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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2

122화 성배기사의 공성전

공성전이라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성벽을 마주하고 사다리가 세워지며, 창칼이 교차하는 백병전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악마들은 온갖 세계를 침공해온 침략자들. 그들은 악마계열에 따라 차이는 있어도 엄연히 발전된 무장을 사용한다.

“마탄포 발사 준비!”

“포탑 일제사격 대기!”

성벽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흉악한 포신들.

지구 문명의 현대화기와 비슷한 것들이 있는가 하면 더 발전된 형태의 마법포도 존재한다.

그들은 따로 공군 체계가 없을 뿐이지, 마법으로 폭발하는 집속폭탄도 준비하고 있었다.

게이트와 그 게이트에서 벌어지는 전투가 백병전 위주라고 해서 흔히들 착각하게 되는 편견.

누구나 이 압도적인 마도병기들 앞에서 절망하게 된다.

“뭐, 뭐야? 대포?”

“미친 저 마력흔은 도대체 뭐야!”

“포, 폭발한다!”

“쏴랏!”

쏟아지는 악마들의 화력병기들. 진형을 갖추기 위해 집결된 헌터들에게 화력 병기는 너무나 효과적인 수단이다.

“으아악…!”

“엎드려어어!!”

다급하게 마법방벽을 세우거나 탱커들이 방어스킬을 사용했으나 그것도 50 대 50 정도의 소규모 교전에서나 쓸법한 스킬들이다.

수천 단위의 대화력전에서 개개인의 특출난 힘 정도로는 저 화력을 막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

‘특출난 힘’ 정도라면 말이다.

-콰콰콰콰콰쾅!!

끔찍한 폭발음이 온 사방에서 울리며 세상의 소리를 앗아갔다.

“어?”

그리고 그 폭발의 결과가 드러나는 순간, 헌터들은 얼빠진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농노병을 포함해 8천여 명에 이르는 군대. 그들 모두를 감싸는 찬란한 빛.

“와…….”

“이, 이게 무슨…….”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 그만한 폭발에, 화력망에 노출되었는데도 검댕이 하나 묻은 이가 없다.

이런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한 명. 모두가 레온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성배의 서약을 받은 기사가 자리에 존재함이다. 감히 천한 원거리 무기 따위로 기사단의 휘황을 침범하려 드느냐.”

군단성법 <원거리 무효화>

개념의 힘을 군단 전체에 적용한다. 이것만으로 충분히 사기적이지만, 성배기사의 군대는 더욱 악랄한 반칙을 저지른다.

“스피너 경. 비체.”

-화력전 개시.

“가볍게 시작하지요.”

레온의 명령에 대응하는 두 사람. 명실상부 성배기사급의 야크트 스피너와 베아트리체는 각자의 힘을 개방했다.

-위이이이잉!

등딱지에 탑재된 무인 드론들이 온 사방으로 비산한다. 그들의 무장에는 30mm 유탄 20발과 1,200발에 이르는 12.7mm 기관총탄이 담겨있다.

-통합화력=투창 전개

야크트 스피너의 레일건과 체인건들이 드론들과 함께 각자의 표적을 향해 퍼부어진다.

-투다다다다다다다!!

24기의 무인 드론과 야크트 스피너의 화력전은 성벽 위의 악마들을 휩쓸었다.

‘게, 게이트 내 몬스터들에게 현대병기는 소용이 없을 텐데?’

야크트 스피너가 사용하는 무장들 대부분이 현대병기들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간파한 헌터는 의문이 들었다.

레일건을 제외하면 야피가 가용한 병기들 대부분은 지구제 현대병기.

지구 병기들이 먹혔다면 헌터들은 진작 냉병기가 아니라 총을 들고 다니거나 전차와 자주포를 끌고 게이트에 진입했을 것이다.

마력을 담을 수 없는 현대병기들은 몬스터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것이 상식──

“크아아아악!”

“모, 몸이! 몸이이이…!”

그러나 성벽 위의 악마들은 재앙을 맞닥뜨린다. 퍼부어진 화력에 ‘불타며’ 소실되어간다.

