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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3

123화 기생충

악마성에 진입한 이용완은 고위 악마들을 보는 족족 저격했다.

본디 공략대에서 궁수의 우선적인 역할은 적 원거리 병종의 저격.

하지만 레온이 전개한 군단성법 덕에 이쪽에는 원거리 무기가 통하지 않는데, 이쪽은 원 없이 사용 가능하다.

이 악랄한 백병전 강요 속에서 궁수들은 자연스럽게 표적을 한정할 수 있었다.

파팟!

쏘아지는 화살세례. 마력을 실은 화살은 중세 궁병기 따위와 비교할 수 없다. 특히 S급 헌터인 이용완쯤 되면 화살 하나하나가 전차포급이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

그런 이용완의 화살세례를 얻어맞고도 묵묵하게 달려오는 악마괴물. 상급 악마인 블러드 미노타우르스였다.

“저지 실패! 정면으로 돌파해옵니다!”

“무슨 맷집이…!”

괴수보병 계열의 끔찍한 돌파력을 아는 이용완은 추가로 화살을 날렸지만, 몸을 낮게 숙이며 전속력으로 돌진해오는 블러드 미노타우르스를 저지하지 못했다.

‘젠장, 선두로 가서 확실하게 맞춰야 해!’

그는 궁수답지 않게 선두로 가서 적 충격보병을 확실하게 제거하려 들었다.

하지만 수천 단위의 군대가 충돌하는 현장에선 아무리 S급 헌터인 그라도 쉽게 선행하기가 어렵다.

‘늦는다!’

용완이 선두의 헌터들이 찢겨 나갈 것을 떠올린 그때였다.

“방패 들어!”

선두에서 우렁차게 울리는 남자의 목소리. 이에 뒤따르는 목소리들이 일치단결한다.

“”방패 들어!!””

촤르륵 선두에 세워지는 방패들. 김도한 조장을 비롯해 만신전의 맨앳암즈들이 질서정연하게 방패를 든다.

그리고 상급 악마 블러드 미노타우루스의 충격. 선두의 병사들이 튕겨 나가듯 뒤로 날았지만, 그뿐이다.

“버텨…!”

블러드 미노타우루스의 돌진은 선두의 보병들만을 밀어냈을 뿐, 진형을 돌파한다는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크르아아아…!”

이미 멈춰진 상태에서 우악스럽게 밀어내려는 악마. 하지만 후열의 수십 명의 헌터들이 서로의 등을 방패로 밀며 버텨낸다.

“잘하셨어요!”

바로 그때였다. 복잡한 성내를 질주하던 일련의 기마들이 순식간에 악마들의 측면을 돌파. 말 위에서 뛰어든 붉은머리 소녀가 들끓는 화염의 검을 휘둘렀다.

-콱!

뎅구르르, 굴러 떨어지는 악마의 목. 두꺼운 미노타우르스의 목을 단칼에 잘라낸 하리가 이용완과 시선을 교차했다.

“앗! 이용완 길드장님! 안녕하세요!”

꾸벅, 하고 인사하는 하리. 이용완은 어색하게 화답했다.

“어어, 한 대리님.”

“전투가 급해서요! 나중에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헌터협회 직원의 입장 때문인지 지나가는 길마다 인사를 올리던 하리는 곧 제 말에 탑승해 다음 싸움터를 찾아갔다.

“뭘 그리 멍하니 봐?”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하유리다. 그녀는 어디서 들고 온 건지 악마들의 목을 한아름 쥐고 있었다.

“뭡니까, 그 목들은?”

“악마 마법사들. 만신전에서 수급을 많이 가져오면 보상해준대.”

“…….”

목이 잘리고도 데굴데굴 머리를 굴리는 악마의 눈이 그로테스크하다. 하지만 태클을 걸 이유도 없다.

상위 악마는 목이 잘려도 죽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수급을 최대한 많이 모아두라는 전언이 있었다.

분명 다 쌓아놓고 인신공양 마냥 산채로 태워 죽이겠지.

21세기 문명인들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참극이 중세 사자심왕과 교류하며 자연스래 떠올리게 된다.

“그보다… 장난 아니군요.”

“뭐가?”

“만신전 헌터들이요. 대부분이 C급일 텐데 말이죠.”

“포텐셜만 보고두면 거의 B급. 성과만 보면 A급 공략대 못지않은 수준이야.”

강하다.

이 공성전에서 활약의 중심은 더할 나위 없이 만신전의 헌터들이었다.

