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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5

115화 살육대공 아카샤(2)

“다케다가… 당했다고?”

카미야 회장은 드물게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S급 헌터가 3명이나 당했을 때조차 이렇게 당황하진 않았다.

오히려 다케다가 시코쿠 섬 내의 모든 헌터들을 집결시키고 고슴도치처럼 방어를 굳혔을 때는 현명하다고 여겼다.

주변에는 한국 헌터들과 다른 일본 헌터들이 있었고, 그들의 지원까지 온다면 마검을 격퇴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보았으니까.

하지만 한국 헌터들이 합류하고 S급만 아홉 명인 연합 앞에 마검사가 나타났다.

[나─는, 살육─대공──아카샤. 모든 생명의─파멸이다.]

수신기를 통해 들려오는 끔찍한 목소리. 그리고 연이은 전투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까지.

‘대체 몇 명이나 당한 거지? 다케다까지 죽은 건가?’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

분명 마검의 전투력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S급 헌터 4~5명 정도. 충분히 준비한 S급 헌터의 물량전이라면 얼마든지 제압 가능했을 텐데…….

‘마검이… 대공급 악마였다고? 단순히 마검사를 타락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어째서 지금 와서… 카미야 회장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협회장님… 광검자와 무한검이 현재 마검과 격돌 중입니다……. 지원을… 보낼까요?”

일본의 S급 헌터만 최소 넷이 죽었다. 한국도 태반이 중상을 입었다.

물론 일본에는 아직 남은 헌터들이 있다. S급 헌터는 이 전장에만 아홉이 더 있었고, 전 국토를 방위하는 지부까지 합하면 스무 명이나 남았다.

장기전을 생각하고 그들 모두를 결집한다면…….

“아니, 아니… 일단… 멈춘다.”

“협회장님?”

“추이를 지켜본다. 만약… 만약의 경우, 도시 하나를 내주는 선에서 끝낼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마검의 패턴은 도시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면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을 반복했다. 베트남에서도 그러지 않았던가.

“협회장님! 시코쿠 섬에만 370만 명의 시민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버리실 생각이십니까?”

“멍청한 놈!”

직원의 시선에 카미야 회장이 노호를 내질렀다. 언제나 냉철하던 그는 지금 이성을 잃고 있다.

“S급 헌터 한 명은 일반인 백만 명의 가치가 있다! 그런 것도 모르는 건가!”

그것은 일본의 헌터를 총괄하는 자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아무리 민영화로 민간 기업이 된 전일협이라지만, 그 존재 이유는 어디까지나 일본의 안전을 수호한다는 명분이다.

그런 전일협의 톱이 헌터와 일반인의 가치를 논하며 시민들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버린 것이다.

‘저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을 상대로 더는 S급 헌터를 잃을 수 없다!’

저곳을 향해 무작정 헌터들을 밀어 넣는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헌터들이 죽어 나가고 자신의 권력 기반이 흔들릴까?

저곳에 있는 남은 일본 헌터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래도 저 정도 희생으로 끝낼 수 있다면…….

“혀, 협회장님! 광검자와 무한검이…!”

중계 헬기가 전송하는 영상 속 하늘을 수놓는 무수한 검과 폭풍이 집속된 검이 휘둘러진다.

그래, 차라리 여기서 끝낼 수 있다면. 한국 헌터들에게 공로를 넘기는 건 뼈 아프지만, 이 정도라면 정부가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상공에… 정체불명의 검이 출현…….”

“직경… 3km가 넘습니다.”

검이 낙하하고, 그 피해를 집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카미야 회장에게 든 생각은 한 가지였다.

나는 옳았다고.

‘역시 다른 지역에 있는 헌터들을 투입하지 않은 건 옳은 결정이었어.’

혹시라도 한 명이라도 더 저 죽음의 섬에 상륙했다가 말려들기라도 했으면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저런 게 두 번 떨어진다면…….

일본은 앞으로 게이트에 대한 저항능력을 잃는다.

‘차라리 지금 시점에서 공략을 포기하고 섬을 내준다면…….’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마검은 도시 하나를 집어삼킨 것으로 만족하고 떠나지 않을까?

