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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5

145화 끼끼루족 생활실태

유엔에서 감찰단이 온다.

이 소식이 들려왔을 때, 만신전의 신도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생각했다.

“”올 것이 왔다!!””

그래, 생각해보면 만신전의 행태가 현대 지구의 상식과는 영 괴리가 크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십구조라는 어마어마한 세금구조는 거창한 복지비용으로 그렇다 쳐도…….

“설탕소금물부터 아웃이죠 아웃. 하루 20시간 노동은 말할 것도 없고.”

“훈련병들은 한 달만 그렇게 지낸다 쳐도 기사 생도들은 아예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니까.”

“이번에 2기 기사 생도들 표정 봤음? 완전 얼 빠졌던데.”

“인턴 취급으로 월급 떼먹고 ‘자발적’ 헌금으로 또 떼먹고 하는 식으로 기어코 십구조 맞춰가더라.”

뭐, 여기까진 그렇다 치자.

설탕소금물이야 훈련기간만 버티면 되고, 실제 게이트 공략 때는 제대로 된 야전취식을 한다.

의외로 가장 악랄한 구조인 십구조는 무한 복지구조 덕에 그리 손해란 느낌도 안 든다.

당장 기사들의 별철무구만 해도 수십 억대 가치가 있는 레전더리 장비들이고, 병사들에게 지급된 별철 함량 무구들도 거진 수억 원은 하니 말이다.

평생 그런 고급품을 구경도 못 할 입장에선 줄 거 다 주고 떼가는 십구조에 관대해질 수밖에.

문제는 따로 있었다.

“농노들은… 문제가 되지 않나?”

“……어.”

재혁의 말에 할 말을 잃는 수호. 천소연이 날카롭게 반박했다.

“악마 추종자들이야. 사람이 아니라고. 하리 선배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렇긴 한데…… 인권위도 그렇게 생각할까?”

“…….”

그래, 이게 문제다.

유엔 산하의 생존자 인권위는 게이트 너머 이종족의 생존권에 민감하다. 반인반마라 해도 엄연한 지성체. 그들이 이곳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느냐 하면──

[장렬하게 뒈져버려라, 악종의 하수인들아!!]

카미카제를 우습게 뛰어넘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강요하는가하면──

[끼룩? 왜 멈춤? 힘듬? 피폭? 노오오오오력이 부족함. 함량미달의 유기물이 기계를 이기려면 노오오오오력이 있어야 함. 더 일해라 노예야.]

낙석, 성력부적응자 다수 발생… 사망률 77%의 냉혹한 악덕 킬링머신…….

[어머, 이번 실험체는 싱싱하군요. 다들 험하게 구르다 와서 상태가 영 좋지 못했는데…… 우리 실험체 친구. 아픈 건 잘 참나요?]

음. 앞선 두 케이스는 그나마 인도적이라는 게 무섭다.

“……위험한데?”

그들의 지당한 염려와 별개로 레온은 감찰단을 그리 대단치 않게 여기고 있었다.

“흥, 무엇을 그리 걱정하느냐. 양심에 부끄러움 한 점 없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폐하… 그래도요…….”

“그, 세간의 시선이라는 것이.”

“어허, 걱정할 것 없대도.”

“…….”

안 된다. 설득이 전혀 먹히질 않아.

이대로라면 유엔의 제재와 세계적인 비난이!

“폐하!”

“…….”

레온은 손을 번쩍 들며 나선 한하리를 보며 시선을 보냈다. 그녀는 결연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번 유엔 감찰단은 저와 야피 경이 맞이하고 싶습니다! 맡겨주세요!”

-끼룩?

거기에 날 왜 낌?

야피가 고개를 기웃거리며 의아함의 이모티콘을 띄웠다.

* * * *

유엔 감찰단이 도착했다.

인천 공항에서부터 정부의 리무진 버스와 함께 헌터협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헌터협회의 회장 오강혁이라고 합니다.”

“유엔 생존자 인권위의 루이제 사무관입니다. 한국의 전설을 만나뵈어 영광입니다.”

루이제는 어째서 한국의 헌터협회장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의심스러웠다.

데니스에게 듣기로 한국 정부와 협회가 만신전과 밀월관계라던데, 이것이 무언의 압박인 걸까?

‘흥, 기선제압을 하시겠다? 어림도 없지.’

루이제는 그 숱한 강대국과 독재국가에서 생존자들의 인권을 사수해온 여성이다. 그녀에게 이 정도 압박은 늘상 있어왔던 일.

“사무관님을 우리 협회의 한하리 대리가 안내할 겁니다.”

오강혁의 말과 함께 앳돼 보이는 정장차림의 소녀가 다가와 고개를 꾸벅였다.

“한하리 대리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상당한… 아니, 네이티브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영어실력이었다.

“아직 어려 보이시는데, 완벽한 영국 발음이군요. 한국인들의 교육열이 대단하다던데, 유학이라도 다녀오신 건가요?”

