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125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125화

38장 코라(2)

나는 아르멜과 퀴니에의 대화를 들은 뒤, 13년 전의 사건을 조사했다.

코라는 13년 전에도 폭주해 비에트 가문을 습격했다. 당시에 살아남은 사람은 사건을 일으킨 아르멜을 제외하면 오직 퀴니에뿐이었다.

임무나 파견 혹은 휴가 등 각자의 이유로 저택을 떠난 사람들을 제외하면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남지 않았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코라가 지금껏 퀴니에 옆에 있을 수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어떻게 퀴니에는 살아남았을까? 모두가 죽은 와중에, 어떻게 그녀만은 무사한가.

누가 코라의 폭주를 멈추었는가.

‘앙페르가 있었어.’

나는 13년 전의 사건을 조사하던 중 기묘한 것을 깨달았다.

로아흐 가문은 비에트 가문과 애초부터 교류를 하고 있었다. 퀴니에가 가주가 되기 전, 즉 아버지인 아르멜이 가주였을 때.

당시에 앙페르는 황궁의 부름을 받고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퀴니에 입장에선 천운이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곳에는, 어렸을 적의 프론디어도 같이 있었다.

비에트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직감한 앙페르가 현장에 뛰어들었고, 코라의 폭주를 막았다.

지금의 나는 프론디어가 익힌 고대어의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그의 기억도 어느 정도 머릿속에 들어있다. 허나 당시의 사건은 기억이 확실치 않았다.

아마 너무 오래전 일이고 어릴 적이라, 프론디어 본인도 가물가물했던 거겠지. 당시 프론디어는 기껏해야 4살이었다.

앙페르는 코라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았다. 그는 해독제 따위 물론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코라를 어떻게 잠재웠는지,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했던 거지, 앙페르.’

나는 가면을 써 젊었을 적의 앙페르로 얼굴을 바꾸고, 엑스칼리버를 들어 코라에게 다가갔다.

드래곤 하트를 먹고, 더미가 된 페넬로페의 천 거의 전부를 엑스칼리버에 쏟았다.

콰아아아아-!

엑스칼리버는 마나의 격류로 들끓어, 이미 태풍에 가까운 바람을 머금고 휘몰아쳤다. 쥐고 있던 손이 벌벌 떨렸다. 옷과 머리카락이 휘날려, 가면이 벗겨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주위의 바닥이 쩌적, 하고 소리를 내며 균열했다. 내가 천천히 걸음을 옮길 때마다 돌가루들이 후두둑 떠오르다가 패일 듯이 가라앉았다.

손수건만 한 크기의 페넬로페의 천을 머금은 엑스칼리버가 방벽 앞을 일소했던 것을 떠올리면.

지금 이 엑스칼리버는 잘못 휘두르면 핵폭탄을 떨구는 것과 다름 없다.

크르르르-

나는 잔뜩 털을 곤두세우고 으르렁대는 코라를 마주했다. 지금의 코라에게는 이성 한 점 남아 있지 않다. 주사를 놓을 틈 따위는 없다. 나는 코라의 이성을 되찾게 하는 방법 같은 건 모른다.

그리고 아마 앙페르도 그런 방법은 몰랐겠지.

“코라.”

나는 검 끝을 코라에게 향했다. 검에 담긴 모든 마력이 코라를 향했다.

나는 코라의 이성을 설득하지 않는다.

그의 본능, 백호로서의 야성에 고한다. 앙페르는 자신이 가진 그람과, 그 본인의 격으로 해낸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참 부족하기에, 엑스칼리버의 힘을 빌린다.

“그 입 다물어라.”

지금의 코라가 정말로 야성밖에 남아 있지 않다면,

힘의 논리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 *

프론디어가 검 끝을 코라에게 향했을 때는 이미.

콘스텔의 모든 교사가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옥상, 건물 뒤편, 등교길, 나무 위 등.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프론디어와 코라를 지켜보았다.

물론 총장 오스프리트도 있었다.

‘앙페르?’

그 또한 처음 프론디어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콘스텔의 교사들 중에서 앙페르의 젊었을 적 얼굴을 아는 사람은 말리아와 오스프리트뿐이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당연히 젊은 얼굴을 한 앙페르가 진짜 앙페르일 리가 없기에, 오스프리트는 프론디어를 주시했다.

누가 감히 앙페르의 얼굴을 하고 그의 행세를 한단 말인가. 평범한 상황이었으면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 정신 나간 놈이라 할 만했다.

허나. 지금 그에게는 젊었을 적 앙페르와 비견되는, 아니, 그보다 한층 더 강맹한 기가 뿜어져 나왔다.

