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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15화 숲의 오염 (2)

15화 숲의 오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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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달꼬리팡팡: 데미안 이번에 머리 잘 썼네 ㅎㅎ 지능캐인가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 박쥐인간: 거미줄 개꿀 ㅋㅋ

– Flapdlzmgo: 저거 아이템 맞지?

[RP가 2만큼 상승합니다.]

– 바토리바라기: 동료들도 레벨업!

– Wkrrkalclsshadk: 이번엔 탈출 성공하겠지?

└ 바토리바라기: ㄹㅇ 기대중

[RP가 2만큼 상승합니다.]

– 아이시테루나: 루나는 언제 나오려나 ㅠㅠ

└ 얼룩무늬성애자: 아직 멀었다 그만 찾아라

[RP가 2만큼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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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P: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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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패 똑바로 붙여! 이봐 조! 창이 흔들리잖아!”

“아, 알겠어 테오!”

이튿날, 조원들은 팔랑크스 방진을 연습 중이었다. 도구를 만들 시간이 부족했기에 방패의 대부분은 고블린에게서 노획한 것으로 대체했다.

애물단지는 활과 화살이었다. 조원 중 누구도 활을 쏠 줄 아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처분하려 했는데, 의외로 족제비가 관심을 보였다.

“10분간 휴식!”

족제비는 틈이 날 때마다 활쏘기를 연습했다. 휴식 시간이 주어진 지금도.

“아하하하 족제비! 안 되는 거 그만 붙잡고 쉬기나 해!”

“저 팔 떨리는 것 좀 봐! 제대로 당기지도 못하는 거 같은데!”

“닥쳐! 족제비라고 하지 마!”

조원들의 말대로 족제비의 활 솜씨는 엉망이었다. 그럼에도 녀석은 꿋꿋이 연습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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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아킴 데샹 [13세], [Lv.10]

◎ 속성: 없음

◎ 특성: [의리], [충성심], [울보], [의외의 용기]

◎ 적성: [창술 Lv.1], [도끼술 Lv.1]

◎ 일반 스킬: 없음

◎ 전용 스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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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제비는 10레벨이다. 지난 회차와 달리 탈출 초기부터 확실한 전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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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깊은 밤, 벽에 사다리가 세워졌다.

이번에도 테오와 덩치가 먼저 벽에 올랐다.

“조심조심. 천천히 올라와.”

절반가량의 조원이 벽을 넘을 즈음 미니맵에 감독관 표식이 나타났다.

“잠깐. 감독관들이 와.”

지난 회차처럼 벽을 넘지 못한 조원들은 숙소로 돌아갔다. 그러나 내 행동은 달랐다. 나는 벽을 오르지도, 숙소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나는 가까운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머지않아 털북숭이와 주먹코가 나타났다.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손도끼를 쥐었다.

퍼억!

시시덕대며 걸어오던 주먹코의 무릎에 손도끼가 박혔다. 나는 일부러 머리가 아닌 무릎을 노렸다. 주먹코의 레벨은 나보다 높다. 상체를 겨냥하면 감지당할 위험이 있다.

나는 나무 그늘에서 몸을 빼냈다. 휘청거리는 주먹코에게 달리며 왼손을 펼쳤다.

[거미줄을 발사합니다.]

발사된 거미줄이 주먹코의 어깨에 붙었다. 나는 거미줄을 수축시켰고, 그러자 내 몸은 공중을 가르며 주먹코에게 도달했다.

푸슈슈슛!

내뻗은 단검이 주먹코의 목을 갈랐다. 주먹코가 두 눈을 까뒤집으며 제 목을 붙잡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풀썩, 주먹코가 짚 더미처럼 쓰러졌다. 나는 하센베르크 격투술(Lv.1)의 낙법을 활용해 안전하게 착지했다. 털북숭이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봤다.

“너······! 너······!”

