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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2

132화 달을 향한 불경

전쟁에는 많은 물자가 필요하다.

병장기부터 갑옷, 마갑, 편자 화살과 공성병기… 말할 것도 없이 끝없는 물자를 소모하는 것이 전쟁이다.

그런데 라이온하트 왕국은 20년 넘게 전쟁 중이었다.

당연히 모든 물자가 부족하고 그것을 단련할 대장장이도 부족하다.

하지만 최근에 특히나 대두된 것은 대장장이의 부족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연합군의 숫자가 너무 늘었다.

제국의 잔존병과 합류한 이종족들. 자유민 병사들의 숫자가 급속도로 불어났는데, 대장장이의 숫자는 늘지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철과 대장장이의 신성을 섬기는 신관들이 부족했다.

혜성의 주기마다 별을 끌어들여 별철로 가공하는 라이온하트 왕국에서 별철을 가공할 수 있는 건 오직 헤토의 신관들뿐.

따라서 양질의 별철무구를 보급하기 위해선 숙련된 헤토의 신관들이 다수 필요한데, 연합군 전체의 무구들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한계가 온 것이다.

철과 대장장이의 신성 헤토의 성배기사인 안토크는 이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고, 초월적인 무력을 가진 그가 대장간에 살다시피 한 이유였다.

“오오…!”

“빠르다!”

만신전의 주 헤토의 신전 대장간. 웃통을 벗어 재낀 채 바삐 일하던 신관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끼룩! 풀무질 개시. 3번 슬롯 배치 완료.

-절단작업 개시. 고밀도 절단기 장착.

-연마 완수율 62%. 멀티태스킹 14호까지 진행 중.

빠르다.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다.

아무리 숙련된 대장장이라도 달군 쇠를 다루고 망치질하는 것에는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인데, 이 신입 대장장이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병장기를 만드는 과정을 쉬지 않고 실행하고 있었다.

작업 진행 12시간 째. 세부 마무리 작업이 남아있다지만, 야피는 백 벌이 넘는 갑주를 쌓아놓고 있었다.

숙련된 대장장이의 가히 열 배 넘는 속도와 수십 배를 넘는 작업량!

“대단하군.”

헤토의 신전 책임자인 안토크는 야피의 빠르고 안정적인 작업속도를 보고 감탄했다.

물건 자체의 질은 둘째치고 생산능력이라면 자신보다도 훨씬 앞선다.

“대단하구만, 신입. 마치 레온 녀석의 수행길을 보는 것 같아.”

-끼룩?

익숙한 이름이 언급되자 카메라 아이를 돌리는 야피. 그러나 그 기계팔들을 계속 움직이고 있다.

“엇차, 실례. 레온 폐하지. 폐하를 알고 있나?”

-본기와 긴밀한 협력대상.

“협력대상?”

-악마 죽이기 파트너.

“오~ 그건 나도 끼고 싶구만.”

안토크는 이 범상치 않은 대장장이가 무력 면에서도 결코 부족하지 않으리라 여겼다. 철을 관장하는 성배기사인 자신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레온 폐하와는 꽤 오랜 여행동무지. 당시의 나도 수행길을 걷고 있었는데 말이야.”

-폐하와?

“그럼그럼.”

대공의 후계자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던 레온과 달리 안토크는 편력기사부터 왕국기사를 거친 정석적인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그의 나이 서른. 레온과 만난 것은 딱 그때였다.

“함락되어가는 변방의 촌락이었지. 오크 놈들의 침공을 받는 촌락에서 긴급하게 구원요청을 한 거야.”

하지만 워낙 변방이었던 탓인지 변방에서 그들과 가장 가까웠던 건 수행길을 걷고 있었던 길두스와 안토크였다.

때마침 스스로의 영적 안식을 위해 여정을 떠나던 트리맨 군라르와도 그곳에서 만났다.

“꽤 힘든 전투였다. 오크 놈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대전사들도 여럿 있었거든. 끽해야 방어전으로 연명하는 정도였지.”

