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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13. 소꿉친구 – 숙소

경비병이 레오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

“기사는 아닌 것 같은데, 혹시 고용된 용병이야? 아니라고? 그런데 무기를 들고 성에 들어가려고? 아주 당당한걸. 최소한 숨기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죄송합니다. 검을 가지고 들어가면 안 되는 줄 몰랐어요. 오늘 네비스에 도착해서 일자리를 구하러 들어가려던 거였어요.”

“그래? 일단 검 좀 줘봐. 이건 어디서 구한 거야?”

레오는 군말 없이 검을 풀어서 넘겼다. 경비병에게 밉보여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오는 길에 호신용으로 구한 거예요.”

“어디 보자… 뭐야 이거. 완전 불량품이잖아.”

“왜? 나도 줘봐.”

옆에 있던 다른 경비병이 끼어들었다.

“무게가 검 끝으로 쏠렸어. 휘두르기에 좋을진 모르겠지만 무슨 도끼도 아니고.”

“저… 들고 다니면 안 되나요?”

레오는 눈치를 보며 부탁했다.

두 경비병은 검을 품평하더니 그냥 돌려주며 말했다.

“굳이 뺏을 건 아닌 것 같네. 오늘 왔다고? 성안으로 무기를 반입하는 건 금지야. 앞으론 어디에다 두고 들어오는 게 좋아.”

“잠깐! 팔에 그 문신은 뭐야. 너 깡패냐?”

“아니요. 그게 아니라 이건 제 아버지가…”

그는 또 한참 문신에 관해 설명해야 했다. 옆에서 레나도 거들었다.

“맞아요. 이 문신은 얘 어렸을 때부터 있었어요.”

“그래?”

“야. 그냥 좀 보내줘라. 어떤 멍청한 깡패가 양손검 차고 성문으로 걸어오겠어. 가봐. 앞으로 조심하고.”

“감사합니다.”

둘은 경비병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레오는 십년감수 했다는 표정으로 레나를 봤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레오를 놀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으이그. 내가 너 이거 가져올 때부터 알아봤어. 검을 휘두를 줄도 모르는 게 겉멋만 잔뜩 들어선.”

레오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다. 레나는 아주 잘 걸렸다는 듯 과장된 손짓까지 섞었다.

“심지어 불량품이었어? 아이고~ 그런 거로 날 지켜준다나 뭐라나 할 때 감동한 내가 바보지.”

“우씨. 나 검 쓸 줄 안다니까.”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결국, 둘은 성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일자리를 구하러 돌아다녔다.

중간에 시장에서 간단한 요리를 먹었다. 벨플루아 뿌리로 만든 경단이었는데, 레나는 이거 혹시 데모스 마을에서 온 것 아니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윽고 레나는 한 빵집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한스 아주머니를 닮은 듯 통통한 아주머니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말했다.

“반죽을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나야 좋지. 내일 한 번 나와보겠어요? 일단 일하는 걸 좀 봐야 품삯을 정하지.”

“네! 내일 아침에 일찍 올게요.”

“너무 일찍 올 필요는 없어요. 물도 길어두고 해야 하니까.”

“네! 알겠어요.”

“씩씩한 아가씨네. 좋아요. 내일 봬요.”

“네! 내일 올게요!”

레나는 싱글벙글하면서 빵집에서 나왔다.

레오는 멀찍이서 기다리고 있다가 물었다.

“품삯은 얼마래?”

“아직 못 정했어. 내일 하는 거 봐서 정한데.”

“레나 너. 너무 순둥이처럼 주는 대로 받고 그러면 안 된다.”

“아유.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일한 만큼 받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이래 봬도 사람 보는 눈이 있거든! 저 아주머니는 괜찮은 분이야.”

“…한스 아주머니랑 똑 닮아서 그러는 거겠지.”

“아니거든!”

레나와 레오는 투닥거리면서 다시 일자리를 구하러 다녔다. 이번엔 레오가 일할 곳을 찾아야 했다.

그는 도구점에 어렵지 않게 취직할 수 있었다.

야무지게 못을 박는 손길에 도구점 주인은 한눈에 레오의 손재주를 알아봤다. 그는 넉넉한 품삯을 약속하며 내일부터 나오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레오는 레나에게 취직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족했다. 그는 이제부터 왕자를 만날 단서를 찾을 계획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레나가 취직한 빵집과 먼 곳을 골랐고, 앞으로 가끔씩 품삯이라고 아버지께 받은 돈을 내놓으면 레나에게 들킬 일도 없었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희망을 품고 숙소로 돌아왔다. 벌써 해가 저물고 있었다.

레나가 숙소 정문을 가리켰다.

“어라. 여기 문틀이 엄청 깎여있네.”

“아까 처음 왔을 때도 그랬어. 비 맞아서 나무가 썩은 걸 도려낸 게 아닐까?”

