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의 마피아가 되었다 114화
내 대답을 들은 블러디 클라운의 표정이 얼어붙는다.
“다, 당신 방금 뭐라…….”
“다시 한번 듣고 싶은 건가? 말 그대로야. 지수현 교관님은 널 평가하실 때 존나 약하다고 말씀하셨다니까?”
분명 이렇게 말했었지?
‘뭐? 블러디 클라운? 할 줄 아는 거라고는 폭발성 기체 뱉는 거랑 약간의 마법을 사용하는 잡빌런이지. 변장 능력만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텐데…… 그것만 빼면 존나 약해서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수현의 기준이었을 뿐.
일반적으로 블러디 클라운은 전혀 약한 빌런이라고는 할 수 없다.
네임드가 괜히 네임드라 불리는 게 아니니까. 여러 능력을 사용한다는 희귀 케이스기도 했으며 수많은 테러와 전투로 골치 아픈 빌런임은 틀림없었다.
그를 약하다고 할 수 있는 건 그게 아마 ‘지수현’이기 때문이겠지.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내 도발이 녀석에게 제대로 들어갔다는 게 아닐까.
지금만 해도 하얗게 분칠한 녀석의 얼굴이 눈에 띄게 붉게 물들고 있었으니까.
“가, 감히! 감히 그 비, 비, 빗─치가아아아아!! 저에 대해 그리 평했단 말입니까아아아!!”
“화내는 걸 보니 사실인가 보네?”
이렇게까지 효과가 좋은 줄은 몰랐는데…….
덕분에 쉽게 가겠는걸?
[블러디 클라운의 분노가 한계치에 도달하여 히든 퀘스트 발생합니다!]
【히든 퀘스트】
[피와 폭발의 페스티벌]
[니플헤임을 탈출한 극악무도한 빌런이자 테러리스트, 블러디 클라운의 계획을 저지하고 제압하십시오!]
[목표 : 블러디 클라운의 사망 및 행동 불능.]
[보상 : 「스킬 : 광대식 메이크업」]
마침내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창.
내가 의도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 빗─치는! 그년은 어디 있습니까! 당장 터뜨려 죽여야 할 그년 말입니다!”
“C구역까지 와 놓고 교관님은 왜 여기서 찾는질 모르겠는데. 결국 네가 돌아가야 할 곳은 정해져 있는데 말이야.”
“돌아가야 할 곳? 크핫하하! 우습군요. 니플헤임! 그 지옥으로 다시 돌아가란 말입니까?”
아니, 거기가 아니지.
무엇보다.
“니플헤임이 지옥? 광대라서 그런지 농담도 잘하는군.”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칼리오네를 건든 이상. 네가 갈 수 있는 지옥은 칼리오네가 정한다.”
그것이 바로 칼리오네를 건든 대가니까.
“크핫─! 당신이! 당신이 뭐라고 그렇게 말하는 겁니까? 이거 정말 어이가 없으니 분노도 싹 가시는 것 같군요. 당신 같은 애송이가 감히──”
“──칼리오네 패밀리의 후계자이자 집행자. 유진 한 칼리오네.”
시간은 이 정도로 끌었으면 되겠지.
지금까지 남아돌며 허공으로 흩날리던 오러들을 갈무리한 뒤 [마이다스의 장갑]에 때려 박듯 밀어 넣는다.
곽춘식 어르신에게서 받은 팔찌 덕분에 오러의 주입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히든 퀘스트’도 확실하게 뜬 상황에서 시간을 끌어 봐야 뒤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알레시아만 더욱 힘들어질 뿐이었으니까.
──단숨에 끝낸다.
[혈계능력 : 「칼리오네」가 「마이다스의 장갑」을 지배합니다.]
손을 뒤덮고 있던 검은 장갑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며 변화하기 시작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흉흉함이 느껴지는 핏빛의 너클.