기사단의 출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레온이 나타났다.

“굉장하더군. 내 반절밖에 안 되는 어린 기사가 단숨에 오크 대전사를 반토막냈지.”

길두스도, 안토크도 당대의 천재라 불리며 수행길을 걷던 엘리트들이었다. 타고난 육체가 기사급이라는 군라르는 또 어떻고?

하지만 천재 중의 천재가 성배기사로 각성한다면, 레온은 그런 그들 위에 있는 존재였다.

초인 중의 초인. 역사에 전설로 남을 타고난 힘을 가진 존재.

“자네에게선 그런 재능이 엿보이는군.”

안토크는 고개를 기웃거리는 야피에게 씨익 웃으며 제안했다.

“어떻나? 자네, 내 제자 안 하겠나?”

-끼룩?

“내 자네에게 헤토 신께 전수받은 신들린 망치질을 가르쳐주지!”

-…….

야피는 한동안 침묵했다. 딱히 안토크의 말을 못 알아들어서가 아니다.

유기물들 사이에서의 대화에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상대를 무시할 수 있을지 빅데이터로 알기 때문이다.

잠시간의 침묵.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찬찬히 둘러본 뒤.

-니가?

하리가 보았다면 어떻게 무기질적인 카메라 아이로 사람을 개무시하는 표정을 지을 수 있느냐고 항의했을 이모티콘이었다.

“자네… 내가 누군지 모르나?”

-암.

“아는데도 그래?”

-재주가 좋아봤자 유기물. 본기의 완벽한 공정에 의한 효율적인 생산능력에 비할 바는 못 됨.

“…….”

그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한동안 말이 없던 안토크는 껄껄껄 박장대소했다.

“이거 참 대단한 대장부로구만!”

그는 철과 대장장이의 성배기사. 다시말해 신 헤토를 제외하면 세계 최고의 명공. 그런 그가 이토록 가볍게 무시당했다는 것에 어찌 나서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 보여주지. 자네를 가르치겠다는 게 결코 허투루가 아님을 말이야.”

안토크는 자신의 망치를 들었다. 야피는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면서도 그 움직임을 기록했다. 자신의 기계적인 움직임과 비교하기 위해.

-까앙!

망치질이 시작된다. 야피는 처음에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연마하고, 식히고, 두드린다. 계속되는 작업에 야피는 솔직하게 평점을 올렸다.

완벽하다. 망치를 휘두르는 손목 스냅부터, 가열된 쇠를 식히는 타이밍까지. 원시적인 주조실에서 잘도 이런 기술을 습득했다 싶다.

하지만 그뿐. 동작, 타이밍, 연마의 완벽함이라면 야피도 마찬가지다. 야피는 이것을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 있다.

하지만 안토크는 어떨까? 결국 인간인 이상 실수가 발생한다.

-까앙!

쇠를 두드릴 때, 약간의 불협화음. 숙련된 대장장이도 인지하지 못할 아주 찰나의 소리였지만, 야피에게 그것은 크나큰 미스다.

필요 이상으로 두드린 망치질은 내부에 균열을 일으키고 결정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릴 것이다. 결국 안토크도 인간──

-끼룩?

야피는 두들겨진 쇳덩이를 보며 계산미스를 감지했다. 생각과 달리 쇳덩이의 균일도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연마보다 13% 이상 고르게 펴진 것 같은──

“자네의 완벽한 작업도 나는 마음에 드네. 대장장이로서의 생산량에는 아마 비교도 안 되겠지.”

망치질을 계속하며 안토크는 말했다.

“편력기사가 될 내 검을 만들어주던 은퇴한 헤토의 신관이 있었네. 망치들 힘도 없어 보이는 노인네가 뚝딱하니 그 어떤 검보다 아름다운 보검을 만들어내는 거야.”

-까앙!

“그래서 배웠지. 아마 그것이 헤토 님께 선택받을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니었나 싶네.”

