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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0

140화 최후의 전투(4)

하늘과 천둥의 성배기사 길링엄은 이 상황이 결코 좋지 못하다고 여겼다.

대공급 악마와 대악마가 넷. 그 외에도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침입한 악마들이 수백 이상.

‘전원이 고위급 악마들.’

그들이 이곳에 몰려온 이유는 하나. 현재 숲의 현자들이 짜내고 있는 정수를 강탈하거나 그 사보타주를 하기 위함이겠지.

“이사벨 신관장.”

“뭔데?”

“목숨을 버려라.”

“좋아.”

길링엄과 마찬가지로 이사벨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놈들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길링엄 경?”

“이사벨 신관장님, 그게 무슨…!”

당황하는 두 사람을 제쳐놓고 두 성자와 성녀는 망설임 없이 목숨을 배팅한다.

신성강림──

신성강림──

밤하늘에 울리는 천둥소리.

만신전을 내리쬐는 달의 광채.

《천둥의 왕》

《달의 사냥꾼》

사람의 육신을 빌어 신성이 강림한다. 그 광채 앞에서 타락대공은 눈살을 찌푸렸다.

“친위대. 신전으로 향하도록.”

“대공각하?”

퀘이의 말에 의아해하는 쾌락과 타락의 악마들.

“네놈들 따위가 낄 수 있는 전장이 아니다.”

“……명 따르겠습니다.”

대악마를 제외한 고위 악마들 수백이 그대로 만신전으로 달린다. 이사벨이 외쳤다.

“한수호와 천소연이 그곳에 있어! 너희들도 그쪽을 도와!”

“아, 알겠습니다!”

하리와 재혁은 황급히 악마들을 쫓았다.

그리고 남은 건 타락대공과 대악마 넷. 그리고 신성을 강림시킨 반신이 둘. 퀘이가 씨익 웃었다.

“한쪽은 멀쩡하지 못한 모양인데, 우릴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오우~ 한 손가락으로도 찍어누를 수 있으니까 신경 끄셔.”

“그렇다는군.”

“키킥… 너희 신의 하수인들은 항상 자신감만큼은 넘치는군. 하지만 그 오만의 대가를 치를 것이다.”

퀘이가 팔을 뻗었다. 이에 대악마들이 그들을 향해 돌격했다.

* * * *

“크윽…!”

수호는 갑작스레 들이닥친 악마들을 막아서며 신음을 흘렸다.

이사벨로부터 계승 받은 방패는 악마들의 사나운 공격을 능히 막아냈으나 정작 사용자인 자신의 역량이 떨어졌다.

“소, 소연아! 그쪽은 어때?!”

“말 걸지 마!”

만신전에 상주 중이던 신관과 병사들과 함께 사방에서 몰려오는 악마들을 막아내고 있지만, 그 천소연도 힘에 벅찬 모양이다.

결국 한 쪽이 뚫리며 그 틈을 타 악마들이 몰려간 것이다.

“자, 잠깐! 누가 저쪽 좀 막아봐!”

안 된다. 이곳이 뚫리면 곧장 정수를 벼려내고 있는 현자들과 대성녀가 있는 곳이다. 어떻게 해서든 이곳만큼은 사수해야하는 것이다.

“키히힛…! 죽어라, 하등생물!”

한 고위악마가 날카로운 손톱으로 틈을 보인 수호를 베려던 그때──

“누구 동생을 건드려!!”

어디선가 휘몰아친 불꽃이 악마를 산 채로 태워버렸다.

“누나!”

하리와 재혁이 무자비한 성법을 휘두르며 악마들을 일소했다. 특히 좁은 실내에서 하리의 성법은 절대적인 화력을 자랑했다.

“수호야, 괜찮니?”

“으응… 하지만 악마들이 안쪽으로 향했어…….”

“으으… 서두르자!”

네 사람은 서둘러 악마들이 향한 안쪽으로 향했다. 그들이 안쪽에 도착한 그 순간, 눈부신 빛이 만신전에서 쏟아져나왔다.

“으읏…!”

실명할 것 같은 빛이 만신전을 통과해 하늘까지 닿는다. 모두가 그 이변을 눈치채고 시선을 돌렸을 정도였다.

“으으, 대체?”

네 사람은 빛의 영향으로 비척거리면서도 간신히 그 안쪽으로 향했다. 이곳에 대성녀 아냑과 현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 이건?”

안쪽으로 진입한 수호는 악마들의 흔적을 발견했다.

정확히는 수천 가닥의 뿌리에 붙잡힌 채 돌이 되어버린 악마들. 숲의 현자들이 뻗은 나뭇가지에 꿰어 죽은 악마들이 수두룩하다.

-토막내버려!

-잘라내라!

안쪽에서 들려오는 전투의 소음. 네 사람이 도착했을 땐, 침입한 악마들과 현자들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군라르 님!”

“그오오오오오…!”

군라르의 거체가 다가오는 악마를 뻥 차버린다. 거대함을 그대로 폭력으로 휘두르는 숲의 현자는 이 자리에 있는 그 무엇보다도 난폭한 짐승 같다.

