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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7

EP37. 소원(3)

“할 수 있으면 해보시지! 절대로 인정 안 할 거니까!”

실프가 팔짱을 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앙다문 입술과 큰 눈망울에서는 고집이 느껴졌다. 진우는 실프를 바라보다가,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가만히 서 있는 실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해? 들어가자.”

“…정말 들어가도 돼?”

실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큰 눈망울이 조금씩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럼 돌아가던가.”

“들어가자!”

다다닷!

실프가 빠르게 진우를 앞지르며 달려갔다.

문 앞에서 진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뭐해! 빨리 와!”

진우는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인정 안 하겠다고 한 것 같은데…….’

실프는 방금 전 한 말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

소풍이라도 온 것처럼 굉장히 신나 보였다. 진우는 실프를 따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들어갔다.

일신 그룹의 기업인들이 가진 능력을 모두 보여준 덕분에 이미 경기장 보완 공사는 끝났고,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업그레이드 역시 빠르게 진행되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작업이 끝날 예정이었다.

너무나 빠른 작업속도에 영국 언론에서 크게 놀라며 주요 기사로 다를 정도였다.

기업인이 된 마법사들이 지닌 힘이었다.

마법과 다른 전문지식의 결합은 빠른 작업속도와 높은 완성도, 그리고 방대한 응용력을 탄생시켰다.

기업 마법사 하나하나가 여러 대의 값비싼 중장비들을 능가하고도 남았다. 특히 터널 공사 같은 대규모 작업을 할 때는 엄청난 효율성을 자랑했다. 이런 경기장 보완공사와 업그레이드는 그들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쉬운 작업이었다.

“우와!”

경기장은 전부 불이 들어와 있었다.

실프가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마구 뛰어다니면서 이곳저곳 자세히 살펴보았다. 내부 인테리어는 마무리 단계여서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전등을 전부 마력을 동력으로 하는 마력등으로 바꾸었다. 밝기는 물론 색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었다.

경기장 전체의 동력원은 마력이었다.

진마석과 마법진이 경기장 지하에 설치되어 있었다.

타악!

진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갑자기 토트넘 축구 선수들이 등장했다.

실프가 깜짝 놀라며 선수들을 바라보았다.

“어, 어? 와아!”

“홀로그램이야.”

마력등에는 홀로그램 투사 기술까지 장착되어 있었다.

일신 그룹의 기술이었다.

본래 홀로그램 광고를 도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었지만, 이런 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폼을 잡으며 서 있자, 실프가 잔뜩 흥분하며 그 사이에 섰다. 그리고는 품에서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진우에게 내밀었다.

“나, 나나…! 이거……!”

“그래, 알았다.”

진우는 실프의 핸드폰을 들었다.

실프가 선수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홍조가 얼굴에 가득한 걸 보니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느껴졌다. 진우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진우는 실프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실프는 신이 나서 포즈를 이리저리 취했다. 다시 핸드폰을 돌려주자 사진을 살펴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좋냐?”

“아, 아니? 전혀 안 좋은데!”

“정말?”

실프는 진우를 힐끔 바라보고는 시선을 피했다.

“조, 조금? 아주 조금? 엄청 조금? 그 정도야.”

“그럼 더 분발해야겠군.”

진우는 실프를 데리고 경기장 외부 시설을 지나쳐 경기장이 보이는 좌석 쪽으로 들어갔다.

경기장은 지금 당장 축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상태였다.

“와! 여기서 한눈에 보여!”

“이번 시즌부터 이곳에서 경기를 할 수 있을 거야.”

“정말? 보고 싶다.”

“보러 와. 좌석 하나 정도는 전용 좌석으로 지정해줄게.”

진우의 말에 실프는 환하게 웃었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표정이 어두워졌다.

“괘, 괜찮아. 별로 보고 싶지는 않아.”

“보고 싶다며.”

“…아냐.”

실프의 표정은 슬퍼 보였다.

진우가 좌석에 앉자 실프는 진우 옆에 앉았다. 하르뮤와 이기환은 뒤로 물러나 서 있었다.

실프는 한동안 조용히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진우는 가만히 실프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엄마랑 어렸을 때 보러 왔었어. 근데…….”

실프의 부모는 모두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왕실에서는 사망 원인을 철저히 숨겼다. 다른 형제들 역시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실프는 다른 왕족들과는 가까이 지내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매사에 조심히 행동해야 했으며 여왕의 눈 안에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여왕은 실프를 사랑했으며 지키고 싶어 했다.

