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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7

117화 아직 안 끝났다

“허억…!”

눈을 뜬 다케다는 하얀 천장을 응시했다.

‘병원?’

자신은 분명 마검사에게 당해 회복할 수 없는 중상을 입었을 텐데.

팔에 꽂힌 링거가 거슬린다. 다케다는 링거 바늘을 뽑아내곤 기이할 정도로 가뿐한 몸을 일으켰다.

‘미치루가 한 건가?’

미치루는 일본의 S급 힐러다. 자신과 함께 시코쿠 섬에서 마검의 습격을 대비하던 동료이기도 했고.

‘아니, 이상해. 아무리 그래도 흉터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회복하는 건 불가할 텐데.’

S급 힐러쯤 되면 잘려나간 신체도 순식간에 붙인다지만, 그때의 자신은 내장까지 잘려나갔었다. 그런 자신을 살려냈다고?

‘아니, 불가능해. 그녀는 외상 전문이다. 내상까지는 치료하지 못해.’

기껏해야 자연회복력을 대폭 올려주는 정도. 죽음에 직면한 이를 멱살 잡고 살려내는 수준은 되지 못한다.

“다케다 상!”

다케다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다급하게 들어오는 정장 차림의 헌터들. 아무래도 바깥에서 대기 중이었던 모양이다.

“이시다. 후미오.”

“일주일 만에 일어나셨습니다!”

다케다의 팀원인 A급 헌터들은 그의 쾌차에 기뻐했으나 그는 의문투성이었다.

“마검은… 어떻게 됐지?”

“……놓쳤습니다.”

“놓쳤다고?!”

S급 헌터만 넷이 당했다. 자신이 쓰러진 뒤에는 얼마나 당했을지도 모른 일이다. 그만한 피해를 당하고도 놓쳤다니?

“그, 그래도 그 건에 대해서 사자심왕 폐하께서 발의하신 안이 있습니다.”

“사자심왕이?”

“여, 영상 한 번 확인해보시겠습니까?”

후미오가 휴대폰을 꺼내더니 다케다에게 윱튜브 영상을 보여주었다.

“만신전 채널?”

만신전 채널은 다케다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무려 생존자의 길드가 세운 윱튜브였고 그 내용들이 하나같이 놀라웠으니 말이다.

번역까지 잘 되어 있어 일본에서도 제법 인기를 구가하는 채널이었다. 설마 자신이 쓰러진 뒤의 전투영상이라도 올려진 걸까?

영상은 기본적으로 연합 공략대의 헌터들 측에서 바디캠으로 찍은 영상을 잘 편집한 편집본이었다. AI 렌더링 기술을 사용한 건지, 스마트폰 화질을 8K까지 깔끔하게 업스케일링 했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 기술자를 지원하고 있는 건가?’

범상치 않은 화질 보정능력과 백개가 넘어서는 번역을 보면 아주 작정한 듯했다. 관련 기술자와 학자들만 백 명은 달라붙었으리라.

전일협도 이러한 보정 작업을 자주 내비치기 때문에 전일협의 2인자인 다케다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 쳐도 만신전 채널의 영상 퀄리티는 놀라운 수준이었지만.

“잠깐, 이거 실시간 영상이었나?”

다케다는 영상 옆에 붙은 채팅창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전일협이나 한국 헌터협회 차원에서 이번 연합공략을 홍보하기 위해 헌터들에게 바디캠을 착용하게 했다.

흑색 게이트에서 나타난 마검. 일본이 공략에 해내다! 라는 건 적당히 프로파간다로 써먹기에도 좋았으니까.

하지만 그건 공략이 성공했을 때다. 공략이 실패하면 쪽박도 그런 쪽박이 없다.

당연히 모든 전투가 끝난 뒤에 편집된 영상을 올릴 예정이었는데…….

‘마치 바디캠 영상들이 모두 중계되어 실시간으로 퍼진 것 같지 않은가?’

아니, 그럴 리가. 바디캠 영상들은 컨트롤 센터를 거친다. 일본에서도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군용 네트워크인데…….

그것과는 별개로 영상을 확인하던 다케다는 입을 꾹 다물었다. 헌터 중 한 명의 바디캠으로 보이는 영상에서 마검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헌터들은 물론, 한국의 헌터들까지 속절없이 당해야만 했던, 일방적인 패배.

-뭐야? 우리 일본의 넘버 2인 다케다가 저렇게 쉽게 당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마검사가 지나치게 강하다.

