이다.

무언가를 그저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질 수 있는 것.

누군가는 미쳤다고 하겠지만, 정작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신실함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다. 그리고…….

“천소연──”

아카샤… 소연의 아버지인 천지호의 껍데기를 지배하는 아카샤가 그녀를 무기질적인 시선으로 노려봤다.

“신의─힘이군.”

어둠과 복수의 신 벤타시스. 그리고 빛과 정의의 여신 아리아나.

천소연은 그 두 신의 축복을 받은 마검과 성검을 쥐고 있다. 【광신도】 이상으로 악의 저주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이다.

“달라─지는─건 없다. 4년─전에─차지해야 할─몸뚱이를─취할 뿐.”

“…….”

천소연은 말없이 아카샤를 노려봤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힘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증폭되고 있다.

[복수자가 원수를 마주쳤습니다. 영혼을 저당으로 힘을 증폭시킵니다.]

-영혼 소모율 : 12%

복수의 권능. 이것은 천소연의 영혼을 소모해 복수를 실현할 힘을 증폭시킨다. 그야말로 미래를 저당잡는 방식.

‘할 수 있어. 이 힘이라면…!’

천소연은 온몸에서 느껴지는 성법의 전능감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때 휙, 하고 내리치는 마검.

-꽈앙!

“흡?!”

증폭된 힘이 아니었다면 대응조차 못했다. 그러나 거대한 힘을 맨몸으로 막아낸 대가는 처절했다.

-찌익!

온몸의 힘줄이 터져나간다. 소름 끼치는 소리가 몸을 타고 올라왔다. 그녀가 서 있을 수 있는 건 벤타시스의 어둠이 그녀의 몸을 지탱하고 아리아나의 빛이 악의 힘에 저항하는 덕분이다.

“신의 힘은─강력한 것이지. 나의 숱한 동포가─그것의 힘에─소멸당했다.”

아카샤가 천소연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악마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천만 악마가 몰살당한 대참사를.

“우리들의─불멸─을─깨뜨릴 수 있는─힘. 하지만──”

천소연을 짓누르는 마검이 더욱 무거워진다. 악마대공의 시선이 그녀를 꿰뚫듯 조롱한다.

“너는─그─기사들─이─아니다──너는─그─오크─가─아니다.”

너는 아무 것도 아니야.

“소연 양!”

그녀의 위기에 박용신과 헌터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비록 소녀라곤 해도 신의 힘을 받고 이어진 자. 한빛궁은 기꺼이 순교를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핏빛 파동】

그 순간, 마검을 중심으로 퍼지는 농밀한 핏빛 파동. 그것이 고리의 형태로 확산했다.

-콰아아아악!

온 사방의 헌터들이 그 파동에 휩쓸렸다. 단 한 차례의 파동이 훑고 지나간 것만으로 그들은 바닥에 널브러진 채 온몸이 박살난 고통을 느껴야 했다.

“나는─파멸의─힘이다.”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며 아카샤가 비소를 흘리려던 순간이었다.

“흐흐흐흐흐…!”

먼저 비소를 터뜨린 건 전혀 의외의 누군가였다.

“…….”

아카샤의 시선이 그쪽을 향한다. 의식이 꺼져가던 헌터들도 그를 향했다.

“무엇이─그리─웃기지? 필멸자.”

이용완. 그가 실소를 터뜨리며 부러진 안경을 고쳐 쓰고 있었다.

“아뇨, 그냥… 좀 어이가 없어서요.”

모두가 그를 미친놈 보듯이 쳐다본다. 이 상황에서 웃는다는 건 모든 걸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용완은 모든 걸 포기했기에 실소하는 게 아니었다.

-콰아아아아아!

빛이 쏟아진다. 하늘에서 눈부신 황금빛이 섬을 감쌀 기세로 퍼져 나갔다.

“불멸은 무슨…….”

그 찬연한 빛의 압도를 등 뒤로.

“어차피 저 양반 앞에서는… 다 똑같은 필멸자 아닙니까?”

끓어오르는 듯한 분노의 겁화가 솟구친다.

“뭐, 솔직히 무교인데… 신을 믿고 싶어지는 기분입니다. 반신도… 신은 맞죠?”

아카샤의 시선이 천천히 빛의 근원을 향해 움직인다.

황금빛.

푸른 눈.

살아있는 반신이자,

가장 위대한 워나이트이며,

악종의 공포이자 최다 도살자.

“──라이온하트.”

사자심왕.

모든 악의 파멸이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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