“아항~”

우리는 숙소 문을 열고 들어섰다. 로비에는 열댓 명의 남자들이 웅성거리면서 자리에 앉아있었다.

“저희 왔어요~”

레나는 주인장에게 반갑게 인사했고 주인장도 씨익 웃으며 두 사람을 반겼다.

“어서 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레오도 의례적으로 꾸벅 인사하고 계단을 오르려 하는데 어쩐지 분위기가 이상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앉아있던 사람들이 한둘씩 몸을 일으키는데 다들 무기가 손에 들려있었다.

용병들인가?

“아, 먼저 내려오세요.”

앞서가던 레나는 계단을 막은 남자에게 길을 터주려 했다.

레오가 돌아보니 덩치 큰 남자가 계단을 가득 메우며 내려오고 있었다. 방패를 들고.

레오의 머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레나! 뒤로 비켜!”

“어?”

레오는 레나를 벽에 밀치고 앞을 가로막았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검이 들려있었다.

그것이 신호가 된 듯, 로비에 앉아있던 남자들이 각자 무기를 쥐고 두 사람을 에워쌌다.

그들은 악의를 숨기지 않았다. 꺼내든 무기는 레나와 레오를 향했고, 몇 명은 숙소 입구를 지키듯 가로막았다.

껄렁거리는 자세가 상단을 호위하던 용병들과는 달랐다.

이건 깡패들이다.

레오는 존중이 없는 폭력을 앞두고 말을 걸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물러나세요.”

그의 요청은 조용한 비웃음과 함께 무시됐다.

주위의 남자들은 거리를 더 좁혔고, 카운터에 있던 숙소 주인장은 말없이 슬쩍 자리를 비켰다. 이제 보니 계산대는 텅 비어 있었다.

레나는 레오의 등 뒤에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둘러싼 사람들의 눈빛이 무서웠다. 그들의 눈에서는 따뜻함이라고는 한 점도 찾아볼 수 없었고, 모욕적으로 내밀어진 무기는 굴종을 원했다.

사람이 사람한테 이럴 수가 있는 건가? ─ 라는 생각과 함께 시장에서 봤던 노예들이 떠올랐다.

이게 현실이었다.

숙소 로비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나무 바닥이 몸무게에 눌려 끼익- 비명을 질렀고, 한 깡패가 레오에게 다가섰다.

– 챙!

놈이 작은 손도끼로 검을 후려쳤다. 어딜 베려는 건 아니었고 레오가 든 검을 날려버리려던 것이었지만, 레오는 검을 세워 쳐냈다.

의외였는지 뒤에 선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얼씨구? 막을 줄 알잖아?”

“다음엔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당장 물러서세요.”

아무도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반쯤 건성이었던 깡패들 사이로 긴장감이 생기며 몇몇은 무기를 고쳐 쥐었다.

“야. 남자는 못 건지는 셈 치고 공격해.”

모자를 쓴 남자가 명령을 내리자 깡패들이 거리를 좁히며 한 번에 둘 셋씩 달려들었다.

레나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레오는 공포에 질린 레나를 뒤로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근육질의 사내가 내려찍는 도끼를 최대한 얕게 오른쪽으로 피했다. 도끼가 바닥을 찍으며 나뭇조각이 비산했다. 그러면서 단검으로 왼쪽 겨드랑이를 찔러오는 사내를 검으로 쑤셔주고, 정면에 있던 깡패를 발로 밀듯이 차버렸다. 그리고 몸을 빙글 돌려 도끼를 다시 높게 쳐들은 깡패를 베었다.

깡패들이 멈칫했다.

베이고 찔린 깡패들의 피가 뚝뚝 떨어지자 나무 바닥은 끈적하면서도 메마른 소리를 흘렸다.

뒤에 있던 남자는 모자를 고쳐 쓰며 인상을 구겼다.

“이봐. 처음 들었던 거랑은 다르잖아. 촌 동네에서 사냥하던 놈이라며?”

“나도 상인 놈한테 들은 대로 알려준 거야.”

곁에 있던 숙소 주인장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깡패들이 다시 달려들었고, 레오는 구석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덜덜 떨고 있는 레나를 지켰다.

막고 베고 피하고 휘두르고.

칼부림이 이어졌지만, 놈들이 방패를 들면서 대부분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윽!”

깡패들 사이로 단검이 날아와 허벅지에 꽂혔다. 고통을 느끼는 것도 잠시, 옆에서 휘둘러진 방패에 맞아 균형을 잃었다.

어깨뼈가 깨질 듯 아프다.

레오의 신음을 들은 레나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었다.

“레오!”

레오는 균형을 잃은 와중에 목을 노리고 떨어지는 검을 피하려고 한쪽 발을 박차며 몸을 굴렸다.

간신히 검을 피했지만 그건 큰 실수였다.

빈틈을 노려 레나에게 한 깡패가 달려들었고,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잡혔다.

