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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6

#126

성혈 (1)

《새로운 흡혈인자를 수집합니다. 특수스킬「혼혈진화」의 영향으로 개체의 육체 능력이 향상됩니다.》

눈앞에 떠오른 문구에 하인즈가 가볍게 턱을 쓰다듬었다.

‘이거, 아우테리카에서는 처음으로 발동한 것 같은데.’

「혼혈진화」는 다양한 흡혈인자를 수집해 진화를 추구하는 스킬이었던 만큼, 여러 차원의 흡혈귀가 모이는 지구에 특화된 능력이나 다름없었다.

이번엔 브로코슬락 혈맥 이외의 뱀파이어를 포식한 게 처음이라 발동하긴 했으나, 같은 차원 출신이어서인지 변화는 그리 극적이지 않았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낫긴 하지만.

“그럼, 슬슬 움직여 볼까?”

하인즈까지 돌아온 이상, 이미 상황은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당장 유페르쉬의 세력을 흡수하기엔 그 규모가 너무 커. 원활한 합병을 위해선 덩치를 조금 줄일 필요가 있겠지.’

물론 「정제혈정」을 통하면 그에게 반항하지는 못하겠지만, 아무래도 관리의 용이성을 위해선 브로코슬락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게 편했다.

‘거기다 광룡을 사냥하며 제법 많이 소모했던 혈정도 수급해둬야 하니까. 동족 포식이 손해만은 아니지.’

그리고 그것은 이후 그의 수족이 될 이들의 훌륭한 자양분이 되리라.

진수성찬을 마주한 사람처럼 슬쩍 입맛을 다신 하인즈가 조용히 전장으로 스며들었다.

「은폐」와 「투명화」, 그리고 「피의 신비」까지 이용해 인식을 벗어나 이루어진 작업은 매우 은밀했으며.

유페르쉬 클랜에서 이상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 후였다.

그리고 그 여파는 곧 다른 싸움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프리지아 브로코슬락과 테오도르 유페르쉬의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

콰앙—!

혈마력이 가득 담긴 양산 끝이 날카롭게 찔러 들어오고, 그것을 쳐내는 순간 뾰족한 구두를 신은 다리가 채찍처럼 휘둘러진다.

그 공격을 피한 테오도르가 예리한 피의 채찍을 휘둘러 프리지아를 물러서게 하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현 진혈 중엔 자신이 최고일 거라 자부했던 만큼, 그는 그녀의 힘이 결계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강해진 것인지 알아볼 충분한 안목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상대의 파괴력과 반응 속도, 혈마력의 운용 등을 몇 차례나 직접 겪으며 살펴본 후··· 어렵사리 현실을 인정할 수 있었다.

‘외부 기운의 조력이 있긴 하지만, 이건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모든 면에서 자체적인 역량이 상정했던 것보다 몇 단계는 위다. 브로코슬락 클랜이 이 정도였을 리 없는데.’

브로코슬락의 전 로드인 뮬로도 자신에게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아랫급이라 여겼던 프리지아에게 발목을 잡히니 상당히 자존심 상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의 자존심을 따질 수 없을 만큼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왜 상황이 이렇게 된 거지? 갑자기 이게 무슨···!’

그동안 잘 버티고 있던 순혈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싸움에 집중하느라 잠시 시선을 뗀 동안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이미 그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든 채였다.

‘대체 언제 이렇게 이렇게까지 밀렸단 말인가?’

처음 계획을 세울 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자꾸 벌어지니, 이제는 머리까지 아파질 지경이었다.

그 와중 그는 브로코슬락 측의 행동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들이 뮬로의 주도하에 이젠 절반도 남지 않은 유페르쉬의 순혈들을 제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 와서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설마 저들을 인질로 잡고 협상이라도 할 셈인가?’

이 암담한 상황에서도 아직 테오도르가 믿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비스크 유페르쉬가 성혈 간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판이 완전히 뒤집히게 된다.

어쩌면 저들도 그때를 대비해 두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가 그런 낙관적인 생각을 하던 순간.

오싹—

갑작스레 느껴진 누군가가 자신을 노리는 듯한 불길한 감각에.

그는 덤벼들어 오는 프리지아를 억지로 떨쳐내고, 뒤로 물러서 직감이 가리키는 방향을 경계했다.

“예민하군. 과연, 그리 쉽지는 않다는 건가.”

이미 들킨 이상 숨을 필요도 없다고 여겼을까.

그가 경계하던 곳의 허공에서 유령처럼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테오도르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로드! 드디어 오셨군요!”