정확히는 그가 쥐고 있는 검에서.

‘……엑스칼리버.’

엑스칼리버를 쥔, 젊었을 적의 앙페르라. 상상도 해본 적 없는 그림이 눈앞에 현실로 등장했다.

오스프리트는 눈에 마력을 담았다. 남자는 상당히 고가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쉬이 투시할 수는 없었으나, 오스르피트 정도 되면 대강의 윤곽은 보인다.

‘……아니, 저 남자는.’

오스프리트의 표정이 변했다.

“……총장님, 어떻게 할까요?”

옆에 있던 교사가 말했다. 오스프리트는 고개를 저었다.

“뭘 할 것도 없다.”

“……그 말씀은.”

“곧 끝날 것이야.”

그때 근처에서 누군가의 고함이 들렸다.

오스프리트가 슬쩍 내려다보니 쓰러져 있는 남자가 있었다. 이미 교사 말리아와 제인이 구속 중이었다. 근처에 부채를 들고 있는 퀴니에도 보였다.

“말도 안 돼! 이성이 없는 코라를 다루려 하다니! 놈은 백호의 핏줄이다! 그따위 억지가 통할 거라 생각하나!”

남자는 악에 받친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오스프리트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이성이 없으니까 저 방법이 통하는 게지. 저 백호, 보아하니 완전하지 않다. 아직 성체가 되지 못했어. 거기에 다른 피가 섞인 혼혈인 것 같군.”

지금 코라의 본능은 끊임없이 고할 것이다.

눈앞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마나. 허튼 짓을 했다간 여지없이 죽는다. 기감이 뛰어난 수인이니 더더욱 잘 알겠지.

무엇보다,

저만한 크기의 마나가 곧 터질 것처럼 자신을 향하고 있다면, 진짜 백호라 해도 겁먹을 것이다.

저벅저벅.

앙페르의 얼굴을 한 남자는 천천히 걸었다. 그동안 백호는 가만히 있었다. 성난 소리도 멈추었고, 곤두선 털끝도 천천히 가라앉았다.

오스프리트는 남자의 행색을 살폈다. 콘스텔의 교복을 입고, 앙페르의 얼굴을 하고, 엑스칼리버를 쥐고 있다. 거기다가 느껴지는 엄청난 마나, 그리고 왼손에 쥐고 있는 빛을 발하는 천. 어느 것 하나 그냥 넘기기 어려운 것들이다.

‘……특히 저 빛나는 천, 점점 크기가 줄어드는군.’

왼손에 쥐고 있던 천은 점점 줄어들어 이제 오스프리트의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의 왼손이 여전히 빛을 발하는 것으로 보아 아직 남아 있는 것이겠다만.

그런데 그 빛이 사라지고, 천이 완전히 소실되었다 싶을 즈음,

“크윽!”

남자는 비틀거렸다. 그가 쥐고 있던 엑스칼리버의 거대한 마나가 흔들거렸다. 그 모습에 백호가 다시 눈을 번뜩이고 털을 곤두세웠다.

허나.

푸욱-

남자는 백호의 목에 무언가를 꽂았다. 주사기였다. 주욱, 주사기의 액체가 밀려들어가고 백호의 초점이 흐릿해졌다.

쿵-

백호는 그 크기로 인해 쓰러지는 것조차 육중하고 무거웠다. 천천히 털이 줄어들었고 크기가 점점 작아졌다. 인간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오스프리트가 입을 열었다.

“남자를 보호해라. 이야기를 들어야겠다.”

교사들은 일제히 움직였다.

백호를 잠재운 남자는 콘스텔 교복을 입었다. 왜 굳이 얼굴을 앙페르로 바꿨는지 몰라도, 전후 사정을 알아야겠지.

교사들은 남자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남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백호를 앞에 두고 있을 때는 세상 무서운 게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또한 백호를 잠재우기 위한 허세였나.

앞의 교사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큰 사건이 일어날 것을 막았습니다. 손을 빌려드릴 테니,”

정황을 보면 남자는 백호를 진정시키기 위해 힘을 사용하고 탈력한 상태다. 교사들이 남자에게 친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허나 남자는 오지 말라는 듯 손을 들었다. 그 피곤한 기색이 앙페르의 얼굴로 드러나니, 교사들은 내심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지금 앙페르의 얼굴밖에 모르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닮았다.

“제가 하죠.”

그때 누군가가 프론디어 앞을 지키듯이 나섰다. 퀴니에였다.

