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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9

119화 여론 만들기

국내 1위 헌터길드인 신검 길드의 차기 후계자이자 촉망받는 천재 검사이자 S급 헌터 천지호. 그리고 이에 뒤지지 않는 천재로 손꼽혔던 준S급 헌터 한아라.

존경하고 자랑스러웠던 부모님들.

게이트 공략을 위해 지방으로 이동할 때가 많은 천소연의 부모님들은 학교가 쉬는 날일 때면 공략대와 함께 소연을 데리고 다녔다.

공략을 완료하고 딸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천소연은 천지호의 공략대에서 귀여움받는 아가씨였고, 소연도 부모님과 공략대 헌터 삼촌, 이모들을 좋아했다.

하지만 4년 전 울산.

여느 때처럼 게이트를 공략하고 나온 부모님을 반기던 천소연 앞에 ‘마검’이 나타났다.

[상당한─그릇이군. 재능─이─있다.]

검을 잡아라. 너를 최강의 검사로 만들어주마.

열넷의 어린 그녀였지만, 본능적으로 마검의 불길한 기운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녀는 손을 뻗었다.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다. 마검이 발산하는 기운이, 유혹이, 평범한 인간의 의지로는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연아…!”

천소연이 검을 쥐려는 순간, 마검의 검자루를 쥔 것은 그녀의 아버지 천지호였다.

“저 때문이에요. 제가 마검의 유혹에 졌기 때문에…….”

아버지는 자신 대신 마검을 쥐었고, 6대 째의 마검사가 되고 말았다.

현장에 있던 어머니와 공략대의 삼촌, 이모들이 모두 그의 손에 죽었다.

“그거 아세요? 마검은… 가장 뛰어난 검사의 기질을 가진 인간을 찾아 방랑한대요. 마검이 울산에 찾아온 건… 다 저 때문이었던 거죠.”

그날 부로 그녀에게는 숙원이 주어진 것이다.

마검사가 된 아버지를 죽이고, 모든 원흉이었던 자신에게도 복수한다.

그렇기에 그녀의 복수 대상은 둘이었던 것이다.

“멍청한 소리.”

“…….”

그 절절한 사연을 들으면서 레온은 일언지하에 그녀의 복수를 부정했다.

“어찌 복수의 대상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될 수 있단 말이냐. 너는 복수의 대상조차 잘못 설정하고 있다.”

“……제 진정한 복수 대상은 악마대공이라는 건가요?”

“그러하다.”

천소연은 그간 방랑의 마검이 하나의 생물체라는 걸 알지 못했다. 지구의 누구도 몰랐던 사실이다.

“어둠과 복수의 신과 계약을 바로잡고, 마땅한 복수를 치르거라. 그것이 올바른 복수자로서의 길이 되겠지.”

“하지만 전… 놈의 상대조차 되지 못해요.”

“네 앞에 있는 기적이 어떤 존재인지를 상기하라.”

레온은 씨익 웃으며 천소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잠시 후… 연회장을 찾은 숱한 정부고관들과 기자들 그리고 헌터들 앞에서 그는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선포하지. 짐은 게이트를 열 것이다. 하여 그 악종 놈을 끝장내고야 말 것이야.”

* * * *

게이트를 열고 악마대공을 토벌하겠다.

레온의 발언은 연회장에 모인 헌터들과 관련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게이트를… 열다니요? 그런 게 가능한 겁니까?”

“가능하다. 비체 그리고…….”

레온의 호명에 단상을 오르는 베아트리체. 그리고 단상에 오르는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스피너 경.”

-다닥다닥!

계단을 오르는 미니멀 사이즈의 기계거미. 만신전의 첫 번째 성배기사 야크트 스피너였다.

-끼룩!

기계어를 흘리며 야피는 연회장 한복판에 거대한 홀로그램 영상을 띄웠다.

-저게 뭐지?

-홀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그거… 실용화된 기술이었나?”

-저런 정밀 영상까지는…….

야피가 보여준 영상은 만신전이 인조 게이트를 형성하고 거기에 입장하는 순간이었다.

