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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14화 숲의 오염 (1)

14화 숲의 오염 (1)

카인은 데미안의 반응을 주시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내일 밤 차원의 그림자가 나타날 거다. 이후 광산은 무너진다.”

“나더러 그 말을 믿으라고?”

“믿지 않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내 말은 사실이다. 내일 밤, 차원의 그림자가 광산의 모두를 죽일 것이다.”

“네 말이 사실이라 해도 이곳에는 훈련된 병사들이 있어. 게다가 저런 노련한 병사들을 이끄는 자는 대단한 실력자일 거야. 그들이라면 네가 말한 ‘차원의 그림자’라는 녀석을 막을 수 있을 거야.”

“너는 모른다. 병사들의 우두머리는 형편없는 자다. 귀족인 주제에 부하들보다도 아는 것이 없지. 그자가 가장 먼저 죽을 것이다.”

카인은 데미안의 눈이 일순 빛나는 것을 봤다.

“병사들의 우두머리가 귀족? 게다가 가장 먼저 죽는다고?”

“그렇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내가 죽일 거니까.”

데미안이 후우, 한숨을 쉬었다.

“카인. 너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탈출 전에 병사들의 우두머리를, 그것도 귀족을 죽이겠다니. 그러면 복수에 혈안이 된 추격대가 널 뒤쫓을 텐데.”

그러고는 이어 말했다.

“······설마 추격대에게 그 차원의 그림자라는 놈을 처리하게 할 셈이야?”

카인은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머리 회전이 빠른 것인가.

아니면.

“이해가 빠르군. 하지만 추격대의 대부분은 차원의 그림자를 타격할 수 없다. 아니, 물리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하는 게 정확하겠지.”

“추격대에 마법사라도 있다는 거야?”

“질문이 많군. 데미안.”

“차원의 그림자의 정체가 뭔데.”

카인은 잠시 고민했다.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 것일까. 녀석에게.

잠깐의 침묵 후 카인이 입을 열었다.

“놈들이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존재라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

카인과 헤어진 나는 숙소를 향했다.

예상대로 지난 회차의 카인은 병사들의 우두머리를 죽이고, 검을 빼앗았다. 그러고는 무언가의 수를 써서 그의 가문에 비보를 전했다.

‘놈들이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존재라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아쉽게도 카인은 차원의 그림자에 대해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한 나는 테오, 덩치, 족제비와 벽을 넘었다.

“아,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테오.”

오들오들 떠는 족제비를 보며, 나는 지난 회차에서 녀석이 내게 사과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두 팔을 잃은 주제에 자신은 괜찮다고, 테오를 부탁한다고.

구시렁대는 것과 달리 마음이 여리고 의리가 있는 녀석이다.

“조. 이제부터는 절대 방패를 내리지 마. 무조건 얼굴과 가슴을 보호해야 해.”

“아, 알고 있어 테오.”

[관찰력을 발현합니다.]

나는 이전과 다른 눈으로 숲을 돌아봤다.

숲속에는 불가사의한 어둠이 끼어 있었다.

‘역시 그랬어.’

줄곧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아직 차원의 그림자가 등장하지 않은 시점인데도 119번이 언데드가 되었다는 것이.

하지만 이제 알았다.

희미하기는 하지만, 분명 저 어둠은 차원의 그림자가 내뿜는 것과 동류다.

‘차원의 그림자는 등장할 장소를 미리 오염시켜 둘 수 있는 건가.’

어쩌면 오염을 시켜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오염 구역에서만 활동할 수 있는 제약이 있다든지.

‘하지만 만약, 숲의 오염이 놈들의 의도가 아니라면.’

이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차원의 그림자의 의지와 별개로 숲이 오염됐을 수도 있다는.

그때 미니맵의 변화가 내 생각을 깨웠다.

2시 방향. 고블린 표식이다.

“테오. 고블린이다.”

고블린은 모두 네 마리. 지금의 우리에게는 위험할 수 있는 숫자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사냥 가능하다고 봤다.

“덩치.”

나는 덩치에게 손도끼를 건넸다.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 주머니에서 나오자 조원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데미안. 언제 이런걸.”

“그, 금발 약골. 이거 어디서 났어.”

나는 피식 웃으며 아공간에서 또 다른 손도끼를 꺼냈다. 그들의 눈이 더욱 커졌다.

지난 회차에서 조원들이 고블린에게 죽은 이들을 옮길 때, 나는 주변에 떨어진 손도끼들을 챙겨 아공간에 넣어뒀었다.

“너와 내가 투척으로 한 마리씩 잡고 시작해야 해. 그러면 피해 없이 이길 수 있어.”

내 말에 덩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발소리를 죽이며 움직였다. 머지않아 나의 시야에 놈들이 들어왔다.

12레벨. 12레벨. 14레벨. 16레벨.

“내가 맨 오른쪽 녀석을, 덩치 너는 가장 왼쪽을 맡아.”

