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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7

마지막 기사 (4)

‘이, 이 미친놈이……!’

의자에 앉아 있던 창천은 자신에게 목례하는 프락의 눈빛을 보았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전하.’

그 인사에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챘다.

극창.

오직 벤에게 선택받은 자만이 펼칠 수 있는 창의 비기.

비약적으로 모든 힘을 끌어올리며 마지막에는 창극에 그 힘을 담아 터뜨릴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의 프락은 부족했기에 그를 무리해서 사용하면 사망한다는 것에 있다.

‘안 된다, 왜 그런 미련한 짓을…….’

벤의 눈이 흔들렸다.

목례하고 돌아서는 그를 보며 자신이 했던 말을 상기했다.

‘꼭 이겨야 한다. 목숨을 버릴 각오로 싸우거라!’

신신당부해 왔다.

이번 작은 전쟁에서 패배하면 안 된다고.

너 하나를 위해 수십 명의 대장장이들이 고생했고 이날을 자신이 기다려 왔다고.

꽈아악-

의자를 부여잡은 벤은 자신에 의해 벌어진 일임을 알았다.

콰, 콰콰콰, 쩌저저저적, 푸푸푹!

이어지는 파륙음. 그래, 프락은 승리할 거다.

죽어서나마 승리하여 자신에게 이 영광을 안겨 줄 거다.

벤은 그를 말릴 수 없었다.

죽어서나마 승리해 보이겠다는 유일한 제자다.

또 왕인 자신이 뱉었던 말을 지키려고 한다.

한데 침착한 척하지만 온몸은 간헐적으로 떨렸다.

‘때론 오만하고 때론 건방지며, 한 번씩 멍청한 짓을 해 쥐어박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저만한 충신이 어딨는가? 자신에게 승리를 바치기 위해 죽음을 불사르는!

그런 애제자. 이제 잃을 것 같으니 알게 되었다.

나는 저 녀석을 아꼈다.

그리고 알았다.

‘저 녀석을 구할 녀석이, 현(現)이란 사내밖에 없구나.’

창천은 알고 있었다.

힘의 가늠이란 그에게 너무도 쉬운 일이다.

한눈에 보아도 안다.

현은 질 것이며 폭주하는 녀석을 막을 수 없다.

“부러져라, 이 빌어먹을 대장장이 놈아!”

제자의 마지막을 눈에 담기 위해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참으로 잔혹한 승리다.

프라함 왕국의 가장 소중한 인재를 잃고 얻는 승리.

그래, 벤은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한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다.

촤르르르륵-

“어, 어찌 저런 일이 가능할 수 있지?”

“마, 말도 안 돼…….”

프라함군 진영. 고야드군 진영.

두 진영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벤이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일으키고 말았다.

‘어, 어찌……?’

저 염력은 그저 평범한 힘에 불과하다.

사내는 찰나의 순간 판금 갑옷의 가운데 부분의 이음새의 재료를 뽑았다.

마침내.

키헤에에에엑-!

그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용 한 마리가 프락을 강타했다.

그의 몸이 처참히 어그러지며 강대한 충격을 받는다.

그와 함께 추락하는 현의 입에서 나온 말.

“부러질지언정.”

싸우다 자신이 쥔 검이 부러질지언정.

어떻게든 승리한다는 정신!

벤은 포기했으나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포기하지 아니했던 바.

그가 추락한다.

몸을 일으킨 벤의 시선이 그의 얼굴을 담았다.

그리고 현수란 이의 뒤로 비추는 것은 자신조차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해 보였다.

풀썩-

땅에 그가 처박혔을 때 벤은 인정했다.

‘……그래.’

이제야 바라드가 그를 내민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물론 그에 대해서 완전히 아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 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았다.

의자를 뒤로 밀어내며 한 나라의 왕이 한 걸음을 뗐다.

***

콰아아앙-!

땅에 처박힌 현수의 입에서 신음이 흘렀다.

“크흑!”

쿠우웅

이어서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프락이 땅에 꽂혔다.

쿠웅

그 순간.

“우, 우와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고야드 진영군에서 터져 나왔고 프라함 왕국 진영에서 눈치 없는 자가 말했다.

“미쳤군, 고야드 왕국에 저런 기사가 있었다니.”

“기사가 아니라 대장장이 아닌가? 갑옷을 분해시켜 버리다니.”

“둘 모두인 것 아닌가?”

그런 이들의 이야기 사이로 현수가 고대하던 알림이 강타했다.

[돌발 퀘스트: 벤의 제자 완료]

[경이적인 성과로 완료하셨습니다.]

돌발 퀘스트: 벤의 제자는 그 이전의 마지막 기사에서 한 단계 더 상승한 퀘스트다.

그로 인해 보상 내역은 더 크게 늘어난 바.