“헉…! 게이트를 만들어냈다고?!”

“여왕전하! 저 영상이 사실입니까?”

마검이 게이트를 만들어낸 사실은 헌터들 사이에서는 알음알음 알려졌지만, 아직 민간에까지 퍼지지는 않았다.

충격받은 눈치인 기자들에게 베아트리체가 조곤조곤 설명했다.

“게이트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현상에 가까우니까요. 문제는 ‘어떤’ 게이트로 향하냐는 것이지요.”

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원하는 게이트를 인위적으로 선정할 수 있다는 겁니까?”

“100%는 아니지만, 좌표를 선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이 있다면요.”

웅성거리는 기자들. 그리고 헌터들과 상층부인 오강혁 협회장, 카미야 협회장을 비롯해 정부 고관들까지.

그리고 그들은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폐하, 그럼 게이트를 열어 악마대공을 토벌하시겠다는 게…….”

“놈이 도망친 흔적을 쫓아 게이트를 열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그 악종 놈을 끝장낼 것이야.”

도망친 마검을 쫓는다.

그리고 토벌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이는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 * * *

“바보 같군.”

카미야 회장은 레온의 선언에 가당찮게 여겼다.

“회장님…….”

카미야 회장을 보좌하기 위해 연회장을 찾은 다케다는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레온의 선언은 현실성이 없었던 탓이다.

게이트를 여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게이트를 열면서까지 토벌하려는 대상이 그 악마대공이라는 게 문제다.

“우리 일본은 이미 큰 손실을 입었다. 여기서 흑색 게이트를 공략한다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지.”

흑색 게이트는 국가의 존망을 걸고 공략해야 하는 공략 난이도 측정불가의 게이트다.

그런 걸 구태여 만들어내 공략하겠다고? 카미야 회장 개인의 입장은 둘째 치고 어느 나라든 질색할 이야기다.

“하지만 회장님. 이건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기회?”

“예, 저희는 이번 토벌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사자심왕과 함께라면 그 지긋지긋한 악마라도 토벌할 수 있습니다. 상하이의 스카쟈카리어처럼 부활하지도 못할 거고요.”

악마가 무엇인가. 죽여도 죽지 않는 존재다.

상하이 참변을 일으킨 대악마 스카쟈카리어가 몇 번이고 토벌되었음에도 부활하여 상하이를 지옥도로 만들지 않았던가.

하지만 레온과 함께라면 악마들의 불멸성으로 인한 부활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레온이 가진 ‘성법’이란 힘은 악마의 영혼 그 자체를 소멸시키기 때문이다.

“그게 문제다!”

“예?”

“고생해서 악마대공을 토벌해도, 그 성과는 모두 만신전이 가져갈 거다. 전일협의 헌터들은 놈을 장식하는 액세서리밖에 되지 못해.”

“…….”

하지만 다케다는 그런 것을 떠나 지금 악마대공을 토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악마들은 패퇴하더라도 곧장 부활해서 다시 돌아오는 불합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다시 힘을 회복한 방랑의 마검이 돌아온다면? 그때도 사자심왕이 함께한다는 보장이 있을까?

무엇보다…….

“니시모리, 아사다, 미야무라, 카나에… 모두 훌륭한 헌터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그런 약한 놈들은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어! 일본에는 아직 서른 명이 넘는 S급 헌터들이 있단 말이다!”

“…….”

다케다의 미간이 좁혀진다. 그는 S급 헌터들조차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카미야 회장에게 질려버렸다.

그런 다케다의 표정도 보지 못한 채 말을 계속하는 카미야 회장.

“게다가 국민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지. 어느 누가 제집 앞에 흑색 게이트가 만들어지는 걸 두고 보겠나.”

평소 시민들의 여론 따윈 신경도 쓰지 않았던 카미야 회장이지만, 자신에게 유리할 때는 여론의 평가를 따지고 든다.

하지만 그 여론 또한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 * * *

레온의 공개적인 악마대공 토벌 선언은 당연하지만 일본 전체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먼저 아카샤가 남기고 간 흔적을 쫓기 위해 시코쿠 섬 앞바다에 새로운 게이트를 열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 게이트를 여는 데 필요한 막대한 마정석들을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는 점.

