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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3

142. 약혼관계 – 하인

“미안해. 괜한 심술을 부려서…”

온천이 딸린 숙소 앞에서 아직 머리가 축축한 레나가 사과했다. 작은 벤치에 앉아 와삭- 하고 무언가를 깨물어 먹고 있던 레오 덱스터는 말없이 옆자리를 두드렸다.

“먹을래?”

자리에 앉자 레오가 하얀색의 둥근 무언가를 쪼개어 내밀었다.

‘라디무’였다.

겨울무, 또는 얼음무라고도 불리는 북부의 작물이었는데, 생으로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 썩지 않아서 북부에 사는 사람들은 주로 이걸로 물물교환을 했다.

상단의 마차에는 이 라디무가 그득그득 실려 있었다. 그리고 레오는 상인들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으므로 언제든 라디무를 꺼내 먹어도 좋았다.

레나는 사양하지 않았다. 그녀의 사과를 태연히 받아준 레오에게 고마워하며 한 입 깨물었는데…

“악! 야! 이거 끄트머리잖아!”

“하하하하.”

라디무는 줄기가 돋아나는 위쪽이 달았다. 반면 아래쪽은 상당히 쓰고 떫어서, “요즘 것들은 먹을 거 귀한 줄 몰라.”라며 한탄하는 노인네가 아닌 이상에야 이 부분까지 생으로 먹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레오는 자신의 손에 들린 것을 마저 입에 넣고는 말했다.

“버리긴 아깝잖아. 얻어먹는 건데. 먹기 싫으면 줘. 내가 먹을게.”

빼앗겼다.

레나는 제 입에 반쯤 들어갔던 걸 아무렇지 않게 뺏어다가 와삭- 깨무는 그를 착잡하게 바라보았다.

얘는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걸까.

언제부턴가 레오가 달라졌다. 동작 하나하나에도 어떤 {기품}이 묻어나왔고, 나이 많은 어른들에게도 전혀 꿀리지 않게 행동했다.

나란히 성년이 되었음에도.

‘따라잡았다 싶으면 멀어지고, 또 따라잡았다 싶으면 또 멀어지고…’

레오는 항상 그랬다. 언제나 한발 앞서 성장했고, 쫓아가는 건 나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성년이 되었기 때문일까? 레오가 두 발, 아니, 한 대여섯 발자국은 멀리 뛰어간 것만 같았다.

특히 검술은 경탄스러울 지경이었다. 뭘 깨달았는지 엄청난 폭으로 성장해버렸다.

솔직히 이번엔 좀… 버겁다.

그래서 레오가 기사를 간단히 죽여버린 순간 질투를 느꼈다. 아니지, 질투라기보다는… 먹먹함이었다. 저걸 내가 따라잡을 수나 있을까 싶은.

‘…아니야. 난 할 수 있어. 못난이처럼 행동하지 마. 레나 아이나르.’

스스로 의지를 북돋은 레나가 주머니를 뒤졌다. 저번에 레오 몰래 사둔 것을 꺼내어 내밀었다.

“이거 받아. 생일선물이야.”

“……아아, 오늘이 내 생일이었나? 깜박 잊고 있었…”

“뭐라는 거야? 당연히 아직 멀었지. 그냥 미리 주는 거니까 받아.”

선물을 받아든 레오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뭐라고 말할지 알 것 같아서 반박을 준비하는데, 레오의 말은 예상한 것이 아니었다.

“너 내 생일 까먹었지? 까먹어놓고는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것 맞지? 정확히 말해봐. 내 생일이 언제야?”

“허, 참. 내가 바보야? 사람 생일을 까먹게?”

“너 저번에도 친구들 생일 헷갈려서 반대로 줬잖…”

레나가 황급히 레오의 입을 틀어막았다. 얼굴이 벌게져서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 그건 실수지.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네 생일을 까먹겠어? 마우닌 왕의 탄생일이랑 같잖아. 원래는 마우닌 대회가 열리는 날에 줄 생각이었는데… 그냥 좀 받아. 사람이 생각해서 선물을 주면 감사할 줄 알아야지.”

“하하. 알았어. 고맙게 잘 받을게. 그런데… 내가 저번에 사줬던 거랑 같네? 일부러 같은 걸 골라 사 온 거구나. 좋다.”

