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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1

131화 최후의 성배

잽싸게 항복한 네 사람은 두건에 쓴 채 끌려갔다.

“으으, 우, 우리 어떡하지?”

“다 죽을 거야. 이 노빠꾸 양반들은 일단 죽이고 볼 거라고!”

“그 입 닥치지 못할까! 죄인 놈들!!”

“”옙! 닥치겠습니다!!””

한 마디에 바로 입을 닥치는 네 사람.

태양과 심판의 성배기사 록슬리는 직접 그들을 마차에 태우고 어딘가로 향했다.

‘어, 어디로 가는 걸까, 누나…….’

‘처형장?’

‘설마…….’

‘사람은 일단 농노가 될 기회부터 주잖슴까! 우린 악마 추종자들도 아닌데!’

‘농노가 되는 것보다 그냥 죽는 게 낫지 않니?’

”그건 그래.”

하지만 점차 마차가 달리는 길이 고르고 기운 길이라는 게 느껴지자 하리는 이 마차가 어딘가를 향해 올라가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설마… 만신전?’

자신들을 신전으로 끌고 간다는 건 다짜고짜 감옥에 처박지는 않겠다는 뜻일까?

그렇게 마차에서도 내려 한참을 끌려간 곳은 하리에게 익숙한 곳이었다.

‘어? 여긴?’

그때, 휘익! 하고 벗겨지는 두건들. 그곳에서 네 사람은 성수로 채워진 탕과 도열한 무리들을 볼 수 있었다.

“흐읍…!”

안 그래도 농밀한 성력의 밀도가 괴이할 정도로 가득차 있다.

그것이 탕에 부어진 성수 때문만이 아니다. 하리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더 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악마라면 이곳에 들어온 순간 죽어나갔을 정도로.

‘이 사람들 설마 다…….’

‘분명해. 전부 성배기사거나 그에 준하는 사람들이야.’

좌측에 하늘과 천둥의 성배기사 길링엄.

태양과 심판의 성배기사 록슬리.

우측에 빛과 정의의 대성녀 아냑.

달과 순결의 신관장 이사벨.

그 한가운데에 냉엄한 시선으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만신의 대리인 사자심왕까지.

레온이 입을 열기까지 그 누구도 침묵하는 상황에서 레온은 네 사람… 특히 하리를 예의주시했다.

그녀가 악마대공의 저주를 정화하기 위한 대축성 의식 때, 자신을 축성한 한 사람인 탓이다.

“먼저…….”

그렇게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레온이 입을 열었다.

“성수에 던져라, 록슬리 경.”

“옛!”

순식간에 검을 뽑는 심판의 기사. 그는 팔을 묶인 네 사람을 향해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검을 겨눴다.

“죄인들은 성수에 몸을 던져라!”

“예?”

설마 물고문? 듣기론 야피와 베아트리체의 물고문이 그리 잔혹하다던데, 원조가 따로 있었나!

“아니, 이놈들이 감히 두 번 말하게 해? 본작의 검에 모가지가 날아가고 싶은 것이냐?”

“아, 아뇹! 아닙니다!”

“지금 당장 다이빙 하겠슴다!”

더 얼 탔다간 모가지가 날아갈 판이다. 재혁이 가장 먼저 뛰어들었고 그 뒤를 하리와 수호가 이었다.

“하아…….”

이런 와중에서도 품위를 잃고 싶진 않은 건지 조용히 잠수하는 소연. 그녀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레온을 향해 있다.

그렇게 얼마나 성수 안에 잠겨 있었을까. 물 밖으로 튀어 났다간 두개골 함몰 춉을 맞을지도 몰라 버티고 있던 그들에게 레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올라와라.”

“올라오랍신다!”

“”푸합!!””

일제히 성수의 표면 위로 일어서는 네 사람. 하지만 그들은 평소 만신전에서 행동하던 대로 결코 왕이 올려다보지 않을 정도로만 높이를 유지했다.

“흠….”

