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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경매 (1)

현수가 받은 영주 만나기 퀘스트는 B급이었다.

그러나 고작 B급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이건 연계 퀘스트야.’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퀘스트가 연계되어 진행된다.

연계 퀘스트의 마지막까지 갈 시 퀘스트의 등급은 변화할 확률이 높다.

‘나한텐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어.’

또 현수는 어차피 광군주의 오래되고 녹슨 갑옷을 복원시켜야 했다.

“해 보겠습니다.”

곧 렐슨이 현수에게 추천서를 건네줬다.

“잘 가시게, 천재 대장장이 양반.”

렐슨과 인사한 현수가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고 얼마 후 현수는 초보자 마을에 입장했다.

이 초보자 마을에서 유저들은 여러 퀘스트를 하는 방법을 익힌다.

사실상 마지막 튜토리얼인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 진행하지 않고 곧바로 이 초보존을 벗어나는 편이었다.

현수는 먼 곳에 보이는 영주성을 발견했다.

그러나 영주성에 가기 전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급한 불은 껐긴 하지만.’

이제 내일이면 VVIP캡슐이 도착한다.

그리고 현수의 목적은 게임을 즐기는 것도 있었지만 돈을 벌기 위함도 있었다.

현수는 자신의 화상 흉터를 지울 수 있는 돈이 필요했다.

‘식비에, 월세에, 가스비에, 이번 달 치료 비용에…….’

아버지 병원비를 제외하고도 한 달에 최소 300만 원 이상의 돈이 필요했다.

실제로 날 갈기를 해서 이곳에서 이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확실시되었지만 갈 길이 멀다.

‘하루에 게임에서 최소 10만 원 이상씩은 벌어야 한다 이거지.’

그렇기 때문에 현수는 초보자 마을로 나오면 이용할 수 있는 ‘경매 게시판’을 이용해 볼까 한다.

경매 게시판을 통해 유저는 자신이 팔고자 하는 것 사고자 하는 것을 거래할 수 있었다.

“첫 판매네.”

현수의 가슴이 묘하게 떨렸다.

이곳에서 자신이 만든 아티팩트가 어느 정도 가치인지를 가장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었으니까.

‘내가 이 게임에서 처음 만든 검.’

현수가 인벤토리에서 꺼낸 현의 첫 번째 검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판매 전에 이런 류의 아티팩트의 시세를 확인했다.

‘70골드에서 120골드 사이?’

한화로 7만 원에서 12만 원 정도.

현수의 생각보다 값어치가 낮았다.

그는 금방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너무 저렙용이라 그러는구나.’

사실상 아레스에서 1~30레벨까지 유저들은 가장 빠르게 레벨 업 한다.

밥만 먹고 레벨 업 하는 이들은 일주일이면 해당 레벨에 도달하기까지 한다.

시세를 확인한 그가 경매장을 시작했다.

[판매자 이름을 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 경매 게시판이 좋은 점은 철저한 익명이 가능하다는 것. 캐릭터와 다른 이름으로 설정할 수 있다.

“현의 대장간.”

[현의 대장간 뜰이 최초 생성됩니다.]

[앞으로 언제 어디서든 경매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경매품을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가 판매 글을 작성했다.

[현(現)의 첫 번째 검.]

설명: 레벨 제한이 없기에 초보자분들이 무난히 사용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글을 작성하자 알림이 떠올랐다.

[경매 시작가를 정해 주세요.]

‘100골드 정도면 되려나.’

100골드는 10만 원의 현금 가치를 가진다.

등급은 좋아도 여러 여건을 보았을 때 이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더 가치 있다면 입찰자들이 경쟁하여 가격은 더 올라가겠지.

[100골드로 경매를 시작합니다.]

‘잘 팔렸으면 좋겠다.’

현수는 경매 시스템의 이것저것을 확인했다.

‘특이하단 말이지.’

아레스 경매 시스템은 특별함을 가진다.

판매자 구독 시스템이란 것도 있다.

판매자 구독 시스템은 해당 판매자를 구독하여 그 판매자가 뭔가를 올릴 때마다 알림이 뜨게 하는 기능이다.

‘보통 100레벨 대장장이들이 한 10명 정도 된다던데.’

대장장이들의 숫자는 많고 판매하고자 하는 물품은 많다.

그렇기에 이 구독자 수를 많이 가질수록 네임드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사람들은 올라간 아이템 밑으로 댓글을 달 수 있는 기능도 있었다.

