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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8

#148

용사 파티 (2)

“하아—.”

면담이 끝나고 자신이 머물던 방으로 돌아온 이세아가 침대에 몸을 던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진솔하게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자, 성자는 포용력 넘치는 미소와 함께 그녀를 이해해주었다.

오히려 이쪽이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로 흔쾌히.

‘그리고 그 사내도··· 하긴, 내가 알아챈 걸 성자가 몰라봤을 리 없겠지.’

은근히 신경 쓰이던 야만인 사내 ‘할리’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 없다는 확답을 받았으니,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황궁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될 터였으나···.

그녀의 머릿속은 대신전에 오기 전보다 더 혼란스러워진 상태였다.

“그거, 역시 하회탈인가?”

대화가 끝나기 직전 성자가 그려서 보여준 가면의 도안 때문에.

‘아니면 그림으로 봐서 비슷하다고 느낀 것뿐? 단순한 우연인가? 진짜 하회탈이라면, 왜 그게 이 세계에 있는 거지?’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는 이상할 게 없다.

이 세계— 아우테리카에는 자신만 온 게 아닐 테니까.

그녀는 지난 8년간 황녀의 비호 아래 안전하게 성장했다지만, 원래 이계에서의 생존률은 고작 20퍼센트 정도에 불과했다.

거기다 자신은 이미 돌아갈 조건을 만족한 입장이었으니, 아주 단순히 계산해도 지금쯤 4명은 이곳에서 죽었을 거라는 뜻이었다.

‘물론 확률은 독립시행이니 반드시 그러리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기댓값이란 게 있으니.’

그리고 살았든 죽었든, 그중 한국인이 있었다면 이곳에 하회탈의 디자인이 전파된 건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고향을 잊지 않고자 가지고 왔다가 분실했을 수도 있고, 향수에 젖어 직접 조각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렇게 만든 가면을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판매했을지도.

‘···그 사람이 불사왕과 관련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그만한 존재가 단순히 아무 가면이나 쓰고 다니진 않았을 테니.’

분명 무언가 의미가 있으니 그 가면을 고른 것일 터였다.

어쩌면 자기에게 대적하던 이를 죽이고 빼앗은 것일지도 모르고, 부활을 도왔던 이가 권한 걸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어쩌면 불사왕의 정체가 바로···.

“후우—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 그리고 맞든 아니든 이제 와선 나랑 상관없는 일.”

처음으로 접한 동향 사람의 흔적이라 동요해버렸지만, 사실 그녀가 지금 이렇게 고민해봤자 하등 쓸모없는 문제였다.

계속 매달려있기엔 별로 유쾌하지 않은 사실이기도 했고.

‘그러고 보니, 이 세계에 있을 다른 지구인들은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자신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지 않아 그간 조우할 기회가 없었지만, 어쩌면 마주치고도 서로 눈치채지 못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누군가가 먼저 티 내지 않으면 딱히 알아볼 방법이 없는데, 그녀도 그걸 내색하고 다니는 편이 아니었으니.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대화 정도는 나눠보고 싶네. 이왕이면 같은 나라 사람이면 더 좋고.’

그 짧은 생각을 끝으로 복잡한 상념을 잠시 덮어둔 그녀는 가만히 눈을 감고 명상에 빠져들었다.

뜻밖의 일로 어지럽혀진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

이세아가 한창 혼자만의 고뇌를 이어가던 시각.

아우테리카에 전송된 또 다른 한국인···의 일부인 할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상념에 잠겨 있었다.

‘세계의 적이라···. 이런 업적도 있었나.’

이번에 한스가 달성한 그 업적은 그냥 문구부터가 비범하기 그지없었다.

하긴, 한 차원에 살아 있는 지성체 절반 이상의 적의를 사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이 정도면 충분히 업적이라고 할 만했다.

더불어 특전인 「여분의 목숨」 또한 그 점을 감안해서 부여된 것일 테고.

‘애초에 이런 조건을 달성한 자는 그만큼 쉽게 죽지 않을 능력을 갖춘 데다, 카르마도 귀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수급했을 테니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러나 지금껏 주어진 특전은 원래 전부 그런 식이었다.

자력으로 차원을 넘어 귀환하면 「이계전송진 소환」을.

언데드의 정점인 불사왕이 됨으로써 「즉사 면역」을.

틀림없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자신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적용하기도 애매했으리라.

‘나한테야 어느 쪽이든 도움이 되니 상관없겠지.’

이번 특전인 「여분의 목숨」은 말 그대로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스킬이었다.

「즉사 면역」처럼 특정 조건에 한정해서 목숨 줄을 붙들어주는 게 아니라, 그냥 죽으면 최상의 상태로 부활할 수 있게 되는 엄청난 이적.

