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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8

137화.

강진후의 말 한마디에 뱅크런이 일어났고, 호성저축은행은 영업정지 되었다.

예금을 맡긴 당사자들은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었지만, 관련 없는 사람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상황을 지켜보았다.

-ㅋㅋ각하 VS 오타쿠 2라운드 시작이네.

-2천억 예금하겠다고 접근한 건 떡밥이었나?

-페이크다, 이 ㅂㅅ들아!

-그런데 왜 호성저축은행의 부실을 지적한 거지?

-각하 사돈댁이니까. 각하 사위가 거기 전무잖아.

-이건 제대로 한 판 붙자는 각인데.

-진짜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근거는 있는 거야?

-설마 근거 없이 말했겠어? 그랬으면 진짜 구속감이지.

-왜? 풋옵션 샀을 수도 있잖아.

-개인적으로 강진후는 싫어하지만, 돈에 관련된 문제면 무조건 강진후 말 따르는 게 맞다고 본다.

-강진후는 아무리 봐도 사기꾼 같음. 몇 년 못가 회사 망하고 구속될 듯.

-꼭 이런 놈이 막상 강진후가 추천종목 찍어주면 제일 먼저 달려가서 삼.

-ㅋㅋ인정.

호성저축은행 본점이 위치한 지역은 시장은 물론, 구청장, 군수 등도 대부분 한국가당 소속이고, 시의원과 구의원들 역시 한국가당이 과반을 차지했다.

국회의원 역시 12석 중 9석이 한국가당이고, 나머지 3석 중 2석도 한국가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의원들이다.

만약 정말로 호성저축은행이 부실로 파산하면, 그 후폭풍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때문에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국회의원, 지방의원 할 것 없이 전부 나서서 호성저축은행은 안전하다고 말하며,지역민심을 다독였다.

* * *

김순례는 시장 구석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밥장사를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했다. 그렇게 돈을 벌어 무사히 다섯 자녀를 공부시키고 결혼시켜 내보냈다. 중간에 IMF가 터지며 주식하던 남편이 투자한 돈을 전부 날린 것도 모자라 빚까지 졌지만,악착 같이 일해서 다 갚고 저축도 들었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분명히 몸이 점점 힘들어졌다.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남은 소망은 죽을 때까지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사는 것이다.

다행히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꼬박꼬박 저축해 그럭저럭 목돈을 만들어놓았다. 이 정도면 부부가 노후를 보내는 데는 큰 무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강진후가 호성저축은행의 부실을 지적하며 예금을 빼라고 종용했다.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은 발칵 뒤집어졌다. 상인들은 대부분 하루하루 번 돈을 호성저축은행에 예금하고 있었다.

김순례는 상인들과 함께 새벽부터 은행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이미 지점 앞에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어떻게든 돈을 찾으려 했지만, 은행은 개점한 지 한 시간도 안 돼 영업을 중단했고, 상인들은 장사도 포기한 채 그 자리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은행 망하면 돈 다 날아갈 텐데.”

“거 참! 재수 없는 소리 말어!”

“아니, 나도 걱정되니까 한 말이지.”

이대로 무슨 일 생기는 건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데, 다행히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일제히 나서서 아무 일도 없을 거라 말했다.

덕분에 험악했던 분위기가 좀 가라앉았다.

본점에서는 고객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줘서 돌려보내려는 지시를 받은 박준상 지점장은 직원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그는 확성기에 대고 말했다.

“다들 정부발표 들으셨을 겁니다. 강진후가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헛소문을 퍼트렸고, 그로 인해 잠시 문을 닫았을 뿐,금방 다시 영업이 재개 될 겁니다. 그러니 아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지금부터 번호표를 나눠드리겠습니다. 영업재개하면 번호표 순서대로 처리해드릴 테니, 받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언제 은행 문이 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먼저 온 순서를 두고 약간의 소란이 있긴 했지만, 사람들은 일단 번호표를 받아들었다.

김순례는 번호표를 나눠주는 하은지의 손을 붙들었다.

“은지 양. 내 돈은 괜찮은 거지? 그거 내 전 재산이여. 그 돈 없으면 나랑 영감님이랑 다 죽는 거여.”