“유, 유진 한 칼리오네? 설마, 당신이──”
화들짝 놀라는 녀석의 반응을 뒤로하고 그대로 녀석에게 달려들며 주먹을 내지른다.
“마, 마임!”
이번에도 공격을 막아 내기 위해 손바닥을 펼쳐 보이지 않는 장막을 펼쳐 내는 녀석.
하지만 지금의 나는 방금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주먹의 끝부분으로부터 일렁이던 오러는, 벽에 부딪히자마자 묵직한 파일 벙커가 박히듯, 큰 기파를 발생하며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크흑……! 아까 전의 공격으로도 느꼈을 텐데요. 당신은 절대 제 마임을 뚫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힘이 조금 부족하기는 했지?”
하지만 힘을 중첩한 덕인지 어떻게든 버티는 녀석.
그래서 하나 더 준비했다.
[서사 각인이 발동합니다!]
[각인 -늑대 (밤의 사냥꾼) : 그는 달빛의 아래에서 적들을 사냥하는 늑대다. 자신보다 거대한 적에게도 굴하지 않고 달려들며, 수많은 무리들을 이끄는 사냥꾼이다.]
오른쪽 어깨로부터 불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본능적으로 이것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곧장 그 기운을 주먹의 끝으로 옮기며 너클에 실었다.
[「각인 스킬 : 하울링(howling)」이 생성됩니다.]
[「각인 스킬 : 적랑(赤狼)」이 생성됩니다.]
동시에 주변을 집어삼키는 듯한 시끄러운 소리가 너클로부터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고막을 당장이라도 찢을 듯 주변의 공기를 강제로 떨게 만드는 듯한 소리.
동시에 소리를 타고 주변으로 퍼져 나간 혈계 능력의 붉은 오러가 주변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찌르르르르르───!!
감각적으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감한 나는 곧장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빠르게 초진동하던 오러는.
콰아아아아아앙───!!
주먹으로부터 발생한 폭발이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을 날려 버린다.
어떻게든 날아가지 않으려 하체에 힘을 실어 보았지만, 폭발의 여파는 상상 그 이상.
덕분에 뒤로 날아간 몸은 땅에 처박히고 만다.
“하, 하하하! 하하하하!”
그럼에도 웃음이 나오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녀석이 있던 곳이 폭격이라도 맞은 듯 움푹 파여 있었기 때문이다.
“도련님!”
내가 날아가는 모습을 본 것인지 뒤에 빠져 있던 알레시아가 다가와 내 상태를 살핀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어…… 다행히도?”
입고 있든 디스파테르 덕분인지, 아니면 원래 기술이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폭발로 인해 다친 부위는 없었다.
해 봐야 주먹이 욱신거리는 정도?
실제로 주먹을 보니 열로 인해 빨갛게 달아올라 있을 정도였다.
뭐, 그마저도 특성인 [자연치유(C)] 덕분에 금방 아무는 것 같았지만.
드러누운 채 보는 하늘은 평소보다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조금 전의 공격으로 인해 지금껏 강제로 억누르고 있던 오러가 주변으로 퍼져 나가며 발생한 현상인 모양이다.
그 때문인지 새하얗던 달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덕분에 주변의 풍경은 붉은빛이 내리쬐며 괴이하면서도 아름다웠다.
“…….”
마음만 같아서는 이대로 휴식을 취하고 싶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쉬는 것은 모든 것이 끝난 다음이 되어야 할 테니까.
“도련님. 저기.”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할 때 알레시아가 적의 담긴 눈으로 구덩이를 바라보며 홀더에서 단검을 뽑아 든다.
“키, 키힉! 멋지군요! 멋져요! 그야말로 아름다운……! 폭발이었습니다! 크힛! 키히힛!”
고전 좀비 영화를 연상시키듯, 구덩이의 안쪽에서 가래가 낀 목소리와 피로 범벅이 된 손이 보였다.
천천히, 아주 조금씩 구덩이의 위쪽을 향해 기어 올라오는 붉은 무언가.
