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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3

빌어먹을 아이돌 143화

*   *   *

[뉴스 랭킹]

1. 세달백일 한시온, 자필 성명서 공개

2. 서초구 가정법원, 후견인 지정은 합당했다며 판결문 공개

3. 세달백일 법적 대리인, “빠른 시일 내에 악플러들 고소 예정”

…….

포털사이트 뉴스 랭킹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끝났다.

이제 더는 부모님과 관련된 이슈가 위험 요소로 작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터넷 댓글의 여론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와, 한시온 친척들이 ㄱㅅㄲ들이네. 나 같아도 저런 사람들한테 유산을 맡기고 싶지 않을 듯.

-ㅇㅇ로펌에 맡기길 잘한 듯.

-최지운? 저 사람도 낭만 쩐다. 스무 살짜리 어린 애 말을 들어준 거잖아.

-연예인이라서 그런 거 아님?

-뭔 소리야; 퇴원하고 바로 갔다잖아. 그럼 커밍업 넥스트 촬영도 전임. 찐 일반인 상태.

-와 그러네. 생각 못했다.

-의뢰비도 성공 보수로만 책정했다는데. 쩌는 듯.

-그건 어디서 봄?

-최지운 변호사 전화 인터뷰한 거 올라옴.

-낭만 100%라기에는 보수가 좀 많다…?

-ㅋㅋㅋㅋ글킨 한데ㅋㅋ 대한민국 원투 하는 로펌이잖슴.

-낭만 70% 수익 30%로 가자!

-어휴 어떻게 이런 일이ㅠㅠㅠㅠㅠ 세달백일 앨범 나오기 전에 액땜했다고 생각하자ㅠㅠㅠㅠㅠ

-오늘 세달백일 음방 나온다던데 몇 시인가요?

-5시 45분에 시작하는데 세달백일이 몇 번째 나오는지는 몰라요! 그래도 꽤 후순위일 것 같아요!

-ㅇㅋ 대기 타 봐야겠다.

이슈라는 게 그렇다.

팩트보다 무서운 게 사람들의 판단이다.

이슈가 대중들의 입과 입을 통해서 전해지기 시작하면, 그 끝에는 판단이 존재다.

저놈은 나쁜 놈이야.

억울할 게 뭐가 있어? 처음부터 잘하면 됐지.

이렇게 내려진 결론들은 정말 어지간해서는 바뀌는 일이 없다.

설령 정당한 해명을 해도 그렇다.

인간이 원래 ‘내가 틀렸다’라는 걸 인정하는 걸 싫어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중들이 판단을 내릴 시간을 주지 않았다.

새로운 이슈를 짧으면 10분에서 길면 20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던졌다.

정보들이 계속 추가되니 사람들은 판단을 유예한다.

동시에 기사의 타이틀과 똑같은 사고의 흐름으로 이슈를 추적한다.

난 그 끝에 나의 무고함과 정당함을 배치했고, 언론사가 뉴스를 수정하는 걸 통해 근거를 깔아 주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의 자신들이 자의적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사고 피해자 한시온이 억측으로 비난받았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해 볼까?

재산 내역은 조작이다.

가정 법원에서 행정 명령이 떨어진 시점의 잔액과 현재의 잔액을 맞춰 놓았을 뿐이다.

그사이에 무수한 금융 거래가 있었지만, 깔끔하게 지워 놨다.

최지운 변호사의 성공 수당도 마찬가지다.

내 시나리오상, 최지운 변호사는 불쌍한 어린애를 도와준 의인이다.

한데 그런 의인이 재산의 50%나 받아 갈 순 없지.

그래서 적당한 금액을 성공 보수로 책정했고, 받았다고 거짓말을 한 거다.

어차피 이건 나랑 최지운 변호사만 아는 이야기라서 상관없다.

국세청에 줄 적절한 자료를 만들어야 하니, 로펌 직원들 중 몇몇이 알게 될 수도 있지만…….

전관예우와 비리의 온상인 대형 로펌이잖아.

절대 안 새어 나간다.

장담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들은 이런 사실을 끝까지 모를 거고, 그들의 판단은 바뀌지 않을 거다.

“고생했어. 시온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이온이 내 등을 툭툭 두드린다.

“고생은요, 뭘. 이제 인터넷 보셔도 돼요.”

“아냐. 음방에 집중해야지.”

멤버들에게는 며칠 전에 미리 말을 해 놓았었다.

음방날 이런 일이 시작될 거고, 이런 식으로 진행될 거니가, 멘탈 흔들리지 말라고.

그러니 어지간하면 당일에 인터넷은 보지 말라고 했다.

멤버들은 왜 하필 음방날인지를 궁금해하는 것 같았지만, 그건 말해 주지 않았다.

오늘이 원래 최대호의 계획 결행일이었다는 건 알아서 좋을 게 없다.

