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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3

122. 소꿉친구 – 네비스 전투

“아아악!”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귀를 감쌌다.

레브는 네비스 전체를 울리는 이 나팔소리가 거룩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 바르바토스의 사냥터 ]는 일정 영역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버프또는 디퍼프를 거는 능력이었다.

그 영역에서 바르바토스의 신력을 지닌 자는 몸놀림이 더욱 빨라지고, 어지간해선 지치지 않으며, 시력이 좋아졌다.

그리고 사도의 경우, 사냥터 안에 존재하는 모든 ‘사냥감’의 위치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영역 안에서 올리는 공양의식의 효율이 높아진다는 효과도 있었는데, 레브에게는 쓸모가 없는 기능이었다.

반대로 바르바토스의 사냥터에서 그의 신력을 지니지 않은 생명체, 즉, 사냥감은 디버프를 받았다.

그들은 몸이 무거워지고, 금방 지치며, 시력이 저하되었다.

이런 디버프가 붙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들은 쉽게 다쳤다. 나팔소리에 의한 두통은 덤이다.

하지만 레브는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 바르바토스의 사냥터 ]에는 살상력이 없었다.

그래서 반년간 밤낮없이 공을 들인 것이지만.

레브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네비스 전역에 깔린 덫이 발동하며 사방에서 비명이 울렸다.

똘망똘망한 소년의 하얗고 가느다란 목이 뒤로 돌아갔다. 힘겨운 삶에 찌들었음에도 호방함을 잃지 않던 아낙네의 손가락이 우수수 떨어지고, 곱게 나이든 노부부가 나란히 허공에 매달렸다.

장래가 창창한 청년이 눈알 두 개를 잃어버리고 여자친구의 손을 맞잡은 채 울었다. 여자친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줄도 모른 채.

그리고 무려 십 년 만에 남편의 빚을 갚는 데 성공한 과부가 하나뿐 어린 딸과 함께 입부터 뺨까지 찢어졌다.

모녀가 맛있게 나눠 먹던 벨플루아로 만든 경단이 그네들의 찢어진 뺨으로 흘러내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위대한 신, 바르바토스 님께 목숨을 바쳐라!”

광소한 레브가 손을 휘둘렀다.

오른손의 나팔 문양이 붉게 번쩍이더니 광장의 모든, 이십만이 넘는 인간의 머리 위로 나팔 문양이 떠올랐다.

[표적 사냥] 디버프다.

동시에 사방에서 피가 쏟아지며 “꺄아아악!” 비명이 커졌다. 공황에 빠진 군중들을 향해 레브가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을 때, 혼란은 극치에 달했다.

[ 업적 : 민간인 살해 – 민간인 ‘116’명을 살해했습니다. 미약하게 불행해집니다. ]

눈 깜짝할 사이에 세 자릿수의 사람이 죽었다. 덫에 걸린 노약자가 하나둘씩 죽어갈수록, 그리고 레브가 사람을 베어나갈수록, 그의 몸에서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레브는 가이단 후작가의 기사들을 매혹하느라, 네비스 전역에 덫을 설치하느라 신력을 거의 다 사용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바치나이다!” 주기적으로 외칠 때마다 최소 백 단위의 목숨이 공양 되었고, 레브는 본래의, 아니, 그 이상의 힘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 힘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었다.

그때, 늘어나고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민간인 살해 업적 메시지들 사이에서 생소한 것이 떠올랐다.

[ 퀘스트 : 전쟁광 100/10000 – {통솔} 능력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

레브가 한 병사의 멱을 따버렸을 때 떠오른 것이었다.

기묘하게도 ‘병사 살해’ 업적은 모조리 소모되어 0이 되어 있었음에도 이 퀘스트는 100명이라는 숫자를 정확하게 지목하였고, 이는 레오들이 그간 죽여온 병사의 숫자와 얼핏 맞아떨어졌다.

레브가 헛웃음을 쳤다.

민간인을 무차별로 살해하면서 할 생각은 아니겠으나 주신이라는 놈도 제정신이 아님이 틀림없었다.