“폐하~ 성수에 안 녹는 걸 보면 악마는 아닌 거 같은데?”

달과 순결의 신관장 이사벨의 말이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네 사람을 그닥 의심하지 않는 시선이었다. 거기에 아냑 대성녀도 거든다.

“성력을 받아들인 몸이지 않습니까. 그들이 악마일 수가 없지요.”

“대성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렇기에 저도 의심치 않고 저들을 인솔해온 것입니다.”

하리 일행들을 데려온 길링엄도 한마디 거든다. 하지만 한 사람만은 달랐다.

“사악한 악마 놈들이 어떤 짓을 벌였을지 누가 알겠나!”

태양과 심판의 신성 타타르의 성배기사 록슬리. 그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의심을 거두지 않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살아있는 반신이시자 신산귀모의 지모를 지니신 폐하께서 이를 몰랐을 리가 없네!”

‘그거 단순히 폐하가 실수할 리가 없다는 거잖아.’

‘실수 아니냐고 물으면 바로 목부터 날리겠네…!’

완전 유죄추정. 레온이 잡아오라 했으면 일단 죄인 확정이라는 필터가 달린 게 분명하다!

“길링엄 경, 듣기로는 둘이 더 있다고.”

“아, 예! 꿈과 죽음의 신성을 지닌 여인과 철과 대장장이의 신성을 지닌 이종족이었습니다. 둘 모두… 살아있는 성자에 준하는 성력을 지녔습니다.”

“”……!!””

그 말에 놀란 건 록슬리까지 포함해 모두였다.

살아있는 성자란 라이온하트 왕국에서도 극소수인 초력의 강자. 즉 성배기사.

그런데 그 정도의 힘을 가진 자가 둘이나 있다니?

만약 그랬다면 모든 신도들을 총괄하는 라이온하트에서 몰랐을 리가 없다.

“제레아 경이 승천하신 지도 벌써 24년 째잖아. 새로운 계승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면…….”

“아니, 그럴 일은 없다.”

이사벨의 추측을 일축하는 레온. 그는 알 수밖에 없는 것이다. 레온은 네 명의 성자와 성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물러나 주게. 짐이 저들에게 물어볼 것이 있음이야.”

“폐하! 그럴 수는…!”

“록슬리 경. 그대의 충심은 이해하나 지금은 짐의 판단을 믿어주게.”

“……알겠습니다.”

네명의 성자성녀들은 저마다 레온을 향해 시선을 보내더니 이내 문밖으로 나섰다.

“그럼…….”

레온이 시선을 보낸다. 꿀꺽 침을 삼키는 네 사람.

“한하리라고 했던가.”

“아옛! 한하리라고 하옵니드아! 폐에에하아아!”

‘누나, 이상한 사극말투 하지 마.’

‘이거 먹힌다니깐? 폐하 처음 만났을 때 먹혔음!’

하리는 오체투지라도 할까 싶어 레온의 눈치를 봤지만, 의외로 그의 시선은 다음 사람에게로 향했다.

“각자 이름들을 말해보아라.”

“김재혁임다.”

“하, 한수호요.”

“천소연이라고 합니다.”

“흐음…….”

네 사람의 이름을 곱씹으며 의아한 눈을 하는 레온. 추가로 질문한다.

“고향이 어디인고?”

“그, 그게…….”

순간 서로의 눈치를 보며 대답을 미루는 네 사람. 무어라 대답을 만들어낼지 고민하는 그들에게 레온이 호통쳤다.

“어디서 눈알을 굴리느냐! 즉시 대답하지 못할까!”

“서, 서울! 서울입니다! 대한민국이요!”

“어, 엄청 먼 나라임다!”

“네! 엄청 멀어요!”

“…….”

레온은 말없이 그들을 쳐다보더니 무언가를 납득한 듯 넘치는 성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신화 <신성강림>

레온의 등 뒤로 거대한 존재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필멸자의 신분으로는 똑바로 마주할 수도 없는 거대한 위압감이 그들 앞에 강림했다.