솔직히 난 최대호가 우습다.

내가 이런 일을 얼마나 많이 겪었고, 얼마나 많이 해결해 왔는데…….

뻔한 수작에 당해 주겠는가?

날 곤란에 빠트리려면 좀 더 기발해야 할 거다.

길고 긴 생에서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방식으로.

하지만 이건 나만의 생각일 거고, 멤버들은 압박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말을 안 한 것이었다.

“팬들이 걱정을 많이 하던데, 저희도 다른 팀처럼 대기실 사진이라도 찍어서 올려야 하지 않을까요?”

최재성의 말에 구태환이 고개를 젓는다.

“다들 몇 시간 동안 걱정을 많이 하셨을 텐데, 너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대하면 안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의 말이 다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 팬덤을 생각하면 최재성의 말이 좀 더 맞고, 일반 여론을 생각하면 구태환의 말이 좀 더 맞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눈이 너무 많다.

내 정당함을 증명한 것과 무관하게, 우리 부모님이 식물인간 상태라는 이슈는 오늘 막 퍼진 거다.

여기서 웃고 있는 사진을 올려 봤자 긍정적일 리가 없다.

내 입장에서는 몇 달 전의 사고지만, 대중들은 본인의 기준으로 날 판단할 거다.

하지만 마음 졸였을 팬들이 많을 텐데, 이대로 넘어가는 건 좀 그렇지.

거창한 팬 서비스를 준비 중이긴 하다.

계획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 잠깐 음방 CP 좀 만나고 올게요.”

“시온아.”

“네?”

“CP님이라고 해야지.”

이이온도 참 한결같다.

“근데 CP님은 왜?”

“방송 전에 시끌시끌한 일이 있었던 거잖아요. 사회부 기자들도 많이 방문한 것 같던데, 양해를 구해야죠.”

“아, 그치. 같이 갈까?”

“아뇨. 저 혼자 다녀올게요.”

그렇게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SBN <가요 테이스트>의 CP는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새벽부터 진행되는 사전 녹화야 현장 PD들이 진행할 테니 상관없다.

그의 혼을 빼놓은 것은 세달백일, 아니 한시온과 관련된 이슈였다.

처음엔 좋은 일인 줄 알았다.

한시온의 부모님이 식물인간 판정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쏟아졌고, 동정 여론이 번졌으니까.

이러면 굳이 세달백일을 첫 타자로 섭외해서 최대호랑 기 싸움할 필요 있냐는 후배 피디들의 볼멘소리를 무시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망한 줄 알았다.

동정 여론이 의심으로 번지기 시작하는데, 의심의 방향성이 심상치 않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패륜은 용서받을 수 없는 종류의 범죄이다.

한데 한시온이 사고를 의도해서 부모님의 재산을 노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아, 씨. 하필 당일에…….’

음방 며칠 뒤에 기사가 나왔다면 우린 아무것도 몰랐다로 넘어갈 수 있는 건데, 하필 당일이다.

오죽 상황이 심각했으면 사장님한테 전화가 왔겠는가.

하지만 정말 드라마틱하게 상황은 바뀌었다.

모든 대중들이 한시온의 편으로 돌아선 것이었다.

이쯤해서 언론사 구조를 아는 고위층들은 상황을 대충 눈치 챘다.

‘이거, 각본인데?’

어디서 어디까지가 각본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합을 맞춘 뉴스가 나온 게 틀림없다.

이슈의 전개가 자연스럽지 않다.

아마 최지운이라는 변호사가 힘을 쓴 게 아닐까?

하지만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차피 여긴 쇼 비즈니스다.

한시온 쪽이 좋은 쇼를 벌여서 좋은 비즈니스를 한 거다.

박수를 치면 쳤지, 비난할 게 아니다.

‘어쨌든 우리도 무사하고.’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CP는 피디에게서 한시온이 인사를 올리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꺼운 마음이 든다.

그래, 이게 맞다.

뭐가 됐든 프로그램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었으면 양해를 구해야 하는 거다.

그렇게 만난 한시온은…….

아주 묘했다.

대화의 시작은 평이했다.

개인적인 이슈로 시끄러워져서 죄송하고, 방송에 피해를 준 게 있다면 사과드리겠다.

밖에 기자들이 잔뜩 와 있는데, 혹시 취재에 응해도 괜찮겠냐 등등.

침착한 어투로 당연한 이야기들을 꺼냈다.

그렇게 대화가 끝났다면 가요 테이스트의 CP는 한시온이 침착하고 현명한 청년이라는 인상만 받았을 것이었다.

한데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주제가 바뀌어 있다.

“죄송합니다. 저희 때문에 이런 기사까지 나와 버려서.”

[압도적인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세달백일의 State Of Mind. 음악 방송 1위 가능성은?]

[세달백일이 출연하는 SBN <가요 테이스트>, 최고 시청률을 갱신할까?]

