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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8

127. 소꿉친구 – 회전

오른 왕국에는 산이 많았다.

해안선을 따라 로그넘 산맥이 길게 이어져 있기에, 오른 왕국은 북동쪽으로 갈수록 고도가 낮아졌고, 제롬 신성왕국 근방에 이르러서야 드넓은 평원이 펼쳐졌다.

그 평원의 이름은 아나톨레아.

제1 성인, 아즈라 성인이 네 번째로 악을 물리쳤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공교롭게도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평원에서 다시 한번 인간과 사도 간의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코린 경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땅과 하늘을 번갈아 보았다.

아침이슬을 맞아 촉촉했던 대지는 붉게 물들었고, 청명했던 하늘에는 거대한 나팔 문양이 떠올라 부우우우- 나팔 소리를 품어내었다.

악신의 사도를 물리치고자 아나톨레아 평원에 결집한 대규모 토벌대는 지금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작 단 한 명의 소년 때문에.

지휘부는 사도를 향해 기마대를 출격시켰다. 신성왕국, 콘라드 왕국에서 보내준 기사들과 교회의 성전사들이 말을 타고 용맹하게 돌진했고, 준기사들도 대형을 갖춘 채 우르르 달려들었다.

방심 따위는 없었다. 겉보기는 소년이지만, 놈이 한 왕국의 수도를 통째로 집어삼킨 괴물임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사제들은 준기사와 기사들에게 온갖 축복을 걸어주었다. 그들이 타는 말들에게도 축복을 내려준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콘라드 왕국에서 온 사제들… 듣기로는 수도교회에서 배출되지 않은 이들이라는데, 그들이 악신의 나팔 소리에 대항하듯 거룩한 성가(聖歌)를 불렀다. 신력이 깃든 노랫가락이 토벌대의 모든 이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또, 베르크 추기경이 검무(劍舞, 칼을 들고 추는 춤)를 올렸다.

후열에 배치된 사제들과 은퇴한 성전사들은 저 추기경이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의아하게 바라보았는데, 곧 입을 벌리고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놀랍게도, 그는 어마어마한 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춤사위를 따라 검이 휘둘릴 때마다 새하얀 신력이 아낌없이 뿜어져 허공에 문자를 새겼다.

이윽고, 평원에 모인 모두는 베르크 추기경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내림굿’이다.

‘강신굿’이라고도 불리는 저 의식은 십자교회의 오랜 역사에도 몇 번 행해지지 않은, 희귀한 것이었다.

검무를 추는 베르크 추기경의 위로 거룩한 존재가 희미하게 떠올랐다. 상체뿐이지만 거인을 연상시킬 정도로 커다란 인간의 형상…

‘라차르’ 님이셨다.

주신의 네 화신 중 하나이자, 검과 방패를 든, 전투와 명예를 주관하는 신이었다. 성전사라면 누구나 매일같이 기도를 올리는 대상이었으므로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었다.

라차르 님의 형상이 떠오르자 후열에 남은 늙은 성전사들과 말을 타고 사도를 향해 달려나간 젊은 성전사들의 검과 갑옷이 더욱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토벌대의 모든 인원이 환호하며 용기백배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저, 저런!”

말을 타고 마주 달려오던 악신의 사도가 검을 뽑았다. 거대한 오러블레이드가 이글이글 뿜어지더니 기마대를 도륙하기 시작했다.

기마전.

코린 경도 성전사였기에 잘 알고 있었지만, 말을 타고 싸우는 건 상당히 어려운 활동이었다.

말이라는 동물은 기수가 원하는 데로 움직여주는 생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기수는 한 손으로는 고삐를 잡고, 다른 손으로 무기를 잡아야 했기에 기마술이 어지간히 뛰어나지 않고서는 기병이 될 수 없었다.

그 불편함으로 말미암아 발전한 무기가 바로 랜스(Lance), 기병용 대형창이다.

고삐를 잡고 남은 손으로 창대를 붙들고, 팔꿈치를 90도로 구부려 전방을 겨눈다. 그 상태로 말을 달려 말을 타지 않은 적들은 짓밟고 말을 탄 상대는 창으로 찌르는 것이다.