놈의 목소리는 단 1초도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왼손으로 단검을 고쳐 쥐며 돌진했다. 털북숭이도 검을 뽑아 내게 휘둘렀다. 예상보다 빠른 반응속도. 게다가 그의 검은 내 단검보다 사거리가 길다.

털북숭이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놈은 단검을 쥔 나의 왼팔을 노리고 있었다. 눈앞에서 동료가 죽은 상황에서도 그는 나를 죽이는 것이 아닌 무력화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욕망에 눈먼 더러운 변태 새끼.

하지만 털북숭이는 알지 못했다. 왼손의 단검은 놈을 현혹하는 미끼다. 나는 주머니에 넣었던 오른손을 꺼내 힘껏 앞으로 뻗었다.

콰드득!

털북숭이의 목에 나무창이 꽂혔다. 두 눈을 부릅뜬 그의 입에서 꿀렁꿀렁 피가 쏟아졌다. 그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무······스······, 크륵······!”

나는 나무창을 아공간에 숨겨뒀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털북숭이의 목을 꿰뚫고 있다.

“기분이 어때.”

내가 말했다. 대답은 없었다. 크르륵······, 가래 끓는 소리가 공허하게 밤공기를 울렸다.

나는 주먹코의 검을 쥐었다. 검은 단검에 비해 무겁고 까다로운 무기다. 지난 회차의 기억을 더듬어봤다. 오러 블레이드의 기사가 보였던 아름다운 검의 궤적.

푸욱.

털북숭이의 아랫배에 검을 꽂았다. 벌어진 가죽옷의 틈새를 노렸기에 칼날은 어렵지 않게 들어갔다. 털북숭이가 뒤로 쓰러졌고, 그 바람에 그의 목에서 나무창이 뽑혔다.

치솟는 붉은 피가 내 얼굴을 적셨다.

“이제 죽어.”

놈의 목에 칼날을 대고,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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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털북숭이의 잘린 머리통을 쥐고 숙소로 걸어갔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족제비가 화들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족제비. 가서 시체를 끌고 와.”

“아, 알았어!”

잽싸게 몸을 일으킨 족제비가 조원들을 닦달했다.

“어, 어서 움직이지 않고 뭐 해 새끼들아! 데미안 말 못 들었어?”

감독관의 소지품을 챙긴 우리는 벽을 넘었다.

이번에도 가죽옷은 테오와 덩치에게 줬다.

“대형을 갖춰.”

테오의 말에 조원들이 준비된 대형을 갖췄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족제비를 포함해, 내가 감독관을 죽이는 것을 목격한 조원들이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자꾸 엉덩방아를 찧었다.

“사, 살려줘······!”

“그동안 내가 미안했어!”

테오가 으르렁대며 강하게 조원들을 이끌었다.

그렇게 숲으로 진입한 순간.

투트트트트틋······!

파도가 밀려드는 것처럼 지면이 흔들렸다.

나무와 들풀이 몸을 뒤틀었다. 마치 이 숲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인 것 같았다.

“테, 테오······!”

“당황하지 마! 방진을 펼쳐!”

그러나 겁에 질린 조원들은 제대로 방진을 펼치지 못했다. 주저앉는 녀석이 태반이었다.

그때 족제비가 소리쳤다.

“시, 시끄러워 이 병신 같은 새끼들! 테오 말 못 들었어? 닥치고 방진이나 펼치라고! 내, 내 창으로 확 다 주둥이를 찢어버리기 전에!”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타이밍 좋게 숲의 진동이 잦아든 것이지만.

아무튼 조원들은 바들바들 몸을 떨면서도 진형을 유지했다. 자세를 낮추고, 방패를 들고, 고슴도치처럼 나무창을 뻗었다.

머지않아 숲의 흔들림이 멎어 방진을 해제했을 때, 숲은 미로처럼 바뀌어 있었다.

[관찰력을 발현합니다.]

이리저리 뒤틀린 거목들.