[“세달백일은 몇 시에 출연하나요?” 가요 테이스트에 쏟아지는 대중들의 관심도는?]

[첫 음악 방송 출연 세달백일, 어떤 무대를 꾸밀까?]

동정 여론, 비난 여론, 응원 여론.

한시온을 둘러싼 여론의 전개 끝에 사람들의 관심이 <가요 테이스트>에 쏟아지고 있었다.

당연히 제작진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전반적으로 실수 없는 무대를 꾸며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묘하다.

마치 한시온은…….

‘방송의 틀’을 바꿔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눈치 채지 못할 뻔했는데, 논리가 그렇다.

“잠깐만요. 한시온 씨.”

“네, 말씀하시죠.”

“혹시 1위 후보에 올려 달라는 거예요?”

말도 안 되는 거다.

세달백일의 State Of Mind가 잘나가는 건 안다.

하지만 방송 출연 점수가 전혀 없으며, 음반 판매 점수도 아직 집계가 안 된 걸로 안다.

CP는 자신의 질문에 한시온이 손사래를 칠 줄 알았다.

그런 생각은 추호도 안 해 봤다고.

하지만 아니었다.

쑥스럽게 웃은 한시온이 머리를 긁적였다.

“방송국에서는 유입 시청자를 끝까지 끌고 가려고 하실 테니까…….”

너무 당당해서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음방 시청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건 오래된 일이다.

오늘 이슈로 음방을 보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시청률 3%는 나오지 않을까?

한데 세달백일이 1위 후보로 마지막에 나온다면?

그 시청자를 전부 붙잡고 가는 거긴 하다.

“그리고 시청자 문자 투표도 있으니까…….”

하지만 한시온이 모르는 게 있다면, 세달백일이 1위 후보에 올라가면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는 거다.

세달백일이 음방 1위 후보에 올라가면, 그게 오늘 서사의 마침표다.

불운한 사고를 당한 이가, 억울한 비난을 당했지만, 극복하고 성공한다.

이 서사 구조라는 것이다.

그럼 극복은 뭐겠는가?

당연히 1등이다.

여기서 후보에만 올리고 1등을 못한다면 오히려 허망해질 수가 있다.

‘아니, 잠깐만. 그럼 우리가 서사를 완성시키면 되는 건가?’

CP의 머릿속이 혼란해질 때였다.

“아마 다른 그룹들도 사정을 아실 테니까…….”

한시온의 말에 머릿속에서 번개가 번쩍 쳤다.

그래, 이 말이 맞다.

세달백일이 1위 후보로 올라간다면 소속사에서 연락이 올 거다.

아이돌 기획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쓸데없는 논란과 비난이다.

이런 상황이면 스스로 1위를 양보할 확률이 높다.

게다가 오늘 1위가 예정된 그룹은 이미 앞선 2주 동안 1위를 했었던 텐션의 유닛 오션이다.

자연스럽게 힘이 빠질 때도 됐다.

“그럴 가능성이 0은 아니지 않을까……. 라고 망상 중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죠?”

가요 테이스트의 CP는 혼란스러워졌다.

한시온의 얼굴을 보면 전혀 연기라고 생각되진 않는데…….

‘그냥 순진한 건가?’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뭔가 묘하다.

결국 CP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런 건 본인 혼자서 내릴 결론도 아니고, PD들이랑 내릴 결론도 아니다.

더 윗선이랑 이야기를 해 봐야 한다.

그전에 확인할 건 있었다.

“그, 한시온 씨.”

“네?”

“이번에 앨범 예약 판매 시작했죠?”

“네. 맞습니다. 저희가 아직 피지컬을 못 받아서 나오면 바로…….”

“그게 아니라, 얼마나 팔렸어요?”

“아직 이틀밖에 안 돼서 얼마 안 됩니다.”

“얼만데요?”

이어진 대답은 간단했다.

“13만 장 정도 될 겁니다.”

미친.

회사도 없고, 팬싸 컷도 없고, 굿즈 마케팅도 없는데?

단 이틀 만에?

“이, 일단 알겠어요. 대기실로 돌아가 있어요.”

“감사합니다.”

잠깐 고민하던 CP가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리고 3시간 뒤.

<가요 테이스트> 방송이 시작되었다.


           


Damn Idol

Damn Idol

빌어먹을 아이돌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a harrowing car accident that defies the odds of survival, Han Si-On finds himself once again at the crossroads of fate, quite literally. Miraculously walking away with his life, he faces the daunting task of navigating a life he’s all too familiar with—due to a cryptic deal that traps him in a cycle of regressions. [Mission failed.] [You will regress.] His mission? A seemingly impossible feat of selling 200 million albums, a goal dictated by the devil himself. With each regression, Han Si-On returns to the age of 19, burdened with the knowledge and memories of countless lives lived, all aimed at achieving a singular, elusive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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