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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13화 중세식 세금

“이 천한 장사치가 감히 신성을 모독하느냐!!”

레온의 우뢰와 같은 호통은 단순한 호통이 아니었다.

인간세계의 가장 격이 높은 존재. 살아있는 성자이자 반신이 내뱉는 말들은 그 자체로 마력을 지닌다.

그런 그가 분노하여 내비친 노여움은 보통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허억…!”

숨이 막힌다. 고막이 흔들리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범인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성의 대행자가 내비친 호통에 심장이 덜컥거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분노임에도 한 가지만은 이해했다.

두정그룹의 실세기업, 그 전무이사인 자신이… 박종찬이라는 인간의 생사여탈권이 눈앞의 이계인에게 달렸다는 걸.

“폐, 폐하!”

그 순간, 위험을 직감한 하리가 레온의 앞에 섰다. 그녀 또한 달달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세우며 레온을 만류했다.

“아, 안 됩니다. 주, 죽이시면 저희도… 곤란해집니다!”

생존자는 모든 것을 용납해주는 면책권이 아니다. 레온의 문화와 계급에 대해 이해해주는 것도 어디까지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선이다.

물론 레온의 가치는 국내 대기업의 전무이사 따위와 비교할 게 아니다. 그렇다 해도 이건 아니었다.

“흥. 충언은 기꺼우나 착각하지 마라. 본왕은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망아지가 아니다.”

그 말에 하리와 박 이사 그리고 비서진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겨우 목숨을 구명 받은 박 이사는 식은땀을 흘렸고.

“어리석은 것.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예, 예? 아니, 그…….”

대체 자신이 뭘 잘못했단 말인가. 그야 가격을 후려치려고는 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지구에 온지 일주일도 안 된 야만인이 알 리 없잖은가?

억울한 기분이 든 박 이사는 조심스럽게 항변했다.

“저, 저는 정말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겠습니다.”

“허어… 이토록 무지하고 몽매할 수가 있나.”

이쯤 되자 레온의 눈에 멸시가 아닌 동정이 담겼다.

“그 작물은 데메라께서 축복하신 땅에서 난 소산이다. 신성께서 땀 흘리며 밭을 갈고 키워내는 농부들에게 허하신 축복이란 말이다.”

인간은 홀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족속이다.

흉작이 오면 굶주려야 하며, 굶주림에도 밭에 일을 나가야 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땅을 파헤치며 땅에게서 씨알을 훔쳐낸다.

“그렇기에 농부된 자. 응당 땅의 은혜에 감사하며 그 대지를 이루시는 신성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법이다.”

신앙과 신성. 그리고 신성이 내리는 은혜. 그것부터 인지해야 함이다.

이는 천금으로도 살 수 있는 게 아니오, 감사한 마음과 신앙에게 베풀어지는 것이다.

“아해야. 천박한 이윤을 좇으며 남을 속이는 천한 것아. 네 어찌 신앙하지 않는 신성의 산물로 이익을 취득하려 하느냐.”

“이, 이익…!”

박종찬 이사는 이를 악물며 물러났다. 명백히 두고 보자는 듯 자리를 나서는 그를 보며 하리가 걱정스러운 의사를 피력했다.

“그… 괜찮을까요? 폐하의 관점에선 천한 장사치이긴 해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오입니다.”

“흥. 신경 쓸 가치조차 없다.”

레온도 장사치의, 기업인의 영향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현대 문명에서 기업의 역할은 지대하다. 그들은 자본주의라는 토양 속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광대하게 펼쳐왔다.

“만신전이 짐과 함께하거늘, 저깟 장사치에게 흔들릴 짐이 아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압도적인 자신감이 있었다. 아니, 이건 확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만신전의 신성들이 선택한 존재.

자신은 선택받은 존재이자 하늘이 인정한 왕이다.

왕권신수설의 살아있는 증명이다.