“하위 헌터들은 심플하게 단단해. 힘이 모자라면 동료들의 힘을 더해서라도 막아내. 저 단단한 방진 안으로 정면돌파할 수 있는 녀석들은 많지 않을 거야.”

“거기에 부족한 공격력을 성배기사 같은 특수유닛과 기사단이라는 돌파력으로 보충하고 있어요.”

그것은 마치 군대였다.

기존의 헌터들은 100인 공략대가 최대치였다. 흑색 게이트 같은 인류의 역사적 위기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는 20인 소규모, 50인 중소규모, 100인 대규모.

하지만 만신전은 기본 천 단위로 찍고 들어간다. 지금 끌고 온 전력도 총력이 아니라는 점에서 만신전의 거대함은 이미 하나의 군대 수준.

그리고 그 비유는 말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철저한 군집의 단단함과 풀이 넓은 인재 속에서 유연한 병력운용. 공략이라기보단 전쟁이 어울리는 형태.

‘다른 길드라고 생각하지 못한 건 아니야.’

단지 현실적으로 불가했을 뿐이다.

일단 C급이나 D급 헌터들은 데리고 가는 게 한숨 나오는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배분’의 문제가 생긴다.

헌터들이 게이트를 공략하는 이유는 결국 돈이다.

마정석을 캐고, 고가의 아이템을 획득하여 경매장에 올린다. 그로 인한 수익을 나눠 받는 것이 헌터 공략대의 기본.

하지만 C급, D급 헌터들은 이 배분의 비율을 할당하는 것조차 불가하다. 전투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일당제이지만, 하위 헌터들도 저렴한 일당을 받고 일하느니 차라리 노가다판에서 팀장 노릇이나 하는 게 벌이가 좋다.

‘대체 저들은 어떻게 저렇게 강해지고, 한 집단에 소속될 수 있는 거지?’

듣기로는 십구조니, 설탕소금물이니 악명이 잦던데 무엇 때문에 저리 충성스럽게 싸울 수 있단 말인가?

“종교인가…….”

“뭐야, 입교하려고?”

“끙…….”

하유리의 물음에 이용완은 답하지 못했다. 복잡해지는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활을 당기던 그때였다.

-콰앙! 콰아아아아앙!!

“”……………??!!”

창과 칼이 부딪치고 전투의 괴성이 난무하는 전장을 한순간에 묻어버리는 폭음.

조금 전까지 서로를 향해 검을 찔러 넣던 헌터들과 악마들도 자연스레 시선이 위로 향했다.

-콰앙! 콰콰쾅!!

성의 중심. 꼭대기 층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야크트 스피너의 포격이나 베아트리체의 마술폭격이라도 떨어진 줄 알았다.

하지만 연이어서 터지는 폭음의 빈도수가 달랐다. 폭음의 크기가, 폭압의 진동이 다르다.

이런 게 레일건 연사나 마술폭격 몇 번 두들긴 거로 해낼 수 있을까? 성내의 모든 생명체들이 당연한 귀결로 이어졌다.

무언가 싸우고 있다.

무언가 거대한 것들이, 서로를 향해 맹렬히 부딪치고 있다고.

“어, 어어…….”

짐승 계열 악마들조차 그 사나운 기세가 누그러뜨릴 만큼 강렬한 충격파. 그들은 파르르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며 굳어버렸다.

동쪽의 성 망루탑, 서쪽의 짐승 사육구역, 중앙의 광장.

광활한 악마성의 사방팔방에서 들려오는 아찔한 폭음. 충격파. 출돌의 여파가 자아내는 강렬한 존재감.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생명 있는 자들이 망연히 쳐다보는 것밖에 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깨닫는 것이다.

더이상 진군했다간,

더이상 후퇴했다간,

말려든다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히, 히익…….”

“역시 도망…!?”

“왕의 어전이다. 호들갑 떨지 마라, 더러운 것들아.”

“”……………!!!??””

어느 순간, 인식할 여지도 없이 악마들의 군단 한가운데에 그 남자가 있다.

정수리부터 짓누르는 중압감. 최상위 포식자의 시선에 노출된 벌레도 이것보다는 나았으리라.

‘도, 도망쳐야 해…….’

‘하지만… 움직이면 죽는다!’

절대적인 존재감. 모든 악종들의 공포가 눈앞에서 있다.

그리고 그 반대편. 인간들의 진영에서도 그것이 서 있다.

“아, 아……?”

10대의 소녀. 성인을 눈앞에 두고 있는 앳된 여자아이, 하지만 모두가 눈치챘다. 방랑의 마검을 쥔 저 소녀는 틀림없는 악마대공이라고.

