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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5

114. 소꿉친구 – 지도와 보석

– 푸르르르르륵.

반테가 거칠게 투레질했다. 가을이 깊어져 차가워진 공기를 만난 콧김이 안개처럼 피어났다.

그런데 레브의 말, 반테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갈색’이 아니었다.

반테는 완전한 흑마가 됐다.

엉덩이 부근만 얼룩덜룩 검은색이었던 것이 번져 온몸을 덮었고, 평소 얌체처럼 끔벅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악의가 없던 눈에 광폭함이 깃들어 뒤룩거렸다.

레브는 도르프 패밀리의 잔당들을 몰살하고자 네비스 외곽을 돌아다녔다. 그건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이었는데, 다행히 바르바토스의 [표적 사냥] 능력이 도움이 되었다.

[표적 사냥] 능력은 {추적술}보다도 우월한 이능이었다. 그것은 확실하게 사냥감의 위치를 지목해주었고, 디버프를 걸지 않더라도 방구석에 숨어있는 연놈들을 찾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깡패보다는 그들의 가족들이 더욱 많이 희생되었다. 하지만 레브는 그들을 죽이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놈들은 나와 레나를 비극의 구렁텅이로 안내한 것들의 가족이니까! 사랑스러운 그녀의 삶을 끝장낸 것들과 관계된 놈들이니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신력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렇게 깡패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잡아 죽이며, 무차별 살인 사건에 놀라 범인을 수색하는 수비병에게는 살짝 매혹을 걸어 유유히 빠져나가던 레브는 문득 다른 생명체에게 신력을 담아주는 방법을 깨달았다.

원래 알고 있었으나 한동안 잊어버렸던 것이 떠오른 느낌이어서 먼저 반테에게 실험해보았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바르바토스의 신력을 받은 반테는 강해졌다. 군마로 훈련받지 않았음에도 인간을 들이받고, 짓밟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인간에게 적용한다면 어떨까?

궁금해진 레브는 슬슬 가이단 후작가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동쪽에 있던 도르프 패밀리의 본거지를 시작으로 네비스 한 바퀴를 돈 그는 말머리를 돌렸다.

‘어디 보자…’

레브는 말 등에서 주섬주섬 여러 장의 지도를 꺼내 들었다. 야만인 부족들의 위치가 그려진 지도들이다. 도르프 패밀리는 노예 사업을 하던 만큼 야만인 부족들의 위치를 제법 많이 파악해 둔 상태였고, 그것들이 레브의 손에 들어왔다.

‘이게 제일 낫네.’

그는 하나의 지도 뭉치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구겨서 던져버렸다. 맨 처음 레나를 잡아갔던 깡패 대장에게서 빼앗은 지도가 가장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 노랑드 부족 : 일처다부제. 아이들은 부족 공동의 자녀가 되어 교육받는다. 월초마다 회합을 가진 뒤, 대규모로 물고기를 잡으러 나간다

– 드위너 부족 : 산을 개간해 농사를 짓는 부족. 전사가 많지 않다. ‘에일레티아’라는 신을 믿는다. 외지인에게 적대적이다

글씨는 조금 알아보기 힘들었다.

손바닥에 대고 글을 썼는지 어쨌는지 삐뚤빼뚤했고, 어떤 글자는 심하게 눕혀 있거나 온점이 찍히지 않은 문장들이 많았다.

한창 암기하며 네비스를 향하는데, 레브가 낯익은 것을 마주했다.

무겁게 땅을 짓누르며 굴러가는 수레바퀴들과 험상궂게 생긴 마부들. 대단한 규모의 상단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아, 저놈들이 이때 네비스에서 출발했군.’

무기 암거래를 주 사업으로 하는 네비스의 대형 패밀리, 테오빅 패밀리의 상단이었다.

레브는 일전에 국경을 통과하려고 저들과 동행한 적이 있었다.

신성왕국으로 넘어가던 중에 성전사에게 신성의 표식을 맞고 ‘우디’를 타고 달아났던, 레나가 교회에서 쫓겨난 회차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왜 방향이 북동쪽이지?’

신성왕국으로 가려면 여기서 북쪽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저들은 벨리타 왕국이 있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

‘시간은 또 왜 이래? 내가 쟤네들을 국경에서 만났던 건 내년 여름이었는데?’

아무리 무기를 실은 마차가 느리다지만 고작 거기까지 가는 데 반년이 넘게 걸릴까?

잠시 의아했으나 레브는 신경 쓰지 않았다. 북동쪽이든 북쪽이든, 저들의 여정은 여기까지다. 어차피 성전사에게 쓸릴 녀석들이니 내 손에 죽어도 억울하지는 않겠다.

