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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6

146화 유엔 인권위

농노들은 유엔 감찰단이 올 때까지만 해도 희망에 사로잡혔다.

감찰 결과에 따라 이 지옥도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유엔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한국 정부가 만신전을 압박하면 자신들은 자유의 몸이 될 수도 있다고?

그 희망을 접했을 때, 그들은 속닥거리며 계획을 짰다.

-증거를 수집하자. 우리들이 학대당하고 있는 증거를.

-영상 수집기가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 거야. 이곳에도 비슷한 물건이 있지 않아?

-기사 놈들이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있어. 게이트에서도 작동하는 사양이야.

-좋아, 한 개 훔쳐서 기록하자.

그들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고, 사자심왕 몰래 유엔 감찰단과 접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며칠 뒤, 유엔 감찰단이 옴. 그들에게 어떤 발언도 금지함.」

청천벽력 같은 ‘명령’이었다. 그 뒤로도 야피는 세세하게 농노들의 행동을 지정했고, 태양과 심판의 권능으로 노예로 전락한 그들은 상위존재의 명령을 어길 수 없었다.

그렇게 개시된 ‘나는 행복해요’ 작전.

농노들은 자신들을 구원하러 온 감찰단 앞에서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크흐흑…!’

‘이런 악랄한 놈들…!’

그렇게 그들은 어떤 말로도 자신들의 비인도적인 대우와 불합리한 환경을 털어놓지 못하고 이런 싸구려 연극을 해야 했던 것이다.

‘제발 눈치채줘!’

‘부탁이에요!’

모두가 살려달라고 필사적인 시선을 보내는 한편, 감찰단의 수장인 루이제 사무관은 찜찜한 표정을 지었다.

‘기분 탓인가?’

무언가가 이상함을 느낀 그녀가 무어라 말하려던 그때였다.

-끼룩.

”딸꾹!!”

귀신처럼 나타난 야크트 스피너의 기계음이 그들을 굳게 만들었다.

“야크트… 스피너 경이군요?”

이번 감찰대상인 생존자 야크트 스피너를 만난 루이제는 반갑게 인사했다.

“루이제 포스터 유엔 사무관입니다. 반갑군요.”

-끼룩! 식사시간임. 이동바람.

“아… 그렇군요.”

식사를 만신전에서 준비한다기에 거부하지는 않았는데, 생각보다 빨랐다.

루이제는 몰랐다. 이 강철거미는 카메라 아이가 뒤에도 달려있어 그녀가 알지 못하는 사각에서 해골 이모티콘을 보이며 농노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걸.

슬쩍 튀어나온 기관포는 덤이었다.

“히이익…!”

바들바들 떨며 입을 꾹 다무는 농노들. 그러는 사이 유엔 감찰단을 식사자리에 옮겼다.

“식사시설이 이색적이군요.”

만신전의 식당은 인텔리한 건물 속 깔끔한 내부가 아니라 농촌에서 잔칫상을 벌이면 있을 법한 풍경이다.

실제로 농촌이긴 했다.

-차린 게 많으니 적극적인 식사를 권유함.

야피는 주민들과 함께 식사를 차례차례 나눴다. 그때, 루이제가 말했다.

“저희들은 반마인들과 함께 식사하겠습니다.”

그녀는 그들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귀빈들만 대접하는 특식을 찾으러 온 게 아니라.

“그래도 상관없겠죠? 야크트 스피너 경.”

-상관없음.

루이제가 당당하게 농노들의 식사장으로 향하고 그 뒤를 감찰단의 유엔 직원들이 따른다.

그들은 반마인들. 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 무엇이든 고쳐낼 생각이다.

미개한 생존자들에겐 개밥으로 충분하다며 가혹한 환경을 강요하던 독재자들이나 후진국을 보아온 그녀는 인권을 사수하기 위해 싸워온 존재.

그녀는 곧 반마인들의 식사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건…….”

식사는 생각보다 제대로 된 것들이었다.

