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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3

#143

인재 영입 (3)

[지구라··· 아주 흥미롭구나.]

공간을 얼려버릴 듯 음산하게 울려 퍼지는 낮은 목소리.

하지만 그것은 마력의 진동에 의한 소리일 뿐, 육성이 아니었던지라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후우··· 젠장, 어쩌다 이런 개 같은 상황이···.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앤드류 위버는 겉으론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면서도, 속으로는 온갖 욕지기를 내뱉었다.

당장 맞닥뜨린 현실부터 그간 자신의 보호자였던 시아나의 태도 변화, 앞으로의 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상황을 보니 다행히 죽이진 않을 것 같군. ···죽지만 않으면 된다, 죽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고유스킬을 강화하느라 포인트를 제법 소모한 상황이라, 당장 지구로 ‘귀환’해 도망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껏 어떻게 카르마를 모아왔던가?

역천의 서약에 붙어서 그들이 필요한 정보를 구해주는 것만으로도, 안전하면서도 쏠쏠하게 포인트를 수급해오지 않았나.

‘그래, 어찌 보면 오히려 잘 됐어. 불사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역천의 서약보다는 이쪽에 붙는 게 더 유리할 거야.’

아직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라 상황을 낙관적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사실 조금이라도 식견이 있는 이들은 현 불사왕이 역대 최악의 위협이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특히 그 기동력과 은폐력은 덩치만 큰 세력들에게 치명적이지.’

어떤 결계도 그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고, 어떤 추적으로도 위치를 감지할 수 없다.

그 두 가지 능력만으로도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봐야 했다.

기존 대(對) 불사왕 전략인 ‘연합군으로 불사의 군대의 발을 묶고 결사대를 투입해 결판’ 내는 방법이 원천 차단된 셈이었으니까.

‘그래! 당장 역천의 서약도 불사왕의 눈치만 보며 몸을 사리고 있는데, 이참에 아예 이쪽에 붙어 버리자. 그럼 포인트도 더 달달하겠지?’

시아나가 살살 알랑방귀를 뀌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녀를 통해 자신의 쓸모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충분한 카르마 포인트를 모으게 된다면···.

사아아—

그때, 갑자기 강해진 한기에 앤드류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고는, 슬쩍 고개를 들어 앞을 살폈다.

그리고.

‘으헉! 씨벌, 깜짝이야!’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그를 이리저리 훑어보던 불사왕과 정통으로 눈이 마주쳤다.

저도 모르게 질끈 감은 눈과 다시 푹 숙여지는 고개.

가면이 부서진 탓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흉악한 해골과 거칠게 타오르는 안광이 강렬하게 그의 뇌리에 때려 박혔다.

아주 잠깐 정면으로 바라봤을 뿐인데도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흐음.]

아니, 사실 가까이 있는 지금도 머릿속을 사정없이 휘젓는 공포심에 제정신을 유지하기 버거울 지경이었다.

그간 고유스킬을 강화하며 성장한 정신력과 「명경지수」의 보조가 없었다면 그대로 기절해 버렸을지도 모를 정도였으니.

그리고 지금의 경험은, 그의 결심을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데 한몫해 주었다.

‘···그래. 이제 카르마도 모을 만큼 모았으니, 귀환 포인트가 쌓이는 대로 곧바로 지구로 튀어야겠다.’

상대는 죽음의 화신이나 다름없는 불사왕.

지금 목숨을 건졌다고 언제까지나 자신이 안전하리란 보장은 없었다.

괜히 그때 가서 후회하는 것보단 기회가 왔을 때 바로 빠지는 게 좋겠지.

터억—

“흐익?”

하지만 그때, 검은 가죽 장갑을 낀 손이 그의 정수리를 움켜쥐었다.

장갑을 끼었음에도 느껴지는 딱딱함과 서늘한 감각은 순식간에 불길함을 증폭시켰지만.

[아아— 걱정하지 마라. 죽일 생각은 없으니.]

한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태도로 말을 이을 뿐이었다.

[그저 가벼운 금제일 뿐이다. 괜히 도망가기라도 하면 서로 귀찮아지지 않겠느냐? 크크큭.]

“오호호,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부디 왕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셔요.”

그 와중에도 옆에서 살랑거리는 시아나가 상당히 거슬렸지만, 지금 앤드류에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부, 불사왕님? 한스 님? 끄으읍···!”

[한스가 아니다.]