“자, 서두르자고. 마차가 무거워서 말들이 힘을 못 내니까, 중간중간에 말을 교체해줘야 해.”

“형님. 그런데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예요? 곧 겨울인데…”

“얌마. 요즘 벨리타 왕국의 무깃값이 금값이래.”

다가가는데 일전에 만났던 깡패 대장과 그의 똘마니가 두런두런 떠들었다. 신력을 듬뿍 받아 몸이 강화된 레브에겐 그들의 잡담이 똑똑히 들렸다.

“왜요?”

“몰라. 가격이 훌쩍 뛰었다는 말만 들었지, 이유는 아직 못 들었어. 어디서 영지전이 크게 터졌나 보지.”

아하!

레브는 이제야 좀 감이 왔다.

지난 거지남매 시나리오에서 레오가 길버트 포르테를 죽였음에도 벨리타 왕국과 아스틴 왕국 간의 전쟁이 터졌다.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지난달 가을이 찾아왔을 무렵, 아스틴 왕국의 왕자가 어김없이 모욕을 당하고 돌아갔을 확률이 높아 보였다.

만약 그 일이 똑같이 반복됐다면 오르빌이 전운에 휩싸이면서 무깃값이 훌쩍 뛰었을 것이고, 테오빅 패밀리는 그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무기를 실은 상단을 출발시킨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산이 많아 광석이 풍부하게 생산되는 오른 왕국에서는 각종 무구가 많이 제작되었다.

어지간해선 다 팔지 못할 정도로 많이 생산되었는데, 쇠붙이를 좋아하는 깡패들은 그것들을 무작정 쟁여두었을 것이다.

그들로서는 재고를 한 번에 털어버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겠지.

지금 출발한 것이 왜 내년 여름이 되어서야 신성왕국 국경에 도착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저들은 벨리타 왕국으로 무기를 팔러 가는 길에 전쟁이 터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행선지를 바꾼 것이었다.

왕국 간에 전쟁이 났는데, 해당 왕국에 가서 무기를 불법으로 판매하는 건 바보짓이다.

자칫 정가로, 심하면 그냥 빼앗길지도 모를뿐더러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전쟁터 근처에 가서 팔면 곱절은 더 받을 수 있었다.

“뭐야? 이봐 거기! 정지!”

그때, 한 깡패가 터벅터벅 말을 타고 다가오는 레브를 향해 외쳤다. 레브도 상념에서 벗어났다.

이것들을 어떻게 죽여줄까?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손을 휘저어 악의가 없음을 알리곤 말머리를 돌렸다. 상단이 향하는 방향으로 먼저 앞서가면서 잔혹하게 미소지었다.

[ 덫사냥 ], 이걸 사용해보자.

도르프 패밀리를 몰살하면서 얻은 바르바토스의 능력이었다.

저 무기 상단은 규모가 컸다. 서른 대가 넘는 대형 마차와 이를 호위하는 사백이 넘는 깡패들.

때려잡는 것이야 손쉬우나 단 한 놈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도르프 패밀리의 잔당들을 찾아다닌다고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레브는 곧 상단이 지나갈 것이 분명한 외진 길목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누군가가 그의 모습을 봤더라면 멀쩡한 청년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허둥지둥하는 꼴로 보였겠다. 아니면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레브는 길 한쪽에 쪼그려 앉아 땅에 손을 대었다. 그러고 있기를 잠시, 이번에는 다른 쪽으로 달려가 나무를 쓰다듬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런 행동을 반복했을까? 그는 멀리 상단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자리를 피했다.

“뭐야 저 새끼는?”

깡패들이 좀 전에 봤던 청년을 발견하고는 손가락질했다.

그는 느긋하게 나무에 기대고 서서 뭔가를 기대하듯 반짝반짝 눈을 빛내고 있었다.

깡패들은 딱히 시비를 걸지 않았다. 갈 길이 바쁜 데다 그들은 노예상이 아니었으니까.

– 히히히힝!!

그때, 참극이 일어났다.

한 깡패가 나무에 목매달렸다.

“아악!”

“앗! 뭐, 뭐야?!”

사실 목이 매달렸다는 건 레브의 시선에서나 그랬고, 깡패들에게는 그냥 사람이 공중에 떠올라 바둥거리는 모습으로 보였다.

“커억!”

깡패들은 놀랐지만, 그 기묘한 현상을 관람할 틈이 없었다.

어떤 깡패가 맨땅에서 넘어지더니 바둥거렸다. 비명을 지르며 “아악! 내 머리! 머리!” 외쳤다. 그가 간신히 몸을 일으켰을 때, 그의 머리에는 무언가에 짓씹힌 듯한 네모난 어금니 자국이 선명했다.