레일건이 성벽을 관통하며 흩뿌린 열압만으로 수십 마리의 악마들이 타죽었다.

“야, 야피 경의 공격이 통한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그들은 알 수 없겠지.

‘살아있는 성자’란 존재란 그 자체로 성스러운 존재란 뜻이다.

야크트 스피너는 본래라면 가동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음에도 물리적인 한계를 뒤집은 채 가동되고 있다.

존재만으로 기적적인 존재. 살아있는 성자들은 자신의 육신과 닿은 것 그 자체를 성역화시키는 힘이 있다.

따라서 야크트 스피너의 동체에서 쏟아지는 모든 포탄, 총탄은 신성 탄자(Holy Grenade). 어중간한 악마들은 닿는 것만으로 불타 죽는다.

“와아….”

그 모습을 지켜보며 하리는 감탄했지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저거 원거리 무기 아닌가?”

-탄환 발포 매커니즘. 본기가 생산한 전자기력에서 비롯됨. 고로 오롯한 본기의 힘.

“……억지 아니에요?”

-시끄러움, 유기체.

그때였다. 야크트 스피너를 발견한 악마 마법사들이 외쳤다.

“저놈이닷! 저놈을 저격해!”

악마들이 모든 화력을 야크트 스피너를 향해 겨눴다. 쏘아진 모든 화력은 한 개체를 섬멸하기엔 과잉화력 그 자체.

하지만 휘황의 빛이 그것들 모두를 무효화한다.

“젠장!”

악마들이 비통한 소리를 낸다. 그럴 만도 하다.

이쪽은 원거리 무기가 일체 금지되는데, 상대 쪽에서는 마음대로 원거리 무기를 사용한다.

성배기사의 군단은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는 백병전을 강요하면서, 자신들은 멀쩡하게 원거리 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군대가 악랄한 바로 이것에 있었다.

“원거리 무기가 안 된다면…!”

성벽 위의 악마 마법사가 손바닥을 펼치며 휘둘렀다. 그러자 지옥불이 쏟아지며 드론을 휩쓴다.

악마들이 라이온하트 왕국과 수없이 싸우면서 알아낸 맹점.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쏘아내는 투창 같은 것은 ‘원거리 무기’로 인식하지 않는다.

요컨대 기사가 원거리 무기로 인식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방사형 마법을 중심으로 놈의 회피할 공간을 주지 마라! 성배기사를 묻어 버린다!”

그리고 그들의 마법은 일제히 야크트 스피너를 향하기 전… 모습을 드러낸 악마 마법사들을 휩쓰는 검은 빛.

대마도 <멸리사안(滅理死眼)>

마술사 여왕의 철퇴가 스콜처럼 쏟아진다.

“미친 저게 뭐야!”

“대마법 수준의 공격을 연발로?”

하늘을 관통하며 쏟아진 검은 빛들 앞에 압도되는 관중. 한 시대, 한 세계의 정점의 마술사는 경이로운 마도를 쏟아낸다. 그러나 이조차 그녀의 수많은 비적 중 하나일 뿐.

“저, 저 여자부터 처리해!”

지옥불이 쏟아진다. 살육과 파괴의 악마들은 그 특성 만큼이나 파괴에 특화된 마법을 사용한다.

그 공격력은 실로 악마 중에서 으뜸. 그러나 마술사 여왕은 악마들의 마법을 상대로 가소롭다는 듯이 비소한다.

“저를 상대로 마술전이라니. 얕보였군요.”

미려한 손가락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마술들을 향해 퉁겨진다. 다음 순간, 쏟아지는 마법들이 ‘사라졌다’.

“어?”

얼 빠진 소리를 내는 악마 마법사들. 그들은 자신들이 행사한 마법이 원소 단위로 분해되어 흩어진 것을 목격했다.

상대방의 마법을 방어하는 게 아니라 아예 무효화하는 건 대마법의 영역. 마법 계열의 정점인 지혜의 악마들조차도 최소한 마법진 정도는 전개하고서야 가능한 짓거리다.

그걸 손가락 튕기는 것만으로 행사했다고?

그들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베아트리체는 입꼬리를 뒤튼다.