‘더러운 주신놈. 내 신도들을 죽인 대가를 치르게 해주…?’

눈동자를 붉게 물들이며 다짐하던 레브의 몸놀림이 순간 덜컥 멈췄다.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그는 잠시 아연했으나 의구심은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이 섞인 것처럼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남겨진 것은 깊은 분노뿐이었다.

까닭 없이 더욱 분노하며, 레브가 고개를 들었다.

어두울 정도로 새빨간 광장과 덫에 걸려 발버둥 치는 시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다수는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그때, 왕성 앞으로 일단의 무리가 몰려나왔다. 그들은 이 아비규환 속에서도 멀쩡해 보였다.

이백에 달하는 성전사들과 전원이 사제인지 아니면 수도사가 일부 끼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얀 복장을 한 오백 명의 성직자들, 그리고 귀족들이었다.

성전사와 사제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귀족들과 주위의 근위병, 기사들에게도 [표적 사냥] 디버프가 찍히지 않았다. 그들은 사제에게 축복을 받은 게 틀림없었다.

“오거튼 백작. 저, 저게 뭔가?”

“으으윽… 저건 신의 문자입니다. 인간으로서는 감히 이해할 수도, 연구할 수도 없는…”

에브니 드라진 후작이 창공에 떠오른 나팔 문양을 가리키며 묻자, 소아렐 데메트리 오거튼 백작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주무르며 답했다.

주위에 있는 마법사들도 두통이 심한지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그들은 발꿈치까지 내려오는 로브를 입었는데, 볼리뉴 마탑 출신임을 밝히듯 모두 보라색이었다.

그런데 딱 한 명의 로브만 색깔이 달랐다. 초록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 그는 왕실과 계약한 마법사로서 콘라드 왕국에 있는 ‘이베르 마탑’ 출신이었다.

보통 왕궁의 방어를 위해 계약하는 마법사로는 자신의 국가에 있는 마탑 출신이 고용되지 않았다.

이는 마탑이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를 원천봉쇄하기 위함이었고, 그 필요성은 저 아이셀 왕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 쟁탈전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이건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고, 왕이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늙은 왕은 광장에서 참극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침착한 표정이었다.

어쩌면 그도 마음만 먹는다면 이와 유사한 짓을 언제든 벌일 수 있는 괴물이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는 폭군은 아니었는지라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사도가 출현한 모양입니다.”

곁에 있던 파울로 추기경이 답했다. 그 또한 상당히 침착한 표정이었지만 속으로는 경악하고 있었다.

‘미하에르 추기경의 걱정이 들어맞았구나. 사도, 그런 게 정말로 존재하다니…’

몇 달 전 미하에르 추기경이 그에게 직접 통신을 걸어왔다.

사제 간의 통신은 텔레파시처럼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각 교회에 비치된 성물, 또는 신물을 붙들고 하는 일이어서 늙은 추기경이 몸소 연락했다는 건 이 사안을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해결할 방안이 있소?”

왕은 사도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따져 묻지 않았다. 그는 학자가 아닌 권력자였으니까.

“…네.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려우나 그릇된 신을 믿는 이들은 저의 경험상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오른 왕국의 추기경인 그는 수많은 야만인들을 상대해보았다.

산이 많은 오른 왕국의 특성상, 오른 왕국에는 문명인과 교류하지 않고 자신만의 신을 모시며 살아가는 야만인 부족이 많았다.

그런데 교류가 없을수록 개종하기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어서 수없이 많은 부족이 오른 왕국에서 축출되었다.

개중에서 그릇된 신의 힘을 이용해 반항해온 이들이 있었고, 추기경은 그걸 경험해보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만 조금 놀랐을 뿐, 그 힘은 별것이 아니었다. 부족의 제사장이란 자가 고작 사제 한 명을 어찌하지 못한 것이다. 요상한 술수를 부리더라도 대부분 축복 한 방으로 해결되었다.

차후 몇몇 제사장을 사로잡아 온갖 연구를 해본 추기경은 그들의 신력이란 것이 얼마나 미약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아니, 주신의 신력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절감하였다.