[지훈: 현수야, 밥 먹고 겜하자.]

[현수: ㅇㅇ.]

현수는 영주성으로 가기 전 로그아웃했다.

***

블람은 한국에서 꽤 이름 있는 대장장이 길드인 황금방패의 길드원이었다.

황금방패는 아티팩트 제작 후 판매 또는 경매를 통해 사들여 다시 해체, 수리의 과정을 거쳐 재판매하기도 했다.

또 의뢰도 받고는 했다.

그 의뢰는 게임을 하고 싶은 정치인, 혹은 대부호. 또는 그냥 돈 좀 있는 분들의 의뢰다.

그들은 바빴고 게임할 시간이 없다.

그럼에도 초반에 남들보다 잘나가고 싶어 한다.

블람의 경우 길드에서 비중이 아주 작은 적은 사람이었기에 대부분 중소기업 대표분들 혹은 과거 린저씨로 활동했던 게임에 현질하고 싶은 분들 의뢰만 받는다.

얼마 전 블람은 한 중소기업 대표에게 이런 의뢰를 받았다.

‘제가 게임할 시간은 없지만 그래도 남들보다는 조금 더 특별하게 게임을 스타트하고 싶어서요.’

경매 게시판을 흩던 블람이 ‘1~50레벨 아티팩트’ 게시판에 들어갔다.

사실상 가장 거래가 없는 게시판이다.

들어가자 ‘오늘의 신규 베스트 아티팩트 1위’에 떠오른 검이 보였다.

“흐음, 1~50레벨 경매품치고 댓글이 좀 많네? 왜 그러지?”

의아한 표정을 지은 블람이 그를 클릭해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현의 첫 번째 검)

등급: 레어

내구도: 1,000/1,000

공격력: 36

제한: 1~30레벨.

특수능력:

·힘 2, 민첩 1 상승.

·액티브 스킬 발도.

설명: 가장 조잡한 재료로 탄생한 1레벨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검.

“……?”

블람은 고개를 갸웃했다.

‘현이라는 대장장이가 누구지?’

확실한 건 NPC는 아니었다.

일단 현재 경매 진행가를 확인했다.

[경매 시작가 100골드.]

[현재 입찰가 214골드.]

“……?”

초보존의 아티팩트치고 꽤 큰 금액이었다.

블람이 댓글들을 확인했다.

[와, 1레벨 착용 검이 214골드? 이 새끼들 ㅋㅋㅋ, 대가리 비었네.]

[레벨 30되면 사용 못 하는 검을 20만 원 주고 산다구요? 미쳤쥬~]

[우리나라 돈 많은 애들 개 많넼ㅋㅋㅋㅋㅋㅋ.]

[저런 레어 검들 흔하지 않나…… 퀘스트 깨서 NPC들이 주거나 한 것들.]

다시 한번 아이템 정보를 꼼꼼히 확인한 블람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건 니들이 멍청해서 하는 말이다.”

겉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다.

블람의 가슴이 떨렸다.

‘이건 사야 한다.’

순식간에 블람의 머릿속에서 중소기업 대표는 사라졌다.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입찰가는 올라가고 있었다.

[현재 입찰가 228골드.]

[현재 입찰가 236골드.]

‘이거 다른 대장장이 길드에서 냄새 맡은 거 같은데?’

블람도 서둘러 부길드 마스터에게 귓속말했다.

[블람: 부길마님, 이거 어느 정도 가격까지 입찰해도 되나요?]

[케이: 이거 뭐야?]

[블람: 경매 게시판에 올라온 아티팩트입니다.]

[케이: 일단 입찰 계속 쫓아가. 이거 특별하다.]

[블람: 그렇죠?]

[케이: 잠만, 나도 게시판 좀 확인해 볼게.]

곧 부길마가 다시 귓속말했다.

[케이: 일반 애들은 잘 모르네, 블람아. 너도 저거 왜 입찰 불붙은지 알지?]

[블람: 물론이죠. 가장 조잡한 재료로 탄생한 최고의 검이라고 써져 있잖아요.]

일반 유저들은 그냥 아 특별한 유저가 게임을 꽤 잘해서 얻은 검이구나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하나 짚어보면 대단하다.

‘최고의 검’이 붙었다는 건 그 레벨 대비 역대 최초로 탄생했다는 것.