프리지아의 반응을 보고 상대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브로코슬락 클랜의 현 로드인가?”

뮬로 브로코슬락을 밀어내고 클랜을 차지한 것도 모자라, 그를 비롯한 기존 세력들까지 모조리 휘하로 흡수한 의문의 능력자.

그제야 그는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흘러간 원인을 깨닫고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가 지목한 변화의 원흉, 하인즈 2세 또한 그를 바라보며 이리저리 견적을 재는 중이었다.

‘이 자가 테오도르 유페르쉬. 현 유페르쉬 클랜의 이인자라고 했지.’

이미 순혈들을 정리하며 뮬로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이쪽으로 온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저자에 대한 정보도 들을 수 있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의 뮬로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이였다.

성혈이라는 절대적인 존재 밑에서 모든 실무를 총괄하는 존재.

그 말인즉슨, 유페르쉬 클랜을 먹어 치우기 위해선 꼭 회유할 필요가 있는 인재라는 뜻이었다.

‘브로코슬락 때는 뮬로가 있으니 일이 상당히 편했단 말이지. 유페르쉬는 규모가 더 크니, 실무 책임자는 꼭 필요하다.’

세력이 커질수록 유능한 부하의 존재는 필수였다.

기껏 조직의 장이 되었는데, 언제까지고 사소한 것까지 직접 챙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 내가 브로코슬락 클랜의 로드다.”

하인즈가 그를 바라보며 살짝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고 어느새 시킨 일을 모두 마친 뮬로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곧 너의 로드가 될 몸이기도 하지.”

“무슨 헛소릴···!”

위에 선 자는 조직의 방향을 올바르게 결정하고, 일 잘하는 부하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

그것이 그가 추구하는 왕도(王道).

필요한 인재라면 적이더라도 회유해 등용하는 자비로운 군주였다.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 마음대로는 안 될···.”

“뮬로, 프리지아.”

““네, 로드!””

“잡아.”

물론, 그 회유 과정에 당사자의 동의는 필요 없었다.

자신이 왕이었으니까.

***

할리와 충돌하던 유페르쉬의 진혈 셋은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곳곳에서 벌어지던 싸움의 균형이 갑작스레 깨지며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되고 있지 않은가.

“카하핫! 나름 재밌었는데, 아쉽게 됐구만! 이제 우리도 슬슬 끝내자고, 친구들!”

그의 도발 섞인 말에 진혈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이대로 가만있다 브로코슬락의 증원이 도착하면 자신들도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정말 방법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가자!”

“흡—!”

눈빛을 주고받던 이들 중 둘이 동시에 할리에게 달려들었다.

오로지 그의 발을 묶기 위한 필사의 각오로.

하지만 맷집에 가장 자신이 있던 이 하나는 그 싸움에 끼지 않고, 곧바로 성혈들의 싸움이 벌어지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파지직—!

격렬한 스파크와 함께 기운이 요동치는 흉악한 공간.

방어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할리조차 저들의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온몸이 으깨질 정도였다.

아마 그가 저기 들어선다면, 목숨이 위험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을 터.

‘그리고 전위인 내가 빠진 만큼, 저 괴물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둘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하겠지.’

사실상 진혈 셋의 전력이 이탈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되면 일시적으로 비스크 유페르쉬가 우위를 점하게 된다고 해도, 이후 할리의 개입으로 다시 판이 뒤집힐 수 있기에 망설이고 있었건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더 이상 반전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러니 별수 있겠는가. 이렇게라도 하는 수밖에.

그리 마음을 다잡은 그가 전신에 피와 혈마력을 두른 채, 마침내 성혈들의 영역에 발을 들이려는 찰나.

“그건 안 되지.”

“···헛?”

오직 앞만 보고 전력으로 내달리던 그의 옆으로 누군가가 엄청난 속도로 접근했다.

그리고.

콰앙—!

커다란 충격과 함께 그의 몸이 옆으로 튕겨 바닥을 나뒹굴었다.

“크윽, 네놈은···!”

물론 그를 공격한 누군가는 당연하게도.

등장하자마자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며 싸움판 이곳저곳을 펑펑 터트리고 다니는 균형의 파괴자, 하인즈 2세였다.

“저쪽은 메인 디쉬거든. 아직 뜸 들일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서 말이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진혈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여전히 상황은 절망적이다.

순혈들의 대규모 접전은 이미 끝났고, 테오도르 유페르쉬는 놈들에게 제압당한 듯했다.