그것들이 꽈배기처럼 꼬이고 합쳐지며 어두운 통로를 만들었다. 마치 숲속의 갱도 같았다.

머리 위를 보니 촘촘하게 얽힌 나무줄기가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그물망처럼 뚫린 틈새로 약간의 달빛이 내려앉았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난 걸까.

‘숲의 오염.’

떠오르는 이유는 그것뿐이었다.

차원의 그림자는 숲을 오염시켰다.

그리고 오염된 숲은 그 안의 생명체에게 영향을 끼쳤다.

‘어젯밤에 본 거대 거미처럼. 언데드가 된 119번처럼.’

나무와 들풀도 생명체다. 또한 나의 예상이 맞는다면 숲의 오염은 살아있는 것보다 죽은 것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렇다면 이상하다.

차원의 그림자로부터 파생된 이 오염은, 어떻게 이런 거대한 숲을 미로로 만들 수 있었을까.

‘만약 숲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변화시킨 거라면.’

단검으로 벽을 찔러봤다. 껍질에 약간의 생채기만 남을 정도로 벽은 단단했고, 그마저도 금세 복원됐다.

“위를 보고 올게.”

나는 벽을 타고 올랐다.

나무가 얽힌 벽이었기에 손으로 쥐거나 발을 디딜 곳은 많았다. 물론 거미줄을 사용하면 더 수월할 테지만, 이 거미줄에는 사용 횟수의 제한이 있다.

“뭐, 뭐야. 138번이 언제 저렇게······!”

“멍청아. 넌 아까 못 봤지? 데미안이 주먹코와 털북숭이를 순식간에 죽여버렸다고.”

“뭐? 그게 사실이야?”

“나, 나도 봤어. 마법사처럼 날아다니면서 감독관들을 죽이는걸.”

“마법사? 네가 마법사를 봤어?”

“마, 마법사는 못 봤지만, 그래도 마법사는 분명 데미안 같을 거야. 데미안은 진짜 대단한 마법사라고!”

내가 천장에 도달할 때까지도 조원들은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나는 좁은 틈새로 하늘을 내다봤다. 하늘의 대부분을 채운 건 짙은 구름이다. 숲은 어제보다 어두울 것이다. 지난 회차보다도 더욱.

단검으로 천장을 공격해 봤지만 허사였다. 우리는 숲의 미로를 걸어갈 수밖에 없다.

“걸어야겠어, 테오.”

바닥으로 내려온 내가 말하자, 테오의 얼굴이 근심으로 덮였다.

“하지만 너무 어두운데.”

“괜찮아. 방법이 있어.”

“방법?”

나는 주머니와 아공간에서 몇몇 물건을 꺼냈다.

“데미안. 뭘 하는 거야?”

“잠깐만 기다려.”

숲이 이렇게 변했어도 내가 찾는 물건은 도처에 널려 있었다. 나는 적당한 두께의 나무줄기를 찾았다. 나뭇가지와 잎사귀도 모았다. 내 행동을 관찰하던 테오가 동그랗게 눈을 떴다.

“설마 횃불을 만들려는 거야?”

정답이다. 더욱이 내게는 식량창고에서 훔쳐 온 돼지기름 덩어리도 있었다. 동물의 기름은 횃불의 좋은 연료가 된다. 식량창고의 위치는 어제 카인에게 물어 알아냈다.

횃불의 형태를 만든 나는 부싯돌로 불을 붙였다. 그렇게 활활 타오르는 횃불 두 개가 만들어졌다.

“우와 138번 대단하다!”

“진짜 마법사 같은데!”

“바보들아. 진짜 마법사는 손짓 한 번으로 불을 만든다고!”

“그걸 네가 봤어?”

“안 봐도 뻔하지!”

조원들은 횃불을 보며 반짝반짝 눈을 빛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어둠을 두려워하고 불에 호기심을 가진다.

내가 만든 횃불은 조원들의 사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나는 테오와 덩치에게 횃불을 하나씩 건넸다.