무엇보다 토벌을 위해 일본 헌터들을 대대적으로 참여시킬 것을 종용했다는 점이다.

-악마대공을 왜 우리 일본에서 잡겠다는 거냐.

-그러다 실패해서 일본에 던전 브레이크라도 일어난다면 우리가 다 뒤집어쓰는 것 아니냐.

-우리 일본은 이미 많은 헌터들을 잃었다.

“으음… 당연히 이런 반응이겠지.”

하리는 야크트 스피너가 실시간으로 번역해주는 인터넷 반응을 읽으면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악마대공을 쓰러뜨릴 수 있을 때, 쓰러뜨리는 것이 인류 전체적으로 보면 가장 이득이다.

어차피 악마들은 곧 회복해 다시 지구를 침공할 것이기에 자국의 피해가 두렵다고 대공급 악마를 놓아주는 건 근시안적이고 자국 이기주의적인 선택이다.

이성적으로는 그렇다. 논리적으로는 레온의 주장에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과 별개로 사람들은 손해를 입기 싫어한다.

대국적인 이득과 전체를 위한 희생에 몸서리를 치며 거부감을 보이는 것이다.

‘라이온하트 왕국이었다면 이런 논란도 없었겠지.’

그 뼛속 깊은 악마 혐오주의자들은 ‘악마를 조질 수 있다면 기꺼이 이 목숨 내놓겠습니다!’하고 선봉에 서겠지.

“야피 경… 이거 힘들지 않을까요? 전일협에서도 여론 어쩌구 하면서 협력하지 않을 모양새 같던데.”

-끼룩?

하리의 의문에 야피는 마치 불을 발견하고도 고기 굽는 것밖에 못 하는 야만인을 보는 시선이었다.

“어떻게 카메라 아이로 이런 다채로운 감정표현이 가능한 거죠?!”

-미개한 유기체. 여론은 형성되는 게 아님. ‘만들어지는 것’임.

“예에?”

-적합한 프로토콜 발동. 일본 네트워크 장악 개시까지. 3…2….

“야피 경?”

-……1. 장악완료.

그 순간이었다. 방금까지 하리가 읽던 인터넷 댓글들에 싫어요와 반대가 쏟아졌고, 새로운 댓글들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악마들에게 죽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 소릴 할 수 있느냐. 악마를 놓아주자니 악마 추종자들 아닌가?

-자랑스러운 일본의 헌터들이 살해당했다. 복수해야 한다.

-여기서 도망치는 건 악마들에게 항복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지금 게이트 공략하면 안 된다고 하는 놈들 다 악마 추종자들임.

댓글뿐만이 아니다.

게이트 공략에 반신반의하거나 부정적이던 기사들을 묻어버릴 기세로 게이트 공략 지지와 그로 인한 이익 등을 논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본, 악마들에게 굴복할 것인가!

-한국 헌터협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 그런데도 망설이는 전일협.

-일본을 위해 나선 이계의 사자심왕. 기꺼이 선두에 서겠다 약속해.

-악마대공을 압도한 초월자가 일본의 편을 들다.

“어, 어어? 야피 경! 야피 경! 갑자기 인터넷 여론이 확 바뀌기 시작했는데요? 기사들도 장난 아니에요! 역시 사람들의 선의란…….”

-끼룩. 전일협 여론조작 시도 발견. 차단. 차단. 차단. 공략 반대파 스캔들 폭로작업 개시.

“야피 경?”

하리는 속보라며 추가로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았다.

-전일협 카미야 회장의 충격발언 유출. S급 헌터 한 명이 시민 백만 명보다 가치 있어.

-자민당 4선 의원 충격 비자금 흔적 발견. 자금 출처는 전일협?

-일본의 S급 헌터들. 자기 목숨이 아까워 공략 거부. 언제부터 야마토의 사무라이들은 이런 겁쟁이가 되었나.

평소라면 전일협의 눈치를 보며 결코 나오지 않을 기사들.

그 언론사들에게는 실로 억울한 뒷사정이 있었다.