제국의 황제도, 지하도시의 강철 드워프들도, 숲의 수호자들도 반신의 권위를 인정한다.

오직 방종한 자들만이 신의 대행자를 가벼이 여기는 법.

앞으로 펼쳐질 신성의 세계에서 그들은 배제되고 낙오될 것이니.

무지몽매한 천것들이 주제파악을 못한다 해서 일일이 대처할 가치도 없다.

“그나저나 내가 준비하라 이른 것은 되었느냐?”

“어음… 농부들을 대상으로 포교활동… 말이지요?”

“그렇다. 물론 이 나라에도 손해는 아닐 것이다.”

하리는 얼마 전, 레온이 요청한 것을 기억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헌터 협회는 뒤집혔다.

“실은 박종찬 이사가 방문하기 전에 연락이 왔습니다. 적합한 땅이 있다고…….”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이 문제를 레온이 해결해준다면야 헌터 협회가 도와주지 못할 이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대통령까지 그것을 보고 기꺼워했던 일이니.

* * * *

게이트 사태 이후로 인류는 수많은 경작지를 잃었다.

도심지에서 발생하는 게이트에 대응하는 것도 벅찼던 각국에서 미처 시골이나 외딴 곳에서 터진 게이트를 발견하지 못한 탓이다.

그로 인해 수많은 게이트들이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켰고, 많은 땅이 오염되었다.

작금의 인류가 심각할 정도로 식량위기를 겪지 않은 건 순전히 그만큼 사람이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처에 실패한 몇몇 평야는 가히 영구적인 오염이 진행되었고, 수많은 이재민들이 생겨났다.

나주평야. 그곳에서 평생을 밭을 갈며 농사를 해오던 최 영감도 바로 그 중 하나였다.

“아부지. 아침 댓바람부터 또 밭만 보십니까?”

“…….”

아들의 물음에도 최 영감은 말없이 마소에 오염된 제 땅을 바라봤다.

지금은 정부보조금을 받아가며 읍내의 마트 보조일을 하고 있는 최 영감이지만, 그는 5년 전까지만 해도 나주에서 농사 일을 하던 농부였다.

팔십 평생을 소를 끌고, 트랙터를 운전하며 지내온 세월이었다. 하지만 5년 전, 공략에 실패한 적색 게이트가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면서 나주 평야 일대가 마소에 오염되고 말았다.

그 오염강도는 매우 짙어서 최 영감을 포함한 수많은 농부들이 땅을 잃었다.

“하아…….”

마소에 오염된 땅에선 무엇도 할 수 없다. 평범한 사람은 그 땅 위에 올라가기만 해도 오염됐고, 헌터 정도가 버텼다.

작물도 자라지 못하는 땅에 누구도 매입하지 않는 땅. 땅의 크기에 따라 정부 보조금이 들어왔지만, 그것도 푼돈이다.

마탑에서 마소 정화 시약을 사 꾸준히 투입하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지나치게 오염이 진행된 땅은 시약으로도 정화되질 않았으니.

다음 신형 시약은 효과가 있겠지, 그다음은 더 좋은 시약이 나오겠지.

최 영감은 가진 재산을 털어 마탑에게서 시약을 구입했다. 이젠 근처 논밭에서 마탑의 시약을 구입하는 게 자신뿐임에도.

“이제 포기하세요. 나랏님들도 어쩌지 못하는 땅이에요.”

“시끄럽다! 니하고 니 동생들. 다 저 땅에서 자란 쌀로 먹여 살렸고 대학도 보냈어! 저 땅이 어떤 땅인데! 평생을 일군 내 땅이여!”

그 태어날 적, 민족을 분열시킨 커다란 전쟁이 있었다. 전쟁의 업화로 폐허가 된 땅에서 미군의 쪼꼬렛을 받아가며 자랐다.

그에게는 큰 꿈이 있었다.