특히 이 보상이 인상 깊다.

‘몹을 사냥한 것 같은 경험치 획득.’

현수는 기대했다.

프락은 네임드 NPC다.

비록 레벨은 낮아도 성장할 가능성이 큰 자였다.

‘만약 보스 몬스터급 경험치가 적용된다면?’

그때.

[경험치 290,572를 획득합니다.]

현수가 감탄했다.

엄청난 경험치 획득량이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단숨에 18레벨 업을 함으로써 276에 도달했다.

보통 유저들의 경우 레벨이 올라갈수록 레벨 업을 위한 필요 경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250레벨을 넘었을 때 15레벨 이상 획득은 정말 엄청난 거였다.

[왕국 공헌도 29%를 획득합니다.]

‘29%나?’

또 귀족들이 깨는 왕국 퀘스트의 공헌도는 한 번에 평균 8%, 많게는 16%까지밖에 올라가지 못한다.

그런데 29%라면 현수가 고야드 왕국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를 보여 준다.

그리고 이 공헌도는 다음 작위 상승을 위해 꼭 필요한 거였다.

그 외에 의아한 알림도 있었다.

[늑대의 알이 반응합니다.]

[양분율 20%를 획득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양분율 50%를 넘으셨습니다.]

축하한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무언가 현수에게 이로운 일이 벌어졌다는 건데 뭐인지는 추측되지 않았다.

[늑대의 알이 크게 기뻐합니다.]

[당신이 참 잘했다고 합니다.]

[늑대의 알이 참 잘했으니 자신을 쓰다듬어 달라고 합니다.]

녀석은 언제나처럼 눈치가 없었다.

‘지금은 안 돼…… 나 죽을 것 같거든.’

현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을 정도였다.

[늑대의 알이 시무룩해집니다.]

알무룩?

현수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퀘스트의 보상과는 전혀 무관한 알림이 들려왔다.

[당신은 그 누구도 승리를 점칠 수 없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여러 차례 극복해 냈습니다.]

이번 한 번이 아니다.

이제까지 현수는 무수히 많은 질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마주했다.

카셀 영지의 죽음의 영주.

슈퍼루키의 스톤 골렘.

재앙 잭과 거인왕.

그리고 오늘까지.

[당신이 그를 이겨 낼 수 있었던 건 꺾이지 않는 의지였습니다.]

현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지 않고자 하는 마음.

이 마음을 시스템 스스로가 인정해 주는 것 같았다.

[오직 당신만을 위한 칭호가 깃듭니다.]

“……!?”

현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칭호는 두 개의 종류로 나뉘어져 있다.

다중칭호.

이는 여러 유저들이 해당 업적에 도달하면 얻을 수 있다.

유일칭호

이는 유저 중 가장 뛰어났던 단 한 명만이 얻을 수 있다.

둘의 공통점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는 칭호이나 그것에 도달했을 때 얻는다는 것.

하지만 이 칭호는 달랐다.

오직 현수만을 위해 생성된 칭호라는 거였다.

[칭호 부러질지언정을 획득합니다.]

시스템.

즉, 슈퍼컴퓨터 아레스는 모든 유저를 항시 보고 있다.

현수가 용광검을 보고 떠올렸던 그의 마음가짐이 하나의 칭호로 나타났다.

현수가 가슴 떨림을 느끼며 그를 확인했다.

(부러질지언정)

나만의 칭호

등급: S

특수능력:

·절체절명의 순간 위기를 극복할 방법 5% 확률로 안내.

·절체절명의 순간 물러나지 않는 의지를 내보이고 적합하다 판단될 때, 모든 스텟 2~15%, 스킬 데미지 1~15% 일시적 상승.

·절체절명의 순간 본인의 순수한 힘으로 극복하였다고 판단될 때 전설 스텟 ??? 획득.

·특별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주군의 은혜에 이은 S급 칭호였다.

S급 칭호는 하이랭커들도 보유하고 있는 자들이 그리 많지 않은 특별한 힘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본인의 순수한 힘으로 극복했을 때 전설 스텟을 획득한다……?’

전설 스텟.

사실상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스텟일 거다.

이 또한 현수 역시 정보는 많지 않았으며 지금 당장도 어떤 스텟인지 알려 주지 않고 ?로 떠 있었다.

그리고 현수가 기대하는 건 이 칭호에 적힌 ‘특별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였다.

이 문구가 있는 경우 항상 현수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으, 몸은 만신창이지만 그래도 좋은데?’

땅에 쳐 박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알림이 남아 있었다.

어느새 고야드 왕국의 환호가 잠잠해진 후.

“어떻게 되는 거지?”

“결국 대결은 우리가 이긴 게 아닌가? 저자는 이제 싸울 수 없잖은가.”