“예? 아! 아니요. 토종 한국인이에요. 전 지금 한국어로 말하고 있어요.”

“예?”

의아해하는 루이제에게 싱긋 웃으며 목덜미의 쵸커 형태의 기계장치를 보여주는 하리.

“실시간 통역기계예요. 아주 똑똑한 분이 만드신 거죠.”

“한국의 기술이 대단하군요……. 마탑이 통역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를 사용하는 걸 봤는데, 그보다도 완벽합니다.”

어떻게 통역기계가 네이티브 발음까지 흉내낼 수 있는 거지? 루이제는 정말 이게 기계인지 의아했다.

“하하,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법하고 다를 게 없는 법이라나요. 자, 여기 받으세요. 이 기계들이 지금부터 만날 끼끼룩족… 아니, 크라샤트리아족의 언어도 통역해줄 거예요.”

그거 반가운 일이었다. 생존자들에게는 패시브처럼 통역이 된다지만, 끼끼룩족은 그들의 언어를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발음구조가 달랐다.

이 번역기가 있다면 통역에 난항을 겪을 일은 없겠지.

“그런데 미스 한은 만신전 소속인 걸로 아는데요?”

“한 대리는 엄밀히 말하면 파견 직원입니다. 한국 최초의 생존자 길드니 협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지요.”

생존자들은 지구와는 다른 상식을 가진 세계에서 온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현대 문명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파견하는 건 흔한 일이다.

협회의 대응과 배려는 상당히 모범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기관과 민간 길드가 지나치게 가깝단 말이지.’

루이제 사무관은 협회를 의심하면서도 리무진 버스에 탑승했다.

“처음으로 향하실 곳은 목포예요. 현재 1만 8,744명의 크라샤트리아족이 거주하고 있어요.”

“원래 숫자보다 적군요. 인구이동이 있었나요?”

“아, 옙! 현재 3,251명의 크라샤트리아족들이 나주평야의 만신전 사옥에서 근무 중이에요.”

“흠… 제가 알기로 크라샤트리아족들은 해양에서 서식하는 종족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들이 내륙 지역에서 활동하는데, 어떤 불편함은 없나요?”

“평야를 가로지르는 영산강 유역에 주거지를 형성했습니다. 이것도 호불호의 문제지 인간과 비슷한 양의 물로도 충분히 활동이 가능합니다.”

요컨대 물만 있으면 내륙에서의 활동도 문제없다는 뜻이었다.

버스 안에서 몇 가지 질의가 오가고 도착한 목포시는 전형적인 항구도시다.

바닷가에는 주민들과 끼끼룩족들이 오가며 서로 교류를 하고 있었고, 일상적인 풍경이 됐는지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크라샤트리아족들은 이곳에서 활동하며 목포시민들과 교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크라샤트리아족 입주 이후 인구수가 약 10% 증가하였기에 지역경제 활성화도 활발해지고 있고요.”

유엔 감찰단들은 하리의 안내를 받으며 무언가를 체크했다. 그건 기본적으로 긍정적이라는 결론이었고, 실제로도 그렇다.

“크라샤트리아족들을 바닷가에서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항구도시 특성상 어민들과의 영역분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상은 어떤가요?”

“아, 목포는 어업이 축소되고 조선업과 중공업 산업단지가 조성된 소비도시기에 큰 마찰은 없어요. 소규모의 낚싯배들이 돌아다니지만 크라샤트리아족과 협업하고 있고요.”

“그것만으로는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을 거 같은데요?”

생존자 인권감찰에서 중요시하는 건 생존자들의 전반적인 생존권이다.

주거권도 중요하지만 꾸준하고 차별적이지 않은 노동환경이야말로 생존자 인권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이다.

“그건 아주 괜찮습니다!”

하리는 어깨를 펴며 자신만만했다.

“크라샤트리아족들에게는 정부가 주관하는 해양 오염정화 사업에 다수가 투입되고 있거든요! 바다 밑의 쓰레기나 그물조각을 회수하고 물고기가 주식이어서 양식기술이 상당해요.”

“확실히… 정부 사업에 투입되는 비율이 높군요. 그 외에도 조선공? 이건 좀 의외군요.”

“아, 그건 크라샤트리아족 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한 야피 경… 아니, 야크트 스피너 경이 지원하고 있는 신기술 접목 조선업 파트예요.”

야크트 스피너. 그 명성이라면 루이제도 잘 알고 있다. 듣기로는 슈퍼 AI 로봇이라던데, 생존자에 대한 법은 있어도 로봇을 인격체로 대해야 할지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던가.

어쨌든 신기술을 접목한 조선산업까지 투입되고 있다니 정부사업에서 배제되더라도 일자리를 잃을 일은 없겠다 싶었다.

대개 생존자들을 동원한 정부사업들은 한철 장사라, 보조금을 받고 잠시만 고용될 뿐, 그 일자리가 매우 불안정했다.

