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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14화 대지의 여신 데메라

「오염된 나주평야, 의문의 쌀밭은 무엇?」

「전문가들도 불가능하다 장담하던 정화작업이 성공? 마탑의 신형 시약인가?」

「나주평야의 농민들이 공통적으로 입주한 길드가 있다?」

나주평야의 정화 이후 한동안 인터넷에서는 정화된 토지에 대한 소식으로 한가득이었다.

이미 호남 평야에서 레온이 마소로 오염된 땅을 정화한 바가 있지만, 그것은 크게 기삿거리가 되지 못했다.

불새길드가 언론에 압박을 넣었던 탓이다.

하지만 나주 평야는 그 차원이 달랐다.

무려 5년 동안 오염되어 정화되지 않았던 땅이다.

대한민국의 식량 자급률을 크게 떨어뜨려 중국산, 일본산 쌀을 비싸게 수입해야 했던 이유였다.

어떤 농법을 적용해도, 시약을 들이부어도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나주 평야의 정화가 하룻밤새에 이뤄진 것이다.

그 모습을 목도한 나주 평야의 농부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지만, 인터넷과 호사가들의 반응은 좀 더 이성적이다.

-마탑이 새로운 시약을 개발한 건가? 최근 마탑의 기술 진보가 심상치 않다.

-그보다 급속성장한 작물은 어떻게 섭취하는 거지? 어차피 독소 때문에 먹지 못하는 거 아니었나?

-인류의 마공학 기술력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대로만 가면 전 세계 곡창지대의 회복도 머지 않았다.

그렇다. 이게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현상을 목격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상식 선에서 그 현상을 해석하려 든다.

과학문명에 심취한 그들에게 신의 기적과 신성의 강림은 낯뜨거운 비이성적 사고관이었으니.

“폐하, 인터넷의 반응이옵니다만. 역시 협회 차원에서 공식적인 발표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헌터 협회는 아직 신성에 대해 발표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새로운 신앙과 종교라니.

국내의 최대 종교파벌이 일으킬 소요도 문제지만, 정부기관이 한 종교를 홍보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도 문제다.

“내비 두어라. 지금 당장 공표한다 한들 어리석은 백성들이 어찌 믿겠는가. 그들에겐 좀 더 증거가 필요하다.”

레온은 나주 평야의 마을회관을 둘러보며 꼬박 사흘을 보냈다.

최 영감의 땅을 정화하면서 생각보다 질 좋은 신앙이 만신전에 깃들었다.

생명과 풍요의 신성에게 흘러간 신앙은 곧장 성력으로 치환됐고, 레온은 성력을 쥐어짜 나주평야 일대를 정화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나주평야에는 데메라 여신의 형상을 대신하는 볏 인형이 자리했고, 사람들은 그 제단을 향해 절하고 숭배했다.

“본왕은 그대들에게 이 땅을 일굴 소작의 권리를 줄지니. 그대들은 데메라의 육신을 일구어 풍요를 이어나가라.”

새로운 신도들은 땅의 정화에 감사하면서도 막상 땅이 정화되자 망설임이 보였다. 그야 당연했다.

“저, 폐하… 아무리 그래도 십구조는 좀 너무한 세율이 아닐까요?”

그래, 이게 문제였다.

십구조라니. 작물의 90%를 세금으로 내라니?

레온은 라이온하트 왕국의 세금 구조를 간단히 설명했다.

전체 소출의 90%를 낸다. 이는 귀족, 자유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동일했다.

전체 소출의 90%를 세금으로 내는데,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냐고?

다들 굶어 죽는 건 아니냐고?

그 돈으로 말부터 기른다고?

이런 미친 말박이 새끼들!

왕국을 비난하던 제국인들이 으레 하는 소리였으나 그것은 라이온하트 왕국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다.

그가 왕으로 군림했던 라이온하트 왕국은 신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신성일치의 국가.

빛과 정의의 신성을 따라 지배계층과 하층민들까지 모두 정의를 따랐고,

바다와 파도의 신성을 따르는 어부들은 허락된 양의 물고기들을 낚았다.

생명과 풍요의 신성을 따르는 농부들이 경작하는 땅은 언제나 풍년을 맞이했다.

심지어 국왕마저도 여신의 엄중한 선택을 받은 성배기사 중에서 뽑히니 수천 년에 이르는 계승의 과정 동안 왕국은 언제나 태평성대였다.

신성과 함께하는 완벽한 사회구조. 그 평화로운 왕국을 혼란케 하는 것은 오직 외부의 침략이다.

탐욕스러운 북부의 야만인들, 천박한 오크들, 죽음을 거부한 더러운 뱀파이어들이 풍요로운 왕국을 침범했다.

그런 침략자들의 침범에 맞서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명예로운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기사들이다.

그들은 빛과 정의의 신성을 따르며 철갑옷과 전투마로 무장하고 용맹하게 외부의 적을 토벌하니.

자유민들은 기사의 용맹과 명예로움을 찬미하며 그들을 지원했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바로 십구조.