한순간에 머릿속을 파고드는 흑마력.

[내 이름은, 한니발 스트라우스이니라.]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터인 그 목소리에 묘하게 짜증이 섞여 있다고 생각하며—.

결국 지구 출신 각성자, ‘앤드류 위버’는 불사왕에게 종속되는 처지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가정방문을 통해 평화롭게 인재를 영입한 한스가 한창 그들과 면담하고 있을 무렵.

스으으—

그들의 곁에서 흐릿한 연기가 뭉치듯 한 여인의 형상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왕이시여··· 명하신 대로··· 숙청이 끝나가고 있사옵니다···.]

커다란 귀족가와 뒷골목의 지하 조직을 위주로 진행된 습격은 올리비아의 지휘하에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처음엔 잠깐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이왕 시작한 거 겸사겸사 그들을 본보기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어찌 된 게 가장 국력이 강하다는 제국이 그 부패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단 말이지. 물론 현대인인 내 기준이 너무 빡빡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대상을 선정하는 것 자체도 그저 자기만족에 불과했다.

이제는 이겨냈다지만 트라우마까지 생길 정도의 강박감이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애초에 대륙 전체를 기만하고 있는 내가 선이라는 생각은 한 적도 없었고.’

이건 남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기준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한스가 잠시 상념에 빠져있던 와중, 보고를 위해 왔던 올리비아와 시아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 안녕? 올리비아? 오랜만이네?”

[시아나···.]

삼백 년만의 재회에 그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전 불사의 군대에서도 비슷한 서열과 임무를 맡았던 둘이었기에 그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유독 친분이 깊은 편이었다.

[용케 아직도 살아있었사옵니까···? 드디어 죽어버린 줄 알고 기대했사옵니다만···.]

“어머나, 나도 반가워? 그런데 너 그 옷 빨아 입기는 하니? 항상 볼 때마다 같은 옷인 것 같아서 말이야.”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는 두 여성이었지만, 아쉽게도 그들의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그럼 우린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일단 시아나 너는 이곳 상황을 수습하고 합류하도록 해라. 너에겐 묻고 싶은 말이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명을 따르겠습니다.”

한스의 말에 시아나가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나중에 그녀의 지위를 쓰게 될 일이 있을지도 몰라 유예를 줬지만, 어차피 이미 종속이 된 이상 도망칠 길도 없었다.

물론 그것은 앤드류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리고 그녀가 숙였던 허리를 다시 폈을 때, 이미 한스와 올리비아는 그 자리에서 사라진 후였다.

저택을 뒤덮었던 불사왕의 결계 또한 어느새 흔적도 없이 증발한 상태.

그들은 왔을 때처럼, 떠나는 것도 갑작스러웠다.

“······.”

“······.”

하지만 시아나와 앤드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괜히 섣불리 입을 열었다간, 그것이 그대로 불사왕의 귀에 들어갈까 봐.

웅성웅성—

그 침묵은 저택 내에서 기절했던 이들이 하나둘 일어나고, 도시 전체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때가 되어서야 깨어졌다.

“···누님, 실망입니다. 그렇게 망설임 없이 저를 팔아넘기시다니.”

“하, 앤드류? 일찍 죽는 게 소원이었으면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불평을 토했던 앤드류는 생각 이상의 뾰족한 반응이 돌아오자, 입을 꾹 다물고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시아나는 신경질적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저택 내부의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졸지에 깃발을 바꿔 달게 생겼군요. 갑자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그녀가 조용히 투덜거리기 시작하자, 그는 살며시 그 뒤를 따라붙으며 그에 동조했다.

여전히 주위의 눈치를 살피듯 조심스러운 어투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들켰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그 눈에 든 이상 우리가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으니까요.”

사실 금제까지 받기는 했지만, 아직 ‘귀환’을 믿고 있는 그는 그저 잠시만 참자는 생각뿐이었다.

‘나중에 슬쩍 지구로 돌아가 버리면 되겠지. 아예 다른 차원으로 가 버리면 뭐 어쩔 거야?’

설마 그 종속이 차원을 넘어서까지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 아닌가.

불사왕이 차원이라도 넘어서 쫓아온다면 또 모를까, 앤드류는 아우테리카에 오기 전까지 다른 차원의 존재가 지구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래도, 이번 대의 불사왕께서 미남이라는 점은 마음에 드네요. 제가 얼굴을 좀 따지는 편인데.”