“이곳은 크라샤트리아족 거주지역으로 바닷가 근처에 마련된 특수행정구역으로 분리──”

-콰쾅!

그때였다. 끼끼룩족 거주지로 향하던 그때, 바닷가에서 요란한 굉음이 터진 것이다.

“무, 무슨 일이죠!”

“아, 음… 별거 아니에요!”

수상쩍은 하리의 모습에 루이제가 눈초리를 좁혔다. 하리는 곤란해하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아마 크라샤트리아족 코만도가 훈련하는 소리일 거예요.”

“……크라샤트리아족 코만도?”

“크라샤트리아족 중에 3천 명 이상이 전사계급이니까요. 최근 폐하께서 해상훈련을 지시하셔서 반복훈련 중이죠.”

생존자들을 군인 또는 헌터로 활용한다. 그것 자체는 생존자들의 가장 확실한 직업군이었다.

당장 가장 번창한 이종족인 오크들이 그 패악질에도 불구하고 인정되는 이유가 바로 그 탓 아닌가.

태생이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진 종족들은 게이트에서 각성한 헌터들 못지않은 전투력을 자랑했다.

감찰단은 한동안 끼끼룩족들의 생활상과 거주지역을 살피다가 기록지를 남기곤 다음 감찰대상을 향했다.

* * * *

“굉장히 잘 적응하고 있군요.”

“예, 사무관님. 크라샤트리아족들의 주거지나 일자리 면에서는 가장 모범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종족의 장단점을 잘 구분해 기존 주민들과 충돌 없이도 융화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내에서의 크라샤트리아족 평가가 좋습니다.”

이는 끼끼룩족의 융화가 체계적이고 계산적으로 행해졌다는 증거였다.

누가 계획을 짠 건지는 몰라도 기존 주민들과의 충돌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건 가히 기적에 가까운 업적이다.

당장 오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드워프들은 멀쩡한 산을 파내리다 산사태를 유발하거나 도심지에 숲을 키워버린 엘프들은 인간과 빈번히 충돌했다.

가진 사상과 문화가 전혀 다른 이종족들은 인간사회의 문화와 생활상에 쉽게 녹아들지 못했고, 그것이 심화하면 ‘쿠데타’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당장 쪼개지고 쪼개진 중화대륙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게 오크군 쿠데타 아닌가.

“만신전은 이종족에 대해 충분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운용을 하고 있어요.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단계가 아닌 서로가 이득인 상황이죠.”

“윱튜브 영상이 어느 정도 선전영상이라고 쳐도 상당히 이상적인 상황입니다.”

“종교전파도 상당히 스무스하게 진행됐어요. 듣기로는 크라샤트리아족 전체가 바다와 파도의 신을 섬긴다는 모양이군요.”

“그에 버금갈 정도로 레온 사자심왕에게도 숭배하는 것 같습니다.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동상 보셨습니까?”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상 말이군요. 그만큼 그들의 숭배가 깊다는 거겠죠.”

“크라샤트리아족 인터뷰에서도 문제점은 없었습니다. 그들의 지지도는 가히 절대적인 수준이에요.”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하다.

레온은 이세계에서 왔다는 다소 상식의 괴리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정의롭고 선하며 지도자로서도 숭배받는 모양새였다.

한국 내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성격이 좀 꼰대스럽다는 말은 많이 나오지만, 공명정대하고 발작적으로 정의를 추구한다.

오죽하면 차기 대선에서 사자심왕이 출마할 경우를 상정한 그래프에서 압도적 1위일까?

그는 한국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까지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전혀 없을 정도로 선한 영향력만을 퍼뜨렸다.

그런 그가, 포로라고 해서 그렇게 무자비한 만행을 벌이다니?

앞뒤가 안 맞지 않는가?

이곳에 오기 전 만신전 윱튜브 영상이나 온갖 증언, 활동이력을 꼼꼼이 검토한 루이제는 레온을 알면 알수록 호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야 문화의 차이이고 중세 세계관의 왕족인 것치고는 안 대통령이나 다른 이들을 대함에 있어 권위적일지언정 해악을 끼친 적은 없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영웅 중의 영웅이 아닌가.

‘어쩌면 오해일 지도…….’

그런 정의로운 영웅이 포로라고 해서 험하게 대할까?

끼끼룩족처럼 온건하고 적확한 방법으로 융화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사실 이 모든 정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만신전의 총본산! 나주 성지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루이제는 깨달았다.

“저.희.는.행.복.합.니다.”

“와아아아, 사자심왕 만세.”

“학대요? 그런 사실 전혀 없습니다!”

“저희들은 인도적인 대우를 받고 있으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강제노역이요? 아니요! 전혀 그런 사실 없습니다! 저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일인걸요!”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학대도, 학살도 없다고 주장한다.

인도적인 대우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노라고.

그런데 어째서…….

행복함을 말하는 반마인들의 눈동자에서──

”살려주세요.”

필사적인 눈망울이 맺히고 있는 걸까?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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