당연히 그런 능력을 무한정 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쿨타임이 굉장히 기네. 일 년에 한 번이라니. 그래도 효과를 생각하면 오히려 양호하다고 봐야 하나?’

본체가 지구에 있으니 이세계의 시간으로 치면 10년에 한 번이지만, 아바타들은 어지간해선 죽을 일이 없으니 만약을 대비한 보험으로 유용할 터였다.

‘좋아, 이건 됐고. 그럼 다음은···.’

문득 상념에서 빠져나온 할리가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았고.

그와 동시에 하인리히도 시선을 돌려 그를 마주 보았다.

···그렇게 한 자리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혀들었다.

“······.”

“······.”

응접실 내부를 맴도는 기묘한 침묵.

두 아바타는 한마디의 말도 없이 그저 입가에 미소만 머금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인리히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자애로운 미소를, 할리는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흉악한 미소를 지은 채로.

다른 사람들의 이목 때문에 따로 면담 시간을 잡기는 했으나, 주변에 보는 이도 없는데 귀찮게 혼잣말할 필요도 없으니 그저 이렇게 멍하니 시간을 때우는 중이었다.

‘음?’

그러다 문득, 하인리히의 시선에 화려한 문신이 가득 새겨진 할리의 벌거벗은 상체가 들어왔다.

저 우락부락한 근육을 비롯한 압도적인 육체는 보이는 것 이상의 밀도를 지니고 있었고, 생체력을 다루는 할리에게 그건 곧 전투력과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니 아바타끼리의 싸움은 하인리히와 한스 말고는 없었지? 이 둘은 양쪽 다 무투파인데, 직접 부딪치면 어떻게 될까?’

갑작스레 떠오른 호기심이었지만 때마침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이대로 멍하니 있기엔 시간이 아깝기도 했고, 서로의 능력을 보는 것 또한 면접의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벌떡!

그렇게 마음먹는 즉시, 두 사람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대신전을 가로질러 그들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훈련장 한쪽에 구비된 한 대련 시설이었다.

“엇! 안녕하십니까, 성자님. 그런데 이쪽엔 무슨 일로···.”

갑자기 하인리히가 나타나자 훈련장의 담당 성기사가 놀라서 인사했다.

최고 수준의 수호 결계가 둘러진 이 대련장은 내부의 충격파가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게 설계되어 있어, 팔라딘 수준의 상대도 전력을 다한 실전적인 훈련을 가질 수 있는 유용한 장소였다.

당연히 하인리히와 할리의 싸움에는 이곳만 한 곳도 없었다.

“아— 수고하십니다. 잠시 훈련 시설을 이용하고 싶어서 말이지요. 이쪽분과 잠시 대련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크하하핫! 힘과 혼을 총동원한 맞부딪침이야말로 진정한 사나이의 교류지! 이건 당연한 절차다! 하하핫!”

주변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곧바로 캐릭터에 몰입한 대사가 튀어나왔다.

성자가 함께한 자리에서 행해진 무례한 언행에 성기사의 미간이 꿈틀거렸지만, 바로 옆에 있는 하인리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도 별다른 내색 없이 뒤로 물러섰다.

슬쩍 시선을 내려 할리의 근육을 눈으로 훑으며.

그리고—.

“오! 성자님께서 대련이라니!”

“상대는 누구죠? 칼코스의 전사인가요? 훌륭한 육체로군요.”

“음··· 결사대의 일원으로 추천받은 자로군. 그럼 이건 성자님의 시험인가? 과연 저자가 저 근육만큼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곧바로 소식을 들은 성기사와 성전사들이 모여들어 대련장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높은 수준에 이른 이들의 대련은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만큼, 이 대련장은 주변에서 참관할 수 있는 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물론 성자인 하인리히가 원한다면 그들 모두를 물릴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

이참에 주신교단의 정예들 앞에서 그들의 힘을 과시하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터.

이 웨이트 트레이닝의 신봉자들에게 할리의 멋진 근육이 그저 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차례였다!

‘자, 그럼 가 볼까?’

대련이라곤 하지만 둘 다 자신이 조종하는 만큼 수 싸움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하든 짜고 치듯 공세를 주고받는 형세가 될 수밖에 없다 보니, 할 수 있는 건 단순히 가진 역량을 비교하는 것뿐.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제법 유의미한 측정은 될 것이다.

그렇게 주신의 성자이자 불사왕의 대적자인 용사, 빛의 기사 하인리히와.

남부에는 가본 적도 없는 야만 전사이자 키메라 용인, 광전사 할리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

실전 대련이라곤 하지만 주변의 이목이 있는 만큼, 할리의 완전체 모드와 ‘광기’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하인리히의 보증이 있다지만 그걸 대놓고 사용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크하하하핫—!”

콰아앙—!