자신의 번듯한 땅을 구해 그 땅에서 농사를 짓겠노라고. 자식들 남부럽지 않게 키우겠노라고.

월남에서 목숨 걸고 베트콩들과 싸워 번 돈으로 구입한 땅이었다. 틈틈이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늘려갔던 땅이었다.

땅은, 밭은 최 영감의 모든 것이었다.

이제 마지막 농사만 짓고, 자식들에게 전부 물려주기만 하면 제 인생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씨부럴 놈들. 못된 괴물 놈들!”

그것들이 나타나며 제 땅을 오염시켰다. 마소가 땅을 오염시킨다는 말에 25년 동안 벌벌 떨며 제발 제 땅에는 나타나지 않기를 바랬던 게이트가, 기어코 제 땅을 오염시켰다.

이제 그의 바램은 하나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제 땅 위에 모종을 심어 그 황금빛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

죽기 전에 한 번만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아부지, 이장님이 한 말 들었어요? 헌터 협회에서 뭘 소개한다던데.”

“또 무슨 신약 소개겠지. 들어 처먹지도 않고 비싸기만 한 거.”

마탑에서 판매하는 시약은 비쌌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긴 해도 그걸 감안해도 비쌌다.

그런 주제에 시약의 정화 확률은 높지 않았고, 재수가 없으면 2년은 걸렸다.

그것도 나주 평야 같은 오염도가 높은 땅에선 전혀 먹히질 않았고.

“무슨 개소리를 하는지 들어나 보자.”

항상 협회와 마탑을 욕하는 최 영감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자리엔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실날 같은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었기에.

“짐은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그대들에게 신앙을 전파하러 왔노라.”

마을회관. 협회의 직원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금발의 귀공자는 평소 방문하던 마탑 마법사들보다 아주 허무맹랑한 헛소리를 지껄였다.

그리고──

최 영감의 땅에 황금빛이 자라났다.

“아…….”

비싼 시약을 퍼붓고, 굿판을 벌이고, 교회 목사를 데려다 축사까지 읊어도 정화되지 않던 땅이었다.

작물은 커녕 병해충 한마리 자랄 수 없는 저주받은 땅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아아…!”

최 영감은 금발의 사내 앞에 무릎 꿇었다. 그가 일으킨 기적 앞에 감사를 빌며 물었다.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마탑의 장사꾼들, 요란하기만 한 무당들, 이게 다 신이 내린 시련이라고 말하던 성직자들…….

그런 것들보다 최 영감에게는 눈앞의 남자가 곧 신이오 구원자였다.

“존귀한 손을 가진 농부여. 짐이야말로 사자심왕. 만신전의 대행자이며 그대들에게 생명과 풍요의 신성을 전하러 온 신관장이다.”

이날, 지구에서 데메라의 첫 번째 신도가 신앙을 바치니 그를 따라 오염된 땅의 농부들이 일제히 부복했다.

* * * *

진짜 됐다.

하리는 정화된 나주 평야 일대를 보며 감탄했다.

호남 평야는 아직 오염의 첫 단계를 밟아가는 중이었다. 마탑의 시약으로도 얼마든지 정화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하리나 다른 협회 직원들이 보기에 호남 평야의 정화는 그저 레온이 가진 특수한 힘이겠거니, 하는 정도.

하지만 레온은 이를 줄기차게 신성의 기적이라 강조했고, 그 증명할 자리를 요구했다.

그것이 나주 평야의 정화다.

5년 전, 적색 게이트의 던전 브레이크 이후 완전히 오염되어버린 불모지.

마탑의 마법사들이 내놓는 신형 시약들도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런 불모지를 레온은 기꺼이 정화하겠다 나선 것이다. 몇 가지 조건을 걸고.

“먼저 대통령에게 전해라. 직접 만나뵈었으면 하나 아쉬운 일이다.”

“그, 그건 좀 봐주세요.”

기어이 전화통화로 제안을 건네고 대통령은 헌터 협회에게 재량권을 부여했다.