충돌로 랜스를 잃어버리거든 검을 휘두르기도 했으나, 말의 높이와 검의 짧은 리치 때문에 랜스를 잃은 기병은 재정비를 위해 돌아오는 게 보통이었다.

즉, 기마전의 핵심은 전방에 온 힘을 집중시키는 데에 있었다. 말이 정면으로 쏟아내는 강력한 충격력과 빠른 기동성에 그 묘리가 있다.

한데 악신의 사도는 그런 기마전의 법칙을 따르지 않았다.

세 갈래로 나뉜 기마대 중 하나를 택해 달려들더니… 기마대를 빗기듯 지나쳤다.

놀라운 기마술이다.

말과 주인의 생각이 일치하기라도 한 듯이 움직인 것도 대단했지만, 저 흑마의 속도는 여타 말들과 비교를 불허하고 있었다.

“으헉! 피, 피해라…!”

기마대장이 황급히 경고했으나 부질없는 외침이었다. 악신의 사도는 거대한 오러블레이드를 한 손으로 붙들고 지나치는 기병의 목을 차례로 몸통과 분리해냈다.

{검술.3v : 바르트류(流)}

다른 두 기마대가 황급히 달려들었으나 악신의 사도는 또다시 놀라운 기마술을 선보이며 두 기마대의 창끝을 회피했다.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악신의 사도는 양손으로 검을 바꿔 들면서 전후좌우, 사방으로 오러블레이드를 휘둘렀다. 흑마를 날래게 몰면서 종횡무진 날뛰었다.

몇몇 기사들이 참지 못하고 랜스를 던졌다. 허나 놈은 말을 몰아 가볍게 피했고, 준기사들이 우르르 달려오거든 얄밉게도 멀찍이 달아나버렸다.

결국, 기마대장이 결단을 내렸다.

“퇴각! 보병들과 합세해라!”

기마전을 포기한다.

기동력에서 차이가 극심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수가 조금 줄어든 오천의 토벌대는 후퇴해 똘똘 하나로 뭉쳤다. 이젠 악신의 사도가 곤란해질 차례다.

밀집대형을 갖춘 토벌대 한복판으로 말을 몰고 들어왔다가 포위당할 것을 우려하는지, 아니면 베르크 추기경이 불러낸 라차르 님을 경계하는지, 놈은 잠시 토벌대 주위를 서성거렸다.

“이때다! 사제들은 모두 신성 주문을 외워라! 마법사들도 때를 놓치지 마시오!”

미하에르 추기경이 외쳤다.

천 오백에 달하는 사제들이 토벌대 중앙에서 무릎 꿇고 기도를 올렸다. 왕자가 데려온 댓 명의 마법사들도 중얼중얼, 마법을 선보였다.

신성 주문이 쏟아졌다.

사도의 몸이 새하얗게, 눈이 부실 정도로 축복에 휩싸이더니 붉은 증기를 무럭무럭 뿜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허사였다.

어찌 된 노릇인지 악신의 사도는 마법에 적중당하고도 멀쩡했고, 쏟아지는 축복에도 “간지럽다!” 소리치더니 다시 흑마를 몰았다. 간지럽다는 외침이 허세가 아니었는지 악신의 사도는 느긋하게 토벌대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감자 껍질을 벗겨내듯, 토벌대 외곽에서 부단히 칼을 놀리는 것이다.

궁병이 있었더라면…

기사와 준기사, 사제와 성전사라는 고급 병종만으로 이루어진 군대의 무기력함이 역력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설마 사도가 저렇게 뛰어난 기동력을 지니고, 신성 주문과 마법이라는 원거리 공격을 죄다 무시해버릴 줄을 누가 알았느냐마는…

토벌대가 술렁거렸다. 꼼짝도 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피해가 누적되자 제아무리 기사, 준기사, 성전사들이라 할지라도 사기가 뚝뚝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코린 경? 어디 가시는 거예요?”

오필리아 사제가 물었다. 허나 늙은 성전사는 답하지 않고 대열을 이탈했다. “잠시 길을 비켜주십시오.” 말하며 혼란에 빠진 군중(軍中)을 헤쳐나갔다.

검은, 중간에 버렸다.