풀숲에 몸을 숨긴 채 때를 기다렸다.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

나와 덩치가 실패한다면 우리는 4 대 4의 전투를 벌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족제비가 죽을 가능성이 있다.

“간다.”

덩치와 나의 손도끼가 탄환처럼 쏘아졌다. 명중이다! 타깃의 이마 한가운데 정확히 꽂혔다.

덩치가 포효할 것을 예상한 나는 빠르게 그의 입을 막았다. 나의 투척술에 놀란 테오와 족제비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봤다.

“데미안 너······.”

“그, 금발 약골 주제에 어떻게······!”

“우웁! 웁······!”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창과 방패를 들고 고블린에게 달렸다.

“셋이서 왼쪽을 맡아. 나는 오른쪽의 커다란 놈을 쓰러뜨리겠어.”

[전력질주(Lv.1)를 발현합니다.]

나는 순간적으로 속도를 내며 튀어 나갔다. 내 상대는 16레벨 고블린이었지만 전투는 맥 빠질 정도로 쉽게 끝났다.

조원들도 타깃의 숨통을 끊었다. 이번 회차의 첫 전투였는데도 다친 사람 없이 잘 마무리했다. 족제비의 레벨은 9가 되었다.

“가자. 시간은 많지 않아.”

그런 식으로 우리는 4마리 이하의 고블린 무리를 노려 사냥했다. 중간중간 힐링 블룸도 발견해 채집했다.

시간이 흐르며 테오는 12레벨, 덩치는 13레벨, 족제비는 10레벨이 됐다. 이것으로 셋은 지난 회차와 같은 레벨에 도달했지만, 아쉽게도 내 레벨은 그대로였다.

최소한의 수면은 필요했기에 우리는 이만 벽 안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응?’

돌아가는 길에 고블린 표식을 발견했다. 모두 합쳐 다섯 마리. 게다가 레벨이 높았다.

내 레벨을 올릴 좋은 기회였다. 조원들도 10레벨을 넘겼기에 굳이 피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덩치에게 신호하고 각자의 손도끼를 들었다.

그 순간 주머니 속의 먼지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

나는 손도끼를 던지려던 것을 멈추고 덩치의 투척도 막았다. 먼지의 반응에서 불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미니맵을 언데드로 바꿔봤지만 반응은 없다. 감독관과 병사로 돌려도 마찬가지다. 나는 차분히 사방을 둘러봤다. 하지만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먼지야. 무슨 일인데.’

대답은 없었다. 먼지의 반응은 묘했다. 위험을 감지하긴 했지만, 차원의 그림자가 나타났을 때처럼 두려워하는 기색은 아니다.

“물러나. 고블린에게 들키지 않게.”

우리는 조심조심 자리를 벗어났다. 나는 고블린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놈들은 각자의 무기를 휘적휘적 흔들며, 조금 전까지 우리가 있던 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놈들의 손에 들린 자그만 짐승이 보였다. 사냥에 성공해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때였다.

촤르륵!

고블린들의 몸이 거대한 그물에 감싸여 하늘 위로 솟았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물에 휘감긴 채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고블린들. 그 너머로 얼키설키 자라난 나무줄기들이 보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줄기가 움직이고 있어?’

바람? 아니다. 유독 몇 개의 줄기만이 이질적인 진동을 보인다.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나의 짐작이 맞는다면 저것은 분명.

[자연 감응(Lv.1)을 발현합니다.]

하늘 높이 솟은 나무가 은은한 빛을 발산했다. 그러나 묘한 진동을 보이던 몇 개의 줄기만은 그대로다. 즉, 저것은 나무줄기가 아니다.

키에엣! 고블린 한 마리가 뒤돌아 달렸다. 이제 보니 저 녀석만은 운 좋게도 그물에 포획되지 않았다.

퀴리리리릭!

나무 위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도주하는 고블린을 맹렬히 쫓아 달리는 그것은 네 쌍의 긴 다리를 지닌 거대한 거미였다.

거대 거미는  무서운 속도로 고블린을 추격했다. 촤악! 거미의 입에서 거미줄이 발사됐고, 고블린의 몸에 닿은 순간 끌어당겼다.

우드득. 우득······!

거대 거미가 입 안으로 들어온 고블린을 잘근잘근 씹었다. 조금 전까지 살아 움직이던 고블린의 피와 내장이 주르륵 바닥으로 흘렀다.

족제비가 와들와들 떠는 것이 여기서도 느껴졌다. 테오와 덩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

◎ 타락■ 시작한 숲 Δ대 거미 [Lv.20]

Φ Δ성: [■■]

◎ 특Σ: [은밀함], [인내력], [■Φ■]

Φ 적성: [수목 위장 Lv.3], [덫 설치 Lv.2]

◎ ■반 스Σ: [■■Φ Lv.1]

Δ 전■ Σ킬: [거미줄 ■■ L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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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레벨의 숲 거대 거미.

스테이터스 창의 분위기가 119번의 것과 유사하다. 물론 그보다는 훨씬 알아보기 쉬웠지만.

