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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3

#123

유페르쉬 클랜 (2)

수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부하들과 함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비스크 유페르쉬.

그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도시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하—! 이래서였나?”

이곳으로 오는 내내 불쾌한 기분이 가시지 않아 계속 찝찝한 상태였건만, 막상 도착해 보니 드디어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브로코슬락··· 그 망령이 용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있었군. 그것도 하필 지금 이 자리에 있단 말이지?”

예상치 못했던 상황과 맞닥뜨리고, 그는 그동안 느껴졌던 불쾌감의 원인이 이것 때문이었을 거라 단정 지었다.

원인을 알 수 없어 끙끙 앓는 것 보다는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 훨씬 설득력 있었으니까.

‘그래, 상대가 같은 성혈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지근거리에 있는 호적수를 본능적으로 느꼈기에 그리 불쾌했던 거야.’

그는 억지로 그렇게 납득하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여전히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건 브로코슬락을 없애고 나면 해소할 수 있을 터였다.

“···비스크 님? 설마 저기에 그 ‘성혈 브로코슬락’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때 가만히 그의 옆에 서 있던 테오도르 유페르쉬가 미간을 찡그리며 조심스럽게 그에게 질문을 건넸다.

계획을 세울 때 상대 쪽에 성혈이 있을 거라는 가정은 하지도 않았었기에, 이렇게 되면 작전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 그 과거의 퇴물이 저기에 있긴 하다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하던 비스크가 슬쩍 옆을 바라보았다.

한쪽 눈썹이 그의 불편한 심기를 보여주듯 살짝 치켜 올라가 있었다.

“그래서, 뭐가 문제지? 이 내가 있는데, 저 망령이 하나 더해진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나? 유페르쉬의 정예란 것들이 설마 겁을 먹은 건 아니겠지?”

상당히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그의 반응에 테오도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닙니다. 그저 쓸데없는 피해가 커질까 우려되어 드린 말씀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별 피해 없이 상황을 마무리한 후, 탈리아 왕국을 수습하는 작업을 이어가야 했으니까요.”

그의 필사적인 변명에 비스크는 고개 숙인 뒤통수를 가만히 노려보다가, 다시 도시로 시선을 돌리며 혀를 찼다.

오는 내내 느껴졌던 불쾌함 때문에 저도 모르게 날카롭게 반응했지만, 확실히 이렇게 되면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진혈 둘이 빠졌다고는 하나, 적의 본거지인 저곳에 어떤 방비가 갖춰져 있을지 알 수 없었으니.

하물며 전 로드인 뮬로 브로코슬락은 혈마법에 특화된 마법사 타입이 아닌가.

자신의 영역에 틀어박혀 철저하게 대비한 마법사만큼 까다로운 존재는 달리 없었다.

“어쨌든, 저쪽에서도 우리를 알아챈 것 같으니, 바로 진입하도록 하지. 여기서 놈들에게 더 대비할 시간을 줄 수는 없다.”

“예!”

태생이 어둠 속의 존재인 뱀파이어에게 이 야밤에 도시로 스며드는 것 정도는 숨 쉬듯 쉬운 일.

오십에 가까운 그림자가 빠르고 은밀하게 성벽을 넘어서 이동했다.

***

“뮬로? 준비는 어떻게 됐니?”

뮬로 브로코슬락의 집무실 소파에 편하게 늘어진 채 홍차를 홀짝이던 브리키가 태평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한껏 예민한 상태였던 이전과는 달리, 시든 채소와 같은 그 모습은 과연 위기를 경고하러 온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으나.

당연히 현명한 뮬로는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일단 외부 인력들을 최대한 소집하고 경계를 강화하라 명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대응하는 건 무리가 있어, 일단 통상적으로 할 수 있는···.”

“유페르쉬가 쳐들어왔구나.”

“···예? 유페르쉬 클랜이 말입니까? 갑자기 어째서···?”

“그걸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내게 물어보면 어쩌자는 거니? 네가 알고 있어야지.”

“그렇긴 합니다만···. 이건 정말 전조도 없던 일인지라.”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대꾸를 이어가며 곧바로 저택의 모든 클랜원에게 상황을 전파했다.

전면전이라면 그들도 뭉쳐서 대응해야 각개격파를 피할 수 있을 테니, 휘하의 병력을 모두 한곳에 집결시킬 필요가 있던 것이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 뮬로는 급히 집무실을 나서 걸음을 옮기며 눈가를 주물렀다.