그러나 그걸 제외하더라도, 전투에서 보여주는 할리의 위압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전보다 더 부풀어 오른 근육과 전신에 돋아난 검붉은 비늘, 양 눈에서 줄기줄기 피어오르는 안광.

날카로운 손톱이 튀어나온 오른손은 마치 용의 앞발과 같았고, 왼손의 거대한 검은 도끼는 「생체 오러」로 뒤덮여 거인이라도 반으로 쪼갤 듯이 매운 기운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또 그 우월한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체력은 몸 안에 쌓인 에너지를 태워 전신의 각인을 활성화시켰으며, 주위를 휘몰아치는 마나 폭풍은 그의 모든 행동을 보조해주었다.

“허어··· 저게, 용인인가?”

“···워낙 희소한 종족이라 뭐라 말할 수 없군. 그런데 모든 용인이 저런 능력을 지녔다면 그들이 지금처럼 멸종 위기에 처할 리가 없을 텐데···.”

“역시 근육은 거짓말하지 않는군요.”

“음음!”

대련을 지켜보던 이들이 그의 위용에 감탄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폭력적으로 몰아치는 할리의 움직임은 파격과 변칙을 내포하고 있었으나, 그 안에는 체계적으로 단련된 규칙성과 기본기가 뒷받침되어 있었다.

쿠우웅—!

짙은 검붉은 오러가 뒤덮인 도끼가 성검과 부딪친 동시에, 오른손의 손톱이 하인리히의 하체를 쓸어간다.

도끼를 흘리고 가볍게 한발 물러나는 그에게 따라붙으며 다시 할리의 왼손이 유려하게 무기를 휘둘렀다.

단순히 힘뿐만 아니라 기교까지 갖춘,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가공할 전투력이었고.

그것을 인정한 건 할리를 상대하는 본인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잘못 생각했군. 그냥 무작정 짜고 치는 판이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직접 겪어보니 생각보다 더 할리의 전투 방식이···.’

예측불허.

직접 몸을 조종하고 있음에도 그 움직임을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할리로 하여금 본능적인 전투를 가능하게 했던 「야성」이 진화한 스킬, 「광란의 야수」는 단순히 광기를 더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거의 모든 움직임을 이성이 파악하지 못한 무의식의 영역에서 행하고, 본능적으로 하인리히의 빈틈을 찔러 공격해온다.

사고를 공유하는 만큼 오히려 그것을 역이용해 스스로가 의식하지 못한 부분만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오는 것이다.

‘···이거, 굉장히 효율적인 수련 방법인데?’

자기 자신이 파악하지 못한 빈틈을 극복하는 훈련으로 제격이지 않은가?

상당히 과격하지만 효과는 보장된 방법이었으며, 그것에 매료된 하인리히는 어느새 본래 목적을 잊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하며 서서히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콰지직!

콰아아앙—!

그렇게 치열한 싸움이 이어지고, 할리는 저장한 에너지를 모두 불사르겠다는 듯이 점점 더 과격한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공격은, 끝내 하인리히에게 닿지 않았다.

치명적인 각도에서 날아온 도끼날이 성검에 흘려졌다.

허점을 노리고 불시에 솟아오른 발끝은 도달하기도 전에 목표를 놓쳤다.

성검기와 신성력으로 뒤덮인 손이 날카로운 손톱을 쳐내고.

광검에 휩싸인 검날은 단단한 비늘을 베어 갈라, 그 몸을 피투성이로 만들고 있었다.

“···검의 움직임이, 아름다워. 저런 건 처음 보는데···.”

“그런데 성자님이 조금 너무 하시는 것 같지 않아? 지금이라도 말려야 하나?”

“아직은 괜찮다. 저 남부 전사, 겉은 피범벅인데 상처는 이미 전부 회복됐으니. 흠, 저것도 용인이라서인가?”

순수한 육체의 스펙만으로는 할리가 압도적인 우위였다.

그의 육체는 거대 괴수를 압축해 놓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고, 그 몸에서 뿜어지는 폭력적인 에너지는 안 그래도 빼어난 파괴력을 더욱 증폭시켰다.

빠르고, 강하고, 변칙적으로 이어지는 공세.

그리고 그것은— 하인리히의 내면에 잠들어있던 무언가를 사정없이 자극했다.

‘아, 이런 거였구나.’

「대축복 : 빛의 기사」와 온갖 성장 보정이 그의 깨달음을 보조하고.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괴물들을 상대하며, 수많은 천재의 손을 거쳐 개량되어 온 「로지아 성투법」이 빠르게 흡수되었다.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차마 따라 하지 못했던 기술들을 순식간에 체득할 수 있었고, 그것은 또 다른 성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개체가 반복된 훈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무골」이 특수스킬「무도의 길」로 진화합니다.》

성검을 얻고, 어느 경지에 오른 이후로 줄곧 정체되어 있던 「무골」이 마침내 벽을 넘어섰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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