“확실히… 내가 본 적이 없는 아이로구나.”

빛과 정의의 여신 아리아나.

“그렇다면 어찌하여 저들이 우리의 축복을 지녔단 말인가.”

바다와 파도의 신 포마.

“역시 악종 놈들의 수작질이 아니겠나?”

전쟁과 불꽃의 신 페토스.

“나의 축복을 내린 자는 모두 기억하고 있느니. 저들이 가짜라면 천벌을 내려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

하늘과 천둥의 신 울티마까지.

레온이 즉각적으로 강림시킨 네 명의 신들은 거대한 위압감으로 네 사람을 압박했다.

“벤타시스는? 저 아이, 벤타시스과 계약한 자일 텐데.”

“그놈은 계약한 복수자들이 워낙 많지 않나. 이 혼탁한 시대에 가장 이득을 취하고 있는 놈이지.”

신들의 휘광을 두른 레온 앞에 네 사람은 자신들이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대공과의 싸움… 그조차도 전력이 아니었어?’

‘신들을 강림시키다니… 지구에 있는 폐하도 보여준 적 없는 일 아니야?’

지금까지 신들은 목소리로 또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레온이 신을 강림시킨 것은 단 한 번. 바로 야크트 스피너를 성배기사로 임명하던 그때였다.

‘그때도 폐하는 잠깐의 소환만으로 피를 토하셨어. 하지만 이곳에 있는 폐하껜… 별것 아닌 일인 건가?’

성법 사용자로서 하리도 이 세상에 충만한 성력을 실감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만약 지구도 이렇게 성력이 충만한 땅이 된다면… 지금의 게이트 사태 그 자체를 해결하는 것도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짐이 너희들을 잡아들이라 이른 것은 다름이 아니다. 너희들이 신의 축복을 받은 존재들임에도 어느 신들도 너희들을 모르는 탓이다.”

“아…….”

그럴 만도 했다.

하리 일행들이 신과 연결된 것은 어디까지나 지구에서의 레온 덕분이다.

이곳의 신들은 엄밀히 따지자면 과거. 재현된 존재이니 자신들의 존재를 모를 수밖에.

“하여 솔직하게들 털어놓아라. 너희들이 어디에서 온 존재인지. 이곳에는 어떻게 올 수 있었던 건지.”

하리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얼마나 말해야 할지 고민하다 모든 걸 털어놓기로 했다.

레온의 성향이 다소 과격하긴 해도, 말이 아예 안 통하는 상대는 아니었으니까.

“…….”

그 모든 사실을 전달받은 레온과 신들은 한동안 침묵했다. 하리 일행들에게는 어렵사리 말할 수 있었던 과거에 불과할지라도, 그들에게는 결정된 미래와 자신들이 재현된 존재라는 충격적인 사실일 테니까.

“그렇군. 신들이시여, 이것이 가능한 일입니까?”

하지만 레온은 의외로 담담했다. 멸망은 결정된 사실이란 걸 이미 받아들인 탓일까?

“불가한 일은 아니구나.”

아리아나는 하리의 주장을 부정부터 하지 않았다.

“시간은 신들도 관여할 수 없는 영역이지. 차원을 넘어 온 우주를 기록하는 레코드가 있다면, 우리들 신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재현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군요. 그렇게 된 거로군요.”

레온의 시선이 다시 하리 일행에게로 향한다. 그는 어딘가 초탈한 시선이었다.

“그렇다면 짐의 역할은 미래로 나아간 짐을 조력하는 것이겠구나.”

그는 순순히,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였다.

* * * *

베아트리체는 만신전에서도 조금 떨어진, 트리맨들과 현자들이 모인 장소를 찾았다.

숲을 가호하고 가꾸는 그들은 그 자체가 자연의 의지를 형상화한 숲의 혼령들이다.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적극적으로 연합군을 지원하고 있다곤 하나, 일을 끝마치며 밤에는 이렇게 근처의 숲에 동화되어 잠드는 것이다.