그의 뒤에는 여전히 브리키가 느긋하게 하품하며 따라오고 있었지만, 더는 그녀의 태도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저택에 상주하던 인간들은 따로 말이 있을 때까지 바깥으로 나오지 말라 명했고, 그를 위한 결계도 설치되어 있으니 큰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그보다 지금 문제는, 뱀파이어 클랜 3강의 필두이자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유페르쉬가 쳐들어왔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제대로 준비하고 왔을 그들에 비해 이쪽의 준비는 미흡하기 그지없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그들이 어디쯤에 있는지 아십니까?”

뮬로는 부하들을 집결시킨 대형 연회장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브리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쪽의 성혈인 비스크가 뭔가 수를 썼는지, 진혈인 자신의 감각에는 딱히 잡히는 게 없었다.

애초에 술법 계통인 그는 다른 능력에 비해 감지력이 좀 떨어지는 편이기도 했고.

“으그그극— 아, 그거?”

그의 질문에 뒤쪽에서 한껏 기지개를 켜던 브리키가 태연하게 답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이전까지의 모습이 거짓이었던 것처럼 한결 생기가 깃들어 있었다.

“지금 막—.”

무언가에 대비해서, 비축한 에너지를 꺼내 예열해두듯이.

“예?”

“—들어왔구나.”

파지지직—!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저택을 감싼 결계에 구멍이 뚫리고, 수십의 뱀파이어들이 침입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살기등등하고 적대적인 기척과 함께.

***

“이거 참···. 질기게도 살아있군, 브로코슬락. 슬슬 죽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는 넌 어떻게 예나 지금이나 일관적으로 싸가지가 없니? 전대 녀석도 그렇고, 그게 유페르쉬의 전통인가?”

“생에 미련이 많은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내가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도와주도록 하지. 그 잘난 클랜도 함께 몰락할 테니 외롭진 않을 거야.”

“남의 말 듣지 않는 것도 쏙 빼닮았네. 어쩜 저렇게 재수가 없을까.”

마주 본 채 서로 자신의 할 말만 내뱉는 두 성혈.

대형 연회장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던 이들과 저택 내부에 침입한 이들이 마주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유페르쉬의 목적은 브로코슬락을 쓸어버리고 그 자리를 빼앗는 것이었으니까.

‘이거, 상당히 좋지 않은데.’

성혈들이 언쟁을 벌이는 사이, 대치한 두 무리를 비교해 살펴본 뮬로가 조용히 이를 악물었다.

수 자체는 이쪽이 조금 더 많았다.

아무리 근방에 있는 이들을 급하게 불러들였다지만, 이곳이 본거지인 만큼 이 정도를 동원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질.

‘순혈은 열이 좀 넘는 정도고, 나머지는 전부 잔혈이다. 물론 없는 것보단 낫겠지만···.’

참고로 이곳에 서번트와 슬레이브는 아예 배치하지도 않았다.

신전까지 있는 수도 탈라리아에서 자신의 기운도 제대로 감추지 못하는 그 반푼이들을 운용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비스크 유페르쉬는 브리키 님이 상대하신다고 해도, 저긴 진혈만 넷···. 암담하군.’

뮬로는 내심 한숨을 내쉬면서도 조용히 기운을 끌어올렸다.

사실 나름 믿고 있는 구석은 있었다.

하인즈의 휘하로 들어가면서 그도 「정제혈정」의 수혜를 입을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전보다 많은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의 심장 박동과 함께, 진화한 흡혈인자에서 뿜어진 끈적한 혈마력이 혈관을 타고 체내를 휘돌았다.

“그래서, 그쪽의 현 로드는 누구지? 어떻게 클랜이 넘어갈 수 있었는지 한번 보고 싶···. 음?”

언쟁을 벌이면서도 브리키와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을 이어가던 비스크가 뭔가를 눈치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화아악—

저택에 감춰져 있던 피의 문양이 붉게 발광하며 공간을 뒤틀어 놓았다.

안 그래도 컸던 연회장이 확장을 거듭해 어느새 훌륭한 전장이 마련되었다.

더불어 내부의 아군들에게 결계가 힘을 더해주고, 그를 적대하는 이들에게는 디버프를 부여하며 전력의 격차를 줄여주었다.

‘집무실에 한정되었던 능력을 저택 전체로 확대할 수 있게 된 건 좋지만··· 이 정도론 안 돼.’

결계 덕에 하위 뱀파이어들이 시간 벌이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저쪽의 진혈을 상대하기는 역부족.

이쪽에도 추가 증원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에게는 결계의 지원을 받을 때 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으니.

“나에게 오라. 프리지아—!”

뮬로의 주문이 끝나자, 바로 앞에 피 웅덩이가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프리지아가 만반의 전투 태세를 갖춘 채 모습을 드러냈다.

“으음, 설마 이렇게 금방 저들과 싸우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그녀는 소환되자마자 한숨을 내쉬며 곧바로 전투를 준비했다.