쌀밥과 현지에서 생산한 듯한 채소음식들. 고기반찬이 없다는 건 조금 의아해했지만, 이 나라의 식문화를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한 건 아니다.

“아, 여기서 식사하시겠어요? 오늘은 강된장과 쌈밥을 준비했어요.”

“싸, 쌈밥?”

뭔지는 몰라도 식사는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루이제와 감찰단들은 자리에 앉았고, 농노들이 하는 식사를 함께 먹었다.

된장쌈밥은 독일인인 그녀에게는 영 어색한 요리이지만… 웰빙 다이어트 식단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지 않을까?

“어?”

입안으로 채소와 밥이 넘어간 순간, 루이제는 머릿속이 맑아지는 듯한 상큼함을 느꼈다.

따뜻한 쌀밥과 그 안에 포개진 발효된장의 짠맛이 싱싱한 녹색채소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오리엔탈리즘이니 뭐니 하며 동방의 신비를 운운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식사는 달랐다.

‘그러고 보면… 만신전의 최대 특산품인 축복받은 작물…….’

먹는 것만으로 암을 낫게 하고 건강하게 만든다는 기적의 식품은 유럽에도 유명하다.

유럽 통판에서는 소량의 축복받은 작물이 예약제로 팔리고 있을 정도니까.

다만 물량이 부족한 데다 가격도 kg당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품이라 들었다.

그리고 그걸 먹어본 루이제의 감상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머리가 맑아졌고, 장거리 비행으로 누적된 피로가 확 가셨어. 세 시간짜리 풀코스 마사지를 다녀온 것 같아.’

인터넷에서 유명했던 후기로는 한 번 먹은 것만으로 어지간한 병치레는 하지 않는다던가.

‘이토록 귀중한 식품을 직원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먹이고 있어.’

사자심왕… 당신은 대체…….

반마족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는 제보에 따르면 끔찍한 설탕소금물로 끼니를 때운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였더랬다.

하지만 역시 제보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아무리 눈속임으로 오늘 하루만 이렇게 식사를 준비한 거라쳐도 당장 눈앞에 있는 축복받은 작물은 거진 수십 만 달러어치다.

정말로 인권탄압을 일삼는 악덕 고용주였다면 보다 화려하고 평범한 식사를 내놨을 것이다.

이렇게 겉으로는 조촐해 보이면서 엄청난 가치를 지닌 식자재가 아니라.

“…….”

“…….”

그때, 루이제의 시선에 식사를 앞에 두고 겸연쩍한 표정을 짓는 몇몇 동료들이 보였다.

“여러분들은 안 드시나요? 굉장히 건강한 맛이면서도 놀라운 식재료예요.”

“그, 그게…….”

이번 감찰의 계기인 제보를 물어온 데니스는 손바닥을 들어올리며 겸양했다.

“제가 발효음식은 못 먹어서…….”

“아, 그렇군요. 다른 분들은?”

“저도…….”

“입맛이 안 맞아서요.”

몇몇 직원들은 동양의 채소식단에 거부감이 있는 건지 식사를 하지 않았고, 루이제를 포함한 식사를 마친 직원들은 놀라운 효능에 감탄했다.

“다들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싹싹하게 다가오는 하리. 루이제가 대답했다.

“네,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아, 그거 다행이네요. 괜찮으시다면 산책하시면서 이야기 나누시겠어요?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그러지요.”

감찰단 직원들과 함께 일어나는 루이제. 루이제는 이토록 훌륭한 식사를 매 끼니마다 내놓는 만신전이라면 제보가 허위일 것이라 확신했다.

물론 아직 더 조사해야겠지만.

‘후우~ 정말 만족스러웠어. 돌아갈 때, 쌀 한 포대… 끄응, 뇌물이 되겠어. 나중에 시장에 풀리면 사자.’

워낙 식사가 만족스러웠던 덕일까? 루이제는 보지 못했다.

