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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2

121. 소꿉친구 – 사냥터

겨울이 끝나고, 봄이 지났다.

오른 왕국의 수도 네비스는 후계자 수여식인 ‘아키네’를 위한 준비가 막바지에 달해 근사하게 정돈되었다.

네비스 중앙을 가로지르는 대로는 손톱만 한 돌멩이 하나 없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애톤 드 로그넘 왕자의 행차를 기다렸고, 주위 건물들에 걸린 갖가지 색깔의 휘장들이 바다에서 대륙으로 불어 들어오는 ‘들넋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또, 가가호호마다 소정의 지원금이 지급되어서, 코 때 묻은 옷을 입었어야 할 가난한 소년, 소녀들은 소박하지만 깔끔한 옷을 입을 수 있었다.

거지들도 살판이 났다. 이런 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대접받는(혹은 치워지는) 이들이 바로 거지였기에 그들은 상당한 먹거리를 배급받아 자신들의 소굴에서 먹고 자고를 반복하는 천국을 누리는 중이었다.

더욱이 십자교회에서 왕자의 아키네를 축복하며 150명의 성전사와 고위 사제들을 보내주어서 네비스는 내일 있을 행사가 정말이지 근사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팽배해 저녁 늦은 시간까지도 왁자지껄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시민들이 많았다.

그리고 여기 그들과는 다른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있는 영애가 있었다. 아니, 부풀어있던 영애가 있었다.

“파, 팔라스가 죽었다고요?”

하리에 가이단이 놀라서 되물었다. 그녀는 곧 시집가기로 되어 있었다.

겨울이 지나고 그녀는 지난번에 약속한 것을 이행해달라 재촉했다. 그러자 테르탄 공작가에서도 승낙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그 손님’에게 들었다.

레브라는 이름의 그 손님은 처음 만난 날, 그녀에게서 목걸이를 ‘빌려 간’ 대가를 톡톡히 치러준 것이었다.

– “그 목걸이를 빌려다오. 그러면 내가 친히 공작에게 연락해 혼인을 허락하도록 만들어주겠다.”

그분께서는 처음에는 목걸이를 달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녀는

“이건 절대로 드릴 수 없습니다.”

라며 완강하게 거절을 했고, 조금 화가 났는지 그녀를 노려보던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물러섰다.

빌려주는 정도는 괜찮겠지.

이것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그가 공작의 허락을 받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들지 않았다.

다만 결혼하기 위해 떠나는 날에 목걸이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것이 중요할 따름이었다.

– “단, 빌려준다는 약속이니 나도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여야겠다. 내게… 충성을 맹세해라.”

영애에게 충성을 맹세하라니?

세상에 이보다도 더 웃긴 농담은 없을 게 분명했다.

그의 진지한 태도가 우스워서 그녀는 그 자리에서 꺄하하 웃어버리고야 말았다. 얼굴이 다 새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그런데 그는 농담을 철회하지 않았다. 하리에는 재미있게 생각하며 가볍게 맹세했다.

“알겠어요. 저 하리에 가이단은 팔라스 테르탄에게 시집가기 전까지 당신께 충성을 다하겠어요. 이 정도면 됐나요?”

그는 만족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목걸이가 넘어갔다.

맹세하기 전까지만 해도 빌려주는 것도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맹세한 뒤에는 그렇지 않았다.

저 목걸이가 내게 반드시 돌아올 것이고, 팔라스와 결혼하게 되리라는 약속 또한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이다. 팔라스와의 결혼을 꿈꾸면서.

그런데, 팔라스가 죽었다고? 그것도 작년에? 믿을 수 없다.

하리에 가이단이 눈앞의 시녀들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팔라스 테르탄이 죽었다니, 불쾌하군요. 전 그런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에요.”

“저, 정말이에요. 저희가 보스포에서 떠나올 때만 해도…”

그들은 보스포에 데리고 갔던 두 명의 시녀들이었다.

하리에는 과로로 뻗어버린 그들을 보스포에 두고 급히 네비스로 돌아왔었다.

“저희는 정말로 그렇게 들었어요. 그런데 결혼이라니… 윌터 총관께서는 영애께서 상심이 크실 거라면서 빨리 돌아가라고 재촉하셨는걸요.”

“…그럴 리 없어요.”

하리에 가이단이 벌떡 일어났다.