레나가 팔을 휘저으며 반항했으나, 깡패는 어떤 해도 입히지 못하는 연약한 팔을 무시하며 레나의 허리를 감싸 안고 우악스럽게 목을 움켜쥐었다.

레나는 버둥거리며 끌려갔다.

“레나! 이 개새끼들아!”

레오가 급히 검을 횡으로 휘둘러 깡패들을 물려 세웠지만, 단검이 다시 날아들었다.

얼떨결에 검을 당겨 막았다.

운이 좋았다. 하지만 그와 함께 내리 찍히는 도끼를 피할 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검을 눕혀 받아내야만 했다.

– 카앙!

검과 도끼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레오의 상처 입은 허벅지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쏟았다.

“레오! 레오!”

“지금 쟤를 걱정할 때가 아닐 텐데?”

“이거 놔요! 놔줘요. 제발.”

레나는 움켜쥔 손을 뿌리치려고 바동거렸다. 그 반항에 깡패가 인상을 쓰며 힘을 꽉 쥐자 레나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싸움을 살피던 모자 쓴 남자가 레나의 신음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야! 걔 내일 상품으로 바로 올라가야 돼. 흠집 안 나게 조심하지 못해?”

“하지만 얘가 계속…”

“멍이 심하게 들면 다음 경매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이야. 고작 계집애 하나 붙드는 것도 못하냐? 야야! 그렇다고 옷을 잡으면 어떻게 해! 그러면 흠집이 더 생기는 거 몰라? 답답해 죽겠네. 그리고 니들은 열 명이서 고작 저런 꼬맹이 하나를… 아이고~ 환장하겠네.”

레오의 검이 한 깡패의 목에 정통으로 꽂혔다. 깡패는 끄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피 분수가 레오를 덮었다.

[ 업적 : 첫 살인 – 레오가 살인의 죄책감을 덜 받습니다. ]

시야 한쪽 구석에 메시지가 떴지만, 레오는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다 죽여버리겠다는 분노를 불태우며 바닥에 피가 섞인 침을 칵 뱉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몸에는 상처가 늘어갔다. {검술}로 치명타만 간신히 피하는 정도였고, 이제는 검을 들고 있기도 버거워졌다.

이 레오는 약혼관계 시나리오의 레오 덱스터가 아니었다.

산을 타기에 좋은 튼튼한 하체를 가졌지만, 오랫동안 무거운 검을 휘두를 육체가 못됐고, 설령 레오 덱스터라도 혼자서 열댓 명을 상대하기는 무리였다.

심지어 끝으로 무게가 쏠린 이 불량품은 레오의 손아귀 힘을 빠르게 앗아갔다.

검이 점점 아래로 떨어졌다.

“다 됐다. 방심하지 말고 조심해서 죽여.”

“잠시만요!”

눈물을 펑펑 흘리던 레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제발 레오를 살려주세요. 제발요.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할게요.”

“…시키는 대로 한다고?”

“레나! 안돼!”

“야. 일단 죽이지 말고 검부터 뺏어.”

레오 앞에 선 깡패가 투덜거렸다.

“이거 진짜 진땀빼게 하네. 이봐, 적당히 좀 하지?”

깡패들은 방패를 세우고 신중하게 무기를 휘둘렀다. 몇 번 더 막았지만, 손아귀가 찢어지며 검이 떨어졌다. 검을 놓치기가 무섭게 깡패들이 몸을 던졌다.

지친 레오는 그 덩치들 밑에 깔려 꼼짝도 하지 못했다.

“아가씨. 아까 하던 말 계속해봐. 시키는 대로 한다고?”

“…네. 레오만 살려주세요.”

“야. 놔봐.”

그녀를 붙들고 있던 사내가 손을 풀었다. 레나는 반항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모자를 쓴 사내는 레나의 턱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만족스럽게 웃었다.

“흠… 좋아. 교육할 시간도 없었는데 잘됐네. 너 내일까지 고분고분하게 말 안 들으면, 네 남자친구는… 알지?”

“…네.”

“레… 나! 안… 돼!”

레오는 몸이 무겁게 억눌려져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를 구속한 깡패들이 무섭게 노려봤지만, 레오의 눈에는 밖으로 끌려가는 레나 밖에 보이지 않았다.

“레오…”

문 앞에서 레나가 돌아봤다.

모자 쓴 사내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밖으로 밀쳤다.

레나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얘들아. 걔는 잘 가둬놔라. 죽으면 죽는다.”

“네. 대장.”

그 대장이란 놈은 레나에게 들으라는 투로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깡패들은 손발을 묶으려 했고 레오는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는 그의 눈이 새빨갛게 충혈됐다.

“그냥 기절시키자. 귀찮다.”

한 깡패가 뭉둥이를 들어 올렸다.

– 빠악!

레오의 시야가 꺼졌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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