“크하핫! 어딜 가느냐, 이리 오너라! 딱 한 입만 더 먹어 보자!”

“크헉! 이 미친 괴물 놈이!”

“왜! 너희는 먹어도 되고, 나는 먹으면 안 되냐!”

거기다 그가 빠진 탓에 다른 둘도 괴물에게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뭐라도 해야 한다.’

저들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판을 반전시켜야 했다.

그렇게 그가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보려는데···.

“참, 아무리 생각해도 유페르쉬에 진혈이 너무 많단 말이지. 물론 강한 전력이 늘어나는 건 좋긴 한데, 조금 과한 느낌이 들어. 파벌이라도 생기면 귀찮고.”

여전히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나직이 들려왔다.

“그러니까··· 성혈을 먹기 전에, 진혈 하나 정도는 에피타이저로 괜찮겠지?”

그리고.

섬뜩한 웃음과 함께, 하인즈의 송곳니가 날카롭게 빛났다.

***

할리의 난입 때문에 낭패를 보긴 했으나, 비스크 유페르쉬는 다시 브리키와의 싸움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

애초에 그녀는 처음부터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만큼, 한 차례 공격을 주고받았다 해도 그가 더 유리하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전까지의 일.

급박하게 흘러가는 주변 상황에는 그도 쉽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어머, 집중력이 좀 흐트러진 것 같네?”

“···닥쳐라.”

“언제는 퇴물이니 뭐니 떠들어 댔으면서, 갑자기 입을 꾹 닫으니 적응이 안 되잖아? 혹시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니?”

“브로코슬락···.”

연신 꿈틀거리는 눈썹과 뿌득뿌득 갈리는 이빨.

상당히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방증이었지만, 여기서 그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덜떨어진 부하 놈들을 구하려 하든, 이 결계를 찢고 자신만이라도 탈출하든.

어느 쪽을 선택해도 상당한 힘을 써야 할 텐데, 지금 그의 앞에서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여자는 그런 빈틈을 허용할 위인이 아니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대체 어쩌다···.’

계획을 세울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순조로웠다.

역천의 서약을 통해 얻은 정보를 교차 검증하고, 상대의 전력을 최대로 가정해 그 이상의 병력을 이끌고 왔다.

조금의 피해도 없이 순식간에 끝내고 이 거점을 먹어 치우기 위해서.

‘틀림없이 조금 과할 정도로 준비했건만, 지금 상황은 도대체 뭐지?’

비스크는 위기 상황에 평소 이상으로 빨리 돌아가는 머리로 상황을 분석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다섯 가지 결론.

첫째, 성혈 브로코슬락이 이 자리에 있을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

둘째, 브로코슬락 클랜의 전체적인 수준이 상향평준화 되어 있었다.

셋째, 테오도르의 쓸데없는 작전 때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이곳에 난입해 왔다.

넷째, 갑자기 등장한 현 브로코슬락 클랜 로드의 무력도 생각 이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섯째···.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도와준다던 역천의 서약 놈들은, 지금 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냐!’

지금이 그 만약의 사태거늘, 처음 말을 꺼냈던 역천의 서약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이대로 가면 정말 자신과 유페르쉬 클랜은 끝장이건만!

‘설마 놈들이 우릴 버렸나? 이건 함정이었고? ···이 유페르쉬가, 속은 건가?’

결국 비스크는 그렇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놈들이 이쪽을 버리고 브로코슬락 클랜을 선택했으리라고.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역천의 서약은 확실히 지원군을 보낸 상태였다.

그것도 이런 사태에 도움이 될 만한 상당히 강력한 정예들을.

하지만 그 원군은 브라이트 공작가는커녕 수도 내부에도 들어설 수 없었는데.

당연히 그 원인 또한—.

[크흐흣! 이렇게 직접 찾아와 주다니, 수고를 덜었군.]

“크윽! 어째서 이곳에 불사왕이···!”

탈라리아를 주시하고 있던 불사왕 한스의 눈에 그들이 발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사방을 감싼 결계에 갇혀 바닥에서 들끓는 어둠에 휩싸인 채 정신을 잃은 스물이 넘는 무리.

그가 직접 「심연의 눈」까지 사용하며 관심을 두고 있는 이상, 마(魔)에 속한 존재는 그 시선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결국 유페르쉬 클랜이 일을 실패한 원인 중 첫 번째인 브리키의 존재만 제외하면, 두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 모두 한 존재 때문이라는 소리였다.

물론, 그건 이 세상의 누구도 알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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