작은 전쟁은 토너먼트식이다.

다음 경기로 진행한다고 회복한 후 싸우는 게 아니다.

그래, 현수는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웠다.

비록 창천의 후예를 현수가 꺾었어도 우리 고야드 왕국의 패배였다.

그때.

프라함 왕국 진영.

수천의 병사들과 수백의 기사들, 또 왕국 제일 귀족들이 뒷짐을 지고 걸어오는 한 노인을 위해 길을 열어 준다.

그와 가까이 선 이들은 숨조차 쉬지 못한다.

그의 입지가 프라함 왕국에서 어떤지 알려 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벤은 현수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줄 수 있는 자다.

고야드 왕국보다 두 배는 커다란 왕국의 왕.

또 대장장이의 나라에 걸맞게 진귀한 재료가 가득한 땅.

하나 그의 표정은 썩 좋진 않았다. 차가운 표정으로 현수의 옆에서 꿈틀거리는 프락을 내려다본다.

“못난 놈.”

하지만 그 찰나에 현수는 그의 목소리에서 애증을 느꼈다.

고요.

창천 벤이 가운데로 나서자 고야드의 진영과 프라함의 진영이 모두 고요해졌다.

프라함 왕국은 기대했다.

‘우리가 이겼다.’

그래,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였다.

하지만 곧 창천 벤의 시선이 그 옆의 현수에게 닿았다.

그 역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한참이나 그를 바라봤다.

그러곤 말했다.

“……우리가 졌다.”

[창천 벤의 마음을 얻으셨습니다.]

보일 듯 말듯 씁쓸한 미소를 짓는 그 한마디.

현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비록 정식적 규율에 따르면 우리의 승리이나 왕국 제일 기사가 꺾였으니까.”

반은 억지다.

하지만 또 맞기도 한 말이다.

왕국 제일 기사가 꺾였다.

그리고 창천 벤은 평화의 주도권에서 한 걸음 물러났고 바라드는 나아갔음을 의미한다.

바라드는 감탄했다.

‘본래 창천은 이런 자가 아니다.’

무조건적인 자신들의 승리를 외치며 고야드의 패배를 상기시키기 위해 발악할 괴팍한 노인네다.

바라드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쓰러진 현과 그를 내려다보며 말한 벤.

두 사람에게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기대감.

바라드는 작은 웃음을 머금었다, 이로써 이번 작은 전쟁은 훈훈하게 고야드 전쟁의 승리로…….

“이놈은 내가 데려가마.”

“???”

곧 창천 벤은 우측 어깨엔 프락을, 좌측 어깨엔 현수를 들쳐 업었다.

“협상에 대해선 서신으로 하지.”

그리고 지면을 박찬 순간.

콰아아앙-!

1초 만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바라드는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그는 현수를 프라함 왕국에 잠시 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맞았다.

한데 그 꼴이…….

“전하, 이 정도면 납치 아닙니까?”

“???”

뭔가 이상했다.

한편, 유저 최초로(?) 납치된 현수는 그가 미친 듯이 달리는 이유가 프락 때문임을 알았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가뜩이나 정신적인 회복도 필요했던 현수는 잠시 정신을 잃었을 정도였다.

[프라함 왕국에 입장하셨습니다.]

그리고.

“쉬거라.”

말과 다르게 내동댕이쳐지며 문이 닫혔다.

우당탕탕-

다시 현수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나 진짜 납치된 건가……?’

분명 알림은 마음을 얻었다고 말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자신은 이런 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원했던 게 아니건만?

그런데 흐릿한 정신 너머 알 수 없는 알림이 들린다.

[……목격하셨습니다.]

[……목격하셨습니다.]

일정한 주기로 울리는 알림에 의아함을 가진다.

그리고 고작 30분.

그 30분 만에 번쩍 눈을 뜬 현수.

‘이, 이건…….’

그가 뜨거운 희열 속에 휩싸였다.

자신이 내동댕이쳐진 곳.

그곳에 대장장이인 현수가 가장 필요로하며 더 넓은 세상에서 꼭 가졌으면 하는 어떤 것이 있었기에.

[전설 속의 재료. 작은 세계수를 목격하셨습니다.]

그것은 활과 창을 만들기에 가장 뛰어난 재료였다.


           


Genius Blacksmith’s Game

Genius Blacksmith’s Game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Score 3.7
Status: Ongoing Native Language: Korean

The last blacksmith and master artisan left in the world. His hands are crippled in a forge fire, rendering him unable to craft any longer. But then, a virtual reality game, Ares, comes knocking on Hyun-soo’s door.

[Unrepairable Artifact.] [Cannot be crafted due to level restrictions.]

“Huh? I consider myself a manual blacksmith, though.”

For him, no system restrictions apply. The tumultuous game of the genius blacksmith beg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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