“계약서 내용대로 이 나주평야 일대 개인농들의 8,735 헥타르는 폐하의 ‘길드’ 산하 후원자로 편입됩니다. 물론… 주민분들의 동의와 ‘축복받은 벼’를 정부에 판매하는 게 전제지만요.”

“상관없다.”

레온은 협회의 도움으로 국내에 길드를 설립했다. 그 이름은 ‘만신전’. 그가 이 세계에 만신전의 신앙을 퍼뜨리기 위한 이름이다.

그리고 길드에는 특별자치구역을 지정해 길드원들의 거주 및 훈련… 그리고 지원사업을 벌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길드 직속의 대장장이나 마도구 공방. 관련 사업자의 입주와 세금까지도.

십대길드의 횡포 끝에 어쩔 수 없이 통과된 법이었으나 그 덕에 레온에게 합법적인 영지가 수여된 것이다.

물론 정부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해두어서 영구적인 것은 아니다.

“걱정마라. 내 어찌 타국의 적법한 영지를 탐내겠는가. 이는 어디까지나 신앙을 퍼뜨리기 위함이다. 때가 되면 대통령에게 돌려드릴 것이다.”

“어음… 정확히는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거지만요.”

레온은 이 땅의 영지에 관심이 없었다. 욕심을 내기엔 이 대한민국이라는 토지가 너무 작다.

라이온하트 왕국의 영광을 되돌리려면 이보다는 커야 한다. 마침 적당한 발판이 보이기도 했고, 세력을 키우면 그쪽으로 진출해볼 생각이다.

“일단 폐하의 길드에 주민분들의 편입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길드의 특별자치구역에는 입주권이 있어야 하니까요.”

“문제없다.”

레온은 대기 중인 농부들에게 다가갔다. 더러는 중년이었고 더러는 노인이었다.

“어, 어이고… 오셨습니까, 레온 드… 드으…….”

최 영감은 고개를 숙이며 레온을 맞이했지만, 그의 기나긴 이름을 미처 외우지 못했다.

‘아… 저분 혼나겠다.’

그렇게 호통치던 라이온하트 폐하셨다. 제 존함 부르는 것도 허락지 않는 분 아닌가.

하지만 하리의 예상과 달리 레온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음성을 흘렸다.

“폐하로 충분하네, 노인장.”

“아이구… 죄송합니다요.”

‘뭐야! 사람 차별해?!’

하리가 뚱한 표정을 지었지만, 레온은 말을 이었다.

“최철진이라고 했나.”

“네, 그렇습니다요.”

“그대는 생명과 풍요의 신성 데메라 여신을 섬기기로 맹세하였다. 다른 이들은 어떠한가?”

그 말에 한 중년 남성이 나섰다.

“그, 그럼… 저희 땅도 정화해주시는 겁니까?”

중년의 말에 레온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다분히 불쾌하나 몽매한 천것을 가르치듯 말한다.

“신성과 거래하려 들지 말라. 그 어떤 보답도 본왕은 약속하지 않는다.”

그는 편협한 믿음을 경멸했다.

헌금, 믿음, 헌신 따위의 대가로 소원을 이뤄준다느니 하는 천박한 신앙을 혐오했다.

신과는 거래할 수 없는 법이다.

오직 진실한 신앙을 바치면 신성께서 어련히 알아서 은혜를 내려주실 것을.

믿음의 대가로 소원하는 것은 신성을 의심하고 거래하려드는 것이다.

“본왕이 그대들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주겠다. 신성의 가르침을 듣겠느냐.”

“미, 믿겠습니다.”

“믿으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선택에 달렸음이야.”

그때, 한 청년이 다가왔다. 이런 시골에는 드문… 정확히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땅을 물려받아 이 자리에 초청된 아들이다.

“저, 저는… 교회 다니는데…….”

“상관없다. 둘 다 믿어도.”