카미야 회장이 와카야마와 미야자키의 일본 헌터들에게 시코쿠 진입 금지명령을 내리려던 순간이었다.

“시, 시코쿠 섬에 이상현상 발생! 빛입니다! 정체불명의 황금빛이 하늘로 솟구쳤습니다!”

그때였다. 화면 속 영상… 아니, 컨트롤 센터가 있는 오사카에서도 보이는, 어쩌면 관서지방의 모든 일본인들이 목격할 수 있을 거대한 빛기둥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뭐야, 저게?”

성배.

현현한 신의 기적이 하늘에 닿고 은혜를 내리듯 황금빛의 박무─옅은 안개─가 섬을 감싸듯 내려앉는다.

그 중심에, 한 사내가 있었다.

‘사자심왕…!’

화면을 통해 목격한 위압감에 떨리는 가슴. 카미야 회장은 무심코 자신이 ‘희망’을 발견했다 느꼈다.

그때.

악몽이 먼저 움직였다.

* * * *

일찍이 한 세계가 있었다.

그곳에는 신들이 가호하는 왕국이 있었고, 그런 신들이 총애하는 기사들이 있었다.

불멸의 존재인 악마들에게 그들은 매우 거슬리는 상대였다.

성법을 다루며, 법칙을 개변하고, 끔찍한 증오로 악을 섬멸하는 신의 기사들.

하여 멸망시키려 했다. 제국을 이용해 왕국을 약화하고, 자신들의 세력을 은밀히 퍼뜨려 소환의 단계를 밟아갔다.

그렇게 제국 황제의 300만 생명의 공양을 시작으로 혼돈의 군주 말루스가 소환되었다.

시작된 대전쟁. 일곱 군주 중 네 명의 군주가 소환됐고, 여섯 대공과 팔십일곱의 대악마들이 천만의 군단을 이끌고 신들의 세계를 침공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세계 대부분을 폐허로 만들었고, 남은 세력은 고작 둘.

마지막 병단을 꾸리고 최후의 항전을 준비하는 기사들의 군단과 이 대전쟁을 축제처럼 여기며 동방을 쑥대밭으로 만든 오크 군단.

결국 최후에서야 두 군단 모두 악마들의 손에 거꾸러졌다.

살육의 악마대공 아카샤는 중간에 사출되어 그 끝을 보지 못했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행운이었음을 깨닫는 건 머지않았다.

“라이온하트.”

아카샤는 이용완의 희망의 원천이 무엇으로부터 샘솟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자심왕.

성배 수호자.

그는 충분히 세계의 희망이 될 자격이 있다.

“키킥──”

아카샤의 검이 레온을 향해 내리쳤다.

-꽈앙!

부딪치는 핏빛 마검과 황금의 성검. 지금까지 그 누구도 받아내지 못한 마(魔)의 광격을 레온은 가볍게 견뎌냈다.

“라이온하트─!”

“어딜 더러운 혓바닥으로 짐의 이름을 부르느냐.”

그때였다. 레온의 성검이 대공의 마검을 쳐내고 그 찰나의 틈에 레온의 주먹이 날아왔다.

-꽈──!

안면에 충돌한 순간, 소리보다 먼저 마검사의 몸이 지면으로 튕겨 나간다.

날아오는 야구공을 타자가 전력의 타격으로 쳐낸 것처럼 바닥을 뒹구는 아카샤. 부딪친 지면에서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강렬한 진동이 울렸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든 헌터들이 아연실색했다.

자신들은 막는 것조차 못하고, 스치는 것조차 불가했던 대공급 악마를 간단히 때려눕혔으니까.

“크-킥─! 크키키킥─!”

그러나 살육대공은 태연하게 일어나더니 천소연에 의해 잘려나갔던 팔을 뻗었다.

재생은 순식간이었다. 마치 필멸자의 발버둥 따위 무의미하다는 것처럼.

살육대공은 레온을 향해 걸어갔다. 사자심왕 또한 성검을 쥔 채 아카샤에게 다가선다.

아무런 대비도 없이 무방비한 모습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는 그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이 초조해질 정도였다.