끝없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명예로운 기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자유민들이 기꺼이 찬동한 제도다.

물론 이것은 사회의 본질적인 시스템이 정의로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법제도, 부패, 탐욕에 의해 어그러지기 일쑤인 제국와 잡다한 왕국들과 다르게 라이온하트 왕국은 정의롭고 명예롭지 못하면 여신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넘치는 세금을 조금이라도 착복한다? 그 순간 여신의 은총이 거둬지며 그 혈통은 명예로운 성배기사가 될 수행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라이온하트 왕국의 세금은 언제나 공익을 위해 사용되었다.

다리를 건설하고, 성벽을 쌓고, 시설을 개선하며 맨앳암즈로 나섰다 명예롭게 전사한 자들의 가족을 돌보는 데 사용했다.

여신이 선택한 완벽한 국왕 사자심왕의 주관 아래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니 세금을 얼마나 내든 불만이 있을 리가 없다.

악종들의 침공에 마지막까지 버티며 최후의 보루가 된 것은 이러한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지구예요. 대한민국… 이옵니다.”

그 말에 신성을 목도하고 신도가 되기로 맹세했던 농부들조차 동의했다.

그가 중세 문명의 왕이었다는 건 이해했다. 생존자들의 문화란 지구와 퍽 다르니 그럴 수도 있다 여겼다.

하지만 이곳은 지구다. 땅의 소유주는 엄연히 농부들이며 그들은 정부에도 따로 세금을 내야 했다.

“폐하… 그래도 90%는 너무 많사옵니다. 주민들은 정부에 세금도 내야 하고, 생활비나 비료 값도──”

“무슨 소리냐? 국가에 낼 세금과 생활비, 비료 걱정 따윌 왜 한단 말이냐?”

“예?”

하리를 비롯해 귀를 쫑긋 세우던 농부들도 레온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의아한 눈을 했다.

“여신의 신도된 자, 어찌 배곯을 걱정을 한단 말이냐. 십구조로 낸 식량은 양식으로 배분하며 최소 금액을 남기고 모든 비용을 처리할 것이다.”

그가 말하는 건 간단했다.

세금도, 양식도, 심지어 생활비나 기타 이것저것 전부.

“너희 중에 신앙심 높은 이를 사제로 선출할 것이다. 남은 일할은 순전히 그대들의 몫이니 그것을 팔아 품위와 사치를 하도록.”

그러니까 소출의 10%를 제외하면 먹고 사는 것, 복지, 생활 모든 걸 알아서 해결해준다는 것이다.

-뭐지. 들어보니까 뭔가 솔깃한디?

-아녀. 그래도 9할은 너무 많지 않어?

그때, 하리가 슬쩍 한 감정표를 보여주었다.

“저… 생각해보니 이 축복받은 벼 말인데요. 감정가가 엄청나요.”

쌀 한공기 기준 160g의 쌀이 어지간한 강화제와 성능이 비슷하고 지속시간도 압도적으로 길다.

다만 수확량이 강화제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보니 체력 및 마력 회복력 관련 강화제 가격은 모조리 똥값이 될 것이다.

시장과잉공급과 그로 인해 가격이 떨어질 것을 매우 보수적으로 추산해볼 때, 헌터 협회의 감정사가 내린 결론은──

“80kg의 쌀 한 가마니 가격이 1억 5천만원이라는 결론이… 나왔었어요.”

“엩.”

“엩.”

“엩?”

농부들은 눈을 껌뻑거리며 제 귀를 의심했다.

1억 5천? 쌀 한 가마니가? 5년전 수확된 쌀 수확량이 얼마였지?

“시, 신성 만세.”

“여신님 만세!”

“믿고 있었다구 제웬자아앙!”

레온은 마땅히 받아야 할 신성에 대한 찬미를 만족스럽게 들으며 생명과 풍요의 신성, 여신 데메라의 강령을 가르쳤다.

1. 가장 처음 수확한 수확물로 여신의 형상을 만들어 제단에 바쳐라.

2. 밭에 오줌 싸지 마라. 거름은 괜찮다.

3. 허수아비를 세우고 모자와 옷을 꼭 입혀라.

4. 수확을 할 때는 노래를 불러라. 여신에 대한 감사가 담긴 노래면 더욱 좋다.

5. 바쁘더라도 굶고 다니지 마라.

…………

…………

…………

“그… 괜찮은 건가요, 폐하?”

“무엇이 말이냐.”

“신앙에 너무 물질적인 조건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라…….”

물론 종교란 것이 기본적으로 테이크 투 테이크를 약속하긴 한다. 믿으면 죽어서 구원받는다느니, 병이 낫느니, 수십 명의 처녀 성노예들이 생긴다는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레온은 그런 속물적인 신앙을 바라진 않을 것 같아서 한 말이었다.

“흥. 무지몽매한 평민들에게 어찌 기사의 고결함과 귀족의 존엄함을 바라겠느냐. 저들이 신성의 은혜에 취해 올바른 신앙을 잃는다면 그 은혜는 언제든 거둬질 것이니 상관없다.”