「야이 미친 새끼야! 너 이거 뭐야! 이 기사들 뭐냐고!」

「으, 으아아악! 억울합니다! 저희는 이런 기사를 낸 적이 없어요!」

「닥치고 당장 내려!」

「서, 서버가 다운돼서 인터넷도 접속할 수가──!」

화룡점정으로 각 언론사들만 핀포인트로 통신 차단. 전일협까지 해킹되면서 어떤 곳에서도 반대 움직임을 보일 수 없었다.

-위대한 우리 대일본이 춍(조선인 비하)들에게 휘둘릴 필요는 없──

-일본 헌터들을 희생시킨 춍들에게 전면전으로 복수해야──

몇몇 극우 사이트들은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일 틈도 없이 커뮤니티 서버가 통째로 폭파됐다. EMP 공격이었다.

-통제완료. 게이트 공략 여론 지지율 80%대 유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하리는 생각했다.

“……괜찮은 걸까?”

자신은 지금 언론통제 디스토피아 독재국가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닐까?

그것과는 별개로 일본 각계에서도 만들어진 여론의 힘에 힘입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후지사와 총리! 전일협 회장 경질! 정부 소속 임시 헌터조직 개설을 명령! 축복받은 작물 무제한 공급 및 ‘게이트에서도 운용 가능한 정찰드론’ 발표!」

「전일협 2인자 다케다 헌터. ‘동료들의 목숨값’을 갚겠다 선언! 카미야 회장과 결별하나?」

「불법 정치자금이 폭로된 카미야 회장. 검찰 수사개시.」

「만신전 일본지부 확장! 공식 종교로 인정받고 활동 개시.」

마검 격퇴 이후로 열흘.

만신전이 일본 전역을 장악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 * * *

여론이 통제되고 정부와 전일협을 나온 신헌터협회가 전폭적으로 협력하면서 게이트 공략은 순식간에 준비되었다.

먼저 정부 창고가 개방되어 엄청난 양의 마정석이 준비되었고, 카미야 회장의 발언과 스캔들이 폭로되면서 전일협을 나온 일본 헌터들이 한일 연합 공략에 참가했다.

“한국의 S급 헌터 열두 명! 일본에서 스물한 명! A급 헌터도 양국 포함해 오백 명이 넘습니다! 역대 최대규모의 공략대입니다!”

그뿐만일까. 레온의 만신전을 포함해 B급 헌터들이 대량으로 동원되었으니 그 숫자가 무려 3천 명이 넘는다.

만신전에서만 천 명 넘게 동원되었다곤 해도, 일본의 B급 헌터들도 이번 사태에 분개를 숨기지 않았다.

-사자심왕과 함께하면 최소 1등급은 강화된다지? 그럼 우리도 상당한 도움이 될 거다.

-데몬 게이트를 공략할 몇 안 되는 기회다. 잘하면 인생역전도 가능해.

-후지사와 총리가 이번 공략에 참전하는 공략대에게는 게이트에서 작동되는 정찰드론과 축복받은 작물을 대량 제공하기로 했다!

여론이 등 떠밀긴 했지만, 한일 양국 헌터들도 이번 공략에 상당한 이익이 걸려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전에도 유명했지만, 작물 공급이 되지 않아 대형 길드도 겨우 복용하던 축복받은 작물.

그 공급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신전이 작물을 우선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어지간한 버프 포션 수준에 지속시간도 상당한데다 건강까지 챙겨주는 축복받은 작물은 전 세계 헌터들이 탐내는 최고급 보급품.

없어서 못 사는 걸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만으로 참가할 가치가 있다. 그리고──

「만신전. 게이트에서 작동되는 정찰드론 발표. 필드 전체를 관측할 수 있는 게이트 공략의 혁명.」

게이트 내부에서는 전자제품이 제대로 작동되질 않는다. 농밀한 마력과 마소로 인한 기계고장 때문이다.

기껏해야 촬영장비 같은 소형 전자기기 정도가 거액의 단가를 자랑하며 겨우 작동되는 수준.