“이전의 제 마술들은 악마들을 죽이는데 특화되었지요. 하지만… 결국은 부활하여 되돌아오기에 ‘고문’을 배워야 했지만…….”

허공을 수놓기 시작하는 검보라빛의 문양들.

마술사 여왕의 대영창에 섞여 들어간 성력이 ‘죽음’의 개념을 탑재한다.

“더 많은 죽음을. 더 많은 공물을. 살아남는 자는 비통하게 여기세요. 저는 여러분들을 괴롭힐, 수천 가지의 ‘놀이’를 알고 있으니까요.”

자신의 나라를, 국민을, 기사를 잃은 여왕은 언제나 악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다.

다만 여왕의 품격답게 그 분노는 매우 차갑고 싸늘하다는 것일 뿐.

생존한 악마들은 차라리 죽었으면 할 것이라는 저주와 함께 죽음의 안개가 성내를 휩쓴다.

닿는 것만으로도 영원한 안식으로 접어드는 안개의 파도 앞에서 악마 마법사들은 탄식하며 지팡이를 놓는다.

“대공… 각하!”

휩쓸리는 군단.

그들이 잠들듯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마술사 여왕은 안타까워 한다.

너무 편하게 갔노라고.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생각보다 많이 죽이진 못했네요.’

마술이 중간에 위력을 잃어갔다. 베아트리체는 그것이 성의 기능임을 깨달았다.

‘적의 마력을 흩어지게 하는 방어시설… 뭐, 그런 거겠죠.’

마술이 널리 퍼진 세상에서는 당연히 갖춰야 할 시설이다. 악마들의 성은 그런 면에서 만전의 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압도적 물리력’이라면 어떨까?

“물러서라.”

헌터와 농노의 무리를 반으로 갈라서며 황금의 기사가 창을 번쩍 든다.

본래라면 사자심왕이 나설 만한 국면은 아니나 레온은 공성전에 취약한 헌터들을 배려했다.

“짐이 성문을 뚫는다. 그럼 바로 밀고 들어오도록.”

“예?”

“폐하, 잠시만요!”

한국와 일본의 헌터들이 아연실색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레온이 일직선으로 돌격하려는 성문은 족히 100m에 이르는 초거대 성문이었기 때문이다.

오직 마법의 힘으로만 열리는, 아니, 그것과 별개로 판타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악마성의 성문을 상대로 단기돌격하겠다고?

그러나 이미 스탈리온의 말발굽이 대지를 박찼다.

“어, 어엇!”

“놈이 방어막을 벗어났다!”

그리고 그건 레온 자신이 군단에 걸어둔 군단성법에서 벗어난다는 걸 의미. 악마들의 화력이 사자심왕을 향해 퍼부어졌다.

“하…! 스탈리온, 짐이 너를 위해 성법을 펼쳐두어야겠느냐?”

-히힝!

레온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거부하는 스탈리온. 가소롭다는 듯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총화기와 대포를 곁눈질로 확인한 스탈리온이 바닥을 박찼다.

-콰쾅! 콰콰콰쾅!!

쏟아지는 화력은 어질어질거리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레온과 스탈리온은 인마일체. 폭풍처럼 몰아치는 화력의 비 사이를 내달렸다.

“뭐, 뭐야!”

“저게 말이 돼?”

그야말로 곡예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저런 아크로바틱한 기동력을 선보이면서도 그 속도가 조금도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빗나간 화기와 폭압으로는 인마일체의 두 존재를 조금도 상처입힐 수 없었고, 기어코 성창의 창끝이 성문을 향해 겨눠졌다.

“라이온하트에…! 영광 있으라!!”

농밀한 성력을 두른 성창이 그대로 성문에 격돌한다. 그 순간──

-콰아아앙!!

관통되다 못해 성문이 통째로 우지끈 터져 나간다. 최강경도의 두터운 성문이 물리적으로 관통된 여파는 성문 전체의 붕괴를 야기했다.

“이, 이게 무슨…….”

아연실색하며 새파랗게 질린 것은 비단 악마들뿐이 아니다.