당장 기사를 불러 이 거짓말쟁이 시녀들을 벌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데 저택 사람들도 조금 이상해요. 하브니 가이단 도련님의 방을 웬 손님이 쓰고 있는 게 이상해서 물어봤는데, 다들 그럴만한 분이 손님으로 오셨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그 방이 어떤 방인데.”

그 말에 하리에는 제정신을 되찾았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맞아. 그는 이쪽 방을 사용하고 있었어. 내가 이걸 왜 신경 쓰지 않았지? 여기는 손님을 들이는 공간이 아닌데…’

저택의 동쪽은 그녀와 아버지, 어머니, 죽고 없는 동생이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절대로 외부인을 들일 곳이 아니었다.

불안이 그녀를 엄습했다. 한번 의심이 들기 시작하니 이상한 점이 끝도 없이 많았다.

‘아버지는 왜 그런 사람을 공경했을까? 그리고 나는 왜? 내가 왜 그런 귀족도 아닌 사람의 말을 믿었지?’

뭔가 잘못됐다.

생각해보니 언제부턴가 시녀들도 그의 말을 우선적으로 따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걸 지금껏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자신도 이상하지만, 집사는? 기사들은? 오로지 아버지의 말만을 따르는 그들의 행동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가서 확인해봐야겠어요. 교회에 다녀올 것이니 준비해주세요.”

모든 게 의심스럽다.

우선 이 시녀들의 말이 맞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았다.

교회에 가기 위해 잠시 옷차림을 가다듬고 화장을 대강 고치는데, 시녀들의 손놀림을 받던 하리에는 기어이 부르르, 몸을 떨고야 말았다.

초록색으로 평화롭게 장식된 ‘우리 집’이 공포스럽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만약, 테르탄 공작가에 연락했더니 정말로 이 시녀들의 말이 맞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창백해진 얼굴로 심호흡하며 하리에가 방을 나섰다. 그런데,

“어딜 가십니까?”

하리에는 하마터면 졸도할 뻔했다.

싸늘한 인상의 ‘그 손님’이 문 앞에 있었다. 급하게 뛰어 돌아왔는지 거친 숨을 들이쉬는 그가 그녀를 살의가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 * *

“이 문을 열어요! 당장! 당신들이 감히 내게… 당신들은 속고 있는 거예요. 정신 차려요!”

한바탕 푸닥거리가 있었다. 바깥에서 굳게 잠겨진 문 앞에서 한 기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영애께서 결국 알아채신 모양입니다. 시녀들이 돌아왔을 때 주의를 주었어야 했는데, 제 불찰입니다.”

“엎질러진 물을 어찌하겠습니까.”

레브는 안타깝다는 어조로 뻔뻔하게 거짓말했다.

“모든 일이 다 끝났을 때 말씀드리는 편이 좋으리라 생각하고 숨겨온 것이었는데… 하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이 당신을 왕자에게 시집보내지 않기 위해 하는 일임을 알게 되시면 더욱 가슴 아파하실 것입니다. 죄송하지만 내일까지만 저 안에 모시기로 하지요.”

레브는 광장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데 ‘주종 관계’ 업적이 돌연 1로 줄어드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저택으로 뛰어 돌아왔다.

하르베이 가이단 후작과 시야가 여전히 공유되는 것으로 보아, 그가 매혹에서 벗어났을 리는 없었으므로 레브는 하리에에게 건 매혹과 충성의 맹세가 깨어졌음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다행히 하리에는 아직 저택에 있었다. 레브는 “다, 당신은 대체 누구죠?”, “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모, 목적이 뭐예요!”라며 따지는 하리에를 방에 감금했다.

“제발, 제발 문을 열어요. 아버지를 뵈어야겠어요. 이게 아버지의 뜻일 리 없어요. 당신들은 속은 거라고요! 그 사람한테!”

안에서 들려오는 하리에의 목소리는 애원과 분노를 넘나들고 있었다.

허나 레브의 곁에 있는 기사들은 안타까워할 뿐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가이단 후작은 레브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네비스를 떠난 지 오래였다. 오른 왕국의 변경백으로서 거느린 동부의 군대를 이끌고 네비스를 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레브는 그가 좁은 산길을 통해 꽤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고 있었다. 여태까지는 은밀하게 움직였지만, 저 산을 벗어나는 순간 왕의 이목에 들어올 테고, 당장 군대가 소집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왕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일 있을 후계자 수여식 때문에 군대를 일으키기를 미루고 있을지도…

하지만 레브는 후작이 반란군으로 몰려 공격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날 테니까.

