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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136화

42장 기만 작전(2)

나는 전황을 살펴 때를 기다렸다.

이왕이면 본래 오스프리트와 정해놓은 작전이 이루어지길 바랐다.

지금 오스프리트는 헬드레를 기다리고 있다. 본래의 작전은 헬드레를 유인하고 오스프리트가 그를 붙들었을 때, 내가 엑스칼리버를 그에게 던지는 것이었다.

헬드레를 공중에서 구속하는 방법, 엑스칼리버의 힘을 제어하는 방법. 그 전부를 오스프리트와 함께 머리를 굴리며 작전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 전부가 가능했던 건 오스프리트의 어마어마한 능력과 지식 덕분이었다.

헬드레라고 해도 페넬로페의 천과 엑스칼리버의 조합을 정면으로 맞았다간 반드시 죽는다. 막아낸다고 해도 무사할지 어떨지.

‘하지만 헬드레는 오지 않아.’

공중철도가 있는 이 장소가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나, 헬드레가 움직이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그 조건에 키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그를 부르기 위해선.

‘미안해요, 교장 선생님.’

둘이서 함께 열심히 작전을 세워봤으나, 이 작전에는 구멍이 너무 많다.

오스프리트가 헬드레의 움직임을 붙잡는 것과 엑스칼리버를 제어하는 것 모두. 실패 확률이 너무 높고 애초에 헬드레가 오지 않으니 작전이 시행될 수도 없다.

스읍-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메노소르포.”

하나의 발언으로 뻗어나가는 마법진의 영역.

당연히 스카일러와 톰슨이 눈치채지만, 상관 없다. 나에게 한눈팔아도 될 정도로 이사마야와 파스칼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메노소르포, 직조

등급 – 신위(神位)

크리셀라카토스, 이오케이라

나는 양손에 활과 화살을 들었다.

이전 크라켄을 조준했을 때는 오러를 크리셀라카토스에 밖에 담지 못했다. 놈을 맞춘다는 일념이 강했고, 시간이 지나치게 촉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파앗-!

나는 활을 당겨, 활과 화살에 오러를 담았다. 늘 그랬듯 이 활에 엄격한 조준 따위는 필요치 않다. 내 눈이 톰슨과 스카일러를 담으면 될 뿐이다.

자아, 이번에는 활과 화살 모두의 오러를 담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기대를 품고, 나는 시위를 놓았다.

* * *

톰슨과 스카일러는 서로 다른 장소에 있었으나, 이미 전투를 지속할 집중력이 끊어졌다.

반대편 절벽 위의 남자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섬뜩한 마력이 파도처럼 발 밑을 쓸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치하고 있는 이사마야와 파스칼조차, 프론디어에게 신경을 빼앗기고 있다는 거였다.

‘대체 뭔 짓을 하려고…….’

톰슨은 위치상 정면으로 프론디어가 보이고 있었다.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그런데 그만큼 무서운 일이기도 했다. 프론디어가 활을 당기고 있는 무시무시한 기세를 눈으로 직접 보고 있어야 했으니.

그런데 조준이 조금 이상했다. 그 화살은 톰슨도, 스카일러도 향하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그 중간 즈음, 좀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저대로 쏘면 허공을 가를 뿐이다.

‘흥. 발사 직전에 조준을 틀어 공격하겠다는 건가?’

톰슨은 눈을 낮추고 프론디어가 활을 쏘는 것을 기다렸다. 언제 쏘든, 얼마나 대단한 화살이던 간에 단번에 쳐낼 자신이 그에게는 있었다.

그러나 프론디어는 허공을 조준한 그대로 시위를 놓았다.

“허?”

톰슨은 활의 궤도를 보며 어이가 없어 소리내었다.

아마 스카일러도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화살은 하늘을 향해 전혀 엉뚱하게 날아가고 있었다.

“뭐야, 저 화살은. 어디다가 쏘는-”

톰슨의 말을 끊어내듯, 화살은 허공에서 터졌다. 펑, 하고.

‘……그렇군! 저게 그 유명한 ‘폭죽’인가!’

톰슨은 그제야 떠올렸다. 프론디어에 대한 한 가지 정보. 신뢰도가 낮아 반쯤 흘려듣긴 했으나, 희미한 기억을 용케도 건져올렸다.

콘스텔에는 얼마 전 마물이 습격한 사건이 있었고, 도주하는 마물들을 단번에 절명시킨 화살의 비가 있었다고 들었다. ‘폭죽’이라고 부른다고.