이곳저곳이 불에 그을린 듯 그 상태는 처참하기 그지없었으나, 녀석은 별것 아니라는 듯 구덩이를 기어 올라와 두 발로 서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폭발 내성인가.”
히든 퀘스트의 완료 메시지가 뜨지 않아 설마 했는데, 아무래도 처음부터 녀석이 가지고 있던 폭발 내성 때문에 대미지가 반감된 모양이었다.
그래도 꼴을 보아하니 완전히 상쇄된 것은 아닌 모양.
“설마 이런 멋진 폭발을 보여 주실 줄은 몰랐는데…… 저 역시 보답을 해야겠지요?”
그렇게 외친 녀석이 그을음이 묻은 가방에 손을 집어넣고는 흩뿌리듯 우리를 향해 무언가를 집어 던진다.
“부디, 여러분도 저의 폭발을 감상해 주시길!”
가방으로부터 튀어나온 동물 형태의 풍선들이 우리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못해도 수십은 가뿐히 뛰어넘을 정도의 많은 풍선.
사방에서 사각을 막으며 날아오는 풍선은 누가 봐도 피할 수 없어 보였다.
이에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내 앞을 가로막은 알레시아.
그녀는 안심하라는 듯이 이쪽을 바라보며 싱긋 웃는다.
“걱정 마십시오. 도련님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알레시아.”
아무리 알레시아라 하더라도 저만한 폭격을 정면에서 맞으면 흔적조차 남지 않을 터.
“이, 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충성심이란 말인가! 부디, 당신의 충성심이 어느 정도인지 제 두 눈에 각인시켜 주시길!!”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보며 이미 끝났다 여겼는지, 잔뜩 흥분하며 연극 톤으로 외치는 녀석의 모습은 그야말로 진절머리가 난다.
짧게 숨을 내뱉으며 앞으로 나섰다.
“알레시아. 뒤로 물러서라.”
“안 됩니다. 저는 도련님을──”
“방해다.”
그런 알레시아를 내 뒤로 잡아당기며, 이곳을 향해 쇄도하는 풍선들을 바라본다.
“폭발에는 폭발로 응수해 줘야겠지.”
딱─!
[「각인 스킬 : 적랑(赤狼)」을 발동합니다.]
손가락을 튕기자 붉은빛이 내리쬐는 바닥으로부터 무언가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아우우우───!
순식간에 솟아오른 붉은 늑대.
이미 지금까지의 전투로 허공에는 오러가 충분히 흩뿌려져 있는 상태.
게다가.
[「혈계능력 : 칼리오네」가 활성화 됩니다.]
[「아이템 : 고대 광전사의 반지」가 사용자의 피를 최대치로 흡수합니다.]
이미 긴 전투 시간을 통해 혈계능력이 활성화된 상태였고 피를 흘릴수록 강해진다는 「고대 광전사의 반지」도 발동해 있다.
즉, 지금만큼은 부상의 여하를 떠나 힘이 넘쳐 돈다는 상황.
“?!”
그 수는 이미 주변을 완벽히 잠식할 수준이었다.
“처리해.”
검지를 뻗어 풍선들을 가리키자 늑대들은 하나의 붉은 물결이 되어 풍선들을 향해 달려든다.
늑대들이 풍선을 물어뜯을 때마다 작은 폭발이 일어나며 주변의 늑대들이 쓸려나가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지금도 늑대들은 달빛 아래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었으니까.
“어, 어라? 이게 무슨…….”
어느샌가 남아 있는 풍선은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 광경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블러디 클라운.
방금까지만 해도 다 죽어 가는 나의 모습에 찢어질 듯한 미소를 짓고 있던 녀석의 표정은 이미 굳어 버린 지 오래였다.
“물어.”
그런 녀석을 향해 남아 있는 늑대들이 달려든다.
이에 재빨리 양팔을 뻗어 마임을 하려는 녀석. 하지만.