자식들 중 살아남은 유일한 가족이자 자신의 피를 가장 짙게 이은 혈육이었기 때문이었다. 왕세자가 있기는 하지만, 여왕의 직계자손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직책은 왕세자이지만 왕위 계승은 불투명하다는 여론이었다.

그 외에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았지만, 여왕에게 듣지는 못했다.

멸망한 세계에서 과거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뒤에 돌아가셨어.”

“그렇군.”

“나랑 있으면 다 그렇게 돼. 전부…….”

실프의 어머니는 원래는 일반인이었다. 실프의 아버지가 첫눈에 반하게 되어 긴 연애 끝에 결혼하게 되었는데,

축구장에 왔던 것이 어머니와의 마지막 추억이었다.

실프의 어머니는 토트넘 팬이었다고 한다. 실프가 축구를 좋아하고 토트넘 팬이 된 이유였다.

“너랑 있으면?”

“응.”

실프가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바닥에 닿지 않은 다리를 처량하게 흔들었다. 그 모습은 굉장히 외로워 보였다.

“예전에 너와 비슷한 말을 하는 친구가 있었지. 지금은 어떤 줄 알아?”

“어?”

“검술을 배우고 있어. 흑기사만큼 대단해졌지.”

실프가 진우를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어?”

“마법사가 있었거든.”

“마법…….”

실프는 마법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지만, 누구보다도 마법에 관심이 있어 보였다.

진우가 실프 앞에 손을 펼쳤다.

“손 줘봐.”

실프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진우는 마력을 담아 실프의 손 위로 올렸다. 실프는 깜짝 놀란 얼굴로 진우를 바라보았다. 진우가 마력을 움직이며 불꽃을 생성하자, 실프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진우는 이리저리 불꽃을 움직였다.

“나, 나도!”

실프가 인상을 팍 쓰면서 불꽃을 조종하려 애썼다.

될 리가 없었다.

진우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와! 됐다!”

불꽃이 실프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진우의 눈이 조금 커졌다.

마법진을 통해서가 아닌 본능적으로 마력을 움직이고 있었다. 천재라고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진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음…….’

무언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불꽃이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세모 모양이 되었다.

실프는 마법에 금방 익숙해졌다.

“방금 봤어? 봤지?”

“제법인데.”

“그렇지? 이 정도야 기본이지!”

불꽃이 흩어지자 실프는 아쉽다는 듯 불꽃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진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실프를 바라보았다.

“마법, 알려줄까?”

“어? 정말? 정말로?”

“못할 것도 없지.”

“와!”

실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는지 굉장히 좋아했다.

“나 그럼 그 ‘라스베이거스의 마법사’처럼 될 수 있는 거야?”

“라스베이거스의 마법사?”

굉장히 익숙한 제목이었다.

실프는 옆으로 맨 가방에서 무언가 꺼냈다. 제법 두툼한 책이었다. 영국의 위대한 대문호 찰리 호프만이 최근에 발표한 소설이었다.

찰리 호프만의 문체는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읽기에는 조금 딱딱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의 마법사는 마치 직접 경험이라도 한 것처럼 느껴지는 생생한 묘사가 일품이라고 한다.

딱딱한 필체가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정열적으로 바뀌어서 최근에 팬이 훨씬 늘어났다.

찰리 호프만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책 유명해?”

“응! 부단장도 보던데!”

“그렇군.”

진우는 어째서인지 조금 부끄러워졌다.

실프는 얼굴에서 흥분한 기색이 가시지 않았다.

“마법 배우면 주먹으로 건물을 부수고! 자동차 위를 뛰어다닐 수 있어? 막막 펑펑 터뜨릴 수 있는 거야?”

“방향성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노력한다면 가능하겠지.”

“와!”

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찰리 호프만의 소설 속 마법사는 참 마법사답지 않았다.

물론, 그 찰리 호프만이 목격한 마법사는 진우뿐이었다. 생각해보면 진우가 미국에서 마법으로 한 일은 대부분 파괴행위였기에 그럴만했다.

진우는 그 자리에서 마법의 기초를 알려주었다.

실프는 그 자리에서 빠르게 익혔다.

머리도 제법 좋았다.

“잘하네.”

“히힛! 뭐 별로 어렵지도 않네!”

