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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6

116화 살육대공 아카샤(3)

수행기사가 퀘스트를 완료하고 신들의 선택을 받은 성배기사가 될 때, 세 가지 성물을 하사받는다.

첫째는 갑옷이다.

경갑이 되었든, 중갑이 되었든 기사는 별철로 제작된 가장 견고한 갑옷을 하사받아 그 몸을 보호한다.

둘째는 마창이다.

기사된 자, 선봉에서 적의 예봉을 꺾는 자.

돌파의 순간 마창이 선보이는 파괴력은 적이라는 이름의 해일을 돌파한다.

셋째는 성검이다.

별의 기운을 압축한 신의 금속. 대장장이 신 헤토의 최고 대장장이가 벼리는 성검.

그것은 그저 날이 잘 드는 검이 아니다.

그 성배기사가 섬기는 신의 권능이 녹아들도록 설계된 최상의 성물.

따라서 성배기사의 성검이란 곧 신의 힘을 상징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성배 수호자의 성검은 무엇인가?

왕국기사들은 불괴(不壞)의 검을 하사받는다.

부러지지 않는 신념으로 왕국의 적을 베어 가른다.

성배기사들은 휘황(輝煌)의 검으로서 축복받는다.

신들의 찬란한 광영을 비치는 상징이 되었음이다.

그렇다면 성배 수호자는 어떤 검을 받는가.

성배 수호자.

사자심장을 이식받고 반신이 되어 만신의 성물인 성배를 수호하는 자.

그들은 왕국의 적을 베어 가른다.

그들은 신들의 광영이 번성토록 한다.

그러나.

사자심왕은 신의 힘을 상징하지 않는다.

사자심왕은 신의 의지를 대리하는 자다.

사자심왕의 성검은 벼리는 것은 헤토의 망치질이고, 그 연마는 페토스의 불꽃으로 행해지며, 아리아나의 빛이 검에 새겨진다.

이외에도 수많은 신들이 자신의 축복을 담다 검에 담으니 무수히 많은 신들의 신성이 그 검에 담겼음이다.

따라서.

그 성검은 극광(極光)이다.

신을 대리하는 자로서, 신의를 대신하여 휘둘러지는 힘이다.

살아있는 반신의 의지란, 곧 신의 의지.

사자심왕은 곧 만신의 총의다.

“빛이여.”

오라. 내가 바라오니.

내가 곧 정의로다.

“불꽃이여.”

내 적을 불태워라.

전쟁기수가 일으킬 전장의 불꽃이여.

“바다여.”

저들의 발 디딜 곳을 삼켜라.

파도는 언제나 나의 편이니 풍랑은 나를 해치지 못할 지어다.

죽음의 안개가 펼쳐지며 영원한 꿈으로 인도한다.

염분이 가득한 땅에서 생명이 자라나며 한 사람만을 가호한다.

하늘이 노랗게 물들며 천둥벼락이 요동친다.

태양이 강렬한 양기를 쏟아내며 한 사람을 세상의 심판자로 내세운다.

어둠이 쏟아지고 세계의 멸망에 대한 복수자의 원수를 지정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더. 더. 더. 더.

신들이 가호한다.

만신을 대리하는 자에게 끝도 없이 가호와 축복이 더해진다.

극광의 성검은 그 모든 신의 힘들을 대리하듯 찬연한 빛을 눈부시게 겹쳐갔다.

“──괴물 놈.”

그토록 거대한 악성의 힘을 휘두르면서도 아카샤는 겹겹이 신성을 겹치는 레온을 보며 질려갔다.

그는 여러 대의 사자심왕들을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다.

그들이 성배기사 중에서도 최강의 존재라는 것, 존재의 격이 성자와도 확연히 차이 난다는 걸.

하지만 결국 태생은 인간. 반은 신이라 할지라도 반은 인간인 셈이다.

그들의 그릇에도 한계가 있었다. 신의 힘을 대리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신의 숫자도, 힘의 크기도.

하지만 저놈은 대체 뭔가?

대체 몇 명의 신들을 받아들인 건가?

아카샤는 알지 못했다. 한 사람의 인간이 스스로의 심장 속에 만신을 담았다는 이적을.

역대 최강의 성배 수호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자심왕.

신들에게도 불호가 있을진대, 그가 당당히 만신을 대리한다 주장함은 그것이 가능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위험─하다─그─참변이─재현될─수─있겠어.”