그렇다면 저놈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 프론디어라는 말이 된다.

‘정신 나간 놈. 제 스스로 얼굴을 우리 앞에 들이밀다니!’

이 화살비만 막으면 넌 죽은 목숨이다. 톰슨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펑-!

펑, 퍼엉-!

한 번 공중에서 터져 분열되는 화살들이 또 허공에서 터졌다.

“……뭐?”

마치 예열이라도 하듯 간간히 허공에서 터지던 그것들은.

퍼버버버버버벙-!!!!

처음에 분열된 화살들이 모두가 제 소리를 내며 허공에서 분열되었다. 첫번째 화살에서 어림 잡아 족히 100개는 넘을 정도로 분열된 화살들 제각각이, 또 그만큼의 수를 다시 분열시켰다.

……그럼 몇 개냐?

“허, 아니, 잠깐.”

기록과 다르다. 아무리 그래도 저만한 수의 화살은 아니었을 거다.

그도 그럴 게 저 정도 숫자면 한 발이면 마물을 일소하고도 몇 배는 남지 않는가. 기록으로는 화살 숫자가 부족해서 몇 개의 ‘폭죽’이 더 날아왔다고 했는데.

‘새까맣다.’

톰슨은 하늘을 보며 단순한 생각을 했다.

하늘이 새까매졌다. 아니, 화살 모두가 빛을 발하고 있으니 그건 새까매졌다기 보다는, 그건, 그러니까.

그저 비였다. 빛으로 된.

이오케이라의 특성, 낙우.

‘비가 되리라.’

“설마 저걸, 진짜로.”

톰슨의 생각대로, 또한 비로써, 비답게.

새까만 빛무리가 그들을 향해 정확하게 추락했다.

‘말도 안 돼! 자기 아군까지 공격할 셈인가!’

톰슨은 떨어지는 비를 보며 경악했다. 저만한 수, 이 일대를 빈틈없이 채우고도 남는다. 톰슨 본인과 스카일러는 물론, 파스칼과 이사마야 또한 당연히 그 범위에 들어간다.

한데, 화살은 기이한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모두는 보다 높이 허공에 떠있는 오스프리트를 피하고, 오로지 두 개의 지점으로만 그 궤도를 바꾸어 쇄도했다. 오직 톰슨과 스카일러를 향해.

“헉……!”

톰슨은 의수를 들었다. 설치된 촉수들이 모조리 튀어나왔다. 오러를 둘러 빈틈을 방비했다. 무릎을 꿇고 피격면적을 최소한으로 낮췄다.

그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모든 방어 태세였다.

허나.

콰과과과과과-!!

시끄럽게 대지를 울리는 화살의 장대비, 그러나 그건 장대비 따위가 아니었다.

“컥! 커흑! 어억……!”

세차게 돌고 있는 의수의 돌풍은 화살을 밀어내지 못했다. 의수 자체도 모든 화살을 막지 못했다. 그 사이를 꿰뚫고 무자비한 공격이 톰슨에게 꽂혔다.

톰슨은 더더욱 몸을 수그렸다. 의수로 얼굴을 가리고 거북이인 양 쭈그렸다.

추한 모습이었으나 그딴 걸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이를 악물고 고통이 멈추길 기다렸다.

악문 이 사이로 피가 흘러 바닥에 흘렀다. 처박은 얼굴에 자신이 흘린 피가 지저분하게 묻었다.

……화살비는 오래도록 쏟아졌고, 그것이 지나간 뒤 톰슨은 걸레짝처럼 지면에 엎드려 있었다.

오러를 뚫고 들어온 공격들에 옷이 찢어지고 피가 흘렀다.

“끄윽, 푸흐, 허억……!”

톰슨은 괴상한 소리를 뱉었다. 방금 그 공격 한 번에 모든 오러를 거의 날려먹었다. 의수로 쳐내고, 오러를 젖먹던 힘까지 꺼내고, 그의 옷 자체가 훌륭한 방어구였음에도 이 꼴이었다.

그 공격이 또 오게 된다면. 그때는.

톰슨은 벌벌 떨면서 얼굴을 들었다. 그의 예상대로, 이사마야는 멀쩡했다. 그 장대비 안에서 기가 막히게도 상처 하나 없었다.

“허, 허억……!”

이사마야는 이번 공격으로 확신했겠지. 저 화살은 절대로 이사마야를 공격하지 않는다. 오직 적만을 노리는, 부당하기 짝이 없는 기술.