“가세할게요!”

네 사람은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에 가세해 악마들의 공세에서 현자들을 지켜냈다.

대부분의 현자들이 달의 성배에 정수를 새기고 있는 현재, 그들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그들 뿐이다.

성법 <파도치기>

성법 <불의 축복>

불의 파도가 몰아친다. 실내 전투에서 하리의 성법의 조화는 가히 절대적. 악마들은 피할 길도 없는 곳에서 일방적으로 타오르고 익사한다.

대항할 방법조차 떠오르지 않는 성법의 조합. 하지만 그조차도 정면에서 돌파하는 괴물이 있다.

“건방지다.”

“……?!”

하리는 불의 파도를 뚫고 쇄도하는 철구에 대처하지 못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혈관이 솟아나 있는 철구, 그때 빛의 방패가 하리를 구해냈다.

-꽈앙!

방패 너머에서도 느껴지는 아찔한 충격. 하지만 조금도 밀리지 않은 장벽 같은 방패에 하리가 입술을 뻐끔거렸다.

“서, 성물의 힘?”

“응. 성능이 엄청난데…….”

방패의 주인은 수호다. 이사벨로부터 계승받은 빛의 성배기사의 방패는 복도를 틀어막을 정도로 거대해져 아군 전체를 보호하고 있었다.

“근데… 두 번은 못 막을 같아…….”

빛의 장벽 너머 그곳에 철구를 던진 악마가 있다.

트리 자이언트 군라르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거구의 괴물. 일전에 목격했던 대악마 안드로진을 떠올리게 만든다.

“인간 놈들. 성가시게 만드는군.”

거구의 대악마는 하리의 성법 덕에 전신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대악마로서도 조금 난처해졌다.

설마 단장급의 전력이 아직도 남아있을 줄이야.

“너희들을 파멸할 것이──?!”

그때였다. 대악마의 등 뒤. 섬뜩한 살기가 번뜩이더니 검은 섬광이 악마를 덮쳤다.

“큽…!?”

전혀 예상치 못한, 파도에 휩쓸려 나간 자리에서 숨어있던 천소연의 급습. 그녀는 성검과 마검 두 자루의 별철검으로 대악마의 목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촤악!

날아갈 뻔한 목을 방어한 대악마의 팔이 잘려나간다. 천소연이 혀를 찼지만, 기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짜릿한 맛 나가신다!”

천둥이 쏟아질 수 없는 실내. 하지만 그 자체로 엄청난 뇌기를 품은 성창이 투척되었다. 재혁이 던진 성창은 그대로 대악마의 가슴을 꿰뚫었고.

“크으으으…! 이 쥐새끼 같은 놈들이!”

“아직도 살아있어?!”

하지만 성마이검에 팔이 잘려나가고, 성창에 가슴을 꿰뚫리고도 살아있는 대악마. 천소연이 외쳤다.

“뭐해요! 빨리 다구리 안 치고!!”

“어, 어어!”

“수호야, 가자!”

두 사람은 천소연의 닥달에 황급히 달려나가 대악마를 공격했다

“제, 젠장하아알…!”

대악마는 당황하며 남은 한 손으로 철구를 휘둘렀지만, 이 자리에 있는 건 단장급의 기사만 넷이다.

대악마는 그들의 협공을 견뎌낼 수 없었다.

“흐아압…!”

기어코 협공에 의해 무너져내린 대악마를 향해 뛰어드는 하리. 맹렬한 불꽃이 피어나는 별철검이 그대로 대악마의 목을 내리쳤다.

-콰아아악!

“크으…!”

마치 두꺼운 강철을 베는 것 같은 단단함이 자루를 쥔 손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베어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좀 죽어!”

이를 악물고 양손에 젖 먹던 힘까지 짜내 휘두르는 하리. 기어코 불의 검이 대악마의 목을 잘라냈을 때, 솟구치는 핏줄기가 천장을 적실 정도였다.

“흐아아악…!”

“자, 잡았다!”

“대악마를 우리가 잡았어!”

소연과 재혁의 절묘한 기습과 아군을 보호하는 수호의 방패… 거기에 하리의 절대적인 공격력까지.

비록 기습으로 중상을 입은 대악마라지만, 네 명이서 대악마를 잡아냈다. 이는 가히 업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

복도 너머. 대악마의 잘린 목이 데구르르 구르며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곳에는 수많은 악마들의 그림자와 끔찍한 존재감의 거구가 둘이나 다가오고 있었다.

“대, 대악마…!?”

“그것도 둘이나…….”

또 대악마가 있었단 말인가? 대체 대악마급 개체가 몇이나 되는 건가?

네 사람이 경악하며 뒷걸음질 쳤을 때였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안쪽에서 들리는 목소리. 익숙한 그 목소리에 네 사람은 도망치듯 안쪽으로 향했다.

“대성녀님…?!”

목소리의 주인은 대성녀 아냑. 그녀는 수많은 숲의 현자들에 둘러싸여 무릎을 꿇고 기도문을 읊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게…!”

