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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1

121화 악마대공령 토벌

“팔다리가 끊어지고 창자를 쏟더라도 한 명의 적이라도 더 발목을 붙잡아라. 전장에서 너희들의 가치는 그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한 마디로 자살돌격.

대놓고 죽으라는 걸 숨기지도 않는 태도에 농노들이 반발했다.

“무, 무슨!”

“그러고도 정의의 기사란 말인가!”

“웃기지 마! 이렇게 개죽음을 당하려고 농노가 된──!!?”

농노들은 부릅뜬 레온의 시선에 대답조차 못 하더니 마치 딱딱한 인형처럼 저벅저벅 선두에 서기 시작했다.

“네놈들은 형벌을 이미 받아들였다. 그리고 ‘형벌을 마치기 전까지’ 쉽게 죽지 못할 것이다.”

라이온하트의 모든 농노들은 태양과 심판의 신성 타타르의 심판 끝에 농노로 전락한다.

자유민이 아닌 농노에게는 ‘자유’가 없다.

단순한 의미나 상징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자유라는 개념’을 박탈당한 것이다.

“으, 으어어어…….”

그들은 사자심왕의 명령에 강제로 몸을 움직였다. 그들의 의지와는 별개로 명령한 바를 이루기 위해.

악마들은 자신의 코앞까지 진군해오는 농노들을 보면서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이놈들이 미쳤나?

-네놈들 마을로 돌아가라! 이게 뭐하는 짓들이냐!

“돌진하라!!”

사자심왕이 명한다. 농노들이 돌진했다.

“크아아아아아악!!”

“죽고 싶지 않아!”

몸의 자유를 빼앗겨 명령한 대로만 따르는 농노 고기방패들이 악마들과 충돌했다.

당연히 일방적인 학살과 도륙이 예상되었으나 의외로 잘 버텼는데, 이는 레온의 가호가 있는 탓이다.

[사자심왕의 농노 돌격대]

◆효과

: 고기방패가 부여됩니다.

: 끈질김이 부여됩니다.

: 노오오오오오오력이 강화됩니다.

: 생존본능이 강화됩니다.

: 활력이 250% 상승합니다.

농노들조차 유효한 ‘자원’으로 사용하는 참군주 사자심왕의 농노들은 악마들과의 정면충돌에서도 버틸 정도로 고기방패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심지어 다치는 즉시 성배의 가호로 회복까지 되니 이 어찌나 은혜로운 사자심왕의 배려인가!

“농노들을 축차 투입한다! 그 틈을 타 적의 측면을 강타하라!”

농노들이 악마들을 물고 버티는 사이 레온은 헌터들을 양익처럼 펼쳐 악마들을 포위했다.

악마들의 숫자는 삼천이 넘는 대군이었고, 질적 능력도 대단했으나 오천 농노병들이 물고 늘어지는 탓에 활약을 못 하고 있다.

“측면이 비었어!”

“쪽수가 많으니 이런 것도 되는구만!”

50인 공략대가 중심이었던 헌터들에게 아군의 압도적인 숫자라는 건 참 생소한 일이다.

고기방패들 덕에 손쉽게 측면을 확보한 헌터들은 강력한 망치가 되어 악마들을 두들겼다.

“크아악!”

“인간 놈들이…!”

악마들은 삼면으로 포위된 상태에서 항전했지만, 적의 숫자가 너무나 압도적이다. 게다가 결정적인 주력은 따로 있었다.

“후, 후방에 무언가 달려온다!”

레온과 40인의 기사들. 거기에 포함된 건 성배기사 야크트 스피너와 죽음의 신관장 베아트리체. 두 신의 신녀인 한하리까지.

레온은 전쟁과 불꽃의 신수 페토스의 전쟁황소를 탄 채 우렁찬 포효를 내질렀다.

[【최강 돌격자】가 부대에 적용됩니다. 【워 나이트의 가호】, 【악종의 공포】가 합산되어 적용됩니다.]

부대강화 : 돌격 보너스가 400% 상승합니다.

부대강화 : 돌격 보너스가 120% 상승합니다.

부대강화 : 돌격 보너스가 100% 상승합니다.

부대강화 : 돌격부대의 물리저항이 35% 상승합니다.

적 약화 : 악마 종족의 돌격 방어력을 80% 하락시킵니다.