그 전쟁에서 악마들은 대다수의 대악마들을 잃었다. 특히 혼돈과 쾌락, 지혜의 악마들은 군주를 잃는 가히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네 명의 군주 중 셋이 저자와 성배기사들의 손에 죽었다.

살육의 악마대공이었던 자신도 빌어먹을 오크 놈에 의해 본신을 잃은 참이다.

지금 처리해야 한다.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저것이 계속해서 살아남아 ‘신앙’이라는 힘의 근원을 더해간다면 더욱이 어찌할 수 없는 두려운 존재로 화(化)할 것이라고.

“죽어─라, 과거의─영광을─뒤로─한 채!”

“나의 영광은 영원토록 불멸하다!!”

낙하하는 파괴와 살육의 검. 이에 맞서는 건 만신의 축복과 힘을 대리하는 성검.

찍어누르듯 낙하하는 마검을 향해 빛이 전진한다. 충돌의 순간, 으스러진 쪽은 마검이다.

“──!!”

으스러지며 불살라지는 마검의 형체. 작렬하는 신위에 생명 없는 것의 비명이 세계에 울리는 듯하다.

“괴물 놈…….”

살육의 대공조차도 그 허탈함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공간을 가르고, 마검을 부수고, 하늘을 벤 극광은 기어코 우주의 저편으로 항해한다.

별을 향해.

* * * *

닿은 모든 것이 사라진다.

아카샤의 검을 집어삼킨 극광은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시코쿠 섬 상공의 대기조차 변모시킨다.

온 세상에 신의 성력이 퍼부어지고, 신의 은총이 닿지 않았던 지역째로 이계화가 진행된다.

이 공간에서 악성의 존재는 자리하는 것만으로 존재를 갉아 먹힌다. 성검이, 특히 레온의 성검이 끔찍하리만치 두려운 이유였다.

“…….”

그런 기적을 일으키고도 레온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다. 그럴 만도 했다.

방금 그 일격은 악마대공의 영혼까지 소멸시킬 생각으로 휘두른 일격이었으니까.

“크-으──”

증발된 바다의 밑바닥. 추락한 살육대공 아카샤가 가쁘게 숨을 쉰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숙주 천지호의 육체가.

“바퀴벌레처럼 질긴 목숨이로구나.”

레온이 모멸의 시선을 보냈다.

“크흐흐─약해졌군. 아니, 힘을─전부─담지─못했나.”

아카샤는 레온의 전성기 힘을 알고 있다. 지혜의 군주가 어떻게 죽었는지 목격했다.

항성의 힘까지 끌어내며 대륙을 소멸시킬 초월마도를 깨뜨린 위대한 사자심왕.

세 명의 군주를 쓰러뜨렸던 그 힘은 그때에 비하면 결정적으로 부족하다.

“신앙─이─부족하구나.”

아무리 모든 신들의 성법과 축복을 받는다 해도, 결국은 신앙의 총합에서 치환되는 성력이다.

이 세계는 아직 신들을 향한 숭배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 결과──

-치익!

레온의 몸에 상처가 난다. 그것은 그가 이 세계에서 온 뒤로 처음으로 난 상처였다.

어중간한 갑주 따위보다도 단단한 성배 수호자의 육신에 상처가 나다니?

“바퀴벌레 중에서도 나름 대장 노릇을 할 만 하구나.”

아카샤의 검에 직격조차 아닌 붕괴의 충격파에 상처를 입었다. 레온의 갑주만 있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겠지.

‘허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레온은 200여년의 세월 동안 전쟁을 해왔다.

그의 나이 121세 악마 군단과의 대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쾌락의 군주를 쓰러뜨렸고, 수십의 대악마와 여러 악마대공들, 지평선 너머까지 끝없이 펼쳐진 악의 군세를 홀로 쓰러뜨려야 했다.

그곳에서 레온은 ‘신앙’을 바칠 신도도 없는 곳에서 싸워왔다.

성배기사들이 남긴 성물들을 소모해가면서.

찬란한 축복으로 완성된 숱한 성검과 성창과 성갑을 에너지원 삼아, 마지막 대전투였던 266년 차에서는 자신의 갑주조차 에너지원으로 소모한 것이다.