그녀가 내민 건 검은색의 긴 가죽끈이었다. 레오 몰래 가죽 상인에게 하나 더 달라고 했던.

원래는 레오가 이것 내가 사줬던 것 아니냐고 묻거든 당당하게 “네가 나한테 사줬으니 내 거고, 그걸 선물로 주는 건데 뭐가 문제야?”라고 반박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레오가 자상하게 돌려 말하자 레나는 “으, 응. 같은 거면 좋잖아…”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우씨. 그냥 딴 거 사줄걸. 재미있을 줄 알았더니.’

얘는 언제 이렇게 커버렸을까.

옆에 있는 레오의 어깨가 넓게 느껴진다. 허리를 굽히고 꾸부정하게 앉아 있음에도 그의 존재감이 나를 뒤덮는 것만 같았다.

‘이익…’

그때, 레오가 내 손을 잡았다. 고개를 돌아보니 내 턱을 가볍게 이끌며 눈을 맞춰왔다.

키스하자는 거다.

레나는 고개를 돌려 피했다. 마침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어서 변명이 되어주었다.

“레오 님, 큰일 났습니다. 방금 촌장을 만나고 오는 길인데… 전쟁이 터졌답니다. 그래서 저기 그…”

전쟁!

레나는 깜짝 놀랐지만, 레오는 전혀 놀랍지 않다는 듯이 답했다.

“이제 빨리 돌아가는 게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으신 거지요? 저도 그리 생각하니 일정을 앞당기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여기서 묵고 가시지요.”

버논은 “물론입니다. 내일 아침에 출발하겠습니다.” 말하고 돌아갔다.

다음 날, 상단은 서둘러 마을을 떠났다. 여태까지는 자작가의 기사와 만난 적도 없다는 듯이 태연자약하게 장사를 하며 이동했지만, 더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전쟁이라는 핑계가 생겼으니까.

또, 수도에 있는 자작이 전쟁의 어수선함을 틈타 가족들을 해코지할지도 모를 일이라, 상인들은 겨울이 가시기가 무섭게 급히 마차를 몰았다. 꽤 강도 높은 강행군 끝에 그들이 바르나울에 도착했을 때는 완연한 봄날이었다.

* * *

“꼭 우리 집에 놀러와! 우리 집은 내성 남쪽 시장 부근에 있어! 상인들한테 내 이름을 대면 길을 알려줄 거야!”

“우리 집은 얘 옆집이야!”

앤과 란이 소리쳤다. 레오와 레나는 멀어져가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레오, 이제 어디로 가면 돼? 네가 태어난 집에 간다니깐 좀 설레네.”

레나가 묻자 레오는 품에서 편지를 꺼냈다. 떠나올 때, 아버지가 형에게 전해주라며 즉석에서 쓴 편지였는데, 봉투에 주소가 적혀 있었다.

– 다니카 대로 첫 번째 골목, 철 경첩 아치문.

‘그런데 아버지는 왜 나한테 편지를 맡기면서 주소를 적으셨을까?’

너무 민감한 것일지도 모르나, 이건 아들이 고향 집을 찾지 못할 걸 안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혹시 내게 과거의 기억이 없다는 걸 눈치챈 것일까? ─ 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레오는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워낙 어렸을 때 떠나왔으니 만약을 대비해 적어주신 것이겠지.

“어디 보자… 이쪽인가보다.”

레오가 표지판을 찾아 방향을 잡았다. 중간중간 사람들에게 물으며 집을 찾아가는 동안, 두 사람은 바르나울의 거리를 둘러보았다.

바르나울은 오르빌만큼은 아니지만 대단히 오래된 도시였다. 아카이아 왕국의 건국왕, 토들러 아키우넨이 지금으로 따지면 벨리타 왕국 북쪽에 있는 토들러 지방에서 태어났기에 아카이아 제국은 북부 개발에 꽤 많은 공을 들였다.

그 개발의 중심지가 바로 바르나울로, 이 도시는 마우닌 왕과 레티이 여왕이 제국으로부터 독립해 세운 ‘아스란 왕국’의 수도였다가, 지금은 아스틴 왕국의 수도가 되었다.