레온은 시작부터 욕심을 부릴 생각이 없었다. 결국 진실한 신앙을 갖춘 자만이 끝내 신성의 선택을 받을 테니.

그리고 포교 대상은 비단 농부들뿐만이 아니다.

나주평야의 정화. 그리고 그곳에서 자란 작물이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 사람들은 두 번째 기적을 목도할 것이다.

먹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작물.

병마 따위에 겁내며 의료 행위라는 야만적인 행위에 의존해야 하는 이 지구인들은, 결국 인정하게 되겠지.

“자란 작물들은 바로 모종으로 삼을까요?”

“일부는 헌터 협회에서 구매한다 하니 당장 입에 풀칠할 것은 챙겨두어라.”

신성과 함께하는 세상.

그러한 세상이 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 * * *

나주평야의 정화와 데메라 여신의 제단을 세운 뒤, 첫 작물들의 구할은 예고했던 대로 레온의 창고에 쌓았다.

「이번은 농업의 확대를 위해 양식을 제외하고 모두 모종으로 삼으라. 금전이 필요한 자는 협회에서 연구용으로 매입하기로 했다 하니 적당한 값에 넘기도록.」

레온은 그 작물들 대부분을 임시 사제로 임명한 최 영감에게 하사했고, 그는 필요한 양의 식량들을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다음 농사를 위한 모종을 심을 것이다.

남은 일할은 주민들이 알아서 판매하도록 했는데, 협회가 매입하기로 약속했고 그 규모가 족히 50억원을 넘었다.

“괜찮으시옵니까? 그렇게 덥석 맡기셔도.”

“그 노인장 말이냐?”

“네… 거의 대부분의 소작을 넘기셨잖아요.”

하리가 보기에 레온의 방식은 너무나 심플했다.

각 농지에서 십구조로 바친 농작물을 영주… 영주가 부재할 때는 사제가 그러모아 알아서 처리하고 적당한 양을 다시 중앙─레온─에게로 보낸다.

핵심은 이러했다.

적당히. 알아서. 능력껏.

세상에. 아주 대놓고 세금을 빼돌리라고 만들어놓은 구조 같다.

“폐하의 왕국에서는 부정을 일으킨 사람을 어떻게 잡아냈사옵니까?”

“잡아낼 필요가 없었다.”

“왜, 왜 그러하옵니까?”

“그랬던 놈들은 전부 지옥으로 떨어졌으니까.”

“아…….”

레온은 말로만 천국과 지옥을 떠들던 지구가 아닌, 진짜 신이 존재하는 세상의 주민이다.

신성과의 조화, 신앙과 은혜… 당연하지만 천벌 또한 존재했다.

부정을 일으키는 관료?

부패한 귀족? 패악을 부리는 기사?

그런 존재가 어찌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그게 상식이었고, 당연한 법칙이었던 세계의 주민이다.

“한 때의 부귀와 영화를 위해 신을 속이는 작자라… 그것 참 다른 의미로 대단한 작자로군.”

“…….”

하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데메라의 신성을 마주한 그녀는 신들의 존재함과 그 은혜에 감복하기도 했지만… 신벌 또한 존재함을 깨닫고 오싹해졌다.

* * * *

헌터가 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헌터 아카데미에 입학해 3년간 국비지원과 계발을 통해 헌터증을 발급받는 것.

국가 헌터협회 소속 한하리 대리가 바로 이 케이스다.

“수석 졸업이었어요~ 히히.”

“안 물어봤다.”

“예에…….”

두 번째 방법은 헌터 협회 공인의 각성자 테스트를 통해 ‘직업’과 ‘스킬’을 측정 받는 것이다.

보통 아카데미에 입학할 나이를 지난 각성자가 들어오기도 했고, 매년 랭크 갱신을 위해서도 많은 헌터들이 협회의 테스트장을 찾았다.

“폐하께서도 테스트를 받으시겠사옵니까? 하긴, 절차상으로는 측정 테스트를 받는 게 업무가 편하긴 하옵니다.”

과연, 레온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을까? 또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을까? 하리는 내심 그것이 궁금했다.

생존자들 중에는 이세계의 지구인들은 습득할 수 없는 스킬을 가진 경우가 많아서 협회에서도 내심 호기심을 내비치기도 했고.

“그게 무슨 망발이냐.”

하지만 레온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 사자심왕을 제깟 것들이 어떻게 테스트하겠다는 거냐.”

“어… 그럼 왜 가시자고 하신 거예요?”

“쓸만한 자유민 병사들을 구해야겠다. 내 그들을 테스트할 것이니라.”

“그, 그게 절차상…….”

“안 되면 되게 해라.”

또 억지를 부리는 레온의 발언에 하리는 이를 어떻게 김진수 과장에게 보고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보다 대통령께서는 언제 귀국하신다고?”

“바, 바로 전화할게요. 여보세요? 김 과장님?”

이 칼 든 기사왕을 대통령과 만나게 하느니 차라리 협회에 억지를 부리는 게 나을 것이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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