코린 경은 토벌대 바깥으로 나왔다. 누군가가 위험하다고 외쳤으나 들리지 않았다.

이 모든 건 내 잘못이었다.

창공에 떠오른 저 나팔 문양을… 나는 본 적이 있다.

토벌대 외곽을 따라 달리던 사도의 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뜨거운 콧김을 뿜어내는 거대한 흑마. 말의 가슴에 울룩불룩 솟아난 근육과 사람 허리만큼 굵은 다리가 무기도 없이 앞을 가로막은 무모한 늙은이를 짓이겨버리겠다는 듯이 빠르게 달려왔다.

악신의 사도. 온통 핏물투성이인 청년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저런 얼굴을… 나는 본 적이 있다. 바위 뚜껑으로 만든 장독에 숨어 위를 올려다보던 소년들. 난, 그 아이들을 차마 죽일 수가 없었다.

그릇된 신을 믿는 아이들임을 알면서도 놓아주었다.

“신이시여. 저의 죄를 용서하지 마소서. 저는… 후회하지 않나이다!”

코린 경이 달려오는 흑마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최후의 순간, 그는 자신의 몸이 새하얗게 불타올랐음을 알지 못했다.

퍼억! 육편이 튀는 소리가 끔찍하게 울려퍼졌다.

* * *

– 우당탕탕.

레브는 볼썽사납게 나뒹굴렷다.

코린 경이라는, 레나를 데려갔던 늙은이가 앞을 가로막기에 별생각 없이 치고 지나가려 했다.

무기라도 들고 있었으면 오러블레이드로 갈라버리든, 말을 돌아 피해가든 달리 반응했을 테지만, 놈은 그냥 죽겠다는 듯이 앞에 멀뚱히 나와 있었다.

죽는 게 소원이라면 들어주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충돌하는 순간, 거룩한 순교자(殉敎者)를 기리듯 늙은이의 몸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업적 : ‘도프 비자인의 삶’ 퀘스트 완료 – 도프 비자인이 굴레에서 벗어납니다. ]

[ ‘도프 비자인의 삶’ 퀘스트가 소멸됩니다. ]

“뭐, 뭐야 이게.”

낙마한 레브가 돌아보니 반테가 쓰러져 있었다.

레브는 떠오른 메시지와 피떡이 돼서 날아간 코린 경 따위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반테를 향해 달렸다.

바르바토스의 신력을 듬뿍 받아들여 강해진 반테라면 금방 회복해 일어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 히이이잉.

반테가 구슬프게 울었다. 어느새 갈색으로 되돌아온 말이 원망스럽게 주인을 바라보았다.

“…”

상태를 보니 넘어지면서 다리가 부러졌다. 다시 신력을 쏟아붓는다면 머지않아 회복될 것이지만,

“지금이다! 쳐라!”

오천의 군대가 그를 향해 눈알을 부라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지긋지긋하게 그들을 괴롭히던 악신의 사도를 조각내버리기 위해서.

“하! 웃기지도 않구나!”

짜증이 있는 대로 솟구친 레브가 헛웃음 쳤다.

조금 불경한 평가이지만, 바르바토스 님께서 내려주신 힘은 이런 대규모 전투에 적합하지 않았다.

사냥과 밀접하게 관계된 [덫사냥]은 물론이고, 광역으로 영향을 미치는 [ 바르바토스의 사냥터 ]는 살상력이 전무했다. 그리고 [매혹의 눈]과 [표적 사냥]은 신력을 지니고 있거나 축복을 받은 이들에게는 영 소용이 없었다.

그는 순전히 오러블레이드와 버프, 신력을 받아 강해진 육체의 성능만으로 놈들을 일일이 상대해야 하는 처지였다.

에릭 왕자였다면…

소머리 괴물을 소환하는 오리아스의 힘을 얻었더라면 이깟 오천 명의 군대 따위는 진작에 몰살당했을 터였다.

허나, 내가 반테를 잃어버려서 제 놈들이 유리해졌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오산이다.

레브는 퍼내도 퍼내도 끝이 없는 바르바토스의 신력을 붉은 대지에 쏟아부었다. 네비스의 시민들을 학살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 바르바토스의 사냥터 ] 능력에는 숨겨진 기능이 있었다.