모두가 폭거에 가까운 위압감에 움직이지 못할 때,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한다. 다음 순간, 격돌했다.

────!!

힘껏 밟은 지면이 으깨지며 크레이터가 발생하고,

충돌한 두 검이 일으킨 충격파에 수많은 목이 달아난다.

격돌하는 두 사람이 남기는 족적은 악마성의 비명을 배경음 삼아 춤춘다.

‘성법도, 마법도 사용되지 않고 있다!’

‘순수한 칼싸움만으로 이런 짓거리가 가능하다고?’

이래서야 탭댄스를 추는 거인 바로 밑에 깔린 호빗이나 다름없다. 모두가 이 신화대전에 경악하고 있을 때, 두 검사는 불만 가득한 듯 눈살을 찌푸린다.

‘최고의 육체다. 어리고, 순수하며, 잠재력이 대단하다.’

아카샤는 천소연의 몸을 차지하고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감을 얻고 있었다.

비록 육체의 개화가 아쉽지만, 그 정도는 방대한 마력으로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다.

중요한 건 이 몸뚱아리의 검의 재능. 이것만큼은 역대 마인들 중에서도 비교할 자가 없다.

과연, 한국제일검 광검자의 후계자. 이 가문의 재능이란 것은 대를 넘어갈수록 유전되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최상의 육체를 손에 넣었음에도 상대가 쓰러지지 않는다.

6대 마인들에게서 흡수한 온갖 검술을 자유자재로 행사하고 있음에도 레온은 기어이 그것을 막아낸다.

그것이 가능한 것인가?

검술이란 것도 상성이란 게 있는 법이다. 레온의 검술은 올곧은 직선 일변도의 강검 뿐. 상성의 검술은 얼마든지 사용했건만, 저 얇은 피부조차 닿지 못한다.

쾌검술 <사악한 뱀>

방어의 자세를 취한 레온의 검을 어지럽게 궤도를 변경하며 찔러오는 뱀의 독니.

그것이 빈틈이 많은 레온의 가슴을 찌르려 했으나 순간, 세워진 날이 그대로 마검의 폼멜을 긁어 막는다.

다음 순간, 성검의 날을 붙잡는 레온의 맨손.

손바닥이 베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끝에 쥔 하프소딩이 마검을 짓눌러 아래로 향하게 한 동시에 칼끝으로 허벅지를 벤다.

“흠…!”

뒤로 물러나는 아카샤. 성검에 베인 허벅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심플-하군! 거기에 잔재주에도 능한가.”

그야말로 정석 중의 정석을 걸어온 올곧은 기사도의 검. 거기에 축적된 경험으로 현장에서 변화하는 노련함까지.

성배기사쯤 되면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건 당연하지만, 레온은 그중에서도 으뜸이다.

“대단─하구나. 한낱─인간이, 기술에서─악마에─필적하다니.”

“그러는 네놈은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였구나.”

“뭣이?”

레온의 모멸에 아카샤의 시선이 날카로워진다. 레온은 천소연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살육대공을 똑바로 응시했다.

“200년 전쯤, 네놈은 제대로 된 육신을 가지고 있었지. 어쩐 영문에서 몸을 잃은 지는 몰라도… 그때에 비하면 확연히 약해졌다.”

“그야─당연──”

“기생충아. 본왕이 언급하는 건 네놈의 힘의 크기가 아닌 쌓아온 기술이다.”

“…….”

아카샤는 정곡을 찔린 표정이었다.

그래, 분명 200년 전의 그는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한때는 살육과 파괴의 군주직을 걸고 경쟁했었으니까.

하지만 라이온하트의 반대편. 동방에서 벌어졌던 대전투에서 그는 육신을 잃었다.

“육신을 잃었을 뿐이라면 어찌 그 기술이 남아있지 않더냐. 하여 본왕은 추측한다. 네놈, 축적된 기술을 그저 육신에 보관하고 있을 뿐이구나?”

“…….”

그렇다. 아카샤는 온 세상의 검사들에게 마검을 쥐여주고 그들을 파멸로 인도한다.

끝내 필멸자의 몸으로 마기를 감당하지 못했을 때, 그 기술의 정수와 함께 집어삼켰다.

끝없이,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검의 악마. 그것이 아카샤라는 악마의 본질.

본질적으로 정신체인 이 악마에게 경험은 쌓이지 않는다. 기술은 습득되지 않는다. 영혼이 성장하지 않는 것이다.