-그르르릉!
어느새 녀석의 앞에 도달한 다른 늑대들이 녀석의 양팔을 물어뜯으며 들어 올리지 못하도록 한다.
마임의 발동 조건이 자세인 걸 뻔히 알고 있는데 그걸 하도록 내버려 둘리가.
“자, 잠깐! 플레이그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이, 이것들만 치워 주시면──”
“야.”
“흐, 흐엑?!”
터벅터벅 녀석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녀석의 표정을 바라본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경악이 서려 있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녀석.
하지만.
“제, 제발! 전부 말할 테니까!”
“말 안 해도 돼.”
“……예?”
“네가 아는 거라면 나도 다 알고 있는 걸 테니까.”
“흐, 흐악!”
툭. 하고 녀석의 몸을 걷어차며 녀석이 기어 올라왔던 구덩이를 향해 다시 녀석을 밀어 넣는다.
“내가 알고 있는 폭탄마가 한 명 있는데, 너와 달리 녀석은 항상 이렇게 말하더군.”
오늘만큼 어울리는 날이 없는 말.
“폭발은 예술이다.”
개인적으로 오늘만큼은 동의하게 되는 말이었다.
“제, 제발──!”
“폭발 내성 있지? 죽지는 마라. 너는 더 큰 지옥을 경험해야 하니까.”
[「각인 스킬 : 하울링(howling)」을 발동합니다.]
동시에 구덩이로부터 짧은 폭발음이 연속적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처음 내 주먹을 통해 발생시킨 폭발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규모 있는 폭발.
계속해서 울리는 파괴음과 함께 구덩이가 계속해서 넓고 깊어진다.
그리고.
【히든 퀘스트 완료!】
[피와 폭발의 페스티벌]
[니플헤임을 탈출한 극악무도한 빌런이자 테러리스트, 블러디 클라운의 계획을 저지하고 제압하십시오!]
[목표 : 블러디 클라운의 사망 및 행동 불능.]
[보상 : 「스킬 : 광대식 메이크업」]
[경악스러운 업적!]
[블러디 클라운의 삶의 이유라 부를 수 있는 폭발로 녀석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추가 보상이 제공됩니다!]
[보상 내용]
-새로운 스킬 : 광대식 메이크업.
[「스킬 : 광대식 메이크업」 : 광대는 본인의 감정과 정체를 숨기기 위해 분장에 능합니다. 오러를 소비해 얼굴 외형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경악스러운 업적으로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새로운 특성 : 【화약과 폭발】
[1. 화약과 폭발 : 당신은 화약과 폭발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화기류와 폭발물로부터 추가적인 대미지 보정을 얻습니다.]
“예상한 대로네.”
게임과 같이 폭발로 녀석을 쓰러뜨리게 되면 얻는 보상이 지급되었다.
총기류를 부무장으로 사용하는 만큼 언젠간 얻어야지 했었는데, 이렇게 녀석이 눈앞에 나타나 준 덕분에 어렵지 않게 초반부터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도련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돌린다.
그곳에는 간신히 몸을 일으킨 채 반쯤 감긴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알레시아가 있었다.
“알레시아. 다친 곳은 없나?”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그녀의 몸 상태를 살피자 툭. 하고 내 머리 위에 무언가 얹어진다.
“……제가 지금까지 괜한 걱정을 한 것 같군요.”
“알레시아?”
슥슥─ 머리 위에서 그녀의 손이 움직인다.
“더 이상 제가 지켜 드리지 않아도 충분히 강하시니, 정말 다행입──”
툭.
그녀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며 내게 안기듯 쓰러진다.
“……알레시아?”
쌕── 쌕──
정상적이지 않은,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품 안에서 들려온다.
동시에 하늘 저 위에서 피어오르는 초록빛의 조명탄.
“……잠시 쉬고 있어라. 금방 돌아올 테니까.”
조명탄은 이곳이 종착점이라는 사실을 알리듯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