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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5

#135

대륙 정상 회의 (3)

“우선,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이 먼 곳까지 자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리에스타와 하인리히, 코델리아 추기경이 중앙에 둥그렇게 둘러진 테이블의 빈 곳에 나란히 앉은 직후.

“그럼, 대륙 정상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추기경의 짧은 인사말과 함께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지금 우리는 미증유의 위기 앞에 직면해 있습니다. 어쩌면 과거에 있었던 두 차례의 불사왕 사태 때보다도 더 큰 위기라고 할 수 있겠죠.”

회의의 전체적인 진행을 맡은 코델리아 추기경의 목소리가 신성력을 품고 대회의장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연륜만큼 경험도 많은 그녀의 나직하면서도 힘 있는 연설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천 년 전, 심연이 열리고 세상에 강림한 불사왕이 이 땅의 절반을 죽음으로 뒤덮었습니다.”

그때의 대륙인들은 모두의 힘을 한데 모으고, 큰 희생을 치르고서야 불사왕과 언데드 군단을 물리칠 수 있었다.

“삼백 년 전, 불사왕의 심장을 손에 넣은 흑마법사로 인해 2대 불사왕이 탄생했습니다. 그는 당시 가장 강성한 세력을 자랑하던 사르브 제국을 멸망시켰죠.”

하지만 그 또한 많은 이들의 협력 끝에 토벌하는 데 성공해 피해가 더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거기다 전과는 달리 심장까지 조각내어 그중 하나를 봉인함으로써,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줄 알았으나···.

“그리고 지금, 3대 불사왕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코델리아 추기경은 이어서 새롭게 탄생한 불사왕, 한스에 대해서도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그를 처음으로 감지한 것은 대륙 서부의 탈리아 왕국이었지만, 한스는 상상 이상의 영악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종일관 그들을 농락했다.

교단을 유인해 당시 갈등을 빚던 뱀파이어 클랜과 상잔시킨 간교함.

자신을 따르는 흑마법사들이라도 쓸모가 다하면 가차 없이 미끼로 쓰는 무자비함.

추적에 성공한 토벌대를 여유롭게 기다리다 그들을 조롱하며 유유히 빠져나간 기동성.

이후 전력을 다한 교단의 탐색도 무력화해 몸을 숨긴 은밀성.

“으음···.”

“이건, 생각 이상으로···.”

추기경의 말이 이어질수록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지만, 그녀의 말은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대륙 서부 마물의 숲에서 행해진 정체불명의 사악한 생체 실험과 그 잔혹함.

그 실험실의 위치가 노출된 것을 역이용해 로셀리아 대신전의 전력을 바깥으로 빼낸 과단성.

이후··· 불사왕의 힘을 온전히 잇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교단의 철통같은 보안을 뚫고 침입해, 기어코 깊은 내부에 봉인되어 있던 불사왕의 파편을 탈취할 정도의 마법 능력.

그리고 그 모든 일을 가능케 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성장 속도와 치밀한 심계까지.

“······.”

“···크흠.”

주변 공기가 싸늘하게 식으며 모든 이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리고 그건.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던 성자, 하인리히도 마찬가지였다.

‘와··· 한스 그놈, 알고 보니 무서운 놈이었네!’

교단의 입장에서 정리된 사실을 들으니 새삼 한스의 용의주도한 움직임에 치가 떨릴 정도였다.

‘하지만 상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나 하인리히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보란 듯이 주먹을 불끈 쥐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어둠이 짙어도 세상의 빛을 위해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가득 담아서.

주변에서 자신을 보는 몇몇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는 굳이 시선을 돌려 확인하지 않았다.

이건 절대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하는 게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는 행동이었으니까!

그렇게 그가 정의로운 용사에 몰입해 사명감을 불태우는 와중에도 연설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이번 대의 불사왕은 전대들처럼 무언가에 취한 듯 맹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행적을 숨긴 채 세상의 뒤편에서 암약하고 있다는 점이죠.”

이후 그 한스가 획책한 것이 바로, 대륙 곳곳에서 제물 의식을 벌여 한 번 더 심연을 열어버린 것이었다.

그로 인해 약해진 심연의 경계에서 이전 세대에 봉인되었던 수많은 언데드들이 풀려나와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바로 그것, 세상 전체에 심연의 ‘광기’가 퍼져나갔다는 것이죠.”