-까앙!

-…….

“예술이네, 친구. 영혼을 깎아내어 만들어내는 철의 예술. 단지 완벽한 기술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그런 영역이 있다고 나는 생각하네.”

마무리된 갑옷. 아직 수많은 공정이 남았고, 틀만 잡았을 뿐이지만, 야피는 이것만으로 미래에 만들어진 갑옷을 연산할 수 있었다.

0.01%

지금까지도 완성하지 못한 레온의 갑주. 그것만으로 만신의 축복을 받을 수 없는 함량미달이었기에, 야피는 아직까지도 도전을 계속하고 있었다.

-끼룩!

야피는 확신했다. 이 남자라면, 이 남자의 기술이라면 분명 100% 완벽한 갑옷을 만들어내리라고.

-본기의 빅데이터가 완성되지 않았으므로, 유기물의 기술을 지식의 일부로서 등록해둘 필요성은 느낌.

“뭔 소린지 모르겠네만, 요컨대 내 제자 하겠다는 거군?”

-ㄴㄴ 어디까지나 유기물의 기술발전을 관측하기 위한──

“잘 따라오게, 제자!”

-제자 아님. 본기의 완벽한 공정생산률은 유기물에 비할 바가 아니──

“안토크 경, 폐하께서 전령을 보냈습니다.”

천둥의 성배기사 길링엄. 그가 안토크를 찾아왔다.

* * * *

베아트리체는 곧 하리 일행과 합류했다.

그녀의 곁에는 숲의 현자 군라르가 함께했고, 군라르는 ‘최후의 성배’ 계획을 다시금 입안했다.

계획 자체는 이전에도 한 번 논해졌던 것이다. 그대, 레온은 이를 부정했었더랬다.

그것이 제 처형을 희생하는 것으로 시작하기에.

“좋아. 해줄게.”

그러나 이사벨은 시원하게 그것을 받아들였다.

“이사벨 신관장… 그리 가볍게 받아들일 사안이 아니오.”

길링엄은 걱정스러운 듯 이사벨을 만류했다. 하지만 이사벨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봐, 기사님. 경은 폐하가 악마들의 군단을 향해 혼자서 돌격하라면 할 수 있어?”

“……그것이 폐하의 명이라면.”

명령에 의문을 가지기 전에 그저 믿는다. 기사들에겐 레온이 내린 명 한마디. 그것이면 충분했기에.

“나도 그래.”

“…….”

이사벨은 기사도에 의거해서가 아닌 만신전의 대리인이 내린 판단을 믿기에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건 나만 받아들여서 될 문제가 아니야.”

“달의 여신께서도 허하셔야겠지.”

“응. 아마도 허가하시겠지만.”

이사벨은 자신에게 ‘죽어달라’ 명령한 레온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폐하.”

“……말하게, 처형.”

“폐하가 내린 선택은 미래로 이어지는 거겠지?”

“그렇다.”

“그걸로 충분해.”

“…….”

“나무 할배. 계획을 설명해봐.”

“먼저 달을 쏘아 그 파편을 떨어뜨릴 것이야. 기본적으로 별을 끌어당기는 것과 비슷하다.”

첫 단계로 달의 파편을 확보하고 두 번째로 철과 대장장이의 성배기사 안토크가 이를 분해, 추출한다.

그렇게 추출한 월석을 가지고 군라를 비롯한 숲의 현자들이 성배에 녹일 정수를 완성시킬 것이다.

그를 위해선 먼저 달의 일부를 쪼갤 필요가 있다. 이사벨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거 불경 한 번 끝내주게 해야겠군.”

그녀가 첫 번째 희생자다.

* * * *

의식은 밤에 이루어졌다.

만신전의 중심. 달과 가장 가까운 곳.

성배 수호자와 성배기사들이 대기한 그곳에서 달의 신관장이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순결의 신관은 그 지고한 달을 향해 기도한다. 지금부터 지어야 할 대죄와 그에 대한 허락과 용서를 구한다.