하루 열두 시간씩 기도를 올려도 좁쌀만큼밖에 늘어나지 않는 주신의 신력은 적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파울로 추기경은 자신이 있었다. 미하에르 추기경이 조심하라며 성전사단을 보내준 것을 과한 걱정이라 치부해버렸다.

한데 ‘고대 신학사’에나 등장하는 사도가 이 정도였다니… 침을 삼킨 추기경이 다소 주저하며 말했다.

“사람들에게 걸린 저주도, 하늘에 떠오른 저 문양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잠시…”

그가 신성한 주문을 외웠다.

“O aqua-dives humilis-maloe! 저 악을 물리쳐 주소서!”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그가 서 있는 왕성 입구를 중심으로 붉게 물든 대지가 본래의 색깔을 되찾았다.

창공에 떠오른 나팔 문양도 바람에 나부끼듯 흔들리더니 그 크기가 줄어들었다.

“…훌륭하구려.”

왕의 말이었다.

칭찬이었지만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꼴랑 왕성만 정상으로 돌아왔을 뿐, 드넓은 도시는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추기경이 머쓱하게 말했다.

“제 믿음이 부족해서… 하지만 여기에는 사백 명이 넘는 사제가 있습니다. 곧 정화할 수 있을 겁니다. 그보다도… 저 악신의 사도를 먼저 처리함이 옳겠습니다. 저희가 사도를 처치하는 동안 왕께서는 백성들을 구해주시겠습니까?”

“…그러도록 하지요.”

늙은 왕은 ‘저 사도란 것은 기사들이 상대하고, 사제들은 내 백성들을 구해줬으면 좋겠는데’ ─ 라고 생각했지만, 순순히 동의했다.

그는 세 명의 기사단장에게는 기사들을 이끌고 백성들을 구하러 가라 이르고, 근위기사대장에게는 저기 광장에 나가 있는 왕자들을 구원하라 명하는데…

광장을 내려다보는 왕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어렸다.

“정신 차려라! 코피를 흘린다 해서 사람은 죽지 않는다!”

“저쪽이다! 침착하게 대피하라!”

쌍둥이 왕자들은 자신을 호위하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다독이며, 주변의 백성들을 잘 통솔해 왕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왕은 아들들을 기특하게 여기며 고개를 돌렸다. 혼란에 빠진 귀족들에게 하나하나 말을 건네며 상황을 수습해나갔다.

한편, 추기경의 명을 받은 성전사들과 사백 명의 사제들은 악신의 사도를 향해 나아갔다. 그런데 그들이 행군하기 시작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치 땅이 갈라지듯, 성전사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붉게 물든 바르바토스의 사냥터가 지워졌고, 성전사들은 전투대형을 갖춘 채 당당하게 광장을 가로질렀다.

그 모습은 일견 거룩해 보이기까지 해서 진정을 되찾은 주변의 시민들이 길을 터 주었다.

이윽고, 악신의 사도 앞에 완전무장한 이백의 성전사와 사백의 사제들이 도열했다. 전투를 앞두고, 성전사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신이시어! 악한 자들을 기억하소서!”

신성의 표식이 레브의 머리에 떠올랐다.

악행을 저지른 적이 있는 사람에게 표식을 새기는 그 신성주문은 성전사들이 싸움을 앞두고 의례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우습게도 주변 몇몇 시민들의 머리에도 표식이 떠올랐지만, 당장은 그것에 신경 쓰는 이가 없었다.

붉은 대지를 가르고 다가온 성전사들. 십자교회는 기어이 레브의 일을 망치려 들고 있었다.

곤란한 상황을 맞닥뜨린 레브는…

“푸하하하하하하!”

비웃었다.

“옛날에는 이 표식이 그렇게나 원망스럽더니! 인제 보니 별것도 아니었구나!”

그가 눈길을 주는 것만으로도 표식이 비실비실 빛을 잃었다.