그조차도 부족하여 결국 성검이 훼손되기에 이르렀지만.

“허나, 착각하는 모양이구나, 악종아.”

“──??”

“확실히 본왕은 과거에 비하면 약해졌지. 너희 더러운 악종들을 사냥하던 그때와 비하면 말이다. 헌데…….”

검을 겨눈다. 여전히 신들의 성력이 남은 성검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본왕이 약해졌다 한들, 네놈이 본왕보다 강하지 못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더냐?”

콱! 하고 바닥을 밟는 사자심왕. 달려든 속도 그대로 성검이 내리친다.

-까앙!

“크─!”

그것을 간신히 막았으나 충격파가 퍼져 나가며 크레이터가 생긴다. 상처 입은 몸으로 그것을 겨우 견뎌낸 아카샤가 레온의 배를 차며 뒤로 후퇴했다.

<핏빛 파동>

후퇴와 동시에 붉은 파동이 레온을 급습한다. 이를 내리치는 성검. 에너지가 베이는 물리법칙에 위반된 움직임.

유리처럼 깨어진 파동이 레온의 뺨을 스쳤으나 그뿐이다.

아카샤는 더욱이 뒤로 물러났다. 해수면의 바닥 아래 지면을 달리며 시간을 벌 셈이다.

“스탈리온…!”

도주하는 그를 향해 소환되는 빛의 신수. 제게 일직선으로 달려드는 빛의 신수를 향해 검기를 쏘아붙였지만──

-콰콱!

일절 통하지 않는다. 레온의 성력을 보급받는 신수는 정면에서의 돌격에서 무적의 저항력을 자랑한다.

하다못해 아카샤에게 남은 마력이라도 가득했다면 모를까 레온 상대로는 질과 양을 막론하고 저 질주를 멈추는 것조차 불가하다.

“그래─네놈이─더─강하다!”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며 아카샤는 자신의 권능을 회복할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무리. 성검의 극광이 하늘을 베면서 생겨난 이계화가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신들의 기적이 겹쳐진 이 공간은 성역이나 마찬가지.

“무식한─놈!─얼마─되지도─않는─성력을─마구잡이로─낭비하다니!”

살육대공의 핏빛 파동이 연이어 겹쳐진다. 끔찍할 정도의 마력을 끌어올려 구 형태가 된 그것은 정면의 기사를 말려들게 할 폭탄이다.

“라이온하트에…!”

성창을 쥔 사자심왕은 개의치 않는다.

“영광 있으라…!!”

잔재주 따위 없이 일직선상의 정면돌격. 폭발음이 터지고 막대한 폭압이 레온을 향해 충돌한다.

‘멍청한…!’

분명한 중상이다. 갑옷조차 없이 폭압을 정면에서 맞받아치다니 그 무식함에 경악스러울 지경이다.

신벌 <전장의 불꽃>

“크──!?”

화염을 돌파하는 기수. 아니, 돌파가 아니다. 폭압으로 레온을 태워버렸어야 할 화마가 마치 레온의 창에 얽히듯이 회오리치고 있다.

‘불꽃의 권능…!’

대전쟁에서 불꽃의 성배기사가 대악마의 지옥불에서 성큼성큼 걸어왔던 기억을 떠올린다.

불꽃의 권능을 가진 성배기사에게는 어떤 불도 상처입힐 수 없다. 오히려 전장의 모든 불꽃을 지배하기에 오히려 힘을 더해줄 뿐…!

“뒈져라, 이 악종아!!”

집속된 불꽃이 아카샤를 향해 쏘아진다. 원거리 무기를 증오하는 주제에 제 완력으로 던지는 투창만큼은 선호하는 비이성적인 족속들.

하지만 그것이 비합리적인 것과는 별개로 그것이 낳은 결과는 경이로웠다.

바다가 뚫렸다.

레온을 중심으로 반경 3km 내 모든 바다가 빛의 무리에 의해 밀어나던 것을 아득히 넘은 파괴력.

바다에 구멍이 생기며 그것은 일본 남해까지 뻗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창이 통과한 바다는 순식간에 들끓어 끔찍한 수온상승과 함께 수없이 많은 생명들을 삶은 고기로 만들었겠지.

대체 누가 살육의 악마인지 모를 대학살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길─수─없을─것이다. 혼자서는─!’

