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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4

143. 약혼관계 – 엘슨

“도련님은 이 방을 쓰시면 됩니다. 식사는 하고 오셨나요?”

유안은 큰아버지의 용병단장패를 보고서야 문을 열어주었다. 레오는 짐짓 예의를 차리며 입을 열었다.

“네. 큰아버지와 간단히 먹고 왔습니다. 그런데… 양자시라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침구류와 여벌의 옷가지는 여기 장롱에 있고, 수건과 물동이는 이쪽 서랍에 있습니다. 하지만 마당 우물에 샤워장이 있으니 방에서 몸을 씻으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변소는…”

유안은 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자신이 보잘것없는 고아 출신임을 강조하듯이 예의 바르게 방을 안내했고, 레오도 딱히 신경 쓰지 않으며 저택을 둘러보았다.

저택은 작았다.

레오가 그동안 보아온 대귀족들의 저택과 비교할 바가 아니어서, 이 층 건물 하나에 야트막한 일 층 건물이 나란히 놓인 게 전부. 솔직히 에이브릴 성에 있는 아버지의 집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오래된 기사 가문임을 증명하듯 벽에는 담쟁이 넝쿨이 빼곡했고, 저택에 딸린 널찍한 마당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레나 님이라고 하셨죠? 레나 님께서는 이 방을 쓰시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침구류와 여벌의 옷가지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혹시 뭔가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절 부르십시오. 제 방은 위층에 있습니다.”

유안이 사라지자 레나와 레오는 시시덕거리며 짐을 풀었다.

레오가 그녀의 속곳을 꺼내어 서랍에 넣으려 하자 레나 아이나르는 얼굴을 조금 붉혔지만, 그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

짐을 대강 정리하고,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어둠이 깔린 마당에서는 고운 흙냄새가 났다.

“저것 봐. 마구간도 있네.”

레나는 레오가 태어났을 이 저택에 큰 관심을 보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는 마당 한쪽에 있는 마구간을 가리키며 말했는데, 레오는 “그러게.” ─ 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붙들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여기 있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다가간 마구간에는 말이 없었다.

엘슨이 용병단을 차릴 때 사업 밑천으로 삼아 팔아먹고선 채워 넣지 않은 것이었다.

“집 좋다. 네가 여기서 자랐단 말이지? 넌 여기서 뭐 하고 놀았어? 친구는 있었어?”

곤란한 질문이다.

레오는 “그냥 뭐… 평범했지.”라고 말하며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심심한 답변이었으나 레나는 그가 원래 이렇게 재미없는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려니, 다른 데에 관심을 돌렸다.

마구간 다음으로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일 층 건물 옆에 붙은 창고였다. 레나는 슬그머니 안을 들여다보더니 냉큼 들어갔다.

꼭 자기 집 창고를 뒤지는 사람처럼 거리낌이 없다.

레오가 따라 들어가 보니 창고에는 각종 잡동사니가 즐비했다. 대부분은 검술을 수련하는 데 사용했을 허수아비나 목검, 보호구 등이었고, 몇몇 생활용품들이 어색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와아, 귀여워. 어린이용도 있네.”

신기하게 둘러보던 레나가 구석에 놓인 목검을 집었다.

얼핏 봐서는 한손검. 개중에서도 좀 작아 보이는 것이었지만, 길이에 비해 손잡이가 긴 것으로 보아 이건 양손검이었다. 어린이가 들 수 있도록 축소해 만든 것이다.

“어라? 부러졌네?”

그런데 그 목검은 부러져 있었다. 누군가가 바위에 내리찍은 듯이 검 끝이 심하게 긁혔고, 그 때문인지 손잡이와 검신 사이에 금이 가 있었다.

“이거 네가 어렸을 때 부러뜨린 거야? 헤헤, 농담이야. 우리 레오가 그랬을 리 없…”

“누구냐! 도둑이냐?!”

그때, 창고 문이 벌컥 열렸다.

허름한 옷을 입고, 방망이를 단단하게 움켜쥔 중년의 남성. 그는 겁도 없이 기사의 저택에 침입한 좀도둑에게 본때를 보여줄 작정이었으나 이내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아이고! ‘작은’ 도련님 아니십니까? 맞지요?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아니요. 누구십니까?”

그는 하인이었다.

잠시간의 통성명과 일방적인 반가움이 지나고, 하인이 말했다.