그 목소리를 듣는 자는 둘이었다.

순결의 신관 이사벨과 만신의 대리인 사자심왕.

비록 달의 여신은 수십 년 전, 제 신관의 순결을 깨뜨린 사자심왕을 저주했으나 그것도 이젠 옛일이다.

[허한다.]

달의 여신은 스스로의 신격이 깎여나가는 걸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순결의 신관은 차디찬 바닥에 맨발바닥으로 일어선다. 여신의 관대함에 감사하고 지금부터 행할 불경에 대한 용서를 바라지 않는다.

그녀의 손에 쥐여진 것은 한 자루 활이다. 신장이 큰 달의 사냥꾼보다도 큰 대궁. 그야말로 달을 쏘아 맞추기에 부족함이 없는 신궁이다.

“설마 이런 불경을 저지르게 할 줄이야.”

최후의 성배 계획. 그것은 숲의 현자들이 입안한 계획이다.

종교적 의식과 회복에 중점을 둔 성배의 기능을 이 대전쟁에 걸맞게 개량하는 성물의 강화계획.

허나, 레온은 이를 거부했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희생이 너무나 많았던 탓이다.

그리고 그 희생 중에는 달의 신관장 이사벨 또한 있었고.

“하지만 설마, 매부가 마음을 바꿀 줄은 몰랐어.”

“미안하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매부.”

이사벨은 훤칠한 미소를 지으며 활시위를 당겼다. 그녀는 안다.

“댁은 내 여동생의 순결을 앗아간 놈팽이이긴 해도, 왕으로서 판단을 그르치는 놈이 아니니까.”

엄연히 따지면 달의 신녀 카스티야와 눈이 맞은 건 감정 문제라 뭐라 하기도 그렇고.

동생은 행복했다. 행복했을 것이다. 여신님께는 불경한 일이나 이사벨은 그것으로 만족했다.

“아무래도 이 이야기에서 나는 주역이 아닌 모양이니까 말이지.”

밤하늘에 하얀 불꽃이 오른다.

대궁의 시위는 한계까지 당겨져 바람처럼 휘날리는 성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한 장면을 위해 최고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달까지의 거리 38만 5천킬로.

이 정도의 거리. 사수로서 도전할 기력조차 남지 않는 아득함.

“쏘아 맞추겠다! 역사 최고의 불경을 저질러 보자고!”

그러나 금세기 최고의 사수는 스스로가 섬기는 행성에 대해 명백한 도전장을 내던졌다.

-콰아아아아아!!

돌풍을 동반한다. 이것은 결코 물리적인 대기의 작용 따위가 아니다.

시위에 걸린 화살 하나에 담기는 무진장의 성력. 그것이 광풍과 굉음을 일으키며 화살에 추진력을 더한다.

달과 순결의 여신은 본디 전투에 적합한 신성이 아니다.

허나, 사내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홀로 살아가야 하는 그녀의 신봉자들에게 여신은 한 가지 권능을 선물했다.

사냥.

쏘아 맞추는 궁사의 재능.

신관장은 그 극한에 있는 궁사인 셈이다.

“크…!”

달을 향한 조준이 흔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다.

섬겨오던 존재에 대한 조준행위조차 손을 잘라야 할 죄. 하물며 그것을 쏘아 맞추려는 행위는 얼마나 불경한가.

여신이 허하더라도 신도인 자신이 허하지 못하는 대죄인 것이다.

평생을 섬겨온 달에 대한 불경 탓인지 아니면 그저 광풍으로 생겨난 생리반응인지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서야 뒤를 맡길 수 없다. 그녀는 순결의 신관장이기 이전에 사자심왕을 신뢰하는 한 사람의 백성이다.

좋아, 하고.

만전의 준비를 완료하고 성력이 분사되는 화살의 시위를 놓는다.

질끈 감은 눈은 그 불경을 차마 지켜볼 수 없다는 죄책감.

-콰아아아아아아!!