당연히 정찰 드론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위성? 애초에 개인 단위로 쏠 수 있는 간이 위성기술조차 없다.

야피는 이미 게이트에서 작용하는 전투위성 무장플랫폼까지 개발해냈지만, 이 사실을 숨기면서 현장의 헌터 공략대에게 필요한 물품을 제공했다.

기술의 축소화라고나 할까? 간이위성도 만들어냈는데, 마력과 마소에 방해받지 않는 정찰 드론쯤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

실제로 소규모 필드에서는 위성 같은 거창한 도구보다는 정찰 드론 쪽이 훨씬 가성비가 좋을 것이고.

“일본 정부는 왜 이렇게 협력적일까요?”

하리는 이상할 정도로 만신전에 협력적인 일본 정부에 의아함을 표시했다. 그리고 그건 이번 협상을 주도했던 베아트리체가 슬쩍 대답해주었다.

“정치랍니다.”

“정치요?”

“그간 일본 정부는 민간기관인 전일협에 휘둘렸지요. 폐하께서는 그 전일협을 공중분해시키고 일본 정부 소속의 독자적인 헌터협회를 창설하도록 도우신 겁니다.”

“아… 앗! 그럼 축복받은 작물과 드론 제공도…?”

“협력의 대가로 제공한 첫 선물이랍니다.”

축복받은 작물도, 드론도 일본 정부에게 제공하여 그것을 정부가 나눠주는 형식이다.

당연히 일본의 헌터들은 정부에게 잘 보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작물과 드론은 공략대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강력한 아이템들이니까.

한국도 10대 길드니 뭐니 하면서 휘둘리는 건 매한가지지만, 아예 민영화로 정부기관조차 아닌 전일협은 일본 사회의 병폐였다.

그것을 헌터의 영웅화와 여론 조작으로 감췄을 뿐. 그 여론 조작이 통하지 않으니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비체. 슬슬 시작하지.”

레온이 다가왔다. 그런 그를 향해 하리가 놀라움을 숨기지 못한 시선을 보낸다.

이 모든 것을 레온이 설계했음이다. 단 열흘 만에 일본의 철옹성 같았던 전일협의 아성을 무너뜨렸으니까.

“뭐냐?”

“아뇨. 폐하께서 생각보다… 똑똑하셔서요.”

무진장 쎈 칼 든 깡패이기만 하신 게 아니구나… 라는, 불순한 생각을 입에 담진 않았으나 표정에서 드러난다.

“이것이?”

요즘 오냐오냐 해줬더니.

위기에 빠진 하리를 구원해준 건 베아트리체다.

“폐하, 그럼 게이트를 열겠습니다.”

한일 양국 합쳐 무려 3,500명 규모의 대규모 연합공략대. 그들은 베아트리체가 연 게이트를 건넜다.

‘만신전이 함께한다. 악마대공도 압도한 사자심왕이 있으니 마검도 소용없어!’

‘궁금하긴 하군. 사자심왕과 만신전이 어떻게 싸울지.’

‘악마 상대는 꺼림칙하지만, 사자심왕이 있다면야…….’

각각의 생각이 교차하는 살육대공 토벌전. 그들은 게이트 너머에서 자신들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컬쳐쇼크를 맞이하게 된다.

“모조리 잡아라! 죽음조차 아까운 것들이다!”

레온의 명령에 그들은 따르면서도 얼빠진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뭔가… 뭔가 좀 아닌 거 같은데?’

레온의 웅혼한 목소리가 3,500명 모두에게 전달된다.

끝없는 증오와 무한한 분노가 담긴 그의 목소리는 자신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상식조차 구부러뜨리는 강제성이 있었다.

“이 쓰레기들은 농노로 전락해 고통받으리라! 최대한 많이 잡아라!”

악마대공의 영지에 진입한 연합 토벌대가 처음으로 한 것. 그것은──

마을 불태우기.

양민 학살하기.

노예 사냥하기.

“”이, 이게 맞나?””

그들은 새삼 잊고 있었다.

이 사자심왕이 중세 판타지에서 온 슈퍼 뻐킹 레이시스트란 것을.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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