-꿀꺽!

침 삼키는 소리조차 소음처럼 들린다. 두 시선이 교차하는 아찔한 긴장 속, 그들의 시스템 창에 돌연 메시지가 뜬다.

【살육 선포】

◆효과

: 모든 생명체에게 적용됩니다.

: 물리저항이 90% 떨어집니다.

: 모든 생체방어가 90% 떨어집니다.

: 활력이 급속도로 저하됩니다.

: 상처가 회복되지 않습니다.

아뿔싸, 모두가 새삼 깨달았다.

저 악마대공이 가진 끔찍한 디버프. 한국 최강의 헌터들조차 짓눌렀던 저 디버프 앞에서는 아무리 레온이라도 견딜 수 없다!

[【성배 수호자】가 저주에 저항합니다.]

◆효과

: 활력, 질서, 공포면역, 혼란면역, 상처재생, 용맹, 완벽한 육체, 오염저항, 위대한 영혼────

“허억…!”

헉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악마대공의 디버프에 어떤 버프를 가져와도 저항할 수 없다 여겼는데, 이토록 강력한 버프라니?

만신전에 소속된 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그저 사자심왕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부여되는 버프들. 그뿐만이 아니다.

[【악종의 공포】가 악마대공 잔혹한 아카샤를 약화합니다.]

◆효과

: 공포 강제, 섬뜩함, 저항력 하락──

모든 악종들이 두려워하는 존재. 평범한 악마라면 질식해버릴 사자심왕의 시선.

[【일인군단】이 이에 저항합니다.]

[【최다 악마 도살자】────]

[【결투사】────]

[【악마군주 살해자】────]

[【악마대공 아카샤】────]

세계 최고의 커맨더 계열 헌터를 데려와도 무엇하나 도달할 수 없는 전설급 트레잇들이 서로를 상쇄하고 부딪힌다.

평범한 인간이, 악마가… 아니, 모든 생명체들이 도달할 수 없는, 그야말로 하늘 위의 하늘.

천외천의 서사가 그들에게 있었으니.

“나는─모든 삶의─파멸이다!!”

“본왕이야말로 너희들의 파멸이다!!”

* * * *

몬스터들의 상륙 예정지로 지정되면서 시코쿠 섬의 시민들은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하지만 시코쿠 섬의 주민들만 해도 무려 370만 명. 한국의 경상북도보다 큰 이 섬에서 본토와 연결된 오나루토 브릿지는 피난민들로 북적여 정체 중이었다.

“경찰관 씨! 앞에 차는 대체 언제 빠지는 겁니까?”

“현재 안내 중에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피난민 남성은 섬 내부에서는 진작 전투가 벌어졌다는데, 이러다가 전투에 휘말려 죽는 게 아닐까?

처음에는 피난을 거부하려 했다. 일본과 한국의 헌터들이 그리 많은데, 설마 도시 방어가 뚫리겠느냐는 생각이었다.

그처럼 생각한 많은 시민들이 지금 다급하게 피난길에 오른 것은 섬 안쪽에서 벌어진 전투의 여파 때문이었다.

한국의 S급 헌터들의 필살기술에 맞서듯 소환된 거대한 대검. 그것은 지금도 섬 중심에 꽂힌 채 끔찍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젠장, 뉴스에서는 왜 아무 말도 없는 거야?”

이미 전투는 끝난 게 아닐까? 이곳 시코쿠에만 S급 헌터가 열 명은 있다지 않았나.

일본의 자랑인 S급 헌터 다케다도 있었고 A급 헌터도 백 명이 넘었다.

지금 당장 일본에 흑색 게이트가 나타난다 해도 이 정도면 거뜬히 클리어 가능할 것이다.

“이대로면 끝이 없겠어! 차라리 걸어서 가는──!”

남자가 차 문을 연 순간이었다.

-콰앙!

-투쾅!

“──?!!!”

무언가가 충돌하는 폭음. 그것이 광풍을 일으키더니 남자를 날려버렸다.

“크악…!”