게다가 이미 체내에 마력코어와 비슷한 것까지 지니고 있었고, 마력 또한 제법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마력과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이얏!”

실프가 두 손을 뻗더니 마력으로 빛나는 공을 만들었다.

공이 흐물흐물거렸다.

“그건 뭔데?”

“축구공이다!”

“찐빵 같은데.”

“축구공인데……!”

“찐빵이 터졌군.”

“앗!”

공이 사라졌다.

마법을 배운 첫날에 이 정도까지 마력을 조작할 수 있는 건 기적에 가까웠다. 뒤에 서 있던 하르뮤도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실프는 매우 뿌듯한 표정이 되었다.

진우는 피식 웃으면서 실프를 바라보았다.

“아직 인정 못 하겠어?”

“조금은 했을지도?”

“그럼 확실히 인정하게 해줄게.”

진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프가 고개를 갸웃하며 진우를 바라보았다.

“내가 진짜 마법을 보여주지.”

진우가 가볍게 발을 구르자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점차 확대되었다. 경기장에 설치되어 있는 진마석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경기장 천장에 붙어있던 마력등이 밝게 켜졌다.

진우가 마법으로 경기장을 원격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환호 소리가 들리자 실프가 깜짝 놀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텅빈 좌석에 관객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전부 꽉 찼다.

실프가 손을 뻗어 옆에 있는 관중을 만져 보았다.

부웅!

손이 그대로 통과되었다.

관객들은 모두 홀로그램이었다. 그렇지만 정말 실제처럼 보였다.

휘익!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렸다.

실프는 그 소리에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와아!”

감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 선수들이 경기장에 있었다.

저번 시즌의 명승부가 홀로그램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진짜 과거로 돌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과거 속에 실프가 있었다.

“정말 마법이야!”

실프는 그렇게 외쳤다.

실프는 흥미진진한 눈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응원하자 실프도 함께 응원했다.

진우도 순수하게 경기를 보며 즐겼다. 하르뮤와 이기환도 지금만큼은 투닥거리지 않았다.

골을 넣을 때마다 실프는 목이 터져라 환호했다.

그렇게 화끈한 응원가와 함께 경기가 끝났다.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실프의 얼굴이 크게 달아올라 있었다.

“어때? 인정하겠어?”

“노, 노력했네! 칭찬해줄게.”

실프의 말에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왜?”

“고마워, 선생님.”

실프가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말했다. 진우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거칠게 흩어놓았다.

“머리가 완전 개털이군.”

“앗! 개털이라니! 엄청 무례하네!”

“근데 내가 왜 선생님이야.”

“마법 선생님이잖아.”

진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 선생님.

제법 괜찮은 호칭이었다.

“궁전으로 데려다 줄게. 돌아가자.”

“으, 응. 어? 나, 나 거기 집 아닌데!”

“그러세요?”

“알고 있었어?”

진우는 살짝 웃을 뿐이었다.

실프는 망설였다.

“돌아가야겠지?”

“혼나는 게 걱정되나?”

“…응.”

“그건 걱정 마. 내가 어떻게든 해줄게.”

소원.

여왕의 소원이었고, 여왕의 뜻이었다.

그리고 진우는 이제 관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자가 되었기도 했고, 실프에게서 무언가를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하나도 안 무서워!”

실프가 다시 기세등등해졌다.

오늘 하루는 제법 괜찮은 날이었다.

진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진우가 실프를 데리고 경기장 밖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경기장에 검은 그림자가 생겼다.

좌석에도 누군가 서 있었는데, 점차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진우는 저들의 정체를 단번에 파악했다.

“A140이군.”

저들은 A140으로 보였다.

드디어 영국에서 A140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적은 실프인가?’

진우를 노리고 온 것 같지는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오직 실프에게만 향해 있었다.

점점 더 일이 흥미로워지고 있었다.

A140의 숫자가 주변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아졌다.

“누, 누구야?”

실프가 불안한 듯 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진우는 대답하지 않고 실프를 들어 옆구리에 꼈다.

“도련님, 오늘 하루 마무리가 좋지 않네요.”

“찾아다닐 수고를 덜어서 좋군요.”

하르뮤와 이기환은 이미 전투준비가 되어 있었다.

진우도 마찬가지였다.

경기장을 밝히고 있던 불빛이 꺼지는 순간이었다.

A140들이 달려들었다.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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