“···네?”

그렇게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르던 앤드류가 눈을 껌벅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뭔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솔직히 전대 불사왕께선 좀··· 잘생겼다는 말과는 거리가 멀었죠. 생각해 보세요, 앤드류. 안 그래도 냄새도 지독한 언데드들 틈에서 눈요깃거리도 없는데, 제가 힘이 나겠어요?”

“어··· 그, 그렇죠?”

“그런 면에서 이번 부대 내 복지는 나름 괜찮은 편이네요. 물론 군대란 빠질 수 있으면 빠지는 게 가장 좋지만.”

그는 자신이 반응하기 곤란한 말이 연달아 나오자, 그녀의 말이 끊긴 틈을 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 그런데 누님. 미남이라는 건 방금 만난 그··· 불사왕 한스, 아니 한니발? ···님을 말씀하시는 거 맞죠?”

“당연하잖아요? 그럼 누굴 말하는 거겠··· 아! 하긴, 당신은 인간이었죠.”

그녀는 앤드류를 흘깃 바라보다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완벽한 두상에 카리스마 있는 눈매와 안광, 강인함이 물씬 풍기는 턱뼈를 알아보지 못하다니. 정말 인간들의 심미안은 미개하기 그지없네요. 뭐, 그 덕에 제가 쉽게 다룰 수 있는 거기도 하지만요.”

그리 말한 서큐버스 시아나가 자신의 분홍빛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녀의 외양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심미안의 결정체였지만, 원래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끌리는 건 본능이지 않나.

“후우, 어쨌든! 앤드류 당신은 이만 방에 돌아가 짐이나 정리하세요. 아마 앞으로 상황도 많이 변할 테니, 마음의 준비도 좀 해 두시고.”

“어, 네···. 알겠습니다.”

그에 앤드류는 그저 실없는 말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온, 폭풍과도 같은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

“크흥! 이것 참 신기하구만. 요 며칠 눈에 띄게 몬스터수가 줄었는데?”

툴크 왕국 최북단, 강철의 성채.

언제 와 같이 육체미를 뽐내는 복장을 한 할리가 콧바람을 뿜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주변에 보이는 것은 그간 쌓이고 쌓인 몬스터들의 시산혈해뿐이었지만, 그가 이번에 쓰러뜨린 수는 며칠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있었다.

“설마 이것도 로한 공국 사태와 관련이 있는 건가?”

까드득— 까득!

그는 손에 쥔 마석을 연신 입에 넣고 씹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단순히 내부의 문제로 국경 방어선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몬스터들을 인위적으로 유도하기까지 했다면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이지 않은가.

‘쯧, 제국에 있던 시아나는 그 사건과 관련이 없었단 말이지.’

거기다 그녀가 알고 있던 정보들을 이용해 로한 사태의 주동자, 일명 ‘혁명가’를 추적하려 해 보았지만··· 당연히 일이 그리 쉽게 풀릴 리가 없었다.

“과연, 명불허전이군.”

“저게 그 유명한 용인 할리인가? 과장된 소문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할리가 찝찝한 표정으로 성채 내부로 들어서자, 이제는 익숙한 반응이 그를 반겼다.

이미 그를 알고 있던 이들부터 이번에 처음 본 이들까지, 경외와 경계가 담긴 시선이 그에게 쏟아졌다.

“오셨습니까, 형님!”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형님!”

또한 그가 지나갈 때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는 용병들도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아무리 봐도 연식이 그보다 훨씬 많아 보이는 이들이었지만.

‘내 지구 나이가 아직 스무 살이고, 아우테리카 생활은 이제 2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

하지만 훌륭한 야만 전사가 되기 위해 성형을 거듭한 할리의 겉모습은 이미 충분히 형님 소리를 들을만했던지라, 그는 차마 뭐라 항변할 수도 없었다.

그저 그들을 향해 손을 휘저어줄 뿐.

그리고 자신의 숙소에 들어선 그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할리의 앞으로 하나의 전언이 도착해 있었다.

그것도 타라크 신전에서 출발하여 용병 길드와 아오니아 백작에게까지 전달된, 아주 특별한 전언이었다.

‘드디어 왔나.’

물론 그는 그걸 확인하기 전부터 어떤 내용인지, 이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은 ‘용사 파티’의 후보로 선정된 할리를.

성지의 로셀리아 대신전에 초대하는 내용이었으니까.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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