회색빛의 납작한 돌을 겹겹이 쌓아 세워진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돌을 층층이 쌓은 것이 아니라 얇은 돌을 비스듬히 기울여 엇갈리게 쌓은 것이어서 투박하면서도 어딘가 멋스러운 맛이 있고, 오랜 역사를 함께한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다만, 슬픈 흔적도 많았다.

“설마 저것들이 다 묘비야? 아니지?”

“…아닐걸.”

도시 곳곳, 벽과 바닥이 되는 돌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거든 ‘세 자녀의 아버지, 브루노 – 서른다섯의 나이로 여기 잠들다.’와 같은 글귀들이었는데, 모두 십일 년 전 참혹했던 ‘구일 전쟁’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 지나 아스틴 왕국과 그 국민들은 과거의 상처를 씻어내고 힘껏 살아가고 있지만,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못한 것이었다.

자연스레 경건해지는 걸 느끼며, 레나와 레오는 글자가 새겨진, 수없이 많은 돌바닥을 밟으며 다니카 대로에 들어섰다.

첫 번째 골목이라 했다.

제법 넓은 골목길로 꺾어 들어가자 고풍스러운 돌담이 보였다. 아치형의 나무문, 철 경첩 다섯 개가 달린 문이 멀리 보였는데,

“세상에…”

빽빽하다.

아버지, 노엘 덱스터가 살았을 집으로 추정되는 레오의 고향집 담장에는 엄청나게 많은 글귀가 박혀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지금껏 본 것과는 매우 달랐다. 원망과 분노. 저주. 울분. 드물게 용서까지…

구일 전쟁 당시 악명높았던 노엘 덱스터, 그는 바르나울의 시민들에게 원망의 대명사였다.

비록 노엘이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고 다닌 것은 아니었으나, 참혹한 전쟁에 일조한 기사였고, 또, ‘귀족도살자’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이곳 바르나울에서 활동했기에 전후(戰後) 시민들의 욕받이가 된 것이었다.

‘왜 떠났는지 알 것도 같군…’

레오가 문을 두드렸다. 나무문에 걸린 금속 링으로 쿵쿵, 문을 찧자 이내 한 사람이 나왔다.

“누구십니까?”

레오는 아버지의 형, ‘엘슨’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 하지만 적어도 눈앞의 젊은이가 저의 큰아버지일 리 없어서 레오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저는 레오 덱스터라 합니다. 큰아버지를 뵈러 왔습니다.”

“…도련님이시군요. 하지만 초면에 정말 죄송합니다. 주인님은 지금 출타 중이시고, 전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일 수 없습니다.”

“아버지의 편지를 가져왔습니다. 제 신분증서와 이 편지로도 증명이 어렵겠습니까?”

하인으로 보이는 청년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글을 읽지 못합니다. 사실 외견으로 봐서는 당신이 주인님의 조카분인 걸 저도 알겠습니다만…”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을 이었다.

“도련님을 문전박대할 수도 없고,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일 수도 없는 제 처지를 이해해주십시오.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주인님이 언제 돌아오실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사무실에 가신 건 분명하니 직접 찾아뵙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도련님을 문 앞에 세워둘 수 없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하인이 제안하기에는 꽤 당돌한 요구였다. 하지만 달리 비켜줄 것 같지 않아서 레오는 큰아버지의 사무실이란 곳의 주소를 물었다.

– 쿵.

돌아서서 골목을 빠져나가는데 레오는 묘한 한기를 느꼈다. 힐끗 뒤돌아보니 모든 이들의 원망이 자자한, 오래된 기사 가문의 저택이 고요히 서 있었다.

* * *

“내 조카가 왔구나! 이리 와라. 한 번 안아보자꾸나. 이게 대체 얼마 만인지…”

누가 봐도 노엘 덱스터를 닮은 사람이 벌떡 일어나 양팔을 벌렸다.

큰아버지의 사무실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대로 두 개를 가로질러 귀족이나 부호가 올법한 번화가에 있었는데, 삼층 건물 현판(懸板)에는 ‘덱스터 용병단’이라 적혀 있었다.