“크크크큭…!”

“뭐가─웃기지?”

“기생충아. 이러니 본왕이 네놈을 기생충이라 부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 그렇게 많은 검호들의 검을 보아놓고… 제 검술 하나 습득하지 못한 얼간이라니.”

이런 걸 기생충이 아니고 무어라 부를까.

진심이 담긴 레온의 조소에 아카샤는 이글거리는 분노를 터뜨렸다.

“건─방─떨지마라. 기껏해야─300년밖에─살지─않은─인간─주제에!”

다음 순간, 폭발적인 기세의 마검이 레온을 향해 휘둘러졌다. 검술 따위 없는 순수한 힘의 압력. 그것이 레온을 짓누른다.

“너는─패배할─것이다─모든─악이─네놈의─파멸을─바란다.”

“아니, 짐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짓누르던 마검이 서서히 들려진다. 황금의 성검이 오히려 아카샤를 밀어내며 짓눌렀다.

‘힘 대결에서… 인간에게 진다고?’

이곳은 자신의 영지다. 이 땅의 모든 것이 자신을 백업한다. 그런데도 어째서 레온의 검이 이토록 무거운 것인가?

레온이 말했다.

“짐의 어깨 위에는, 만신전 영겁의 신화가 함께한다. 짐이 곧 흔들림 없는 정의로다.”‘

정의는 패배하지 않는다. 그 오연한 선언 앞에서 아카사갸 할 수 있는 저항은 없었다.

“크─으-윽…!”

밀린다. 이대로면 베인다. 하지만 죽음의 공포 이전에 놈의 존재에 불합리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대, 체… 어디서-너 같은 괴물이…….”

“괴물이 아니다.”

레온이 검을 쥔 한쪽 손을 뻗었다. 아카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자심왕이다.”

뻗었던 팔이 보랏빛 귀걸이를 깨뜨렸다.

* * * *

“………….”

아카샤는 끝없는 어둠 속에 있었다.

빛 한 점조차 보이지 않는, 무저갱의 암흑. 희미한 보랏빛이 섞인 것 정도가 이 세계의 유이한 색(色)일까?

“여긴… 어디지?”

순간, 아카샤는 자신의 목소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나옴을 깨달았다.

기생체의 입을 억지로 여는 부자연스러운 목소리가 아닌, 처음으로 느끼는 온전한 제 목소리.

그것에 감탄하기도 전, 암흑 속에서 그들이 나타났다.

[후후후… 아무거나 주워먹으면 안 된다고 어미에게 교육도 받지 못했더냐?]

[나의 복수자가 약속을 지켰군.]

보라빛의 아름다운 미녀와 이목구비 없이 오로지 어둠만이 가득한 불길한 존재. 그 가운데에 검은머리 소녀가 있다.

“천소연…!”

저것이 어찌 저기에? 의문을 입밖으로 내기도 전에 천소연이 말을 끊었다.

“이만하면 된 건가요?”

[그래, 나의 레온이 부탁한 것을 본녀가 어찌 거절할까.]

꿈과 죽음의 여신 플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대부분의 신들이 그렇듯 레온에게 무한한 호의와 애정을 가진 그들은 ‘제 종자’ 하나를 위해 신의 힘을 빌리는 부탁을 얼마든지 들어주었고.

[악마대공의 영혼이라. 거스름돈이 남는다.]

어둠과 복수의 악신은 만족스러운 거래라며 납득했다.

“전 이만 보내주세요. 1초도 여기 더 있고 싶지 않네요.”

[나머진 본녀와 이것에게 맡기거라. 나의 신관장이 조금 아쉬워하는 게 들리지만.]

[이번 대의 네 신관장은 이상한 년이다. 너의 ‘꿈’을 그런 용도로 사용하다니.]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이야. 우리 아이들은 다소 모범생들이 많았지 않았나.]

신들의 잡담 속에서 아카샤는 자신이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의 분노가 천소연을 향한다.

“나를, 쥐어라! 모든 것을 파괴하고 죽일 수 있는 힘을 주마!”

“…….”

천소연은 아카샤가 내지른 발악에 가까운 제안에 잠시 눈짓하더니 손을 뻗었다.

그럼 그렇지. 힘에 대한 유혹은 누구에게나 통한다. 인간인 이상 악마의 유혹을 저버릴 수 있을 리가──

아카샤의 기대와 달리 서서히 올라가는 가운뎃손가락.

천소연이 말했다.

“엿이나 처먹어, 기생충 새끼야.”