세상 그 무엇보다 ‘맛있게’ 식사를 퍼먹고 있던 농노 중 몇몇이 식탁 위에 얼굴을 처박고 쓰러졌단 걸.

-히익!

-또 피폭이야…!

그들의 쓰러진 모습은 견고한 철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 * * *

“수상합니다!”

데니스 조사관이 한 말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데니스.”

루이제가 의아한 눈을 하자 목소리를 높이는 데니스.

“그들의 시선과 표정을 보셨습니까? 누가 보아도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무언가 강요당하고 있는 표정이 분명했습니다!”

“…….”

루이제는 그때의 분위기를 떠올렸다. 확실히 수상쩍긴 했다.

다들 국어책 읽듯이 어색하게 행복을 말하고 정작 시선은 침울하기 그지없었으니까.

“하지만 주거환경도, 일자리도, 처우도 트집잡힐 만한 곳이 없는걸요. 물론 결론을 내릴 만한 시점은 아닙니다만.”

조사가 더 필요한 건 맞았다. 루이제도 벌써 돌아갈 생각은 없다.

“아직 시간은 남았으니까요. 각 조사관님들은 만신전을 중심으로 주변 탐방을 계속해주세요.”

루이제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데니스는 만신전이 제공한 기숙사에서 나와 차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나 멀어졌을까? 데니스의 차량이 암흑으로 가득 차더니 너머에서 사이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데니스──]

“오오, 위대한 존재시여…!”

운전을 멈추자 인기척이 뒷자리에서 느껴진다. 백미러 뒤에는 ‘악성 그 자체’인 위대한 존재와 그와 계약한 존재가 실루엣으로 보였다.

일개 추종자에 불과한 자신과는 격이 다른 존재들. 데니스는 그 너머의 악성에게 보고를 시작했다.

“명하신 대로 만신전에 대한 인권위 감찰단을 파견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잘했닷. 인간 놈들의 허술한 이상주의는 정말이지 나약해 빠졌군.]

유엔에 제보한 건 다름 아닌 내부의 인물이었던 데니스였다.

악마 추종자들을 세계 곳곳에 있다. 민간뿐 아니라 정부의 요직에도, 세계연합의 틈새에도… 어디에나 그들은 존재한다.

[인권이니 생존권이니 지껄이는 것들은 움직이기가 편햇.]

“그렇습니다. 오크 확장 건만 해도 이렇게 잘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유엔 생존자 인권위를 움직여 세계적으로 오크 인권보장을 확장시킨 건 바로 이들의 계략이었다.

오크들은 강력한 전투력을 가졌지만, 그만큼 난폭하고 반사회적이다.

툭하면 폭력으로 해결하려 들고 자신보다 약한 상대의 명령 따윈 듣지 않는다. 이는 행정명령과 법 집행기관 또한 마찬가지란 소리다.

그런 오크들이 번식력도 좋아서 숫자를 마구잡이로 늘리고 그 지역의 주류 종족으로 확장해나간다.

데니스와 악마 추종자들은 이런 오크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게이트 클리어로 마정석 테라포밍을 가속하고 인권을 중시한다는 세계각국을 황폐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최종목적은 바로 이종족 투표권 행사나이 조정.

기본적으로 성인으로 치는 나이가 인간과 비슷한 오크들이었지만, 육체 나이는 다섯 살이면 완성된다는 점을 들어 투표연령을 확 낮출 계획이었다.

다민족주의를 내세워 민주주의니 오크 인권이니 하면서 눈물 좀 찍 싸주면 서방의 위선자들은 끝내 오크들의 투표권을 확장시켜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간단했다.

단순한 오크들을 선동해 표를 결집하고 정치인들은 또 오크들의 표들을 의식하며 오크주의를 확장시킨다.

오크가 과반수가 된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으므로 지구 멸망은 그만큼 가속화될 것이다.