‘타락을 시작한 숲 거대 거미. 즉 완전한 타락 상태는 아니라는 거야.’

시체에서 언데드화한 119번은 완전히 타락했었다. 아마도 저 거대 거미는 시체가 아니었겠지. 병든 개체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약화한 육체를 비집으며 점진적인 타락이 시작된 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 가만히 있어. 절대로 움직이지 마.”

“데미안! 너 무슨······!”

테오의 말을 무시하며 나는 움직였다.

피할 수 없는 전투다. 거대 거미는 우리를 봤다. 먼지의 위험 감지 능력 덕분에 우리 대신 고블린이 덫에 걸렸을 뿐이다.

이제 거대 거미는 포획된 고블린들을 무시한 채 우리를 사냥할 것이다.

그 전에 움직여야 한다.

퍼억!

내가 던진 손도끼가 그물에 걸린 고블린의 이마에 적중했다. 거대 거미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재차 손도끼를 던졌다. 두 번째 고블린의 이마가 반으로 쪼개졌다.

키에엣! 키엣! 고블린들이 괴성을 질렀다. 생존을 향한 거센 본능이었다. 나는 빠르게 심호흡했다. 한 번 더, 그리고 한 번 더 손도끼를 던졌다.

퍽! 퍼억!

[레벨이 올랐습니다.]

성공이다. 17레벨이 됐다. 나는 내 레벨업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예감했고, 그 직감은 맞았다.

나는 거대 거미를 돌아봤다. 3레벨 차이는 여전히 큰 격차다. 그럼에도 나는 승리의 가능성을 찾았고, 승부를 걸었다.

촤아악!

거대 거미가 거미줄을 발사했다. 나는 방패를 들어서 막았다.

조금 전 도주하던 고블린에게 그랬던 것처럼 거대 거미가 거미줄을 당겼다. 그러나 나는 이미 손에서 방패를 놓은 상태였고, 그래서 놈에게 끌려간 건 주인 없는 방패뿐이었다.

거대 거미가 와그작와그작 방패를 씹고는 퉤, 뱉었다. 놈이 달리는 자세를 바꾸며 앞다리를 추켜올렸다. 육탄전을 벌이겠다는 신호다.

‘좋아.’

이제 거미줄 공격은 끝났다. 나는 한 손에는 마석 단검, 다른 손에는 손도끼를 쥐고 거미에게 겨눴다. 그러면서 계산했다.

놈이 달려오는 방향. 속도. 타이밍.

‘지금이야!’

나는 빙글 상체를 회전시키며 머리 위로 손도끼를 던졌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덩어리가 내 앞으로 떨어졌다.

키에에에엣!

거대 거미가 발버둥 쳤다. 내가 손도끼를 던져 떨어뜨린 것은 고블린을 포획한 거미줄이었다. 나의 계산은 들어맞았다. 거미는 제가 만든 거미줄에 몸이 걸렸다.

그러나 거대 거미는 입 안의 체액으로 거미줄을 녹일 수 있다. 나는 지체 없이 거미의 등으로 뛰어올랐다.

콰드득!

마석 단검을 거미의 등에 꽂았다. 단검은 큰 저항감 없이 박혀 들어갔다. 거대 거미의 피부는 단단한 편이 아니다.

콰직······! 콰지지직······!

단검을 내리긋자 거미의 등이 갈라졌다. 그 안에 힐링 블룸을 쑤셔 넣었다. 거미가 몸부림을 쳤고, 나는 힐링 블룸이 녹인 거미의 근육 속에서 시커먼 덩어리를 발견했다. 심장이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심장을 파괴하자마자 거미의 몸이 축 늘어졌다.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레벨업이었다. 이것으로 나는 지난 회차의 카인과 같은 18레벨이 됐다.

[단검술(Lv.1)이 2레벨로 진화합니다.]

단검술 레벨도 올랐다. 아무래도 나는 정식 훈련 없이도 2레벨의 무기술을 갖는 것이 가능한 모양이다. 긴장이 풀리자 피로가 몰려들었다. 나는 갈라진 거미의 등에 털썩 주저앉았다.

승산은 있었지만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살기 위해 승부를 걸었고, 이겼다.

“데미안, 너는 대체······.”

테오가 얼빠진 얼굴로 나를 봤다. 포효하려는 덩치의 입을 족제비가 틀어막았다.

나는 테오 이상으로 놀란 족제비의 얼굴과, 녀석의 손에 입이 가려진 덩치와, 이제는 헛웃음을 짓기 시작하는 테오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들을 보는 나의 입가에도 엷은 미소가 지어졌다.

“돌아가자.”

나는 거미의 등에 손을 짚으며 일어섰다.

그러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거미줄을 획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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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Status: Ongoing
The protagonist, an infinite regressor, found himself possessed within a novel where the original protagonist had gone mad and turned dark. Now, with my unique abilities, I must write a new ending for th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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