또 어떤 깡패는 발을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쇠줄에 걸린 듯, 그의 발목에 붉은 선이 그려졌다. 그것은 점점 조여드는지 살갗이 찢어지며 피가 보라색으로 맺히기 시작했다.

아비규환의 참상이었다.

무거운 바위에 눌렸는지 엎어져서 발버둥 치는 깡패, 찢어진 뱃가죽을 부여잡고 쏟아지려는 자신의 장기에 놀란 깡패, “누, 눈이 안 보여!”라 외치며 더듬더듬 기어 다니는 깡패…

끔찍한 광경이었음에도 멀찍이서 이를 지켜보던 레브는 “이게 뭐야.” 불평할 뿐이었다.

덫을 꽤 빽빽하게 깔았고, 딱 중앙에 들어왔을 때 덫을 발동시켰는데 효과가 미미하다. ‘사냥감’을 즉사시킨 덫은 재수 없게도 목이 매달려버린 올무류가 유일했고, 다른 덫에 걸린 녀석들은 어찌어찌 빠져나가 제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더군다나 천운인지 아니면 무언가를 느꼈음인지 덫을 피한 깡패들도 제법 많았다. 허둥지둥하다가 결국 덫에 걸리는 것을 보면 단지 행운이었던 듯하지만, 레브는 눈살을 찌푸렸다.

살상력에 실망한 것이다. 이래서야 진짜 덫과 다를 바가 없다.

덫은 기본적으로 사냥감을 죽이기보다는 가능하면 산 채로 잡아두는 것에 초점을 뒀다.

살상력이 높은 덫은 만들기도 어려울뿐더러, 꼭 필요한 기능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실망하며, 레브가 나무에 비스듬히 기댄 몸을 일으켰다.

눈에 보이지 않고, 작동 여부를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으면 뭐하겠는가. 직접 칼집을 내주어야 한다면 이 능력의 효용은 다소 낮았다.

그래도 덫에 들어간 신력은 일부 회수가 가능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레브는 태연히 깡패들에게 다가갔다.

깡패들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걸음이라도 잘못 내디뎠다가 끔찍한 꼴을 볼까 두려워서 자신이 선 자리에서 울먹거렸다.

“사, 살려주세요!”

한 깡패가 외치자 다른 깡패들도 이구동성으로 구조를 청했다. 그들의 눈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오는 레브가 구원자로 보였나 보다.

물론, 헛다리를 짚었다.

레브는 말없이 놈들의 목숨을 하나하나 수급해갔다. 울먹거리는 깡패의 가슴에 무덤덤하게 칼을 박았다.

깡패들은 공황에 빠졌다.

무작정 도망치다가 덫에 걸리는 놈도 있었고, 레브가 태연히 걸어온 길을 그대로 밟아 도망치다가 낚싯바늘에 걸린 듯 뺨이 늘어지는 놈도 있었다. 뭔가 눈치가 있는지 살짝살짝 덫을 피해서 탈출하려던 깡패도 등에 칼을 맞았다.

“살려주세요! 제발요! 제발!”

몸져누운 어머니가 계시다. 전 재산을 내놓겠다. 토끼 같은 딸이 있다. 이번 상행을 마지막으로 손을 씻으려 했다. 출산을 앞둔 부인이 있다… 깡패들은 그가 원흉임을 깨달았는지 각자의 사정을 읊으며 애원하였으나,

레브가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국경 관문에서 ‘우디’를 두고 흥정했던 대장 놈을 죽이자 정적이 깔렸다. 레브는 400명의 인간으로 이루어진 피 웅덩이에 서서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쾌청한 상공이 개운하다.

그리고, 새로운 능력도 얻었다.

오늘 수확도 쏠쏠하다고 생각하는 레브. 그는 비로소 이 게임이 마음에 들었다. 품속에 든 지도는 거추장스러워져서 버렸다.

* * *

레브가 가이단 후작가로 돌아왔을 때는 겨울이었다. 테오빅 패밀리의 무기창고가 워낙 많아서 일일이 돌아다니느라 시간을 왕창 잡아먹었다.

“…어서 오십시오. 보내주신 선물은 잘 받았는데, 잔칫날에 찾아올 손님이 없을까 걱정입니다.”

하르베이 가이단 후작은 그새 매혹이 많이 약해져 있었다. 귀족의 대화를 제안하며 제 ‘주인’을 미심쩍게 바라보기에 레브는 싸대기를 한 대 때려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아 참. 인간한테 시험해본다는 것을 잊고 있었네.’

그는 손가락을 까닥여 후작더러 이리 오라 알렸다.

아무리 주군이라지만 불쾌했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다가온 후작의 어깨를 붙잡고 신력을 듬뿍 쏟아부었다.