“괘, 괜찮은 겁니까?”

“신성이란 여럿이 존재함이다. 세상엔 훌륭한 신성께서 여럿 계시는데 어찌 한 분만 믿어야 하는가.”

만신전의 신앙은 여럿이 존재한다.

애초에 다신교이며 신앙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가르침을 따르고 실천하는 것은 오직 스스로에게 달렸나니. 나는 그대들에게 믿음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악신을 숭배하는 작자가 나온다면 가차 없이 목을 자르고 그 영혼을 갈갈이 찢어버리겠지만.

“본왕의 길드에 입주하라. 적법한 절차를 따라 본왕이 세울 울타리에 들어오고 여신의 가르침을 받으라.”

“받겠습니다! 제발 받게 해주십시오!”

최 영감은 열렬히 그 신앙을 받들었다. 나랏님도, 마탑도, 무당이나 목사도 해내지 못한 기적이었다.

실재하는 신성을 마주했고, 그분께서 자신의 땅을 정화해주셨다.

그럼 어찌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늙은 몸에게 다시 한번 밭을 갈 기회를 주신 분께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

제 인생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음에 최 영감은 부복하며 눈물로 기뻐했다.

“따, 따르겠습니다.”

“저, 저도…!”

머뭇거리던 이들이 하나둘 앞으로 나섰다.

마소로 오염되 어디에 내놓을 수도 없는 땅이었다. 그런 땅을 정화해주겠다는데 손해볼 게 없지 않은가?

“그대들은 생명과 풍요의 신성을 따르고 그 가르침을 실천할 것을 맹세하는가.”

“매, 맹세하겠습니다!”

“맹세하겠습니다!”

이로써 그들은 정식으로 레온의 만신전 길드에 소속된 입주민이 되었다.

레온은 그들이 땅의 정화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으나 언젠가 그들이 진실한 신앙을 찾으리라 확신했다.

“좋다, 그대들이 믿고 따른다면, 그대들 또한 여신의 아이들이다. 신들을 대리하는 본왕이 마땅히 그대들을 축복하겠다.”

레온은 성배를 들어 그 안에 찬 성수를 새로운 신도들에게 부었다.

성력이 신도들의 정수리를 통해 깃들며 신묘한 기운이 흘러 들어갔다.

‘세, 세상에… 머리가 맑아지고 온몸에 힘이 넘쳐!’

‘세상이 달리 보이는 기분이야!’

‘지, 진짜 여신님인 건가? 그 볏짚 인형이?’

‘오오, 여신이시여. 데메라 여신이시여…!’

벌써부터 여신을 신앙하는 이들이 나타나자 그만큼 사자심장을 통해 신앙이 채워졌다. 여신 데메라께서 이를 성력으로 치환해주겠지.

“신전을 세워라.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모두가 매주 모여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라.”

레온은 생명과 풍요의 가르침을 전파했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으니 그대로만 따르면 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다.

“헌금은… 어떻게 내면 되겠습니까?”

신도들은 이 새로운 신앙을 받아들이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본디 종교라는 것이 온갖 명목을 들어 주기적으로 헌금을 거둬가지 않는가.

자식 새끼 공부 잘하게 해달라고 헌금 내고, 사원을 증축한다고 헌금 내고…….

안 그래도 빠듯한 살림이었다. 5년 동안이나 농사를 못 지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한 가지만 내면 된다.”

그 말에 신도들의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명절이나 절기마다 새로운 헌금을 낼 필요도 없다고? 이거 완전 혜자──

“십구조.”

“”……예?””

잘못 들었나 싶어 휘둥그레한 눈을 한 신도들에게 레온은 당당히 선언했다.

“소출의 구할을 헌금으로 내도록. 이 얼마나 자비로운가.”

순간 등 뒤에서 그것을 들은 하리는 생각했다.

‘이거 완전 악질 아니야?!’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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