[ 페토스의 전쟁황소들이 아군 군단에 속성강화 : <불타오르는 검>을 부여합니다.]

[ 【최다 악마 도살자】가 반경 1km내 모든 악마들에게 물리저항 감소, 성법저항 감소, 근접방어 감소, 영혼 자동환수를 적용합니다.]

“유린하라!!”

후방 격돌의 순간.

살육의 악마들이 찢어발겨지며 말 그대로 관통됐다.

수천의 악마들이 50기의 기마돌격에 반으로 잘려나간 것이다.

레온의 성창이 악마들을 꼬챙이처럼 꿰고, 야크트 스피너의 레일건과 체인건이 그들을 찢어발겼다.

베아트리체의 대폭격이 핀포인트로 악마들을 폭사시켰고, 하리와 재혁의 성법이 상급 악마를 격살한다.

전투는 압승이었다.

-폐하, 적 3,243개체 격멸. 포로 300개체 확보함.

“어찌하시겠소, 비체.”

레온은 베아트리체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번 전투, 레온을 제외하고 논공을 논하자면 그녀의 파괴적인 마법폭격이 단연코 1등 전공이었다.

“등급 별로 해서 삼십 마리만 넘겨주시겠어요? 등급이 높을수록 좋을 거 같네요.”

“악은 곧장 멸해야 할진대… 어쩐 이유요?”

“후후훗.”

베아트리체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폐하, 데몬 게이트를 열 수 있는 기회는 많을수록 좋지 않겠어요?”

“오…….”

과연, 인텔리 마술사. 레온은 기꺼이 포로로 잡은 악마들을 넘기기로 했다. 그렇게 포로로 잡은 악마들을 선별하고 있는데, 일본의 S급 헌터 다케다가 다가왔다.

“폐하.”

“어쩐 일이더냐.”

“저희 공략대에게도 악마들을 몇 마리 건네주실 수 있겠습니까?”

“불허한다.”

“……어째서입니까. 저희 측 헌터들도 피를 흘렸습니다.”

요컨대 이 승전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전리품을 챙기는 건 이해하나 레온은 다른 이유로 불허했다.

“전리품은 이 게이트를 약탈하는 것으로 충분할 터. 악마 놈들의 목소리는 너희들을 유혹하고 시험들게 할 것이다.”

“저희는 악마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결단코 없다고 자신하느냐?”

“…….”

다케다는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또한 데몬 게이트를 공략했다는 성과를 증명하고 싶었다.

생포한 악마는 꽤 좋은 선전물이 될 것이다. 전일협과 갈라선 다케다에게는 명분이 더욱 필요했고.

“흠… 악마 놈들을 살려둔다는 건 가당찮으나… 세 마리 정도라면…….”

레온은 포로로 잡힌 악마들에게로 향했다. 살육과 파괴의 악마들. 악마 중에서도 유독 난폭하고 파괴적인 이 악마들은 포획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포획용 우리에 갇힌 악마들이었지만, 창살을 부술 기세로 날뛰는 것이 심상치 않다.

“젠장, 잘 묶어!”

“어설프게 접근하지 마!”

헌터들은 추가로 구속 스크롤까지 찢으면서 겨우 묶어두고 있었지만, 으르렁거리는 악마들은 위협적이었다.

“너희들을 파괴하고 살육의 장을 열리라! 너희들은 파멸할 것이다! 와하하하하하하하!!”

평범한 인간은 듣는 것만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악마의 음성. 헌터들조차 악마의 광기 어린 저주에 두려움에 떨었다.

“닥쳐라, 이 악마야!!”

“꾸헭?!”

사자심왕이 내리친 춉에 두개골이 함몰되지만 않았어도.

라이온하트 춉에 두개골이 함몰되며 눈알 하나가 터져 나간 악마는 어버버 거리며 말을 입으로 전달하지 못했다.

“이 악종들은 틈만 나면 간교한 혓바닥으로 사람을 저주하려 든단 말이지.”

-히끅!

-끄흑!

레온의 등장에 일제히 입 다무는 악마들. 파르르 떨고 있는 악마 중에서는 가랑이 사이로 노란 액체를 지리는 것들도 있었다.

“흐음…….”