그래, 그때 상대했던 마검사는 이전과는 달랐다.

S급 헌터들이 속절없이 당한 이유 중에는 마검사가 발산하는 디버프 트레잇 탓이 컸다.

회복 및 재생불가, 방어무시, 저항력 감소… 10%나 20% 수준도 아니고 최소 70% 이상 감소시키는 치트 디버프.

그런 말도 안 되는 디버프 탓에 S급 헌터들도 본래의 역량을 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미친… 광검자가 당했어.

-시발 쪽바리들 돕다가 우리 헌터들 다 죽겠네!

-뭐 좀 해봐!

채팅창에는 일본인들뿐 아니라 한국, 미국, 호주, 유럽과 중동, 동남아까지 온갖 언어의 파도가 채팅창에 올라온다.

-사자심왕이다.

-레온 폐하 떴어!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그를 목격한 다케다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의 등 뒤로… 아니, 전장을 감싸듯 황금빛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레온 폐하의 성배의 힘이라고 합니다. 하늘에 성력을 연결시켜 광역 회복을 하는 안개를 흩뿌린 겁니다.”

“다케다 상도 그 덕에 상처가 나을 수 있었어요! 가망이 없었던 부상이었는데, 아예 세포 단위로 재생했거든요.”

“디버프에는… 재생불가도 있었을 텐데?”

그 또한 두 사람이 증언했다.

레온의 등장 순간, 그의 압도적인 버프 트레잇이 그 자리의 모두에게 쏟아졌노라고.

‘최고위 S급 커맨더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두 사람이 호명하는 버프 트레잇들은 하나하나가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딱히 버프 스킬을 쓴 것도 아니고,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부여되는 버프라니?

거기에 읽는 것만으로 어질어질한 디버프들까지… 레온의 존재 자체가 전장을 바꾸는 에픽 토템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마검… 스스로 밝히기를 악마대공 아카샤. 그의 힘은 끔찍한 수준이었다.

‘디버프 때문에 S급 헌터들이 힘을 못 쓴 건 있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과연 이길 수 있었을까?’

그때, 아카샤가 움직였다. 과거의 화면을 보고 있을 뿐인데도 두려움에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그리고 다케다의 심장은 더욱이 박동하기 시작했다.

두려움에서 놀라움으로.

놀라움에서 경외감으로.

* * * *

일본 열도… 아니, 전 세계가 들끓었다.

방랑의 마검이 사실은 살육과 파괴의 악마대공 아카샤였으며 그로 인해 수많은 헌터들이 죽었다.

그것만으로 해외토픽 감이었는데, 만신전의 레온과 아카샤의 결투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미친, 악마대공이라니…….

-대악마 위의 악마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먼저 악마대공에 대한 충격이다.

이미 동해 게이트를 통해 악마대공의 존재를 깨달은 인류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게이트 내부에 한해서였다.

방랑의 마검이 사실은 악마대공이었다는 것과 그 악마대공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S급 헌터들을 압도하고, 섬을 초토화시킨 파괴적인 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에게는 그에 버금가는 희소식이 있었다.

-사자심왕!

-레온 폐하 진짜 더럽게 세다.

-저게 사람임?

-반신임.

영상뿐 아니라 직접 목격한 헌터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퍼져 나간다.

천지개벽을 일으키며 아카샤의 검을 집어삼킨 성검의 극광.

전투의 여파로 부상 당한 시민들이 섬 전체를 감싼 황금빛에 치유되고 그 신성의 증거를 피부로 느꼈다.

영상에서조차 감탄하는 이들이 가득하였는데, 그것을 직접 목격한 이들은 어떨까.

시코쿠와 근처 관서지방 시민들을 중심으로 레온을 구세주라 칭하는 이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구세주를! 라이온하트 폐하를 믿으십시오! 그분이 우리 세상의 구원자십니다!]

여기에 한빛궁주 박용신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한빛궁은 일본에서도 상당한 세력을 지닌 신흥종교. 그는 먼저 일본의 신도들에게 나서 레온을 구세주로 칭한 것이다.

일본에만 수십 만 명의 신도를 가진 한빛궁과 바다 너머 강인공지능이 나서자 일본의 여론은 좋으나 싫으나 레온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짐이 사자심왕이다.]

레온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 * * *

전일협의 분위기는 흉흉했다.

S급 헌터만 넷이 죽었다. A급은 백 명 넘게 죽었고 다케다까지 죽을 뻔했다.