헌터들 또한 눈앞의 기적 앞에 경악을 숨기지 못했다.

“이것이… 성배기사.”

숨 쉬듯 현실의 법칙을 개변하는 성자들.

이 천외천의 경지가 진정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단 셋이서 공성전을 행하는 압도적인 광경. 그들은 자연스레 신을 찾았다.

저들이 신봉하는 신이야말로 진정한 신들일 것이라 여기며.

* * * *

성문이 순식간에 뚫렸다.

밀고 들어오는 연합 공략대의 물살에 대공성은 함락되기 일보직전이었다.

“──”

아카샤는 소란스러운 바깥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켰다. 그의 손에 쥐어진 마검… 아카샤의 본체는 차갑게 내려앉은 시선으로 무언가를 탐지하고 있다.

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적어도 놈에게서 벗어나거나 상처 입힐 방법이 있다면…….

“찾았-다.”

내성을 뚫고 진입하는 일단의 무리들. 그들 중에 천소연이 있다.

아카샤는 천지호의 몸을 이끌고 곧장 천소연을 향해 뛰어들었다. 마검의 비행능력을 이용해 순식간에 그녀 앞에 뛰쳐들자 천소연이 화들짝 놀랐다.

“너…!”

“멍청한-것.”

천소연의 이검 중 마검이 그녀를 향해 쇄도한다. 하지만 아카샤는 그녀의 검을 간단히 쳐내면서 목을 붙잡았다.

“큭…!”

“어리-석은-것. 홀로-날뛸-줄이야.”

“아빠를…돌려줘!”

아카샤에게 목 졸리면서도 천소연은 발버둥쳤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 꼬리라도 물어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꼴이다.

“너를-취함으로서-나는-더욱-완전해진다.”

“어째서… 나 같은 걸…….”

아카샤는 마검의 비밀에 대해 더 말해줄 수 있었다. 천소연이 허망하게 자신의 실책을 상기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는 실용적인 성격이었고, 낭비할 시간도 없었고.

천소연의 손목을 강제로 뒤틀어 검을 놓치게 만들고 그녀의 손에 강제로 마검을 쥐여준다. 그 순간, 아카샤의 의지가 그녀를 삽시간에 지배하기 시작했다.

“크─흐─흐─흐.”

천소연의 입가가 사악하게 비틀렸다. 반면 방금까지 아카샤의 마기를 받아들였던 천지호는 메마른 입술로 파르르 떨었다.

“아, 안 돼. 안 돼… 소연아…….”

아버지의 절규는 딸에게 닿지 않는다. 아카샤는 차지한 새 육신을 둘러보며 웃었다.

“과─연, 훌─륭하다. 이대로─성장했다면─능히─검호를─노려봤겠어.”

그간 방랑의 마검은 수많은 천재 검사들을 쫓아다녔다. 그가 그렇게 숙주를 갈아타며 십수 년을 떠돈 이유는 하나.

마기로 잠식된 숙주의 몸을 짜내고 그들의 검술을 복제하기 위해서다.

1대 마인 제임스 스펜서는 정석적이고 무거운 검술의 달인이었고,

2대 마인 안드레야 샤이크는 지구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찌르기의 정점이었다.

3대 마인 오르테가의 단검술,

4대 마인 삼린의 이검술,

5대 마인 하비에르의 쾌속검

6대 마인 천지호의 광검

그 모든 마인들의 검술을 축적하고 여섯 희생자들을 침식한 마기의 정수를 한데 긁어모았다.

모든 것은 아카샤가 잃어버린 육신을 복구하고 최강의 마검사로 부활하기 위해.

“비록─정수는─잃었으나─새로운─육신을─얻었다.”

다시 복구를 시작해야겠지만, 상관없다. 지금까지 축적해온 검술은 그에게 남아있었으니까.

“일단─자리를 벗어나도록─할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

그때였다. 아카샤의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천수연의 시선이 등 뒤로 향한다.

“라이온하트.”

사자심왕 그가 아카샤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슬슬 끝을 내자꾸나, 더러운 기생충 놈.”

천소연의 귓불에 걸린 보랏빛 장신구를.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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