“절 기억하지 못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노엘 님께서 분가하신 이후로 뵙지 못했으니까요. 소식은 전해 들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작은 주인님과 함께 어머님 고향으로 내려가셨다고… 그런데 여긴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도착했습니다. 아, 방 안내는 괜찮습니다. 좀 전에 사촌 형께서 해주셨거든요.”

“큰 도련님이 벌써 배정을 해주셨군요. 허 참, 왜 절 부르시지 않고… 알겠습니다. 뭐 필요한 것은 없으십니까?”

레오는 하인과의 대화를 적당히 마무리했다.

하인은 “그럼 좋은 밤 되십시오. 내일은 제 마누라가 아침 식사를 준비해 드릴 겁니다. 전 일찍 밭일하러 가야 해서… 내일 저녁때나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하고 일 층짜리 집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었지만, 그 건물은 하인들이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옛날에는 하인 너덧 명을 부린 적도 있었다는데, 구일 전쟁 당시에 다 피난을 보냈다고 한다.

그중 한 명만 돌아왔고, 부인과 함께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레나야, 우리도 들어가자.”

하인이 가고, 레오가 레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젓고는 몸을 풀기 시작했다.

“먼저 들어가. 난 조금만 훈련하고 들어갈게.”

“요즘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야? 조금 쉬어가면서 해. 그러다 몸 상할라.”

“괜찮아.”

레나가 창고에서 검을 하나 꺼내와 자세를 잡았다.

어둠이 깔리는 공터에 선 그녀는 숨을 들이켜 집중하더니 검을 아주 천천히, 누가 보면 속이 터질 만큼 느리게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팔이 내려온 만큼, 그녀의 허파에 담긴 들숨도 날숨이 되어 천천히 뿜어졌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던 레오.

그도 검을 가져왔다. 그녀의 정면 네 걸음 앞에 서서 똑같이 검을 내리그었다.

느릿느릿한 몸짓과 정적 속에서 레나는 빙긋 미소지었다.

내가 그의 검술을 흉내 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없이 시범을 보여주는 레오가 사랑스럽다. 이렇게 상냥한 남자를 따라잡지 못할까 봐 안달복달했던 내가 한심하다.

‘방을 하나만 달라고 할 걸 그랬나?’

발칙한 생각을 하며, 레나는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똑같이 검을 들어 올린 레오와 눈이 맞았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 레나는 그의 눈길을 마주하며 검을 내렸다. 레오의 검도 서서히 내려와 두 검은 ‘챙-’ 검끝으로 옅은 키스를 나누었다.

차디찬 봄바람에 ‘이 층’ 커튼이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새벽같이 일어난 레오는 수건과 물통, 여벌의 옷을 챙겨 우물을 향했다. 우물가에는 나무 칸막이가 쳐진 샤워장이 있었고, 그는 옷을 벗어 물통에 넣었다.

– 끼익.

두레박으로 퍼 올린 물에는 미처 녹지 못한 살얼음이 앉아 있었다. 봄이 왔지만, 북부의 새벽은 여전히 추웠다.

잿가루가 없는 걸 아쉬워하며 레오는 먼저 통에 물을 채웠다. 옷이 불도록 내버려 두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을 몸에 끼얹었다.

우수수, 소름이 돋아났다.

하지만 그의 육체는 금세 열을 내뿜어 체온을 맞췄고, 레오는 차분히 몸 상태를 점검했다.

어떤 문제도 없다.

그의 신체는 그새 균형을 잡아가고 있었다. 고작 넉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시나리오 시작 직후부터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한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온몸을 빈틈없이 채운 근육. 어린이 머리통만 한 팔뚝이 그간의 노고에 보답이 되어주었다.

“도련님. 기침하셨습니까? 오늘도 저보다 먼저 나오셨네요.”

어제 만났던 하인의 목소리였다. 몸을 대강 씻어낸 레오가 수건으로 하체를 가리고 나오자 하인이 말을 고쳤다.

“작은 도련님이셨군요. 부지런하기도 하시지. 하긴, 도련님은 어렸을 때부터 성실하셨죠. 전대 주인님께서 도련님이 이렇게 장성하신 모습을 보셨으면 무척이나 기뻐하셨을 겁니다.”

“할아버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런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언제 돌아가셨죠?”

“두 분 다 난장판을 보지 않고 가셨습니다. 그렇게 오래 살진 못하셨지만, 손주의 재롱은 보셨죠. 엘슨 주인님이 결혼하지 않으셔서 걱정이 태산이셨었는데… 하하.”