아카샤가 멈춰섰다. 레온은 망설임 없이 돌진하려다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느끼고 성법을 전개했다.

성법 <화살막이의 가호>

그 어떤 원거리 공격도 막아내는 1회 한정의 방호성법. 그리고 그것은 레온의 머리를 향해 던져졌던 삼지창을 ‘무효화’했다.

“흐음?”

레온의 시선이 바다벽 너머를 향한다. 성법으로 밀어내고 있는 바다벽 속에서 임산부가 태아를 낳듯 꿀럭꿀럭 떨어지는 일단의 무리.

“몬스터들인가.”

아카샤가 던전 브레이크를 인위적으로 일으키며 쏟아낸 몬스터들. 상륙전으로 소모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 숫자가 어마어마했다.

“이깟 덜떨어진 짐승들로 본왕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불가─하겠지. 허나, 시간은─끌─수─있다.”

기세등등한 것과는 별개로 아카샤는 이를 악물었다.

런던 사변 이래 아카샤는 수많은 살육과 파괴를 자행하며 그 힘을 축적했다.

최고의 숙주를 찾아 잃어버린 육신을 대신했고, 그 계집 정도는 아니지만 천지호는 꽤 괜찮은 숙주였다.

‘많은 마력을 모았다. 이제 숙주를 완전히 악마화하는 일만 남았거늘.’

‘투신’의 가호를 받으며 ‘주술신’의 권능으로 제 육신을 ‘사냥’한 괴물 놈. 그놈이 파괴한 육신을 회복하기 위해 살육과 파괴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최상의 육신은 아니더라도 천지호를 완전히 악마화하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네놈─탓에─이─마력을─소모해야─할, 줄이야!!”

마검이 요동쳤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피를 삼키고 파괴를 자행한 마검은 그 자체로 거대한 마력 덩어리.

그것으로 ‘게이트’를 생성한다.

-고오오오오오오…!

검의 마력이 흩뿌려지며 시커먼 에너지가 요동친다.

놈의 추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중간한 게이트여선 안 된다. 완벽한 공간, 절대적인 세이프 하우스.

시스템의 영향을 받지 않아 곧장 자신이 문을 닫을 수 있는 ‘영지’.

“이놈…!”

레온의 안색이 분노로 가득 찬다. 전투의 승리 따윈 관심 없다. 그의 관심사는 오직 악의 파멸.

최후의 결전에서 패배하고 사방으로 도망친 악마들을 하나하나 도륙낸 그에게 악종의 도주는 끔찍한 스트레스다.

“막아─라! 시간을─버는─것이다!”

수십의 필드보스들, 수백, 수천의 몬스터들이 레온을 향해 돌진한다. 바로 그 순간──

-최중요 타겟 지정. 섬멸무장 가동.

우주에서 떨어지는 플라즈마 광선. 정확히 아카샤와 필드보스들을 저격한 하전입자포가 그들의 정수리를 꿰뚫었다.

“──!!”

공격을 막았지만, 일그러지는 아카샤. 그의 시선이 저 머나먼 우주를 향한다.

“네놈─!”

거슬리는 감시의 시선. 비록 카메라 아이 사이에서나마 기계 성배기사와 시선을 교차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콰르릉…!

쏟아지는 벼락. 레온이 하늘과 천둥의 성법으로 활성화한 흑운을 이어받아 수십에 달하는 벼락을 떨어뜨린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마력을 아껴야 해서요.”

바다 위. 마치 절벽 같은 그 꼭대기에서 은색의 마술사 여왕이 요염하게 미소 짓는다. 그녀는 말에 타고 있었다.

“지원사격을 맡겨주세요, 하리 양.”

그 뒤로 수십의 기마, 수백의 병사가 있었다. 바다 위를 걸어온 것이다. 바다와 파도의 신녀가 일으킨 기적이다.

“저, 정말 여기서 막 떨어져도 될까요?”

바다 한가운데의 절벽 위에 선 모양새가 된 하리가 까마득한 아래를 향해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재혁이 까불거렸다.

“어허! 하리 선배, 믿음이 부족해!”

한층 까불거린 재혁이 씨익 웃는다. 그가 손을 뻗었다.

“울티마 님이 우리를 지켜주신다!!”

고삐를 몰아 그대로 절벽 아래로 뛰어드는 재혁. 그의 추락루트에 새하얀 구름들이 모습을 뭉쳐졌다.

