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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9

139화 새로운 교수

139화 새로운 교수

저택을 둘러싼 넓은 정원은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풍경으로 가득했다. 다양한 색깔의 장미들이 곳곳을 알록달록한 빛으로 수놓았고, 우거진 초록 잎사귀들 사이로는 꿀벌과 나비들이 춤을 추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주위를 꽃향기로 물들이고 있었다.

저택의 내부는 화려함과 우아함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높은 천장. 호화로운 샹들리에. 벽에 걸린 고급스러운 태피스트리와 오래된 그림들. 그 아름다운 저택의 집무실에서, 오필리아 플랑브아즈 공작은 그녀의 오랜 친구이자 측근인 바스티안 브르타뉴에게 보고받고 있었다.

“용병 도시 페르디나에서 온 아이들이라는 거군요.”

“알아본 바로는 용장 루카스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아르카넘 홀의 입학시험을 치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용장 루카스.

아니, 페르디나 평의회 의장 루카스라면 오필리아도 알고 있다.

“카인 시니야카와 데미안 시니야카는 친형제가 아니었습니다. 카인 시니야카는 ‘오스카’라는 자가 이끌던 검은 갈기 용병단 출신이고, 데미안 시니야카는 ‘쿠’라는 이름의 떠돌이 용병과 함께 생활하다가 페르디나에 들어섰습니다. 오스카라는 자는 오를리안 왕국의 영지전에서 사망했고, 쿠라는 자는 행방이 묘연합니다.”

“그 아이들이 용병이었다고요? 마법사가?”

“조사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오필리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용병 일을 하는 마법사도 있다.

하지만 마법사는 전사에 비해 아주 희소한 존재고, 따라서 용병 일을 하기보다는 적당한 귀족의 곁에서 호화로운 삶을 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카인 시니야카와 데미안 시니야카는 비슷한 시기에 페르디나로 흘러 들어갔고, 함께 용병 일을 하며 가까워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그전부터 데미안 시니야카는 몇 명의 동료와 함께 페르디나에서 잡화점을 운영했습니다. 그런 데미안 시니야카를 카인 시니야카가 용병단을 꾸려 도왔습니다.”

“두 아이가 같은 성씨를 가진 이유는 뭐죠?”

“의형제를 맺은 듯합니다. 참고로 카인 시니야카는 지난 오를리안 왕국과 티롤 왕국 간의 전쟁에서 크게 활약하며 ‘시니야스트레’라는 이명을 얻었습니다.”

시니야스트레.

엘프의 언어다.

의미는.

“푸른 매.”

“시니야카라는 성씨는 시니야스트레에서 따온 듯합니다. 아울러 카인 시니야카가 창단한 용병단의 이름 역시 ‘푸른 매’입니다. 현재는 ‘마르셀’이라는 자가 단장 대리를 맡고 있으며, 페르디나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용병단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데미안 시니야카가 운영했던 잡화점이 아주 크게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오를리안 왕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거대 상단으로 변모했으며 테오도르 램버트, 휴고 랑베르라는 자가 데미안 시니야카와 함께 공동 상단주로 등록돼 있습니다.”

“그 나이에 거대 상단의 주인이라. 재미있군요.”

오를리안 왕국은 부유한 나라다.

그곳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상단을 소유했다면 상당한 부를 축적했을 것이다.

“분명 페르디나 평의회와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겠군요. 그 때문에 평의회 의장이 아르카넘 홀에 입학할 수 있도록 나선 것일 테고요.”

“그런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런데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뭐죠?”

“카인 시니야카가 페르디나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약 2년 전입니다. 그리고, 이전의 행적이 묘연합니다.”

오필리아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2년 전이라면.

“하센베르크의 멸망 시기와 겹치는군요.”

오필리아는 다리를 꼬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생각을 정리할 즈음 바스티안이 말했다.

“명하시지는 않았지만 루나 크라소타와 세실리아 크라소타에 대해서도 조사했습니다. 두 사람 역시 ‘쿠’라는 용병이 페르디나로 데려온 듯하며, 세실리아 크라소타는 데미안 시니야카가 운영하던 잡화점에서 점원으로 일한 기록이 있습니다. 카인 시니야카, 데미안 시니야카, 세실리아 크라소타, 루나 크라소타는 그 일을 계기로 친분을 쌓은 것으로 보입니다.”

“즉, 그 아이들의 중심에는 모두 ‘쿠’라는 떠돌이 용병이 있다는 거군요.”

“그자의 흔적을 찾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알아낸 것은 그가 어느 이름 모를 용병단의 단장이라는 것과 브리앙스 백작령의 루베르 자작과 연이 있다는 것, 그리고 페르디나의 용장 루카스와 친분이 있는 관계라는 것 정도입니다.”

“그 사내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공작.”

오필리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바스티안이 집무실을 떠났다.

잠시 말없이 의자에 앉아 있던 오필리아가 입술을 떼었다.

“언제까지 숨어있을 생각이죠?”

“어머. 알고 계셨나요?”

목소리와 함께, 커튼 뒤에서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모르가나.”

“오랜만이네요? 오필리아 플랑브아즈 공작.”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죠?”

“그렇게 기분 나빠하지는 말아요. 저는 당신께 알려드릴 소식이 있어서 온 거랍니다?”

오필리아는 살짝 인상을 구겼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다.

모르가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비밀을 공유한 사이잖아요. 플랑브아즈 공작.”

“뭐죠? 그 소식이라는 건.”

“일루산 블레오파드의 축출.”

오필리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모르가나가 손끝으로 입술을 가리며 동그랗게 눈을 떴다.

“어머. 깜짝 놀란 건가요? 당신은 기뻐할 줄 알았는데요? 일루산 블레오파드가 사라지면 당신이 하센베르크 가문의 멸망을 사주한 일도 비밀이 되는 것 아닌가요?”