그리고 땅을 쾅! 발로 찍으니 성전사들이 지우며 걸어온 대지도, 추기경이 복구했던 왕성도 도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성전사들과 사제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더러운 신의 종복들아! 바르바토스 님의 분노를 받아라!”

외치며, 레브가 달려들었다.

성전사들도 중얼중얼, 자신에게 갖가지 축복을 내려 준비를 마쳤다. 갑옷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며 사도를 향해 쇄도했는데…

“으앗! 소드마스터다!”

놀랍게도 피를 쏟아내는 건 성전사들이었다. 레브의 검에서 불쑥 오러블레이드가 치솟았고, 밀집대형으로 사도에게 달려들던 성전사들이 칼을 맞았다.

오러블레이드는 막지 못한다.

엄밀히 말해 레브의 검에 어린 붉은 아지랑이는 오러블레이드가 아니었으나, 바르바토스의 신력을 받아 그에 준하는 성능을 보였다.

그러니 그를 상대하려면 최대한 피하며 허점을 노려야 했는데, 이백 명의 성전사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장애물이 되어 피할 공간을 마련해주지 못했다.

“산개해라!”

하지만 성전사들은 기민하게 대처했다.

그들도 기본적으로 기사, 그것도 수도교회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엘리트들이었다.

“저 그릇된 자가 어떻게 오러블레이드를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러블레이드는 오래가지 못한다!”

한 성전사의 외침에 소드마스터의 약점이 드러났다. 그의 말대로 오러블레이드는 전투상황에서만 아주 짧게 이용되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소드마스터 본인, 또는 소드마스터를 보유한 경험이 있는 왕국들이나 알고 있을 터였다.

“신이시어! 그릇된 자를 벌하소…”

“그 입 닥쳐라!”

검을 벼락처럼 내리꽂아 눈앞의 성전사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허나 레브는 성전사를 상대하는 게 아주 껄끄러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축복이 어려 번쩍번쩍 빛나는 갑옷을 가를 때마다 바르바토스의 신력이 뭉텅이로 줄어들었고, 무엇보다도 다들 실력이 뛰어났다.

{검술.3v : 바르트류(流)}를 넘어서는 실력자도 종종 끼어있어서 검술만으로는 우세를 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레브가 수백의 성전사들을 상대로 버틸 수 있는 까닭은 [ 바르바토스의 사냥터 ] 버프와 신력을 듬뿍 받아 강해진 신체, 그리고 오러블레이드 덕분이었다.

“Deus proptius eris impus Shea! 신이시여 악인을 용서하소서!”

“Dant animos militis non kkeok! 전사에게 용기를 주소서!”

그때, 뒤에서 사제들이 신성 주문을 외웠다. 사백 명이나 되는 사제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자 갖가지 이적(異跡)이 벌어졌다.

반투명한 돔(dome)이 광장을 덮었다. 붉은 땅바닥에 십자교회의 문양이 하얗게 새겨지고, 성전사들의 등 뒤에 거룩한 존재가 내려앉았다.

창공에 걸린 바르바토스의 문양을 뚫고 빛이 내려와 레브의 몸을 비추었고, 고대어가 빽빽이 새겨진 원판 수십 개가 떠올라 레브를 조준했다.

레브는 기분이 매우 불쾌해졌다.

신성 주문이 기분 나쁘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주신의 신력과 바르바토스의 신력 사이에는 상성 관계 같은 것이 없었다. 그저 다른 힘이고, 다른 신력일 뿐이다.

다만 아침 이슬이 햇볕에 증발하듯, 바르바토스의 신력이 몸에서 증기처럼 빠져나가는 게 불쾌했을 따름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만만찮군.’

주신의 신력을 지닌 자들에게는 [매혹의 눈]도, [표적 사냥]도 소용이 없었다. [덫사냥]도 물리적으로 몸이 잠깐 걸리는 정도였고, 되려 성전사가 걸렸던 덫이 깨끗하게 소멸되었다.

오직 [ 바르바토스의 사냥터 ]만이 그들에게 미미한 효과를 보이는지 놈들의 움직임이 다소 굼떴다.

“흐아아아압!”