시위를 떠난 화살.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상승하는 단 한 발의 화살. 그것이 혜성처럼 성력의 화염을 분사하며 솟구친다.

여신이 허한 최대의 불경이, 역설적이게도 밤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은하수가 되어 저 창공의 달을 꿰뚫었다.

“서, 성공했다.”

“진짜로 달을… 꿰뚫었어.”

달의 표면을 관통하고 지나간 화살의 흔적. 밤하늘에 보이는 달의 파편은 계산했던 미래를 그대로 투영한다.

“대성녀…!”

레온이 외쳤다. 그 순간, 그녀의 기도는 하늘에 닿는다. 천체의 흐름을 읽고 그를 끌어들이는 대성녀의 기적.

그것이 별이 아닌 달의 파편을 향하고, 여신의 인도에 따라 행성을 향해 진입한다.

“성공입니다!”

길링엄이 쾌재를 불렀다. 지켜보던 베아트리체도 마찬가지다.

이제 남은 것은 안전하게 만신전에 달의 파편을 떨어뜨리고 철과 대장장이의 성배기사 안토크가 달에서 별철을 추출해 가공하면 그만.

“쿨럭…!”

그때였다. 달을 쏘아 떨어뜨린다는 기적을 행한 이사벨이 피를 토하며 쓰러진 것이다.

“이사벨!”

레온이 다급히 그녀에게 다가갔으나 그녀의 부상을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전신의 구멍에서 피를 쏟아내는 이사벨. 당연했다. 그녀는 달과 순결의 신관장. 그런 그녀가 달을 쏘아 손상을 입혔다는 것은 곧 달의 신격 그 자체를 훼손했다는 의미다.

달을 대리하는 성녀로서 그것은 그녀 자신에게도 피드백이 오는 불경이었던 것이다.

“젠장… 더럽게 아프네. 그래도… 디나께서 피드백을 나눠주셨어. 아아~ 자애로우셔라.”

감은 눈에서 피를 철철 쏟아내면서도 이사벨은 가벼운 말투를 거두지 않았다. 레온이 그런 그녀를 안아 들었다.

“괜찮다. 정말… 수고하였어.”

레온은 이리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최후의 성배 계획을 저지했다. 실패와 패배가 결정된 전장에서 차라리 명예롭게 죽겠다 다짐했기에.

허나, 자신이, 자신들이 그저 재현된 과거의 기록에 불과하다면.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남기는 것은 의무였다 판단했을 뿐.

“고맙다, 이사벨. 짐이 그대의 몫까지 짊어지겠네.”

레온은 다가올 달의 파편을 기다렸다. 그녀가 목숨을 걸고 쏘아준 화살이었다. 결코 무위로 돌릴 순 없기에.

하지만.

“폐하! 파편의 궤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행위는 또 다른 이가 지켜보고 있었으니.

“엄청난… 마력!”

지상을 밝힐 만큼 거대한 푸른 마력이 하늘을 꿰뚫으며 비행한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제국의 마법사들이 목격했다면 그 광오함에 미쳐버렸을.

끔찍한 규모의 마력행사.

“설마…! 게이트를 닫았던?”

베아트리체는 그 마력의 주인을 깨닫고 경악했다.

차원에 일어난 균열을 감지하고 그것을 순식간에 닫아버린 그자가 이번에는 달의 파편을 당기고 있었다.

“아, 아아……!”

대성녀의 탄식이 흐른다. 그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달의 파편을 행성으로 당기는 것이다.

한번 입력된 좌표로 끌어오는 것은 행성 대기권에 진입한 중력.

그렇기에 파편의 궤도를 틀어버리는 마력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누가 예상할 수 있겠는가.

이미 행성 궤도로 진입한 거대한 행성의 파편을, 마력만으로 끌어당기는 괴물이 존재하리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파편의 궤도… 완전히 틀어졌습니다.”

끌어 당겨진 달의 파편은 엉뚱한 곳에 떨어졌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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