줄초상이 났다는 소리다. 마검사 한 명에 의해 일본은 물론 한국 헌터들까지 떼몰살을 당할 뻔했다.

‘S급 헌터들이 약했다?’

아니, 그럴 리가.

전일협도, 한국도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정예들만 투입했다.

그들의 실적은 그간의 게이트 공략만 봐도 충분히 입증됐다.

마검사… 악마대공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을 뿐.

더 이상한 건 S급 헌터들을 학살하다시피 한 악마대공조차도 레온이 압도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젠장…….”

카미야 회장은 마른 침을 삼키며 오한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그건 전일협의 다른 직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늘을 베고, 바다를 가르며 천둥벼락을 일으키는 압도적인 힘!

그뿐만일까? 헌터들이 하나같이 증언한 악마대공의 끔찍한 디버프들.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선 사자심왕의 존재가 필수불가결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대체제가 없다…!’

레온. 그는 대체할 수 없는 존재였다.

단순히 무력뿐 아니라 리더로서도, 전장의 기수로서도…….

카미야 회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만신전의 영향력이 일본 전역에 퍼지고 있었다. 원래 신에 대한 믿음이 가벼운 일본인들이다.

별다른 대형 종교랄 게 없는 일본에서 이토록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인 만신전은 자연스럽게 숭배의 대상이 됐다.

벌써 몇몇 신사들은 레온의 사진까지 걸어뒀다지.

‘위험하다…….’

전투가 끝난 직후, 레온은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전국의 한빛궁 신도들을 불러모으더니 알 수 없는 의식을 행하고 정치권의 인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후지사와 총리가 그 안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 아직 공식적인 이슈가 되진 않았지만, 자신이 시코쿠 섬과 370만 명의 시민들을 포기하려던 발언이 새어나간 것이다.

「S급 헌터 한 명은 일반인 백만 명의 가치가 있다! 그런 것도 모르는 건가!」

물론 전일협은 일본에서 가장 거대한 민간단체다.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메이저 언론사들은 대형 광고주이자 대체할 수 없는 일본 헌터협회에 거스를 수 없었지만, 카미야 회장의 발언은 알음알음 퍼지고 있었다.

전일협 내부에서도 반향이 일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한국 놈들이 실패했다면…….’

그랬다면 차라리 일본 헌터 총동원령을 내려 체면을 세우거나, 미국과 유럽의 지원을 구할 수도 있었을 테지.

하지만 레온은 승리해버렸다. 너무나 화려하게. 압도적으로.

대체 세계 어떤 인간이 하늘을 베고, 바다를 가를 수 있단 말인가. 하물며 단독으로 대공급 악마를 격퇴할 수 있단 말인가.

레온을 견제해보려 했던 카미야 회장이었지만, 지금 그를 건드렸다간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판국이었다.

‘아직 괜찮아. 내게는 S급 헌터가 아직 서른 셋이나 남아있다.’

단 한 번의 전투로 너무나 큰 손실을 입긴 했지만, 일본은 워낙 인재풀이 넓은 국가다.

인구도 충분하고, 인재를 발굴해 키울 환경도 충분했다. 동남아나 중동처럼 외국에 유망주들을 뺏길 일도 없었고.

‘달라지는 건 없다.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건 하나.’

만신전에 대한 적대행위를 관둔다. 애초에 수면 위로 드러내지도 않았던 일이다.

자연스럽게 이번 연합의 공로를 나누며 일본 헌터들의 희생을 추모하고 견고한 일한관계를 약속하며 동맹 무드를 피어내면 그만.

어차피 레온은 이 나라에 잠시만 있을 존재. 국내에 만신전을 숭배하는 신도들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그것도 먼 미래의 일일 것이다.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인정해야 했다. 그가 자신이 대적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존재라는 걸. 마찬가지로 일본이 담기에도 너무나 큰 존재였다. 그리고 그건 한국도 같겠지.

그가 세계의 왕 노릇을 하는 것 따윈 관심 없다. 카미야 회장은 오직 이 일본에서만 왕이어도 충분했으니까.

‘연회를 열지. 큰 연회를 열어 충분한 사례를 하고 그들을 서둘러 한국으로 보내버리는 거다.’

카미야 회장은 매우 합리적인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선포하지. 짐은 게이트를 열 것이다. 하여 그 악종 놈을 끝장내고야 말 것이야.”

귀관들도 협력하리라 믿는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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