오필리아의 입가에 사나운 미소가 맺혔다.

모르가나는 지금 말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런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지 말아요. 아무리 저라도 당신과 싸우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일루산은 어떻게 됐지?”

“그래요! 그렇게 존대하지 않는 말투가 저는 더 편하답니다? 앞으로도 부디······ 아······, 알겠어요. 대답하죠. 일루산 블레오파드는 죽었어요. 베타와 감마도요.”

“네가 죽였나?”

“그럴 리가요. 제가 일루산을 흠모하고 있었다는 것은 당신도 알고 있었을 텐데요? 아아, 그 매력적인 사내가 그렇게 허무하게 가버리다니. 일을 벌인 건 네몬 블레오파드예요. 그가 말하더군요. 일루산은 죽었다고. 물론 네몬 블레오파드는 뱀 같은 사내라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요.”

“그렇다면 암영의 수장은.”

“네몬 블레오파드가 차지했답니다.”

모르가나가 눈웃음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영애께서 아르카넘 홀에 입학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답니다? 그것도 수석으로 말이에요! 참 대단도 하시지. 그런데 공작. 아까 보니 공작께서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신 모양이더군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어쩌면 제가 답을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모르가나가 과장된 궁정식 인사를 하며 말했다.

“카인 하센베르크에 대해.”

***

강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수많은 학생이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일까 데미안. 갑자기 전 학년을 강당으로 소집하다니.”

루나의 목소리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왜 우리를 여기 모은 거지?”

“무슨 중요한 발표가 있나 본데?”

“블레이드 앤 아르카넘 페스트에 관한 전달 사항이 아닐까?”

“설마. 눈의 축제는 아직 멀었잖아.”

블레이드 앤 아르카넘 페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에 나도 들었다. 3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큰 축제이고, 올해 겨울에 개최될 것이라는.

“데미안. 데미안. 축제에 관한 이야기인가 봐.”

기대하는 표정으로 말하는 루나의 목에서 목걸이가 반짝였다. 부서진 땅에서 내가 루나에게 주었던 목걸이. 아르카넘 홀에 입학한 뒤 언젠가부터, 루나는 저 목걸이를 늘 착용하고 있다.

잠시 후, 단상 위로 이자크 펠리온 교장을 포함한 교직원들이 나타나자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사그라들었다.

“친애하는 블레이드 앤 아르카넘 홀의 학생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이곳에 모이도록 한 이유는 아주 중요한 발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교장이 단상 가운데로 나서며 말했다.

“저는 여러분 모두가 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한 여러분들에게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오늘 우리는 새로운 교수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조용히 경청했다. 내 곁에 선 루나, 세실, 카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옆에는 아리엘과 미아, 그리고 앙투안이 서 있었다. 아리엘은 세실과 아주 조금 가까워진 것 같다.

“새로운 교수님은 여러분이 마법의 경계를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하실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의 사고와 지식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주실 것입니다. 여러분. 마법학부의 특별 교수님을 박수로 맞아 주십시오.”

학생들의 커다란 박수 소리와 함께, 누군가 단상을 걸어 교장의 옆에 섰다.

새로운 교수의 얼굴을 확인한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마 루나와 세실, 카인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안녕하세요 블레이드 앤 아르카넘 홀의 학생 여러분! 이번에 마법학부에 부임하게 된 특별 미녀 교수, 엘리시아 프림로즈입니다! 아하하하하!”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엘리샤였다.

***

“어떻게 된 거죠?”

“어떻게 되긴. 제국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방법을 찾은 거지. 알고 있어? 아르카넘 홀의 교수는 무려 황성에도 출입이 가능하다고.”

밤이 내린 숲속에서 엘리샤가 히죽 웃었다.

카인은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닐 텐데요.”

“물론 그렇지. 이번에도 루카스 의장이 힘깨나 쓴 모양이야. 아, 루카스 의장은 제국의 내전에도 여러 번 참여한 적이 있거든. 그건 그렇고 급여가 너무 적어! 나는 아르카넘 홀의 교수라면 엄청 많이 받을 줄 알았는데! 칫. 특별 교수라서 그런가.”

“그 특별 교수라는 건 뭐죠?”

“아아, 명칭만 그럴듯한 약식(略式) 교수야. 아르카넘 홀의 정식 교수가 되려면 인정받아야 할 절차가 많은 것 같더라고. 하지만 걱정 마. 약식 교수도 정식 교수의 특권은 대부분 누릴 수 있으니까. 빌어먹을 쥐꼬리만 한 급여는 빼고 말이지.”

엘리샤가 툴툴거렸다.

정말 어지간히도 급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아 맞다. 괜히 의심받으면 곤란하니까 다른 녀석들이 나를 아는 척하지 않게 미리 말 좀 해 줘. 특히 루나! 아까 강당에서도 보니까 어떻게든 내게 아는 척하려고 난리더라고. 막 눈을 부릅뜨며 눈치를 주는데도 몰래 인사라도 하는 줄 알았는지 내 표정을 막 흉내 내더라니까? 후······. 금발이 말리지 않았으면 단상으로 뛰어 올라왔을지도 몰라.”

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루나에게는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복잡했다. 엘리샤는 정말로 루카스 의장의 도움으로 아르카넘 홀의 교수가 된 것일까. 물론 루카스 의장은 상당한 권력가지만,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아르카넘 홀의 교수로 집어넣을 정도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카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혹시 엘리샤는 다른 방법을 통해 아르카넘 홀의 교수가 된 것은 아닐까.


           


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Status: Ongoing
The protagonist, an infinite regressor, found himself possessed within a novel where the original protagonist had gone mad and turned dark. Now, with my unique abilities, I must write a new ending for th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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