그가 말하는 난장판이란 구일 전쟁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레오는 우물가에 걸터앉으며, 기억나지 않는 조부모의 사정을 머릿속에 담았다.

“큰아버지는 그때부터 결혼할 생각이 없으셨나요?”

레오가 물통을 앞에 두고 손을 집어넣었다. 손빨래하기 위함이었는데, 하인이 어깨를 두드렸다.

“아이구- 말도 마세요. 당시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는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기보다는 혼기를 놓치셨죠. 이쪽으로 오세요.”

하인을 따라 샤워장 뒤편으로 가자 세탁기가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수동으로 돌리는 세탁기였다. 레오는 거기에 젖은 옷을 넣고, 물을 채우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혼기를 놓치셨나요?”

“그때 주인님은 왕실의 준기사셨거든요. 못된 기사를 만나셨죠.”

레오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탁기 옆에 있는 잿가루를 퍼서 부어 넣고는 뚜껑에 달린 손잡이를 힘껏 돌렸다.

준기사의 삶은 고단하다.

기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 대부분이 거치는 과정으로, 준기사들은 종자로서 수년간 기사들의 뒷수발을 맡았다.

맘씨 좋은 기사를 만나면 검술을 사사하고 추천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운이 좋은 경우로 보통은 기사의 검술을 눈동냥하고, 일과를 마친 뒤 밤잠을 줄여가며 훈련해야 했다.

그런데 만약 성격이 못돼먹은 기사를 섬기게 됐다면?

그럼 그 준기사의 경력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다고 봐도 좋았다.

어찌어찌 실력을 키워 왕실 기사단의 입단 시험을 치르더라도 섬기던 기사에게 해당 준기사의 인품을 묻는 게 통례였기 때문이다.

– 끼릭. 끼릭. 끼릭.

세탁기가 레오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손잡이와 이어져 안으로 달린 방망이들이 돌아가며 옷을 이리저리 때렸고, 레오는 우람한 근육으로 손잡이를 억세게 돌렸다.

그 모습에 옆에서 도움을 주려던 하인은 아예 뒷짐을 지고 옛날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도 왕실의 기사가 되겠다고 몇 년이나 참고 버티셨는데, 작은 주인님께서 단번에 기사가 되시자 실망이 크셨는지 그만두셨죠.”

하인은 당시를 회상했다.

갓 성년이 된 노엘이 기사단 입단 시험을 준기사로서 일한 경력도, 추천도 없이 오직 실력만으로 뚫어버린 날, 엘슨은 거하게 술을 마셨다. 동년배인 하인을 앞에 앉히고 푸념했다.

+ + +

“제기랄. 알고 있었어. 난 알고 있었다고. 동생이 나보다 훨씬 강한걸. 하지만 진짜 속상한 게 뭔지 알아? 동생은 제 실력을 다 드러내지 않았어. 여태껏 날 봐주고 있었던 거야. 형이란 놈이 어찌나 한심한지…”

젊은 하인은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훈련에 방해가 된다며 술 한 방울 먹지 않던 도련님께 뭐라 드릴 말이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엘슨이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그거 알아? 나 그만둘 거야. 내일 당장 때려치울 거야.”

“도, 도련님. 그래도 그동안 고생한 게 있는데…”

“아니야. 그 빌어먹을 새끼 똥꼬 닦아주는 것도 지쳤어. 아버지는 실망하시겠지만, 가문을 이끌어갈 동생이 있으니 나는 내 마음대로 살아도 괜찮겠지. 하하! 그래. 기사는 처음부터 나한테 어울리지도 않았어. 맞지 않는 꿈을 꾸었던 거야.”

아니다. 도련님은 훌륭한 기사가 될 분이셨다. 늘 성실했고, 하인들에게도 예의를 갖추던 그는 명예로운 기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인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알려주려 했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엘슨이 술잔을 들었다.

“괜찮아. 위로해주지 않아도 돼. 오늘은 그냥 사랑하는 동생이 기사가 된 것만 축하해주자고! 아스란 왕국의 최연소 기사, 노엘을 위하여! 하하하하하…”

만취한 엘슨은 꼬꾸라졌고, 하인은 그를 업어다가 방에 눕혔다.

강하신 분이니 내일이면 다시 일어나 힘껏 살아가시겠지… 생각했는데, 다음 날, 도련님이 사라졌다.

침상에 한 장의 편지를 남기고 떠난 그가 돌아왔을 때는 몇 년의 세월이 흘러 노엘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내가~~ 돌아왔다! 푸하하하하! 이봐, 친구. 잘 지냈어?”