이를 눈치챈 레브가 돌진했다. 양손으로 검을 번갈아 쥐면서 오러블레이드를 사방으로 휘둘렀다.

성전사들은 ‘저놈이 갑자기 왜 저러지?’ 의아해하면서 넉넉히 거리를 벌려 피했는데… 한 성전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피하십시오!”

“으앗!”

악신의 사도가 마구 내달리더니 후열에 있던 사제들에게 달려들었다. 무릎 꿇고 기도하던 사제들은 꼼짝없이 칼을 맞았다.

“사제님들을 지켜라!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사제님들은 뒤로 멀리 물러나십시오!”

성전사들은 이를 갈았다. 저놈은 영악할 정도로 치사하게 싸웠다.

그들은 사도를 포위해 시간을 끌려고 했는데, 놈은 이를 비웃듯이 포위되면 검을 마구 휘두르면서 빠져나가 사제들을 공격하거나 공황에 빠져 달아나지 못하고 있는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저 오러블레이드만 없으면…’

이게 아마 성전사들 모두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저 오러블레이드가 꺼지는 순간, 놈은 죽은 목숨이었다.

“벽으로 몰아세워!”

“도망친다! 막아라!”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다. 처음 맞붙었을 때의 장엄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백여 명의 성전사들은 잡배들처럼 한 사람에게 우르르 달려들었고, 오러블레이드를 휘두르는 강자는 이리저리 도망 다니며 약자를 찾아다녔다. 그건 싸움이라기보다는 촌극에 더 가까울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기를 한참, 성전사들은 위화감을 느꼈다.

‘왜 저 녀석이 싸움을 피하는 거지? 오러블레이드가 살아있을 때 우리를 잡지 못하면 곤란해지는 건 본인일 텐데…?’

“잠깐! 뭔가 이상하다!”

“저놈은 지금 시간을 끌고 있어!”

성전사들이 하나둘씩 경고를 외쳐 분위기를 환기했다. 하지만 그 경고는 많이 늦은 감이 있었다.

[ 업적 : 민간인 살해 – 민간인 ‘8891’명을 살해했습니다. 미약하게 불행해집니다. ]

“바치나이다! 크하하하! 멍청한 놈들이로구나!”

레브의 검에서 붉은 아지랑이가 더욱 크게 일어났다. 검을 감싸고 옅게 넘실거리던 것이 용광로가 끓어오르듯 맹렬하게 타올랐다.

“어, 어떻게?!”

사람이 죽으려면 시간이 걸렸다.

살상력이 낮은 [덫사냥]에 걸려 즉사한 이들은 정말 재수가 없는 사람이거나 어린이, 노인과 같은 약자들이었고, 시민 대다수는 조금 끔찍한 상처를 입었을 뿐, 당장 목숨을 잃을만한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 [표적 사냥] 디버프가 찍혔다. 출혈이 일어나고, 상처가 아물지 않는 저주다.

광장에 몰려있던 수십만의 시민들은 저주에 걸린 채, [ 바르바토스의 사냥터 ]에 놀라 뿔뿔이 달아났다.

도망치다가 네비스 전역에 설치된 덫에 또 걸리든, 자신의 집에 틀어박혔든 간에 사제의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과다출혈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난 그렇게 되도록 유도했을 뿐이다.

광장 한복판에서 보란 듯이 민간인을 살해한 건 성전사와 사제들의 시선을 끌기 위함이었다. 그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표적 사냥] 디버프를 지우고 다니지 못하도록.

‘끝났다.’

승리감에 도취된 레브가 검에 신력을 쏟아부었다. 수천 명의 목숨이 불타오르며 검신이 주욱- 길어졌다.

검붉은 오러블레이드가 대형 수레를 갈라버리고도 넉넉할 지경으로 거대해졌다. 성전사들의 눈에 절망이 어리는 순간,

– 쾅!

벼락이 떨어졌다.

멀리, 소아렐 데메트리 오거튼 백작이 푸른 운무(雲霧)에 휩싸인 채 레브를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저건 소드마스터가 아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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