하지만 막상 용병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다 일하러 나가서 없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이 건물에는 용병들이 시끌벅적 떠들 수 있는 로비나 생활공간, 공터 따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값싸지만 푹신한 카펫이 깔리고, 마찬가지로 싸구려지만 나름의 운치를 더하는 그림들이 걸린 복도와 살롱(Salon)들이 전부.

손님을 맞이하는 건물인 모양이다.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큰아버지. 잘 지내셨어요?”

초면이나 다름없지만, 레오는 오랜만에 만난 조카가 했을 법한 인사를 꺼냈다. 와락 껴안으려는 걸 사양하는 행동이기도 했다.

아무리 아버지를 닮았다지만 처음 만난 남자와 포옹하고 싶지 않다.

엘슨은 노엘 덱스터보다 키가 조금 더 커서, 레오와 거의 비슷했다.

그리고 아버지에 비해 살집이 있고, 눈이 작으며, 거칠어 보이는 편이었는데, 이건 살아온 삶이 달라서인 듯했다.

노엘 덱스터의 경우는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학구적인 느낌이 있었다. 반면 용병단장인 엘슨은 호탕한 인상으로, 포옹이 거절당했음에도 넉살 좋게 레오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 잘 지냈다마다. 히야, 몰라볼 정도로 늠름하게 자랐구나. 동생이 자랑스러워하겠어. 그리고…”

엘슨의 눈이 레나를 향했다. 그는 이내 파하하 사람 좋은 웃음을 터뜨리며 악수를 청했다.

“네가 레나 아이나르로구나. 반갑다. 약혼했다지? 참석하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솔직히… 가기엔 좀 멀잖아? 파하하하하.”

그는 찡긋, 윙크하곤 레나와 레오를 푹신한 체스터필드(chesterfield, 침대 겸용 소파)에 앉혔다.

딱 이 소파와 앞에 놓인 탁자만 싸구려가 아니었다. 그래도 돈을 쓸 때는 쓸 줄 아는지 손님이 사용할 가구에는 큰돈을 들인 것이었다.

뭐… 소파의 경우 본인이 잠을 자는 용도인 탓도 있겠다.

레오는 서류뭉치가 산더미처럼 쌓인 책상(저것도 싸구려다.)을 눈여겨보며 아버지의 편지를 건네주었다.

“으음, 뭐 대단한 이야기는 없구나. 조카를 집에 머물게 해달라는 이야기는 뭣 하러 쓴 건지 몰라. 안 그러냐? 하하하. 아무튼 이 녀석은 옛날부터 고지식해서…”

두 장의 편지를 쓱, 싹. 눈 깜짝할 사이에 읽은 엘슨이 손수 (싸구려) 차를 내어오며 잡담을 시작했다.

‘…진짜 말 많다.’

큰아버지를 이렇게 평하는 건 무례한 짓일지 모르겠지만, 그는 정말 말이 많았다.

주제도 휙휙, 빠르게 변해서,

며칠 전에 아놀프 드 클라우스 왕자와 알바세테 남작이 군사를 이끌고 출정하는 모습이 근사했는데, 왕께서 친히 남문까지 배웅하시는 모습에 시민들이 환호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지난 내전의 후유증 때문에 그렇게 반기는 것 같지 않은 데다가, 자기도 휘하의 용병 상당수가 징병돼서 곤란한 찰나에, 일감이 한 번에 많이 들어와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인데, 이번에 어느 상단을 호위하고 돌아온 애들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해서 골치가 아프다는…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집중하며 듣다가, 종국에는 이 사람이 아무런 목적 없이, 재미만으로 떠든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있으면 꽤 재미있어서 단순한 레나는 벌써 엘슨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한창 재미있는데 미안하구나. 말했지만 내가 요즘 좀 바빠서.. 오늘도 철야다! 야호! 파하하하하하. 난 오늘 집에 못 들어갈 것 같으니 너희 먼저 가 있거라. 집은 어딘지 알지?”

“네. 오기 전에 들렀어요. 그런데 하인으로 보이는 분이 들여보내 주지 않더군요. 주인님의 허락이 필요하다면서요.”

“…‘유안’이 그랬구나. 걘 하인이 아니란다. 아마 너도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여태껏 밝은 모습밖에 보여주지 않던 엘슨의 표정이 다소 가라앉았다.

“내 양자야.”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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