레온이 도떼기 시장의 물고기를 평판하듯 시선을 굴리자 애써 시선을 피하는 악마들. 악종의 공포인 사자심왕 앞에서 약속이라도 한듯 입 다무는 악마들을 보며 한 헌터는 이렇게 생각했다.

‘개장수 만난 개들 같다…….’

다른 헌터들이 창으로 찌르고 밧줄로 조여도 난폭하게 굴던 악마들이 지금은 개장수를 만난 우리 속 개들 마냥 얌전하다.

“이놈과 저놈이 괜찮겠군.”

레온이 악마 몇몇을 지목하더니 우리를 열었다. 방금까지 부서져라 우리를 흔들더니 레온이 창살을 열자 비척거리며 숨는 악마.

“끄헭?!”

쭈욱 당겨지더니 안면과 몸통이 우리와 부딪히며 창살째로 부순다. 그대로 튕겨 나온 악마는 꼬리를 붙잡은 레온에 의해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꿱!”

뒤통수부터 내동댕이쳐진 악마는 그대로 두개골이 깨졌다. 레온은 그런 악마를 다케다에게 건넸다.

“……폐하?”

“대충 이렇게 하면 악마도 사고를 못하고 침을 질질 흘리기 마련이다. 나비가 보이면 헤벌리 풀어져서 쫓아다니는 것만 제외하면 관상용으로는 쓸만하다고 한다.”

하다고 한다? 혹시 가까운 사람 중에 그런 걸 즐긴 사람이 있었던 겁니까?

다케다는 도저히 그 심연에 이르는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침을 질질 흘리며 제 목에 걸리는 목줄을 좋아라하는 악마.

레온은 이 악마들을 인계하면서 단단히 일렀다.

“이틀이다. 귀환하고 이틀 뒤에 처리할 것이니 그리 알도록.”

“아, 예…….”

이런 비참한 몰골의 악마조차 살아있는 걸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걸까. 다케다는 기념사진 몇 번 찍고 얼른 넘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슬슬 놈들의 본성을 공략하도록 하지.”

“이번에도… 농노들을 앞세우실 셈입니까?”

현대인에게는 다소 컬쳐쇼크적이었던 농노 고기방패를 목격한 다케다는 진저리를 쳤다.

“악마를 많이 사냥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쪽의 피해도 꽤 큽니다.”

총 사상자는 구백 명에 이른다. 이 중 대부분이 전사자였다.

“그래, 많은 이들이 상하긴 했지. 열 명… 아니, 스무 명 이상 죽었을지도.”

“예?”

이상한 셈법에 다케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폐하, 좀 전의 전투에서는 구백 명 넘게 죽었습니다.”

“으음?”

정확히는 구백하고도 열여섯 명. 이중 구할 이상이 사망했으니 전쟁으로 치면 심각한 사망률이다.

그런 사상자를 듣고도 레온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다케다를 똑바로 응시했다.

“자네, 설마… 농노들을 숫자에 포함시킨 건가?”

“……예?”

그 순간, 다케다는 보고받았던 숫자를 떠올렸다.

헌터 사상자 34명. 농노 사상자 882명.

이 중 농노 사상자를 제외하면…….

“사, 삼심사 명…….”

“그래, 그게 올바른 셈이다.”

레온이 파랗게 질린 다케다의 어깨를 두들겼다. 다케다는 그런 레온의 등 뒤를 응시하며 심오한 내적갈등에 휩싸인다.

과연, 인간은… 정말 악마보다 선한 존재인가.

* * * *

레온에게서 도망친 뒤, 살육대공 아카샤는 제 영지의 성에 틀어박혔다.

“크-윽.”

천지호의 입을 빌려 고통이 밖으로 발산된다. 제 육신을 잃어버리고 검의 형태를 빌렸다지만, 숙주인 그의 고통이 곧 자신의 고통이었다.

‘성검에 의한 상처가 깊다.’

만신의 힘이 깃든 성검의 일격. 그것은 아카샤에게서 위협적이었다. 그 힘이 전성기에 비할 정도가 아니라니 경악스러울 뿐이다.

게다가 아카샤의 상처는 성검에 의한 상처만이 아니었다. 게이트 도약 순간, 레온이 던진 성창이 남긴 ‘성법’의 영향이 아직도 육신의 재생을 더디게 하고 있다.