다만 오늘 밤에 네비스 교회에 쳐들어가서 사제들을 싹 죽여버릴 생각이었는데, 그게 틀어진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수도교회에서 성기사들을 떼로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달, ‘아키네’를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찾아온 그들은 도시 곳곳을 순찰하였고, 뭘 눈치챈 모양인지 가이단 후작가를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그 통에 레브의 활동에 제약이 걸렸다. 그간 살인을 저질러도 비명을 듣고 달려온 경비병을 매혹해 간단하게 달아나던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모르긴 몰라도 다른 ‘일반적인’ 사도였다면 꽤 골머리를 앓았을, 또는 욕심을 부렸다간 꼬리가 밟혔을 만한 제약이었다.

허나 레브는 일반적인 사도가 아니었고, 더는 공양이 필요치 않은 상태라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이게 원래 매 회차마다 반복되던 일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레나를 떠나보내고 여행하던 예전 시나리오에서, 레브는 이 시기에 네비스를 떠나고 없었다.

어쨌든 일이 곤란해진 그는 가이단 후작에게 가문의 모든 기사와 준기사들을 저택으로 불러들이라고 명했다.

이윽고 저택은 23명의 기사와 200여 명에 달하는 준기사들로 북적거렸고, 레브는 그들을 모조리 매혹해버렸다.

매혹은 어렵지 않았다.

기사를 매혹하기 힘든 까닭은 기사 서임식 때 검에 축성을 받는 관례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가이단 가문의 기사들은 불신자가 된 후작의 비극에 깊이 공감하여 축성 받은 검을 버린 지 오래였다.

고작해야 결혼반지가 문제가 된 정도일까? 그마저도 레브는 신력을 쏟아부어 해결했다.

수없이 많은 깡패와 그들의 가족을 공양한 덕분에 그에겐 그러고도 남을 신력이 있었다. 에릭 왕자라면, 아니, 이 세계에 존재했던 어떤 사도도 감히 꿈꾸지 못했을 막대한 신력이.

레브가 올리는 공양의 효율은 소수점 두세 자리일 그들의 효율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준기사들을 매혹하는 것도 이와 같았다.

기사 서임을 받기 위해 검술을 갈고 닦으며 가문의 여러 잡무에 동원되는 준기사들. 애당초 그들은 기사가 아니기에 검에 축성을 받을 일도 없었다.

준기사따위…

그런 고사리손까지 빌려야 하는 게 우습지만, 내일 있을 후계자 수여식 때 분탕질을 쳐줄 사람은 많을수록 좋았다.

“마음이 무겁군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살아서 뵙겠습니다. 후작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잠시 하리에의 애원을 듣던 기사가 각오를 다진 눈빛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레브는 “당신의 건투에 명예가 있기를…”이라며 겸손한 태도로 그를 보내주었다.

전에는 후작에게도 이래라저래라 명령하며 건방을 떨었지만, 지금은 자제할 필요가 있었다.

매혹에 걸리기는 하였으나, 기사들은 여전히 후작에게 충성을 바쳤다.

레브가 그들에게 충성의 맹세를 받지 않은 것이다.

아니, 못 받았다고 해야 할까?

기사의 충성심을 빼앗는 건 쓸데없이 신력을 낭비하는 행동이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후작을 통해 그들을 움직일 수 있어서 레브는 그럴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기사들은 후작이 반란을 일으키기 직전, 자신들이 왕자를 암살해 정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역할을 맡은 줄로 알고 있었다.

그건 후작도 마찬가지였는데…

가이단 후작은 군대를 이끌고 왔을 때, 안에서 호응할 대비가 되어 있다는 레브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어떻게 호응해 주시려 하느냐는 질문을 하였지만, 레브는 “걱정하지 말고 나를 믿으라”라며 밀어붙였다.

후작은 기사들을 넘기고 떠났다.

군대를 이끌고 돌아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잠시 문 앞을 서성거리던 레브는 방 안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하리에를 당장 죽여버릴까 고민하다가… 바깥을 향했다.

어차피 내일이면 죽게 될 여자고, 지금 죽이면 기사들에게 건 매혹이 깨어질지도 몰랐다.

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가자.