가장 조잡한 재료라는 건 진짜 별 볼일 없는 재료로 만들었다는 것.

아티팩트는 사실 대장장이의 스킬 영향도 많이 받지만 재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런데 가장 조잡한 재료로 만들었다는 것.

[케이: 저거 강화해서 쓰면 개 쩐다.]

그래, 강화.

아레스도 아티팩트 강화란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강화는 모든 게임이 통용되는 조건이 있다.

‘조잡한 재료로 만들어진 것을 강화할수록 확률 상승.’

정말 조잡한 재료라면 강화 비용 자체도 적게 든다.

만약 강화만 잘되어도 50레벨까진 무난히 쓸 수 있다.

그리고 블람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입찰가를 쫓기 시작했다.

그러다 부길마 케이가 다시 귓말했다.

[케이: 블람아, 길마님이 저거 꼭 입찰받으라는데.]

[블람: 길마님이요?]

놀랍게도 황금방패의 길드의 마스터는 한국 랭킹 12위 대장장이였다.

보통 이런 잡일에는 신경 쓰시지 않는 분이시다.

[케이: 저거 이름 봐 봐.]

[블람: 이름이요? 이름이 왜요?]

블람이 곱씹어 봤다.

“현의 첫 번째 검…… 현의…… 음……?”

블람은 곧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첫 번째? 첫 번째로 제작한 검이라고……?”

블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음으로 제작한 검이 레어라고!?”

[블람: 미친……]

[케이: 첫 번째 검이라는 게 무슨 뜻이겠어? 앞으로 아티팩트 판매를 하겠다는 암시야. 그러지 않고서야 누가 아티팩트 이름에 ‘첫 번째’를 넣어? 그리고 길마님이 입찰하라는 이유는 이거야.]

사실 블람으로선 아무리 이것저것을 다 넣어도 꼭 입찰해야 하는 의문이 들긴 했다.

[케이: 적정 가치를 생각하면 한 300~400골드라고 생각해 근데 저 정체 모를 유저가 추후에 성장하면 어떻게 되겠어? 우리는 그가 처음 판매한 아티팩트를 비싼 값 주고 사 줬다는 게 돼. 저 사람과 우리는 아예 연결 고리가 없는데, 이걸로라도 연결 고리를 만들어 두자 이거지.]

아…….

블람은 이해했다.

저 정체 모를 대장장이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지도 모른다.

그를 길드에 데려오든, 그의 아티팩트 거래를 따내든.

어떻게든 그와 가까워지겠다는 거다.

‘그만큼 길마님이 저분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본 건가……?’

초보 유저가 벌써부터 대장장이 랭킹 12위의 눈에 든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천천히지만 입찰가는 계속 올라갔고 블람은 계속 뒤쫓았다.

***

지훈과 점심 식사 후 다시 로그인한 현수는 영주성 인근에 도달했다.

그때.

[경매 게시판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음?”

딱히 신경 쓰지 않기 위해 댓글 알림을 꺼 두었던 현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댓글 알림만 끄고 게시판 알림은 켜 놓아서 들려온 듯하다.

현수가 알기로 보통 게시판 알림이 울리는 경우는 세 가지다.

입찰 제한 시간이 지났거나.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으니 가격을 한없이 낮추라고 울렸거나.

또는 높은 입찰가가 나왔으니 어서 확인해 보란 거다.

‘아. 제발…….’

현수는 설마 자신이 처음으로 게임에서 만든 검이 값어치가 없나 싶었다.

생각해 보면 그날 현수는 정말 오래간만에 망치를 쥔 것이었다.

또 처음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만든 아티팩트였기도 했다.

말 그대로 뚝딱하고 말이다.

현수는 경매 게시판을 띄운 후 눈을 질끈 감았다.

슬그머니 눈을 뜬 그가 경악성을 토해 냈다.

“헐……?”


           


Genius Blacksmith’s Game

Genius Blacksmith’s Game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Score 3.7
Status: Ongoing Native Language: Korean

The last blacksmith and master artisan left in the world. His hands are crippled in a forge fire, rendering him unable to craft any longer. But then, a virtual reality game, Ares, comes knocking on Hyun-soo’s door.

[Unrepairable Artifact.] [Cannot be crafted due to level restrictions.]

“Huh? I consider myself a manual blacksmith, though.”

For him, no system restrictions apply. The tumultuous game of the genius blacksmith beg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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