그것을 끝으로 소연은 신들이 만든 암흑 속에서 사라졌다.


           


Chapter 123

Chapter 123

123화 기생충

악마성에 진입한 이용완은 고위 악마들을 보는 족족 저격했다.

본디 공략대에서 궁수의 우선적인 역할은 적 원거리 병종의 저격.

하지만 레온이 전개한 군단성법 덕에 이쪽에는 원거리 무기가 통하지 않는데, 이쪽은 원 없이 사용 가능하다.

이 악랄한 백병전 강요 속에서 궁수들은 자연스럽게 표적을 한정할 수 있었다.

파팟!

쏘아지는 화살세례. 마력을 실은 화살은 중세 궁병기 따위와 비교할 수 없다. 특히 S급 헌터인 이용완쯤 되면 화살 하나하나가 전차포급이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

그런 이용완의 화살세례를 얻어맞고도 묵묵하게 달려오는 악마괴물. 상급 악마인 블러드 미노타우르스였다.

"저지 실패! 정면으로 돌파해옵니다!"

"무슨 맷집이…!"

괴수보병 계열의 끔찍한 돌파력을 아는 이용완은 추가로 화살을 날렸지만, 몸을 낮게 숙이며 전속력으로 돌진해오는 블러드 미노타우르스를 저지하지 못했다.

'젠장, 선두로 가서 확실하게 맞춰야 해!'

그는 궁수답지 않게 선두로 가서 적 충격보병을 확실하게 제거하려 들었다.

하지만 수천 단위의 군대가 충돌하는 현장에선 아무리 S급 헌터인 그라도 쉽게 선행하기가 어렵다.

'늦는다!'

용완이 선두의 헌터들이 찢겨 나갈 것을 떠올린 그때였다.

"방패 들어!"

선두에서 우렁차게 울리는 남자의 목소리. 이에 뒤따르는 목소리들이 일치단결한다.

""방패 들어!!""

촤르륵 선두에 세워지는 방패들. 김도한 조장을 비롯해 만신전의 맨앳암즈들이 질서정연하게 방패를 든다.

그리고 상급 악마 블러드 미노타우루스의 충격. 선두의 병사들이 튕겨 나가듯 뒤로 날았지만, 그뿐이다.

"버텨…!"

블러드 미노타우루스의 돌진은 선두의 보병들만을 밀어냈을 뿐, 진형을 돌파한다는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크르아아아…!"

이미 멈춰진 상태에서 우악스럽게 밀어내려는 악마. 하지만 후열의 수십 명의 헌터들이 서로의 등을 방패로 밀며 버텨낸다.

"잘하셨어요!"

바로 그때였다. 복잡한 성내를 질주하던 일련의 기마들이 순식간에 악마들의 측면을 돌파. 말 위에서 뛰어든 붉은머리 소녀가 들끓는 화염의 검을 휘둘렀다.

-콱!

뎅구르르, 굴러 떨어지는 악마의 목. 두꺼운 미노타우르스의 목을 단칼에 잘라낸 하리가 이용완과 시선을 교차했다.

"앗! 이용완 길드장님! 안녕하세요!"

꾸벅, 하고 인사하는 하리. 이용완은 어색하게 화답했다.

"어어, 한 대리님."

"전투가 급해서요! 나중에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헌터협회 직원의 입장 때문인지 지나가는 길마다 인사를 올리던 하리는 곧 제 말에 탑승해 다음 싸움터를 찾아갔다.

"뭘 그리 멍하니 봐?"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하유리다. 그녀는 어디서 들고 온 건지 악마들의 목을 한아름 쥐고 있었다.

"뭡니까, 그 목들은?"

"악마 마법사들. 만신전에서 수급을 많이 가져오면 보상해준대."

"……."

목이 잘리고도 데굴데굴 머리를 굴리는 악마의 눈이 그로테스크하다. 하지만 태클을 걸 이유도 없다.

상위 악마는 목이 잘려도 죽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수급을 최대한 많이 모아두라는 전언이 있었다.

분명 다 쌓아놓고 인신공양 마냥 산채로 태워 죽이겠지.

21세기 문명인들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참극이 중세 사자심왕과 교류하며 자연스래 떠올리게 된다.

"그보다… 장난 아니군요."

"뭐가?"

"만신전 헌터들이요. 대부분이 C급일 텐데 말이죠."

"포텐셜만 보고두면 거의 B급. 성과만 보면 A급 공략대 못지않은 수준이야."

강하다.

이 공성전에서 활약의 중심은 더할 나위 없이 만신전의 헌터들이었다.