광기는 이성이 약한 몬스터들을 중심으로 파고들어 그들의 육체 능력과 폭력성을 큰 폭으로 증가시켰고, 그것은 곧 전 세계의 혼란으로 이어졌다.

몬스터의 천국이라 불리던 북부 산맥을 비롯한 마물 밀집 지역은 물론, 야산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몬스터들마저 미쳐 날뛰며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된 것이다.

또 이 사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격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는데, 그건 세상에 뿌려진 광기가 몬스터에 기생한 채 조금씩 양을 부풀리고 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 번 늘어난 ‘광기’는 몬스터를 죽인다고 소멸하는 게 아니라 다시 세상에 퍼져나가거나 더 강한 몬스터의 양분이 될 뿐이었으니···.

“저희는 이 광기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선, 그것이 심연에서 꺼내졌을 때 함께 나왔을 광기의 핵을 봉인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주신교단의 조사단이 오랜 시간에 걸쳐 심연이 열린 의식 장소를 조사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불완전한 소환의 여파로 대부분의 광기가 부스러져 퍼져나갔지만, 분명 실체를 갖추고 세상에 현현한 매개체가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아마 불사왕이 어딘가에 숨겨둔 채로 대륙을 공격할 무기로 사용하고 있을 터였다.

거기다 최근 불사의 군대가 보이는 은밀한 움직임도 심상치 않기는 마찬가지.

무슨 큰일을 벌이기 직전 같은 그 모습에 교단 쪽에서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인 불사왕을 처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일이 더 악화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말이지요. 그를 위해선 여러분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웅성웅성—

코델리아 추기경의 설명이 끝나자 회의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일제히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들도 고위층인 만큼 대략적인 사정은 알고 있었지만, 방금 그녀가 발표한 내용 중엔 모르던 사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 발언 중엔 교단에 상당히 민감한 사안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렇게 모두가 눈치를 보고 있을 때, 대표석에 앉아있던 이 한 명이 느긋하게 한 손을 올리며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말을 들어보니 한 가지 의문점이 드는데 말이지요.”

밝은 금발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주위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태도의 신경질적인 인상의 청년.

아제리온 제국의 황태자, 사이먼 카르테 아제리온이었다.

“처음부터 교단에서 파편의 관리를 제대로 했다면 불사왕이 부활할 일도 없었던 것 아닙니까?”

그의 말대로 방금 추기경은 주신교단 측의 치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었다.

교단의 관리하에 있던 파편이 탈취당한 탓에 결국 불사왕이 부활해 버렸노라고.

“그 말은 불사왕의 부활에 교단의 실책이 있었다는 걸 인정한다는 뜻이겠지요?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 교단의 안일한 대처 때문이었다고?”

그리고 일상 자체가 정치의 연속인 사이먼 황태자는 그런 상대의 약점을 모른 척해줄 이가 아니었다.

주신교단의 세력이 강성하다고는 하나, 아제리온 제국 또한 대륙 최강을 자부하는 패권국.

다른 때라면 몰라도 상대 쪽에 명백한 흠이 있는 상황이라면 절대 지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

“교단 측에선, 이걸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웅성웅성—

그리고 이 자리엔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나라들이 무수히 많았다.

여론 또한 자신의 편을 들어줄 테니, 지금이 교단의 영향력을 깎아내릴 절호의 기회였다.

‘잘 됐군. 그렇지 않아도 교단의 세가 강한 것이 거슬리던 참이었는데.’

교권이 강할수록 황권이 약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

그리고 지금 주신교단의 위세는 충분히 제국을 넘어설 정도였다.

‘나는 제국을 다스릴 황제가 될 몸. 주신의 권위는 인정하나, 그를 따르는 종이 내 머리 위에 있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눌러둘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

주신을 믿는 것과 이건 별개의 문제였다.

성직자라 해 봐야 신의 이름을 빌려 위세를 부리는 한낱 인간일 뿐, 오히려 인간으로서의 격은 황족인 자신이 월등하다 믿고 있는 사이먼 황태자였다.

“하아—.”

그렇게 엇나간 주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자리에 앉아있던 리에스타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코앞에 닥친 위기를 논의하기도 시간이 부족한데 이로써 시간이 더 지체되게 생긴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직접 나서진 않았지만 그의 말에 심적으로 동조하는 이들도 상당한 듯싶었다.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남을 매도하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이렇게 말이 나온 이상 그냥 어물쩍 넘어갈 수도 없다.