“하하핫! 이 구름을 타고 근두운처럼 멋지게 착지하겠다 이 말이──!”

-쑬렁!

그러나 재혁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뭉쳐진 구름에 착지한 순간, 그대로 투과하더니 추락하는 것이다.

“어머, 아직 그 정도로 성법을 다루진 못하는 모양이네요.”

유감이라는 듯 미려한 손가락을 뻗는 베아트리체. 그 순간, 지역째로 중력이 반전된다.

“오, 오오…….”

일종의 무중력 상태가 된 공간을 넘나들며 살포시 착지하는 재혁. 그 뒤를 수십의 기사 생도들과 맨앳암즈들이 뒤따랐다.

“…….”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카샤는 낭패감을 숨기지 못했다.

그 곱추 놈이 사자심왕의 존재를 알린 것이 불과 4개월 전이건만, 벌써 이만한 병단을 구성하다니.

게다가 성배기사급이 무려 둘. 이 자리에는 없는 그 고철 덩어리와 저 은발의 마술사.

아직 왕국기사 수준도 소수이지만, 저 계집만큼은 자신에게도 위협적이다.

“왕국의 병사들이여…!”

레온이 외쳤다. 그의 등 뒤로 사자심왕의 군대가 결집해 있다.

“적들을 유린하라…!”

“”명 받잡겠습니다!!””

사자심왕의 외침과 함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카샤를 향해 돌진하는 만신전의 헌터들.

아카샤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부여되는 끔찍한 디버프조차 사자심왕의 군단에 속한 이들에겐 부질없는 것이다.

-콰악!

-콰콱!

-콰르릉…!

쏟아지는 벼락과 퍼부어지는 불길. 아군을 보호하는 빛의 기운과… 어둠을 발하는 복수의 권능.

압도적이다.

필드보스가 사전에 저격당한 것과 초기의 벼락을 막아내지 못한 것이 컸다. 하지만…….

-귀이이이이이이이이잉…!

“게이트가 열렸다!!”

아카샤가 도망치기에는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그 검은 균열에 몸을 맡기며 살육대공이 선포한다.

“잊지─않겠다─천년이─걸려서라도─돌아올─것이다!”

불멸의 존재에게 그것은 긴 시간이 아니다. 살육을 벌일 장소가 이곳뿐만은 아니니, 다른 곳에서 충분히 힘을 회복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

“어딜… 도망가느냐!!”

그때, 레온이 저 멀리서 무언가를 던졌다. 아공간을 넘어 다시 회수한 성창이었다.

-콰악!

그것이 게이트 너머로 넘어가려던 아카샤의, 천지호의 팔을 잘라냈다. 하지만 그뿐.

아카샤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도주를 멈추지 않았고, 이내 그가 닫은 게이트가 닫히며 균열이 사라졌다.

“”…………….””

사라진 균열을 그들은 멍하니 쳐다봤다.

………

……

전투는 압도적이었다.

레온과 베아트리체 그리고 야피의 지원사격까지.

우두머리를 잃은 몬스터 무리들 따위가 저지할 수 있는 군대가 아니었다.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군요.”

사라진 균열을 응시하던 레온의 곁에 다가오는 베아트리체.

“그렇소. 아까웠구려.”

악마를… 그것도 악마대공을 놓쳤다. 그럼에도 레온에게는 별다른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폐하, 만약을 위한 보험은 확보하셨나요?”

베아트리체의 질문이었다. 레온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악마들이 보았다면 지려버렸을 정도로 사나운 미소였다.

“여기 있네.”

레온이 성창으로 찍어 전리품을 자랑하듯 선보인다. 그것은 아카샤가 도주 직전 잘렸던 그의 팔이었다.

“이것으로 게이트를 불러낼 수 있겠소?”

“물론이죠.”

베아트리체가 미소 짓는다. 그녀의 요염한 미소는 어째서인지 레온과 비슷한 기운을 흘리고 있었다.

“그 악종은 알게 되겠죠. 더이상 집이라고 해서 안전하지 않다는 걸.”

“바로 그렇소. 놈들에게 안전한 곳은 이제 어디에도 없지.”

“후후후후후훗…!”

“크크크크크큭…!”

증오로 비틀린 두 왕의 웃음소리가 시코쿠 섬 해수면 아래에서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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