마물의 숲과 거리가 워낙 멀어 진혈 둘 모두를 소환하지는 못했지만, 이걸로 균형이 조금은 맞춰졌을 터.

‘남은 건, 브리키 님이 비스크를 처치할 때까지 최대한 수비적으로 버티는 것뿐인가.’

물론, 지금 이것도 상대를 이기기엔 한참 부족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 결계는 내부에서라면 성혈조차 쉽게 부수지 못할 테니,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을 것···.

“하, 그래. 어느 정도 감안하고는 있었지만, 이건 좀 많이 거슬리는구나.”

지근거리에서 들리는 목소리.

생각을 이어가던 뮬로에게 갑작스레 새하얀 한 쌍의 눈동자가 시선을 마주해왔다.

“너를 없애면 이 결계도 사라지겠지.”

뮬로가 반응하지도 못한 사이, 순식간에 그 앞으로 이동한 비스크가 그의 심장을 꿰뚫기 위해 손을 뻗었고—.

“너, 나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니?”

콰앙—!

커다란 충격파와 함께 그와 브리키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녀 덕분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뮬로는 공간을 접어 몸을 피하며 조용히 식은땀을 훔쳤다.

“···그래, 일단 이 망령부터 치워야겠어.”

“어휴, 넌 역시 좀 맞아야겠구나.”

브리키의 견제 때문에 결계가 발동하던 순간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비스크는 재차 들어온 방해에 짜증스레 이를 갈았고, 그녀 또한 그에 지지 않고 기세를 끌어 올렸다.

그렇게 양측의 긴장감이 재차 고조되어가던 순간.

콰드득— 콰지직!

갑자기 뮬로의 결계 한쪽에 균열이 발생했다.

“아니, 이게 무슨!”

또다시 당황한 뮬로가 서둘러 공간을 조율하며 눈가를 경련했다.

바깥에서부터 가해진 정체불명의 외력에 결계에 구멍이 뚫리고 있었다.

아무리 이 공간이 내부보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에 약하다고는 하지만, 전보다 훨씬 강해진 자신이 공을 들여 설치한 결계였다.

설령 진혈이 외부에서 공격하더라도 쉽게 부술 수 있는 게 아니건만.

그렇게 뜻밖의 상황에 잠시 주변의 이목이 쏠린 틈에, 날카로운 손톱과 비늘이 돋은 손 한 쌍이 균열 사이로 쑥 비집고 들어왔다.

그리곤 미닫이문을 열듯이, 그것을 양옆으로 조심스럽게 벌리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서서히 벌어지는 결계의 균열, 그리고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털이 무성한 짐승의 머리.

“끄응, 이 결계는 생각 못했네. 최대한 살살 찢고 들어온다고 타이밍이 좀 늦었잖아.”

짐승 머리가··· 아니, 짐승 형상의 마수 머리를 뒤집어쓴 이가 나직이 투덜거리며 자신의 몸을 균열에서 뽑아냈다.

그의 커다란 근육질 육체가 들어오기 무섭게 결계는 언제 이상이 생겼냐는 듯 순식간에 수복되었다.

그것을 발동한 뮬로마저 당황할 정도로 술법에 무리가 가지 않는 깔끔한 침입이었다.

“뭐야? 저놈은?”

“···야만인? 아니, 저 팔은···?”

벌거벗은 상체에서 꿈틀거리는 근육과 야성적인 문신, 양팔을 뒤덮은 검붉은 비늘과 날카로운 손톱까지.

개성적인 외양의 침입자가, 뒤집어쓴 마수 머리 아래 각기 다른 색으로 빛나는 한 쌍의 눈으로 사방을 훑었다.

그는 주변의 시선 또한 자신에게 집중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하곤.

“감히 우리 휴버트를 건드린 간 큰 놈들이 누구냐!”

친구의 복수를 하러 온 관종 야만 전사, 할리가 그 자리에서 위풍당당하게 소리쳤다.

뿌두둑! 뚜둑—!

동시에 한껏 힘이 들어간 위압적인 육체에서 살벌한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벌어질 폭력 사태를 예고하듯이.

“휴버트?”

“아니, 갑자기 여기까지 와서 무슨 소릴···.”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의 난입부터 그가 한 말까지, 이 자리에서 그걸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은 손에 꼽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할리의 시선은.

이미 유페르쉬 클랜 쪽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찾았다—.”

목표를 발견한 그의 사납게 치켜 올라간 입꼬리 사이로 맹수 같은 이빨이 드러나며.

“네놈이구나? 그 연약한 애 뱃속을 고기 수프처럼 휘저어 놓은 녀석이?”

세로로 갈라진 흉악한 동공이.

붉은 머리와 붉은 눈의 뱀파이어, 클라인에게 정확히 날아가 꽂혔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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