"하위 헌터들은 심플하게 단단해. 힘이 모자라면 동료들의 힘을 더해서라도 막아내. 저 단단한 방진 안으로 정면돌파할 수 있는 녀석들은 많지 않을 거야."

"거기에 부족한 공격력을 성배기사 같은 특수유닛과 기사단이라는 돌파력으로 보충하고 있어요."

그것은 마치 군대였다.

기존의 헌터들은 100인 공략대가 최대치였다. 흑색 게이트 같은 인류의 역사적 위기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는 20인 소규모, 50인 중소규모, 100인 대규모.

하지만 만신전은 기본 천 단위로 찍고 들어간다. 지금 끌고 온 전력도 총력이 아니라는 점에서 만신전의 거대함은 이미 하나의 군대 수준.

그리고 그 비유는 말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철저한 군집의 단단함과 풀이 넓은 인재 속에서 유연한 병력운용. 공략이라기보단 전쟁이 어울리는 형태.

'다른 길드라고 생각하지 못한 건 아니야.'

단지 현실적으로 불가했을 뿐이다.

일단 C급이나 D급 헌터들은 데리고 가는 게 한숨 나오는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배분'의 문제가 생긴다.

헌터들이 게이트를 공략하는 이유는 결국 돈이다.

마정석을 캐고, 고가의 아이템을 획득하여 경매장에 올린다. 그로 인한 수익을 나눠 받는 것이 헌터 공략대의 기본.

하지만 C급, D급 헌터들은 이 배분의 비율을 할당하는 것조차 불가하다. 전투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일당제이지만, 하위 헌터들도 저렴한 일당을 받고 일하느니 차라리 노가다판에서 팀장 노릇이나 하는 게 벌이가 좋다.

'대체 저들은 어떻게 저렇게 강해지고, 한 집단에 소속될 수 있는 거지?'

듣기로는 십구조니, 설탕소금물이니 악명이 잦던데 무엇 때문에 저리 충성스럽게 싸울 수 있단 말인가?

"종교인가……."

"뭐야, 입교하려고?"

"끙……."

하유리의 물음에 이용완은 답하지 못했다. 복잡해지는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활을 당기던 그때였다.

-콰앙! 콰아아아아앙!!

""……………??!!"

창과 칼이 부딪치고 전투의 괴성이 난무하는 전장을 한순간에 묻어버리는 폭음.

조금 전까지 서로를 향해 검을 찔러 넣던 헌터들과 악마들도 자연스레 시선이 위로 향했다.

-콰앙! 콰콰쾅!!

성의 중심. 꼭대기 층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야크트 스피너의 포격이나 베아트리체의 마술폭격이라도 떨어진 줄 알았다.

하지만 연이어서 터지는 폭음의 빈도수가 달랐다. 폭음의 크기가, 폭압의 진동이 다르다.

이런 게 레일건 연사나 마술폭격 몇 번 두들긴 거로 해낼 수 있을까? 성내의 모든 생명체들이 당연한 귀결로 이어졌다.

무언가 싸우고 있다.

무언가 거대한 것들이, 서로를 향해 맹렬히 부딪치고 있다고.

"어, 어어……."

짐승 계열 악마들조차 그 사나운 기세가 누그러뜨릴 만큼 강렬한 충격파. 그들은 파르르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며 굳어버렸다.

동쪽의 성 망루탑, 서쪽의 짐승 사육구역, 중앙의 광장.

광활한 악마성의 사방팔방에서 들려오는 아찔한 폭음. 충격파. 출돌의 여파가 자아내는 강렬한 존재감.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생명 있는 자들이 망연히 쳐다보는 것밖에 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깨닫는 것이다.

더이상 진군했다간,

더이상 후퇴했다간,

말려든다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히, 히익……."

"역시 도망…!?"

"왕의 어전이다. 호들갑 떨지 마라, 더러운 것들아."

""……………!!!??""

어느 순간, 인식할 여지도 없이 악마들의 군단 한가운데에 그 남자가 있다.

정수리부터 짓누르는 중압감. 최상위 포식자의 시선에 노출된 벌레도 이것보다는 나았으리라.

'도, 도망쳐야 해…….'

'하지만… 움직이면 죽는다!'

절대적인 존재감. 모든 악종들의 공포가 눈앞에서 있다.

그리고 그 반대편. 인간들의 진영에서도 그것이 서 있다.

"아, 아……?"