“우와······ 좋겠다.”

“나, 나도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

조원들이 부러운 눈으로 두 소년을 봤다. 테오가 괜히 어깨를 으쓱거렸고, 덩치의 콧구멍이 팽창했다.

나는 만약을 대비해 횃불을 들 추가 인원을 정해 테오에게 알려줬다. 그 행운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하는 표정으로 조원들이 귀를 쫑긋했다. 그 안에는 기대에 찬 얼굴의 족제비도 있었다.

“가자.”

테오와 내가 앞쪽에, 덩치와 족제비는 뒷줄에 자리 잡았다. 간간이 족제비가 조원들을 타박하는 소리가 들렸다.

‘족제비 녀석. 잘하고 있네.’

덩치는 듬직하지만 말이 없다. 그 공백을 족제비가 채우고 있었다. 조원들은 암묵적으로 족제비를 테오의 오른팔로 인정하기에, 그의 발언에는 나름의 힘이 있다.

“너무 어두운데, 데미안.”

횃불이 있어도 시야는 좁았다. 전방 수 미터를 넘어가면 암흑에 가까웠다.

나는 주위를 경계하며 먼지의 감정을 살폈다. 먼지에게서는 약간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차원의 그림자가 나타났을 때만큼 강렬한 감정은 아니다.

‘먼지야.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줘. 그렇게 해줄 수 있지?’

주머니 속 먼지가 살포시 꼬리를 흔들었다. 미약하지만 긍정의 신호다.

나는 먼지와 최대한 감정을 공유하며 움직였다. 그렇게 두어 번의 갈림길을 지났을 때, 족제비의 낮은 비명이 들렸다.

나는 불안감을 느끼며 뒤를 돌아봤다. 족제비가 비명을 지르기 직전, 먼지에게서 떨림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야! 조!”

테오가 뒤로 횃불을 비췄다.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입술을 떠는 족제비가 보였다.

“테, 테오······. 저, 저, 저기······!”

족제비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나와 테오가 그쪽을 돌아봤다. 하지만 특이점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 그림자가······!”

“그림자?”

테오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그쪽을 봤다.

횃불이 만들어 낸 우리의 그림자가 너울너울 춤추고 있었다.

“뭐야 조. 뭐가 어쨌다는 건데.”

테오는 여전히 아무런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모두 뒤돌아 달려!”

나의 외침에 무언가를 느낀 테오가 조원들을 이끌고 달렸다.

나는 테오의 손에서 횃불을 빼앗았다. 그리고 덥석, 족제비의 팔을 잡았다.

“뭐, 뭐야 금발 약······!”

나는 족제비를 끌어당기며 조원들과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그러자 보였다.

두 무리로 갈라진 우리 사이로 본체 없는 그림자가 덩그러니 누워 있었다. 그림자는 당황한 듯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그러고는 테오의 무리 쪽으로 미끄러지듯 달려갔다.

“횃불을 이쪽으로 던져! 덩치!”

덩치가 횃불을 던졌다.

그러나 한발 늦었다.

슈우우욱!

본체 없는 그림자가 누군가의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덩치가 던진 횃불이 바닥에 떨어졌다.

“따라와! 족제비!”

나는 전력질주(Lv.1)를 발현해 바닥에 떨어진 횃불을 쥐었다. 그렇게 두 개의 횃불을 손에 든 채 그림자가 사라진 곳으로 달렸다.

“모두 흩어져!”

영문도 모른 채 소년들이 산개했다. 그 와중에 움직임이 없는 소년이 둘 있었다. 하나는 동그랗게 눈을 뜬 채 머리 위로 나무창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그 나무창에 몸이 꿰여 시뻘건 피를 쏟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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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Status: Ongoing
The protagonist, an infinite regressor, found himself possessed within a novel where the original protagonist had gone mad and turned dark. Now, with my unique abilities, I must write a new ending for th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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