“이분에게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저입니다. 제가 부축할 테니, 선생님들은 이만 물러나주세요.”

“……음. 허나 퀴니에 학생. 우리도 상황을 알아야 하지 않겠나.”

“제가 나중에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분의 상태가 좋지 않네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자, 잠시만, 학생.”

그렇게 걸음을 옮기려던 퀴니에를 교사가 막아섰다.

퀴니에는 한숨을 내쉬었다. 깊이 가라앉은 눈으로 교사를 보았다.

“……지금은 방과 후잖아요.”

“어?”

“방과 후, 라고요. 콘스텔의 선생님들.”

“……!”

교사들은 그 뜻을 알고 표정을 굳혔다.

지금 퀴니에는 비에트의 가주로서 움직이고 있다. 학생의 신분이 아니다. 선생님이라 부른 것은 그저 예를 차린 것일 뿐.

“퀴니에 가주.”

그때 옥상에 있던 오스프리트가 입을 열었다.

“왜요, 총장님.”

퀴니에가 째릿하고 날카로운 눈빛을 쏘자, 오스프리트는 허허허, 하며 사람 좋게 웃었다.

“잘 보살펴주게.”

“…….”

퀴니에는 그에 대답 않고 프론디어를 부축했다.

부채를 펼쳐 휘익, 한 번 휘저으며 도약하자 그녀는 높이 날아올랐다.

주변의 교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둘은 그렇게 사라졌다.

* * *

프론디어는 퀴니에에게 부축받은 직후 정신을 잃었다. 퀴니에는 그를 저택으로 데리고 와 침대에 눕혔다.

코라가 생각났지만 그는 교사들이 맡아줄 것이니, 오히려 더 안전하다. 폭주하긴 했어도 주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 건 아니니 괜찮을 거다.

다만 백호의 수인, 언제 폭주할지 모르는 위험성을 두고 교사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프론디어.”

퀴니에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프론디어를 불렀다.

프론디어는 곤히 자고 있었다. 의사의 진찰 결과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마나 소진과, 거기에 더불어 극심한 빈혈인 듯했다. 아마 웬만해서는 깨어나지 않을 것이다.

퀴니에는 그걸 알면서 프론디어를 불렀다.

프론디어에게 들려주고 싶지만, 아직 프론디어가 듣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모순된 감정이 있었기에.

“나 기억이 났어.”

퀴니에는 입을 열었다.

“13년 전의 일, 전부. 늑대는 사실 코라였고, 앙페르 가주가 코라를 저지했었지. 사실 내 아버지라는 아르멜은 여전히 기억이 안 나지만. 적어도 내가 무슨 기억을 바꿨는지 알았어.”

떠올린 건 프론디어가 앙페르의 얼굴을 하고, 엑스칼리버를 손에 쥔 순간부터였다. 그 뒷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해, 과거에 묻혀두었던 기억을 꺼내 올렸다.

“……그때 너도 있었어.”

앙페르가 코라를 저지한 이후, 그 등 뒤를 쫄래쫄래 쫓아오는 어린 소년이 있었다.

당시의 퀴니에는 그저 울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소년은 기억한다.

앙페르는 코라가 완전히 잠든 것을 확인하자마자 소년을 안아 들고 그 눈을 가렸다. 어린아이에게 시체 따위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겠지.

그러나 프론디어는 앙페르가 눈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퀴니에를 보고 있었다. 앙페르가 저택을 나가 시야에 완전히 사라진 순간까지, 프론디어와 퀴니에는 오래도록 눈을 맞추었다.

그 어린아이가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울고 있는 그녀에게 어떤 공감이라도 느낀 것인지.

“너도 기억하고 있었구나.”

퀴니에는 프론디어를 보았다. 4살과 6살. 그 어린아이들이 어느새 이토록 커져 다시 만났다.

프론디어는 그때를 기억해, 자신의 아버지와 똑같은 수법으로 폭주한 코라를 다시 잠재웠다.

쿡, 퀴니에는 손가락으로 프론디어의 볼을 한 번 눌러보았다.

“그걸 어떻게 기억했니? 4살짜리가.”

게다가 그걸 실현시키기 위한 힘을 체득하고 있다니. 설마 그것도 퀴니에를 위해? 언젠가 폭주할 코라를 막기 위해서?

“후후,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렇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러니 이 가정은 어디까지나 퀴니에의 망상.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의 결과였다.

“프론디어. 고마워. 기억해 줘서.”

자고 있는 프론디어는 대답이 없었다.

대답이 없을 걸 알기에, 퀴니에는 말할 수 있었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