자신의 차 문에 충돌한 남자. 그는 등에서부터 느껴지는 격통 따윈 신경 쓸 수 없었다. 코앞에서 바다가 높이 치켜들더니 거대한 해일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쓰, 쓰나미?”

성법 <파도치기>

대해의 분노가 형상화된 거대 해일이 무언가를 덮치기 위해 쏟아진다. 하지만 그 순간, 핏빛 파동이 해일을 가르고 하늘을 베었다.

“으아아악!”

“꺄아아악!”

그 여파만으로 오나루토 브릿지의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칼날바람에 자동차 문이 찢어지고, 철골 구조물이 흔들렸다.

-사악!

남자의 앞에 있던 경찰관의 뺨이 바람에 베인 것도 그 순간이었다.

“…….”

하지만 경찰관은 자신의 뺨이 베인 것을 신경조차 쓰지 못했다. 그저 너머의 바다 위에서 격돌하는 ‘무언가들’을 멍하니 응시할 뿐.

“사, 사람이라고?”

싸우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맹렬히.

한 발자국 내디디면 빠질 것 같은 바다 위를 달리며 두 물체가 싸운다.

-콰아아아아아아!!

핏빛 파동이 터져나가고, 거대한 불길이 바닷물을 증발시키며 무언가를 덮친다.

그 모습을 시민들은 그저 숨을 삼키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대격변 이후로 초인이라 불리는 헌터들의 싸움이 시작됐다 한들 결국은 냉병기 간의 구시대적인 백병전에 불과하다.

간혹 위력적인 스킬로 대단한 파괴력을 내기도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최상위의 헌터들이 가진 소수의 스킬일 뿐이다.

시민들은 S급 헌터들의 화려한 스킬과 마법사들의 강력한 파괴력을 뉴스를 통해, 인터넷을 통해 익숙해졌다.

하지만 저건 뭔가?

저건 대체 뭐란 말인가?

헌터들의 필살스킬이라 할 수 있는 고유스킬들을 가뿐히 씹어먹는 ‘가벼운 검격’.

초대형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울리는 대기의 비명소리와 요동치는 바다가 해일을 일으킨다.

해수면으로부터 수백 미터 떨어진 브릿지 위가 아니었다면, 저 해일에 삼켜졌을 것이며, 톤 단위의 중량을 가진 자동차 안에 숨지 않았다면 가볍게 몸이 날아갔을 것이다.

생물이 낼 수 있는 위력이 아니다. 상식의 잣대를 무시하고 물리법칙을 위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게, 뭐야…….”

경찰관은 반쯤 자동차에 기댄 채 부들부들 떨며 고막을 막았다. 그는 알지 못했다. 방금 베였던 자신의 뺨이 어느 순간 아물었다는 것을.

-꽈앙!

그때였다. 불길한 핏빛 마검을 든 검사가 광오한 핏빛 파동으로 황금의 성검을 든 기사를 짓눌렀다.

바다가 꺼진다. 해수면이 그대로 밀려 나가며 밑바닥으로 처박힌다. 이내 빈 구멍을 메우듯 바닷물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

[죽─어, 라!]

벌레가 갉아먹는 것 같은 목소리는 일대의 모든 생물체에게 선포되듯 뇌리에 울렸다.

그리고 모두가 눈치챈다. 하늘 위에서 끔찍한 기운을 흩뿌리며 <아카샤의 검>이 낙하하고 있다는 것을.

“도, 도망…….”

의미 없는 발버둥이다. 이제 와 도망친들 저 파괴의 마검에게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남자가 할 수 있었던 건 지금 당장 휴대폰을 들어 사랑하는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신들의 대리인은 절망을 용납하지 않는다.

-콰아아아아!!

해수면의 밑바닥에서부터 밝게 빛나는 황금빛. 그 빛의 밀도가 시시각각 넘쳐나더니 ‘바다를 밀어냈다’.

수백 만 톤의 수압이 빛의 밀도에 의해 밀려 나간다. ‘법칙을 개변’하는 힘 앞에 자연이 굴복한다.

갈라진 바다의 바닥을 짚고 드러난 사자심왕.

성검의 극광(極光)이 찬연한 모습을 드러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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