“멍청한 인간들은 결국 위대한 불멸자들을 이겨내지 못할 것입니다.”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정치적 야욕 때문에 위선을 떨 고위층과 자신이 대단한 정의를 수행하고 있다고 착각할 작자들의 지지 아래 악마들의 계획은 완성될 것이다.

“그런데 위대한 존재시여.”

[무슨 일이짓?]

“위대한 존재의 계획에 이의를 제기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저희 감찰단이 만신전의 실태를 폭로한다고 한국 정부가 제재를 가할 것 같진 않습니다. 그만큼 만신전과 정부의 관계가 긴밀합니다.”

애초에 만신전부터가 한국 헌터협회 오강혁이 작정하고 지원한 곳이다.

대통령조차 초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그를 지원하고 있었고.

듣기로는 정치만 참여 안 해주시면 뭐든지 해드리겠다며 딜을 걸었다는 모양인데, 오피셜은 아니다.

[상관없닷. 여론을 움직이고 발을 묶을 수만 있다면 충분햇.]

“그게 그리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이게 나만 좋으라고 하는 줄 아느냣? 너희들의 운명도 걸린 일이닷! 봐랏!]

암흑 속에서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러자 한 영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까앙! 까앙!

그곳에서는 거대한 별철을 채굴하는 농노들이 보였다. 데니스와 마찬가지로 악마 추종자인 그들은 악마의 영지에서 끌려온 포로들이다.

“여기까진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때였다. 곡괭이질로 흔들리던 별철이 쪼개지더니 그대로 낙석이 되어 농노들을 덮친 것이다.

“으아아악!”

쿵!

아찔한 소리와 함께 불어터진 죽처럼 터져나간 농노들. 그런 농노들에게 끼끼룩족 감독관이 다가왔다.

-끼룩!

뭘 멈춰서 있냐. 일해라, 노예야.

통역되지 않는 그 말들은 의미만큼은 명확해 데니스의 주먹을 꽉 쥐게 만들었다.

“천벌 받을 놈들…….”

다음 장면은 공장 내부의 영상이었다. 별철의 신성력에 피폭당하며 가죽이 타들어가는 농노들은 침울해 보였다.

그러다 픽! 쓰러져도 끼끼룩족 감독관들이 채찍질을 하며 강제로 일으켰다.

“독한 놈들…….”

다음은 웬 게이트였다.

농노 중 한 명의 시야를 공유하는 것인지 그 시야에는 끔찍한 장면 실시간으로 틀어지고 있었다.

[농노 발리스타 장전하라!]

농노 발리스타? 그게 당췌…….

“아, 아아…….”

끔찍하다. 이것이… 이것이 사람의 짓이란 말이냐!

공유되는 시야가 울먹거리며 눈물로 가득 찬다. 그는 울먹거리면서 동료 농노들에게 작별인사를 남겼고.

[기억해줘…!]

[[기억할게…!]]

그것이 마지막 영상이었다.

[보았느냣? 이것이 사자심왕이 지배하는 미래닷! 너희들은 저 싸이코패스 미치광이에게 소모품처럼 써 먹히다 죽을 것이얏!]

일종의 모티베이션을 세워주려는 계략이었고, 그 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더, 더러운 광신도 놈들… 혁명! 혁명이 필요합니다!”

아주 커다란 죽창이 필요했다.

“하지만 위대한 존재시여… 제대로 공작을 하려면 놈에게 들키지 않겠습니까?”

[괜찮닷! 너희들에게 나눠준 아티팩트라면 감찰기간 동안은 괜찮을 것이닷!]

“그렇군요! 안심했습니다!”

데니스는 안도하며 사명감을 불태웠다. 이 사악한 계급주의자에게 천벌을 내리리라!

그리하여 악마들의 신세계를 열 것이다!

……

“죽이랑께!”

“마귀들을 매달랑께!”

“저 시방것들을 태워죽여야 한당께요!”

왜…….

-끼룩! 재판을 시작한다.

이렇게 된 거지?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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