그에 코델리아 추기경이 다시 입을 열려는 찰나.

“말씀하고자 하는 바는 잘 알겠습니다.”

웅혼한 기세가 담긴 남성의 목소리가 먼저 회의장에 울려 퍼지고.

그 존재감에— 모두의 시선이 일시에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저희 주신교단은.”

그곳엔 지금껏 조용히 앉아만 있던 하인리히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각 세력의 대표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의 강렬한 눈빛과 정면으로 마주한 사이먼 황태자의 표정이 미미하게 일그러졌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책임에서 물러난 적이 없습니다.”

황태자의 말은 정론이었지만, 한 가지 간과한 부분이 있었으니.

주신교단은 그간 그가 상대해왔던 이들처럼 자신의 이득을 위해 치부를 숨기고, 아등바등 진흙탕 싸움을 하는 이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교단은 처음부터 실책을 부정할 생각도 없었다.

그럴 심산이었으면 애초에 전부 공개하지도 않았겠지.

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산적한 지금은, 그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때가 아니었을 뿐이다.

“천 년 전에도, 삼백 년 전에도, 그리고 그 외의 모든 위기 상황에서도. 주신교단은 항상 최전선에서 피를 흘려왔고, 단 한 번도 그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과거, 모두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데 앞장선 것도.

피해를 입어가며 불사왕의 행적을 추적해 정보를 수집한 것도.

기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아군의 희생이 강요되었을 때도.

최후의 싸움에서 용사들이 불사왕과 싸울 수 있게 길을 열었을 때도.

기어코 놈을 쓰러뜨리고, 조각난 파편을 봉인하는 책무를 짊어졌을 때조차.

그 모든 일의 선두에는 항상 주신교단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인리히의 강렬한 눈빛이 사이먼을 꿰뚫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온 위압감이 사위를 압도하고, 이 자리의 모두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이번 일의 실책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와 교단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겠지요.”

침묵에 잠긴 대회의장.

이 넓은 공간에 오로지 하인리히의 목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공허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불사왕과의 싸움에서 가장 앞에는 제가 있을 것입니다. 부득이 물러날 상황이 된다면,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것도 제가 되겠죠.”

또한 전쟁에서 그런 행보를 보이는 건 단순히 성자인 그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주신교단의 모두가 그와 마찬가지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불사를 테고, 그것은 불사왕을 완전히 이 땅에서 몰아내는 그날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겠지.

“···지금까지, 주신교단이 그래왔듯이.”

그렇게 그의 말이 끝났음에도, 장내에는 여전히 숨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전과는 확연히 변해 있었는데.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고, 인상을 찌푸렸던 이들도 표정을 펴며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사실 하인리히가 한 말은 ‘실수는 인정할 테니, 앞으로 수습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 좀 봐 달라.’ 정도로 해석할 수 있었지만···.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이 주신교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에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었다.

거기엔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도 한몫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간 보여 왔던 모습이었다.

오랜 세월 쌓여온 믿음과 신뢰는 이미 고정관념으로 굳어져, 그 자체로 무형의 자산이 되어 막강한 권위를 가지게 된 것이다.

“···뭐, 두고 보도록 하지요.”

그리고 그것은 사이먼 황태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댈 뿐이었다.

이미 분위기가 바뀐 순간부터 원래의 목적이 실패했다는 것을 깨닫고, 재빠르게 노선을 변경한 것.

‘과하면 모자람만 못 하지. 일단 이 자리에선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군. 기회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거다.’

물론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었다.

그의 가라앉은 눈빛이 모두의 시선을 끌어당길 듯 존재감을 발산하는 하인리히에게 향했다.

신실하고, 고결하며, 정의감에 가득 찬 강인한 성기사.

‘성자, 하인리히···.’

그리고 그와 비슷한 시선을 보내는 이는 한둘이 아니었다.

그 강렬한 인상은 모두의 뇌리에 깊게 새겨졌고, 그에 따라 온갖 감정이 담긴 시선이 하인리히에게 집중되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성자 데뷔라고 봐도 되리라.

‘휴— 겨우 수습했네.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선방한 거겠지?’

물론 그는 그저 자기가 싼 똥을 치웠을 뿐이었지만.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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