10대의 소녀. 성인을 눈앞에 두고 있는 앳된 여자아이, 하지만 모두가 눈치챘다. 방랑의 마검을 쥔 저 소녀는 틀림없는 악마대공이라고.

모두가 폭거에 가까운 위압감에 움직이지 못할 때,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한다. 다음 순간, 격돌했다.

────!!

힘껏 밟은 지면이 으깨지며 크레이터가 발생하고,

충돌한 두 검이 일으킨 충격파에 수많은 목이 달아난다.

격돌하는 두 사람이 남기는 족적은 악마성의 비명을 배경음 삼아 춤춘다.

'성법도, 마법도 사용되지 않고 있다!'

'순수한 칼싸움만으로 이런 짓거리가 가능하다고?'

이래서야 탭댄스를 추는 거인 바로 밑에 깔린 호빗이나 다름없다. 모두가 이 신화대전에 경악하고 있을 때, 두 검사는 불만 가득한 듯 눈살을 찌푸린다.

'최고의 육체다. 어리고, 순수하며, 잠재력이 대단하다.'

아카샤는 천소연의 몸을 차지하고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감을 얻고 있었다.

비록 육체의 개화가 아쉽지만, 그 정도는 방대한 마력으로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다.

중요한 건 이 몸뚱아리의 검의 재능. 이것만큼은 역대 마인들 중에서도 비교할 자가 없다.

과연, 한국제일검 광검자의 후계자. 이 가문의 재능이란 것은 대를 넘어갈수록 유전되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최상의 육체를 손에 넣었음에도 상대가 쓰러지지 않는다.

6대 마인들에게서 흡수한 온갖 검술을 자유자재로 행사하고 있음에도 레온은 기어이 그것을 막아낸다.

그것이 가능한 것인가?

검술이란 것도 상성이란 게 있는 법이다. 레온의 검술은 올곧은 직선 일변도의 강검 뿐. 상성의 검술은 얼마든지 사용했건만, 저 얇은 피부조차 닿지 못한다.

쾌검술 <사악한 뱀>

방어의 자세를 취한 레온의 검을 어지럽게 궤도를 변경하며 찔러오는 뱀의 독니.

그것이 빈틈이 많은 레온의 가슴을 찌르려 했으나 순간, 세워진 날이 그대로 마검의 폼멜을 긁어 막는다.

다음 순간, 성검의 날을 붙잡는 레온의 맨손.

손바닥이 베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끝에 쥔 하프소딩이 마검을 짓눌러 아래로 향하게 한 동시에 칼끝으로 허벅지를 벤다.

"흠…!"

뒤로 물러나는 아카샤. 성검에 베인 허벅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심플-하군! 거기에 잔재주에도 능한가."

그야말로 정석 중의 정석을 걸어온 올곧은 기사도의 검. 거기에 축적된 경험으로 현장에서 변화하는 노련함까지.

성배기사쯤 되면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건 당연하지만, 레온은 그중에서도 으뜸이다.

"대단─하구나. 한낱─인간이, 기술에서─악마에─필적하다니."

"그러는 네놈은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였구나."

"뭣이?"

레온의 모멸에 아카샤의 시선이 날카로워진다. 레온은 천소연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살육대공을 똑바로 응시했다.

"200년 전쯤, 네놈은 제대로 된 육신을 가지고 있었지. 어쩐 영문에서 몸을 잃은 지는 몰라도… 그때에 비하면 확연히 약해졌다."

"그야─당연──"

"기생충아. 본왕이 언급하는 건 네놈의 힘의 크기가 아닌 쌓아온 기술이다."

"……."

아카샤는 정곡을 찔린 표정이었다.

그래, 분명 200년 전의 그는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한때는 살육과 파괴의 군주직을 걸고 경쟁했었으니까.

하지만 라이온하트의 반대편. 동방에서 벌어졌던 대전투에서 그는 육신을 잃었다.

"육신을 잃었을 뿐이라면 어찌 그 기술이 남아있지 않더냐. 하여 본왕은 추측한다. 네놈, 축적된 기술을 그저 육신에 보관하고 있을 뿐이구나?"

"……."

그렇다. 아카샤는 온 세상의 검사들에게 마검을 쥐여주고 그들을 파멸로 인도한다.

끝내 필멸자의 몸으로 마기를 감당하지 못했을 때, 그 기술의 정수와 함께 집어삼켰다.

끝없이,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검의 악마. 그것이 아카샤라는 악마의 본질.

본질적으로 정신체인 이 악마에게 경험은 쌓이지 않는다. 기술은 습득되지 않는다. 영혼이 성장하지 않는 것이다.