“무, 뭐가 올라온다! 피해라!”

“이게 무슨…? 나무?”

붉게 물든 사냥터에서 새까만 나무들이 급격히 자라나기 시작했다.

곧게 뻗은 나무는 단 하나도 없이 모두 뒤틀리고, 보기에도 날카로운 가시가 빼곡하게 돋친 가시나무들이었다.

레브는 땅에서 솟아난 가시나무들에 놀라 우왕좌왕, 밀집대형이 깨져버린 토벌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숲에서, 누구도 살아나가지 못하리라.

저쪽 멀리에서 가시나무들을 잘라내고 있는 저 주신의 화신은… 마지막에 처리해주겠다.

레브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시나무를 헤치며 준기사들을 찾아 하나하나 베어나갔다. 사제들이 신성 주문을 외워 대지를 정화하거들랑 압도적으로 넘쳐나는 바르바토스의 신력을 쏟아부어 원상태로 되돌려버렸다.

주신의 신력과 비교했을 때, 질적으로 열등하지만, 네비스 수십만 시민들의 목숨이 고스란히 공양 된 이상,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이 대륙에 존재하지 않았다.

솔직히 천 오백의 사제들이 쏟아붓는 축복에 바르바토스의 신력이 좀 많이 날아갔다. 하지만 아직도 충분히 많았고, 공양할 인간도 얼마든지 있었다.

칼에 맞으면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내 비루먹은 육체만 잘 보호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

– 그래. 이제야 좀 말을 듣는구나.

어디선가 지긋지긋했다는, 그러면서도 만족스럽다는 투의 속삭임이 들려왔으나, 사람을 눈에 보이는 대로 자르고, 베어내는 희열에 젖은 레브는 듣지 못했다.

재미있다.

심장에서 터져 나오는 피가 아름답고, 날 두려워하는 인간의 발버둥이 우습다. 오래도록 아껴온 장난감을 그러쥐어 서서히 망가뜨릴 때 느끼는 묘한 고양감이 기껍다.

이렇게 재미난 것을 난 왜 하지 않으려 했을까? 모를 일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잠시 혼란스러웠었다. 내가 뭔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가이단 후작의 저택에 틀어박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군대를 이끌고 돌아와 깜짝 놀라서 달려온 가이단 후작을 죽이고, 놈에게 한껏 불어넣었던 신력을 회수한 다음에야 제정신이 들었다.

내가 멍청하게 행동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으흐. 으흐흐… 으흐흐흐흐흐흐.”

레브가 자기도 모르게 섬뜩한 미소를 흘리는 그때,

“레오! 이쪽이야. 괜찮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레오라는 이름과 그 익숙한 목소리에 놀라 가시나무를 헤치고 다가가 보니…

“도와줄게. 안 찔렸지?”

레나가 있었다. 고집이 세고, 맹충한, 어깨가 딱 벌어지고, 두꺼운 갑옷으로도 자신의 탄탄한 굴곡을 숨기지 못하는 전사, 레나 아이나르가.

그녀는 가시나무에 걸린, 덩치 큰 레오 덱스터를 내려주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놔. 내가 내려갈 수 있어.”

퉁명스럽게 레나의 도움을 거절하는 레오, 그의 눈과 레브의 눈이 맞았다.

[ 업적 : 다른 레오를 만남, 1/3 ]

몽유병에 걸린 듯, 어딘가 몽롱했던 레오 덱스터의 눈에서 안개가 사라졌다. 잠시 어리둥절하게 주위를 둘러보더니…

“너! 너 이 개자식! 레나, 미안해. 뭐, 뭐부터 사과해야 하지? 저번에 말에서 떨어졌을 때 못 도와준 것도 미안하고, 몰래 사냥 다녀온 것도 미안하고, 그때 등 돌리고 누워있던 것도 미안해. 진심이 아니었어. 나 그때 깨어있었어. 아니, 잠들어 있지 않았어. 다 듣고 있었는데…”

왈칵 울어버릴 것만 같은 표정으로 레오 덱스터는 나무에 매달린 채 레나 아이나르에게 사과하기 시작했고, 레브는 그 꼴을 멍청하게 바라보았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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