“왜 그러십니까?”

그런데 인간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바르바토스의 신력이 깃들었음에도 가이단 후작은 멀뚱멀뚱, 반테처럼 외견상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신력이 아까워서 도로 거두어들이려는데, 기묘한 감각이 달라붙었다.

시각이다.

레브는 자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키가 큰 후작의 시야가 공유되어 싸늘한 인상의 청년을 보여주었다.

그 청년은 많이 초췌해져 있었다.

제멋대로 자란 머리카락이 반듯한 이마를 가렸고, 건강하게 그을렸던 뺨은 움푹 들어갔다.

그 와중에 눈이 형형하게 빛나며 나를(또는 후작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뜯어보고 있었다.

‘저게 나인가?’

레나가 이 모습을 봤다면 놀랐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순간 머리가 맑아졌다. 큰일났… 하지만 찰나에 불과해서 레브는 공유된 시야를 차단하고 후작을 바라보았다.

가이단 후작의 일그러졌던 미간은 그새 활짝 펴져 있었다. 좀 전에 손가락을 까닥여 부른 게 전혀 실례가 아니었다는 것처럼.

신력을 담아두면 그만큼 매혹이 강해지는 모양이었다.

조금씩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후작에게는 이것저것 시킬 일이 많았고, 레브도 할 일이 많아 그때그때 매혹을 걸기가 번거로웠으므로 그는 그 신력을 내버려 두기로 했다.

“앉지.”

“네. 그런데 어디서 그렇게 많은 무구를 구하셨습니까? 혹시…”

“예상한 것이 맞아. 무기상을 하던 패밀리를 털었지.”

피 웅덩이에서 마차들을 끌어낸 레브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매혹을 걸어 후작가로 보냈다.

테오빅 패밀리의 무기창고를 털 때마다 그곳에 있는 것들도 보내려 했는데, 상단에 실린 것이 전부였는지 창고는 텅텅 비어있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것들을 모으시는 까닭이 있으십니까?”

레브가 피식 웃었다.

“짐작 가는 바가 있을 텐데 모르는 척 의뭉을 떠는가? 괘씸하구나.”

매혹에 걸렸을지언정 하르베이 가이단 후작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도 나름대로 가문으로 밀려들어 온 무기들을 숨기려고 애썼을 터였다.

“죄송합니다. 반란을 준비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넌 무슨 준비를 했지?”

“…죄송합니다. 제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주군을 의심했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로군.”

후작이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레브도 그러리라 예상했기에 추궁하지는 않았다.

“네가 맡은 변방의 군대를 네비스로 불러모을 준비를 해라. 은밀하게. 휘하의 기사, 준기사들도 마찬가지고. 가능하면 네 친우인 드라진 후작을 설득해 반란에 동참하게 하는 것도 좋겠군.”

“알겠습니다. 하지만 에브니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그는…”

가이단 후작이 주저하며 말했으나 레브가 손바닥을 딱 치켜들었다.

“그건 네가 해야 할 일이야.”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고… 피곤하군. 나는 이만 들어가 보겠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가이단 후작이 그를 불러세웠다.

“레브 님.”

“왜?”

“실은 제 딸이 돌아왔습니다. 하리에가 주군을 뵙거든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서… 별것 아니겠습니다만, 딸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런가? 그럼 부르게.”

기다리기를 잠시, 아버지와 같은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영애가 들어와 레브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버님께 귀한 손님이라 들었습니다.”

레브는 인사하지 않고 그녀를 들여다보았다.

감회가 새롭다.

이 하리에 가이단을 지난 소꿉친구 시나리오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레브는 하인, 고고한 귀족이 손짓으로 부리는 사용인이었고, 그녀는 대가문의 영애였다.

시녀였던 레나와 달리 하인은 접점이 없었기에 레브는 하리에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마차 마부석에 타면서 몇 번 스쳐 지나갔던 게 전부다.

심지어 그녀는 마부석 근처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때는 잔뜩 심통이 난 레나를 달래느라 이 여자를 주의 깊게 바라볼 시간이 없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대단한 미인이다.

화장이 필요 없을 새하얀 피부, 애처롭게 다물어진 입술과 계란형의 작은 머리, 우울한 초록 눈동자가 아름답다.

‘그래봤자 동생 레나의 발끝에도 못 미치지만… 잠깐, 저게 뭐지?’

하리에 가이단의 가슴골에 검붉은 보석이 얹혀있었다.

은은한 핑크빛의 금목걸이.

그 끝에는 오므라진 꽃봉오리와 같은 보석이 달려있었는데, 그것은 괴상하리만치 레브의 눈길을 끄는 것이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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