“그대는 누구인가.”

“이토록 선명한 플르의 기운이라니.”

“황혼의 기사는 승천했을 진대.”

“새로운 신관장이로구나.”

숲이 베아트리체의 방문에 탐색한다. 그들은 하나의 의지처럼 그녀를 훑어보았다. 베아트리체가 싱긋 웃었다.

“베아트리체 알리기에리 스페로라고 합니다. 숲의 현자님들.”

그녀의 목소리가 숲에 메아리친다. 숲의 혼령들은 그 목소리를 단단히 인지했다.

“플르의 신관장이여.”

“어떤 용무로.”

“숲을 방문했는가.”

“이것을 봐주시겠어요?

베아트리체는 자신이 가져온 것을 드러냈다. 이 게이트를 열기 위해 좌표로 삼은 군라르의 모종. 그것을 본 현자들이 기함을 토한다.

“이것은…….”

“우리의 모종…….”

깨어나는 숲. 수많은 거목들 하나하나가 이목구비를 드러낸다. 그중에서도 다가온 것은 고목 중에서는 작은 편에 속하는 이였다.

“군라르라고 하네. 사자심왕의 오랜 친구이자, 그 모종의 주인이지.”

군라르는 자신이 품고 있었던 모종임을 단번에 알아봤다. 그리고 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추측했다.

“먼 미래에서 온 여인이여. 그대가 어찌 나의 모종을 가지고 있는가?”

“제것이 아니랍니다. 미래의 폐하께 잠시 빌린 것이지요.”

“당대의 사자심왕인가?”

“네, 알아보시는군요?”

“우리의 모종은 본디 그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는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나의 진실한 친우 단 한 명뿐이겠지.”

군라르는 레온이 수행기사 시절일 적부터 함께 여행하며 우정을 쌓은 친구였다.

그가 어리디어린 트리맨일 때부터 100년에 가까운 세월에 이르러 트리 자이언트로 성장하기까지 언제나 곁에 서로가 있었음이다.

“레온이 그대에게 모종을 맡겼다면, 그대의 의지가 곧 레온의 의지겠지.”

레온은 이 모종의 가치를 안다. 그것이 숲의 현자들이 평생에 걸쳐 단 한 번 피워내는 ‘자식’이란 것을.

그런 것을 모르는 여인에게 허투루 맡겼을 리가 없다는 신뢰가 그에게는 있었다.

“실은 제가 여러분을 찾아온 것은 이 모종이 도통 자라나질 않기 때문이에요. 폐하께서는 이 시대의 여러분들께 그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여기시더군요.”

“흠… 가능성이 있다면 하나다.”

군라르는 모종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은 죽은 자의 세계에서 가져온 것이다. 낙원의 기운이 잠식되었으니 그 성질이 변한 것이지.”

“그렇다면…….”

“그것은 낙원에서밖에 자라지 않는다.”

“……!”

그렇다면 레온의 대전제가 무너진다. 레온은 이것을 지구에서 피워낼 작정이었다. 그 효과는 베아트리체조차 놀랄 정도였고.

포기해야하는 걸까? 고민에 휩싸인 베아트리체를 향해 군라르가 추가로 덧대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그에게 남길 수 있는 선물이 있겠군.”

“하려는 건가?”

“저 여인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과거를 재현한 존재.”

“가져갈 수 있다면.”

“가져가게 하는 것이 옳다.”

숲이 흔들리며 메아리치는 목소리에 베아트리체가 고개를 기웃거렸다.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존재한다. 본래라면 이 힘들마저 사자심왕에게 전할 예정이었으나.”

“그도 받아들이겠지.”

“신과 그 신관장의 ‘희생’도 필요하다.”

숲의 현자들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별개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것은──

“달을 쏘아 떨어뜨린다.”

“달의 첫 번째 사냥꾼이.”

“스스로를 희생해 새로운 별철을 만들 것이다.”

“하여 그것으로.”

“최후의 성배를 완성할 정수를 벼려낸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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