가장 바깥쪽에 있던 숲의 현자 군라르가 네 사람을 현자들의 둥지 속으로 들어오게 했다.

마치 네 사람에게 들어오라는 듯 뿌리들이 흐트러지며 입구를 만든다.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군라르는 입구를 틀어막고 트리맨들의 둥지를 형성했다.

“이 나무 쪼가리들이!”

네 사람을 추격해 달려온 대악마와 악마들이 숲의 현자들을 도끼로 내리찍고 지옥불로 태웠다.

하지만 그들은 묵묵히 공격을 견뎌내며 안쪽의 ‘성배’를 보호한다.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둥지 속에서 하리는 갈색머리의 성녀와 마주쳤다.

“대, 대성녀 님…….”

갈색머리의 성녀는 자애로운 미소로 그들을 맞이한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은은한 은빛이 멤도는 잔.

“다 되었답니다.”

달과 순결의 신관장 이사벨이 목숨을 걸어가며 분리해낸 달의 파편,

성배기사 안토크가 마지막까지 제련한 성배의 그릇.

대성녀 아냑과 숲의 현자들이 완성시킨 정수가 성배의 안에 놓여있다.

“숲의 현자들이 모든 지혜와 지식을 가공해 뽑아낸 정수가 담긴 성배예요.”

꿀꺽, 하고 하리는 아냑이 들고 있는 달의 성배에 감탄했다.

격이 다른 성물임을 단숨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성배 안에서 느껴지는 힘은 엄청났다.

“대성녀 님…….”

“이제 이것을 숲의 현자들이 만들어낸 정수와 결합할 거예요. 이것은 필시… 최후의 성배라 불릴 성물이겠지요.”

아냑은 이 성물이 가진 힘과, 그것을 다루는 데 필요한 막강한 그릇에 대해 논하지 않았다.

그저 행동으로 보여줄 뿐.

“서두…르게!”

군라르의 목소리가 재촉한다. 네 사람은 문득 숲의 현자들에게서 생명력의 근원이 느껴지지 않음을 깨달았다.

무한한 생명력을 지닌 것처럼 울창했던 그들의 나뭇잎은 한 포기도 남지 않았으며, 굵고 선명했던 껍질들은 메말라 마른 고목처럼 푸석했다.

“아…….”

그들은 희생한 것이다. 달의 성배에 새길 정수를 뽑아내기 위해.

이 수많은 현자들이 자신의 무한한 생명력을 포기한 것이다.

“빛과 정의의 여신이시여. 당신의 미천한 종이 바라나이다.”

그 정수의 총합이 담긴 성배를 들고서 대성녀가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대성녀님?”

대체 무엇을 하려고, 의문을 채 다 꺼내기도 전, 갈색머리의 성녀는 웃으면서 끝을 고한다.

“당신의 절대적인 정의를, 그 빛을.

지금 이 자리에.

신성강림──

다음 순간, 찬란한 빛이 만신전에 강림한다. 그 빛은 만신전의 천장을 뚫고, 다음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빛의 파동이 도시 전체를 향해 퍼져나갔다.

실로 압도적인 빛.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악마들을 먼지로 바꿔버릴 정도로 찬란한 빛의 힘이었다.

“후우…….”

무너져내린 만신전 내부. 아냑은 강렬한 빛의 힘으로 유지하고 있던 통로로 네 사람이 무사히 빠져나가자 겨우 자세를 허물어뜨렸다.

뒤로 쓰러지는 그녀를 안아든 건 군라르의 갈라진 뿌리들이다.

“감사해요.”

“무얼.”

아냑은 메말라버린 현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 성력, 생명력 모두를 하나로 긁어모아 정수로 완성시켰다. 이제 그들이 눈을 뜨는 일은 없겠지.

모든 생명력을 뽑아낸 현자들은 죽은 나뭇가지와 다를 것이 없으며 이는 군라르도 마찬가지.

진실로 이 세계에 트리맨이라는 종족이 절멸하는 순간이었다.

“폐하께서 어째서 마음을 바꾸셨을까요?”

본래라면 이 힘은, 이 정수들은 사자심왕에게 전해질 예정이었다. 그들의 모든 힘을 단 한 명의 반신에게 집중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레온은 계획을 바꿨다. 그리고 그 의미를 군라르는 잘 알았다.

“사자심왕이 미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네.”

그 정수에 새겨진 생명력은… 그런 의미다. 레온이 정수를 힘이 아닌, 생명의 근원으로 사용할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은 필시 미래를 위한 것이다.

“다행이에요. 폐하께서… 포기하지 않으셔서.”

“처음부터 포기할 생각 따위 없었겠지. 그는 그런 사내야.”

메말라가는 가지에 안겨 대성녀는 눈을 감았다. 분명, 그녀가 다시 눈을 뜨는 일은 없겠지.

그러나 희망을 남겼다.

미래를 위한 씨앗이, 사자심왕에 의해 부화할 것이다.

그것만으로 아냑은 웃을 수 있었다.

레온왕 85년.

빛과 정의의 대성녀 아냑 프로텍시아.

트리 자이언트 군라르 및 숲의 현자들.

승천.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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