그러니 다음 장대비 속에서 이사마야는 거침없이 톰슨을 공격할 것이다. 화살과 이사마야의 공격. 그 협공에 톰슨이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그래. 스카일러는……!’

톰슨은 저 멀리, 절벽 아래에 있는 스카일러의 모습을 찾았다.

멀리 있기에 정확하진 않으나 스카일러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 또한 무릎을 꿇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쪽으로의 지원은 불가능하다.

‘안 돼. 이래서는, 이곳에서의 계획은 실패했어. 도망쳐야 돼. 도망쳐서, 다음 작전을 강구해야.’

톰슨은 생각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그러나 너무도 치명적인 습격.

‘도망쳐. 엉뚱한 생각하지 마. 판단을 잘못했다간 적의 노림수에 걸려들 뿐이야. 넌 똑똑하잖아. 냉정해져라. 냉정해져.’

톰슨은 적의 생각, 즉 프론디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깨달았다. 그의 계획은 그저 스카일러와 톰슨에게 데미지를 주는 것이 아니다.

놈은 분명 인더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배신자 때문인지 뭔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

‘도망쳐야 돼!’

톰슨은 소리가 되지 않은 외침을 뱉었다.

‘키안!!’

* * *

“거기까지야.”

내가 다음 화살을 준비했을 때,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아주 그리운 목소리라고 할까.

시위를 당기고 있는 나를 향해 소녀가 다가왔다.

소녀는 나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공격적인 자세였다.

“그 활, 내리지 않으면 목이 날아갈 거야.”

“무섭네, 키안.”

나는 소녀의 이름을 말했다. 소녀의 눈이 커졌다.

그러나 곧 그 눈은 가라앉아, 살기를 띠기 시작했다.

“역시, 정보가 새고 있구나.”

배신자라는 키워드는 키안의 머릿속에 잘 박힌 모양이다.

키안은 나를 보며 ‘찾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활, 내려.”

키안은 나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대로 했다. 천천히 활을 내렸다. 어차피 놈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저정도로 전투불능이 되었으니 충분하다.

처음부터 난 놈들을 인질로 만들 생각이었다. 키안을 끌어들일 인질. 저 중 누군가는 내 의도를 짐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제 와서는 별 의미 없다.

키안이 내 앞으로 왔으니.

“뒤는 절벽이야. 이제 포기해.”

키안은 내게 말했다. 실제로 절벽 위에서 화살을 쏘았고, 키안이 내 뒤에서 다가왔으니, 그녀의 말이 맞았다. 나는 지금 도망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면 왜.

키안은 당장에 나를 죽이지 않은 것일까?

이것은 확인해 볼 가치가 있었다.

나는 키안을 보며 물었다.

“크라켄이라고 알아?”

“……그딴 식으로, 속 떠보는 짓, 하지 마.”

알고는 있네.

“그 녀석이 말하던데, 나는 인더스의 혁명을 위한 ‘제물’이 될 거라고.”

키안의 눈가가 꿈틀했다. 그녀로서는 크라켄이 멋대로 그런 소리를 지껄인 게 마음에 들지 않겠지.

원래 주절주절 떠드는 걸 좋아하는, 게다가 인간을 무시하는 성질의 크라켄이라면 당연히 할 만한 이야기이긴 했으나, 지금 키안의 머릿속에는 ‘배신자’라는 키워드가 있다.

“……그래서? 제물이 되고 싶지 않다는 거야? 그런 거래를 하고 싶어?”

“하하하, 아니, 그럴 리가.”

크라켄이 노린 건 나에게 ‘공포심’을 주는 것이다. 아마 틀림없다. ‘제물’이라고 불리면 막연히 사람은 두려워하기 마련이니까. 특히 크라켄처럼 정체도 모르는 것이 와서 지껄이고 가면.

그러나 나에겐 그 또한 정보일 따름이었다.

“궁금해져서 말이야.”

“뭐가?”

“내가 얼마만큼 중요한지. 제물로서의 가치가 어떤지. 제물이라는 건 다른 누군가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인지.”

“……?”

키안의 고개가 기울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그게 좋다. 그래야 내 움직임이 한 발 앞서니까.

나는 키안을 보며 한 번 미소지었다. 돌연 보여주는 상대방의 미소는 본 사람의 생각을 아주 잠깐 멈추게 한다. 셀레나에게 배웠다.

그 사이.

“뭐, 뭐하는-!”

키안의 외침을 뒤로하고,

나는 절벽을 향해 몸을 던졌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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