과연, 사자심왕. 악마의 천적다운 힘이었다.

‘역시… 군주급이 아니면 안 되나.’

모든 악의 정점. 악마군주들.

비록 그 원정에서 대부분의 악마군주들이 죽었다지만, 그들의 강함은 결코 사자심왕에게 뒤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의 악마군주들은 사자심왕보다 강력한 존재였다.

‘놈이 대전쟁에서 쾌락의 군주 도트라돈과 혼돈의 군주 말루스, 지혜의 군주 카라카엘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건 놈의 기사단이 더해진 덕이지.’

사자심왕의 강함도 강함이지만, 그 휘하의 성배기사들과 기사단들의 강함은 라이온하트를 이루는 주축이다.

먼 과거, 혼돈의 군주 말루스도 사자심왕을 빈사 상태까지 몰고 가지 않았던가.

그 불꽃의 괴물만 없었다면 사자심왕의 목숨이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놈은 지금이 가장 약한 상태. 과거의 세력에 비하면 지금은 병정놀이 수준이지.’

놈이 세력을 회복하기 전에 격멸해야 한다.

‘실제로 이미 준비되고 있지. 곧 라크샤르… 그놈이 각성한다.’

자신이 새로운 살육장을 버리고 ‘한국’으로 향하던 이유는 바로 그를 지원하기 위해서였으니까.

“대, 대공님!”

그때였다. 성의 하급 악마인 악마 집사장이 아카샤의 방을 다급하게 찾았다.

“무슨-일이냐.”

“놈들이 왔습니다! 놈들이 성 앞까지 찾아왔습니다!”

“크르—-“

아카샤는 기어코 제 성 앞까지 진군해온 사자심왕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놈이 게이트를 열어 자신의 영지에 침공했다.

악마들이 사는 마계로 직접 쳐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역시 단단히 미친놈이었다.

“지원 요청은… 어떻게 됐나.”

“그, 그것이…….”

집사 악마는 차마 망측하다는 듯 말을 망설였다. 가장 가까운 영지에 대악마들이 수두룩했지만…….

“부름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대공님께서는… 그럴 자격이 없으시다고…….”

“크르–“

악마대공. 그는 분명 악마 중에서 군주 다음으로 강력한 존재다.

하지만 영지를 가지고 악마군단을 이끄는 대악마들을 소집할 권리는 오직 악마군주에게만 있다.

‘군주를 잃은’ 살육의 악마들 사이에서는 지휘권을 누가 가지느냐로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그 오크 놈만 아니었어도.’

살육과 파괴의 군주가 놈의 손에 죽었다. 대공이었던 자신은 놈에 의해 육신을 잃어 지난 십수 년간 방랑하는 신세였고.

“무르카… 그 빌어먹을 놈.”

오크 대칸. 사자심왕과 마찬가지로 모든 악마들이 두려워하며 경기를 일으키는 존재.

놈만 아니었어도 라이온하트와의 결전은 모든 군주와 악마대공들이 참여한 대전이 되었을 것이다.

“풀어…!”

“대공각하?”

갑작스레 큰 소리를 내는 아카샤에 고개를 기웃거리는 집사. 아카샤의 미간이 좁혀졌다.

‘숙주 놈이…….’

방금 목소리를 낸 건 아카샤가 아니었다. 그가 기생한 숙주 천지호였다.

설마 이 정도로 약해졌을 줄이야. 아카샤가 입은 상처가 깊은 탓에 숙주의 의식이 깨어나고 있다.

“좋지-않군.”

아카샤는 오랜 세월 자신의 육신을 부활시킬 완벽한 숙주를 찾아왔다.

천재적인 검의 재능을 가진 숙주들. 지금까지 거쳐온 여섯 숙주 중에서 천지호는 단연 으뜸이었으나 딱 한 명.

이 천지호조차 넘어서는 재능을 가진 천재적인 육체가 있었다.

“천-소-연. 그-계집-을-찾아야-한다.”

천지호의 육신으로는 레온을 당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천소연이라면?

그 계집의 육신을 숙주로 삼고, 자신의 힘으로 잠재력을 완전히 개화한다면…….

아카샤의 한쪽 눈빛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소연아… 도망쳐.’

다른 한쪽에선 아버지의 비통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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