레브는 왕자의 행차가 예정된 광장으로 나왔다. 광장 이곳저곳의 땅과 벽에 손바닥을 대면서 돌아다녔는데, 그 행동은 밤이 새도록 계속되었다.

작년에 가이단 후작을 통해 ‘아키네’가 열릴 것을 알게 된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해온 일이었다.

[덫사냥]

네비스를 둘러싼 성벽과 성문부터 골목길 구석구석까지. 그의 손길을 타지 않은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이 광장은… 성문처럼 조금 더 공을 들이는 장소였다.

어두컴컴한 광장을 돌아다니던 레브가 허리를 폈다.

힘이 들어서 휴식을 취하려 함은 아니었다. 단지 동녘이 터오는 것을 느끼고 한번 고개를 들어보았을 뿐이었다.

사실 레브는 근래에 휴식을 취해본 적이 없었다.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은 쌩쌩하게 잘 굴러가고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본인도 잘 몰랐다.

무기 상단을 몰살한 이후였는지, 하리에로부터 목걸이를 빼앗아 목에 건 이후였는지…

바르바토스 님의 축복이 이렇게나 거룩한 것이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나는 그분의 ‘사도’였다.

어느덧 광장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보는 눈이 많아지자 레브도 광장 한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비병들이 사방에 깔렸다.

이 좋은 날에 소동을 피우는 놈이 없는지 감시하는 것이었지만, 그렇게 간 큰 놈은 없었고, 시민들은 광장 이곳저곳에서 울리는 흥겨운 노랫소리에 맞춰 춤을 추거나 노점상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음식을 맛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모두 왕실에서 준비한 것들이었다.

왕자의 행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지루함을 덜어줄 겸, 왕국의 후계자에 대한 인식을 좋게 심어주기 위한 일환이다.

“왕자님이다!”

그때, 저 멀리 왕성 정문이 열리며 시민들의 시선이 쏠렸다. 화려하게 치장된 애톤 드 로그넘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 후계자 수여식을 안에서 마치고 나오는 길일 것이다.

위대한 오른 왕국의 적법한 후계자가 탄생했음을 알리는 이러쿵저러쿵한 말들이 마법의 도움을 받아 한동안 크게 울렸고, 시민들의 환호성은 점점 커져만 갔다.

시민들의 환호는 열여섯 마리의 백마가 끄는 마차에 쌍둥이 왕자가 탑승했을 때 절정을 이루었는데, 레브는 이 모든 과정을 비웃고 있었다.

기품있게 손을 흔드는 왕자들.

시민들은 왕자들에게 “오른 왕국의 성군이 되어주세요!”라며 외쳤으나, 그들의 환호가 경악으로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역습이다!”

가이단 가문의 기사들, 준기사들이 경비병들을 베어버리며 돌진했다. 평상복으로 신분을 감추고 왕자들을 습격한 그들은 이내 행렬을 호위하는 기사들과 맞붙었다. 광장은 이보다 더 시끄러워질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웅성거렸다. 사방에서 욕지거리가 난무했다.

“저, 저 나쁜 자식들!”

“왕자님들께 무슨 짓이야!”

저 왕자들이 쓰레기라는 걸 시민들은 몰랐을까? 아니면 축제 분위기와 행진의 화려함에 없는 애국심마저 생기고, 근래에 꽁짜 밥과 꽁짜 옷을 받았기 때문일까.

무지몽매한 것들.

실소하며, 레브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왕자가 행차할 길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들을 가로막은 경비병들이 아연실색하는 사이, 슬그머니 대로 한복판으로 나왔다.

무려 반년.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공을 들인 수확의 날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왕자들의 안위에 쏠렸을 때, 레브가 선언했다.

땅바닥을 힘껏 발로 찍었다.

“이 땅은 앞으로, 그리고 영원히 바르바토스 님의 영토가 되리라!”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대로가, 주위의 노점상과 건물들이, 더 나아가 멀리 왕성과 성벽이, 무엇이라 지칭할 것 없이 땅에 박힌 모든 것들이 차례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 바르바토스의 사냥터 ]

창공에 거대한, 정말 거대한 붉은 나팔 문양이 구름을 찢고 떠올랐다. 그리고 어디선가 거룩한 나팔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바르바토스의 이름이 역사에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수십만에 달하는 네비스의 모든 인간을 살해한 악신으로서.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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