엘슨은 많이 변해있었다.

수염을 기르고,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하인에게 거침없이 어깨동무하는 그는 자유로운 용병이었다.

“세상에, 살아계셨군요. 돌아오셔서 기쁩니다. 그런데 얼굴은 어쩌다 그렇게 되셨습니까? 멍이…”

“별 것 아니야. 그냥 아버지께 좀 맞았어. 아직도 힘이 좋으신 걸 보면 오래오래 사시겠어. 파하하하하! 앗, 저기 온다. 오올, 동생이 여자 하나는 잘 만났군. 이 형님께선 여자 한 명을 못 만나봤는데 말이야. 아 참, 넌 결혼했어?”

“작년에 했죠. 곧 출산해요.”

“어이고, 축하해. 젠장. 나만 결혼을 못 한 건가. 부럽구만.”

결혼식이 진행됐다.

사제는 엄숙히 한 부부가 맺어졌음을 신께 고하였고, 노엘과 신부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마우닌-레티이 대회 진행을 돕다가 만났다는 처자. ‘아이나르’라는 부족의 전사인 그녀는 당차게도 결혼식을 올리는 내내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노엘을 정면으로 바라보다 키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럼 이제 완전히 돌아오신 겁니까? 또 떠나시면 안 됩니다. 주인님과 안주인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어요.”

“나도 알아. 호적에서 파버렸을 줄 알았더니… 아버지가 나더러 가문을 물려받으라고 하시더군. 뭐, 잘 됐어. 이제 나도 하고 싶은 일이 생겼으니까.”

“뭔데요?”

엘슨은 씨익 웃었다.

“곧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하곤 동생에게 달려가 와락 끌어안았다.

그는 행복해 보였다.

+ + +

“그랬군요. 으차. 아, 고맙습니다.”

레오가 하인이 건네준 물통을 받았다. 잿물에 절은 옷을 세탁기에서 꺼내더니 헹구기 시작했다.

“그럼 저도 씻고 가봐야겠습니다. 이야기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어? 식사는 안 하십니까?”

“전 먼저 먹었습니다. 집에 가보시면 제 마누라가 식사를 준비해 두었을 겁니다. 그럼…”

하인은 샤워장으로 들어가고, 옷을 마저 헹군 레오는 저택으로 돌아갔다.

저택에서는 선량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한창 식사를 준비하고 계셨다.

그녀는 “처음 뵙겠어요, 작은 도련님.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근사한 음식을 준비해 드릴게요.”라고 말하였는데, 말과 달리 식사 준비는 굉장히 오래 걸렸다.

도련님께 드리는 첫 음식에 힘을 왕창 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꼬르륵-

레나와 레오, 조금 늦게 일어난 유안이 참을성 있게 허기를 견디는데, 엘슨이 들어왔다.

그는 잠을 거의 자지 못한 듯, 눈이 붉었다.

유안은 문이 열리는 기척을 느끼기가 무섭게 달려가 아버지의 겉옷을 받아들었다.

“오셨어요? 많이 피곤하시죠. 식사하고 주무세요.”

“아니야. 옷 갈아입고 바로 나가야 해. 급한 일이 생겼어.”

“그래도 아침은 드셔야죠. 어제 저녁 식사도 대강 때우셨다고 들었는데… 아주머니! 음식은 멀었나요?”

“다 됐어요! 이제 나가요!”

모락모락, 따듯한 김이 피어오르는 요리가 선을 보였다.

주메뉴는 ‘페나란’(다진 고기 볶음의 일종)과 ‘담프델’이라는 증기로 쪄낸 흰색 빵이었는데, 냄새가 기가 막혔다.

그리고 봄이라 아직 채소가 도시에 많이 들어오지 않았기에 라디무 절임이 식탁에 올랐다.

이내 다섯 사람이 둘러앉았다.

유안은 끈기가 있는 담프델을 칼로 썰고는 그 위에 라디무 절임을 맨손으로 집어 올리며 질문했다.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또 나가시는 거예요? 이 시간에 옷까지 갈아입으시는 거면… 귀족을 만나러 가시는 건가요?”

“맞아. 브리나 자작이 급히 보자는군.”

“푸흡! 켁… 콜록콜록.”

포크로 라디무 절임과 페나란을 퍼먹던 레나가 기침했다. 레오도 깜짝 놀란 눈으로 식기를 내려놓았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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