하은지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다.

“며칠만 지나면 금방 해결될 거예요. 대통령도 정치인들도 다 괜찮다고 하잖아요.”

그 말에 김순례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맞아. 대통령님이 어떤 분이신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훌륭하고 높으신 분 아니여? 그런 분이 괜찮다고 하셨으면, 진짜 괜찮은 거겠지.”

“그럼요.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하지만 김순례는 쉽게 불안을 떨치지 못했다.

“정말 그 강진후인가 뭔가 하는 놈의 말은 신경 쓸 필요 없는 거지?”

그러자 옆에 있던 한 할아버지가 호통을 치듯 말했다.

“그 자식 완전 사기꾼이여. 이런 식으로 헛소리 지껄여서 불안하게 만든 다음 남의 등쳐먹는 쓰레기 같은 놈이랑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맞장구 쳤다.

“아주 그냥 악질적인 놈이야.”

“이런 짓 해서 돈 벌어먹은 게 한두 번이 아니래요.”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 대통령께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돈댁이 운영하는 저축은행을 망하게 놔두겠어?”

“그럼! 호성저축은행은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 아닌가? 이렇게 큰 은행이 망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그냥 그 나쁜 놈이 헛소문 퍼트린 거여!”

사람들은 일제히 은행이 아닌 강진후를 성토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호성저축은행이 파산할 경우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니 무조건 대통령 말이 맞고 강진후 말이 틀려야 한다.

그것은 믿음이라기보다는 바람이었다.

어쨌거나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자 김순례는 걱정을 좀 덜 수 있었다.

박준상은 슬쩍 말했다.

“내일 강진후가 이곳 검찰청으로 조사받으러 온다고 합니다.

시장상인 한 명이 손을 들며 소리쳤다.

“우리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그놈 낯짝이나 한 번 보러갑시다!”

그 말에 사람들은 일제히 동의했다.

“좋소! 갑시다!

* * *

사람이 살면서 검찰청에 갈 일이 얼마나 있을까?

이번에는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해당 지역의 지방검찰청이다.

때문에 피의자 조사를 받기위해 차를 몰고 내려가야 했다. 혼자 가도 된다는 걸 택규가 굳이 따라 왔다.

난 가는 길에 걱정하고 계실 어머니를 위해 미리 전화를 드렸다.

[넌 왜 또 쓸데없는 말을 해서 문제를 만든 거야?]

“어머니. 그게 아니라…….”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텐데, 대체 누굴 닮아서…….]

한바탕 잔소리가 끝난 다음 어머니는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이번엔 진짜 구속 안 되는 거지?]

“그럼요. 그냥 조사만 받는 거예요.”

[너 이번에 구속되면 엄마 쓰러진다는 것만 알아둬.]

“알았어요. 걱정 마세요.”

난 최대한 어머니를 안심시켜드린 다음 전화를 끊었다.

택규가 물었다.

“그런데 진짜 변호사 없어도 돼? 재벌회장님들처럼 전관변호사들로 어벤저스를 구성해야 하는 거 아니야?”

“뭐, 그럴 것까지야.”

그 사람들이 켕기는 게 많아서 그런 거고. 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검찰청에 도착할 때쯤 택규가 말했다.

“니가 온다는 사실이 알려진 모양인데. 저기 환영인파 봐봐.”

검찰청 앞에는 마치 시위라도 하듯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려 있고, 경찰병력이 주변을 통제했다.

“현수막에 ‘금융사기꾼 강진후를 구속하라’고 적혀있는데.”

“…….”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의 노인들이다. 아마 다들 호성저축은행 예금자들일 것이다.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누군가의 발언으로 내가 돈 넣어놓은 은행이 문을 닫았다면, 나도 똑같은 심정이었을 테니까.

“창문 내리고 손 한 번 흔들어줘.”

“……그랬다가는 맞아죽지 않을까?”

정문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난 외침을 들을 수 있었다.

“투기꾼 강진후를 처벌하라!”

“처벌하라!”

“사기꾼 강진후를 구속하라!”

“구속하라!”

차는 검찰청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포토라인이 설치되어 있고, 기자들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든 채 대기 중이었다.