"크크크큭…!"

"뭐가─웃기지?"

"기생충아. 이러니 본왕이 네놈을 기생충이라 부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 그렇게 많은 검호들의 검을 보아놓고… 제 검술 하나 습득하지 못한 얼간이라니."

이런 걸 기생충이 아니고 무어라 부를까.

진심이 담긴 레온의 조소에 아카샤는 이글거리는 분노를 터뜨렸다.

"건─방─떨지마라. 기껏해야─300년밖에─살지─않은─인간─주제에!"

다음 순간, 폭발적인 기세의 마검이 레온을 향해 휘둘러졌다. 검술 따위 없는 순수한 힘의 압력. 그것이 레온을 짓누른다.

"너는─패배할─것이다─모든─악이─네놈의─파멸을─바란다."

"아니, 짐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짓누르던 마검이 서서히 들려진다. 황금의 성검이 오히려 아카샤를 밀어내며 짓눌렀다.

'힘 대결에서… 인간에게 진다고?'

이곳은 자신의 영지다. 이 땅의 모든 것이 자신을 백업한다. 그런데도 어째서 레온의 검이 이토록 무거운 것인가?

레온이 말했다.

"짐의 어깨 위에는, 만신전 영겁의 신화가 함께한다. 짐이 곧 흔들림 없는 정의로다."'

정의는 패배하지 않는다. 그 오연한 선언 앞에서 아카사갸 할 수 있는 저항은 없었다.

"크─으-윽…!"

밀린다. 이대로면 베인다. 하지만 죽음의 공포 이전에 놈의 존재에 불합리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대, 체… 어디서-너 같은 괴물이……."

"괴물이 아니다."

레온이 검을 쥔 한쪽 손을 뻗었다. 아카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자심왕이다."

뻗었던 팔이 보랏빛 귀걸이를 깨뜨렸다.

* * * *

"…………."

아카샤는 끝없는 어둠 속에 있었다.

빛 한 점조차 보이지 않는, 무저갱의 암흑. 희미한 보랏빛이 섞인 것 정도가 이 세계의 유이한 색(色)일까?

"여긴… 어디지?"

순간, 아카샤는 자신의 목소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나옴을 깨달았다.

기생체의 입을 억지로 여는 부자연스러운 목소리가 아닌, 처음으로 느끼는 온전한 제 목소리.

그것에 감탄하기도 전, 암흑 속에서 그들이 나타났다.

[후후후… 아무거나 주워먹으면 안 된다고 어미에게 교육도 받지 못했더냐?]

[나의 복수자가 약속을 지켰군.]

보라빛의 아름다운 미녀와 이목구비 없이 오로지 어둠만이 가득한 불길한 존재. 그 가운데에 검은머리 소녀가 있다.

"천소연…!"

저것이 어찌 저기에? 의문을 입밖으로 내기도 전에 천소연이 말을 끊었다.

"이만하면 된 건가요?"

[그래, 나의 레온이 부탁한 것을 본녀가 어찌 거절할까.]

꿈과 죽음의 여신 플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대부분의 신들이 그렇듯 레온에게 무한한 호의와 애정을 가진 그들은 '제 종자' 하나를 위해 신의 힘을 빌리는 부탁을 얼마든지 들어주었고.

[악마대공의 영혼이라. 거스름돈이 남는다.]

어둠과 복수의 악신은 만족스러운 거래라며 납득했다.

"전 이만 보내주세요. 1초도 여기 더 있고 싶지 않네요."

[나머진 본녀와 이것에게 맡기거라. 나의 신관장이 조금 아쉬워하는 게 들리지만.]

[이번 대의 네 신관장은 이상한 년이다. 너의 '꿈'을 그런 용도로 사용하다니.]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이야. 우리 아이들은 다소 모범생들이 많았지 않았나.]

신들의 잡담 속에서 아카샤는 자신이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의 분노가 천소연을 향한다.

"나를, 쥐어라! 모든 것을 파괴하고 죽일 수 있는 힘을 주마!"

"……."

천소연은 아카샤가 내지른 발악에 가까운 제안에 잠시 눈짓하더니 손을 뻗었다.

그럼 그렇지. 힘에 대한 유혹은 누구에게나 통한다. 인간인 이상 악마의 유혹을 저버릴 수 있을 리가──

아카샤의 기대와 달리 서서히 올라가는 가운뎃손가락.

천소연이 말했다.

"엿이나 처먹어, 기생충 새끼야."

그것을 끝으로 소연은 신들이 만든 암흑 속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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