“잘 갔다 와.”

“이따 보자.”

난 차에서 내려 포토라인에 섰다.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가 쉴 새 없이 터지고, 기자들은 일제히 질문을 던졌다.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혐의를 시인하십니까?”

“어떤 목적으로 그런 발언을 하신 겁니까?”

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뉴스에 내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가겠구나. 아마 박시형도 이 모습을 보고 있겠지?

난 카메라를 보며 준비해온 대사를 말했다.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들어가려는데, 한 기자가 소리쳤다.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없습니까? 그냥 들어가지 마시고 사죄의 말씀이라도 한마디 하시죠!”

다름 아닌 조중일보 기자였다.

난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제가 왜 사죄를 해야 합니까? 이번 일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건 분식회계로 부실을 숨긴 호성저축은행의 경영진들과 그것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감독기관의 잘못입니다. 사죄는 당연히 그들이 해야 할 겁니다.”

* * *

검사는 피의자의 생사여탈권(기소권)을 쥐고 있다. 때문에 죄가 있든 없는 검찰에 오면 주눅이 들기 마련이다.

게다가 똥개도 제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처럼 검찰청은 검사의 홈그라운드다. 반면 처음 온 사람에게는 낯선 환경이고.

하지만 나는 이미 구속까지 한 번 당해본 몸. 그래서인지 별로 긴장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귀찮다는 마음이 더 컸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어야 하나?

난 조사를 받을 검사실로 안내되었다.

이름은 양선호. 30대 초반의 젊은 검사였다.

“앉으시죠.”

“예.”

난 편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40대 후반 정도에 머리가 벗겨진 조사관이 버럭 화를 냈다.

“다리 꼬지 마세요! 젊은 사람이 검사님 앞에서 버릇없게 뭐하는 짓입니까?”

딱히 건방 떨 생각은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다리를 꼬고 있었던 모양이다. 꼰 다리야 풀면 그만이지만, 윽박지르듯 말하는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든다.

난 그에게 물었다.

“검사 앞에서 다리를 꼬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

“뭐, 뭐요?”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전 범죄자나 용의자가 아니라, 조사받으러 온 일반인입니다. 무죄추정원칙 몰라요? 단지 고소당했다는 이유만으로 바쁜 시간 쪼개서 조사받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은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조사관은 기가 차다는 표정이었다.

막나가는 범죄자가 아니고서야 검사실에 와서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양선호 검사는 손을 내저었다.

“괜찮습니다, 조사관님.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앉아계세요.”

“알겠습니다.”

조사관은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신분증 가져 오셨습니까?”

“예.”

먼저 신원을 확인한 다음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육하원칙에 의거한 뻔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런 발언을 한 이유가 뭡니까?”

“말한 그대로입니다. 예금을 하려고 자료를 분석해 보니, 분식회계로 대규모 부실을 숨기고 있다고 의심이 됐으니까요.”

“명확한 증거가 있습니까?”

“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이 더 많을 텐데, 숫자에 이상이 없다면 조작을 의심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냥 의심일 뿐이라는 거군요.”

“합리적인 의심이죠.”

“그럼 본인의 발언으로 뱅크런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건 알았습니까?”

몰랐다고 말하는 편이 좋겠지만…….

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표정에서 놀라는 빛이 떠올랐다.

“알면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겁니까?”

“어차피 호성저축은행은 파산할 거고, 예금 받은 돈 다 못 돌려줍니다. 이런 와중에 각 지점 창구에서는 고객들 상대로 장기예금을 받고 후순위채권을 신나게 팔아치우고 있습니다. 차라리 지금 터지는 게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길이에요. 적어도 추가 피해는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위사실로 판명되면 처벌받게 될 겁니다.”

난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위사실 유포해서 멀쩡한 저축은행 영업정지 시켰으면 처벌받는 게 당연하죠.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말이 맞으면 어떻게 될까요?”

서민들 돈 받아다가 부실대출해준 놈, 그거 숨기느라 장부조작한 놈, 알면서도 눈감아준 놈, 뒤에서 돈 받아먹은 놈 등등.

그놈들 전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박시형 역시.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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