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149

149화 Kill The Devil

만신전에서 벌어진 유엔 감찰단 피살사건은 유엔에서 벌어진 악마 소탕전으로 순식간에 묻혔다.

[유엔본부. 악마 다수 발견. 국제사회 경악.]

[악마 스파이의 사보타주. 이대로 괜찮은가.]

악마들이 인간 사회에 잠입해 있다가 들통이 나는 건 아주 드물게 있어왔던 일들이다.

촉이 좋은 형사나, 재능 있는 헌터, 악마에 기민한 감각을 가진 생존자들.

지난 30여년 동안 악마들이 인간 사회에 숨어들었다 격퇴당하는 일은 꽤 있어왔던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세계정부라 할 수 있는 유엔본부에서, 그 핵심적인 장소에 악마가, 악마 추종자가 삼백 마리 넘게 잠입해 있었다.

종종 악마 추종자들이 뒤가 구린 의식 같은 걸 치르다 들키는 일은 있었어도, 이렇게 인간사회 깊숙한 곳에서 대규모로 발견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유엔 평화유지군 사령관도 악마 추종자였어.

-미친… 이거 괜찮은 거냐?

-믿을 놈 하나 없네.

한국은 한국대로 감찰단 중 절반이 악마 추종자로서 만신전에 사보타주를 하러 왔다는 것에 경악했고, 세계 각국에서 유엔에 대한 성토를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는 괜찮은 건가?’

‘정부 고관 중에서도 악마 추종자가 숨어있는 거 아니야?’

이러한 의심은 당연히 사회 고위층에게로 향했다.

-저 새끼 악마 같음. 내가 보기에 그럼!

-시나리오 쓰고 앉았네! 증거 있어!

사회에 악마들이 숨어있다. 또는 악마를 추종하는 무리가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사회가 혼란에 빠진 그때, 윱튜브를 비롯한 SNS에 만신전 공식 채널이 입장을 내놓았다.

[악마를 구분하는 방법]

[악마의 삿된 손길에서 구원받는 방법]

[당신도 할 수 있다. 악마 신고방법.]

참의로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영상이 올라왔다.

그것은 실제 악마를 포획한 한국과 일본 정부의 주관 하에 이루어졌는데, 축복받은 작물을 먹은 악마와 악마 추종자들이 성력 거부반응이라는 이름의 피폭 증상을 담은 영상이었다.

[데메라 여신의 축복이 깃든 작물을 먹은 악마들. 버티지 못함.]

[만신전 성소가 늘어날수록 악마들을 구분하기 쉬워짐.]

[신고번호 XXX-XXXX. 만신전에 악마로 의심되는 사람을 신고하세요!]

가을 추수기간을 앞두고 만신전은 대량의 축복받은 작물을 출하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축복받은 작물 판매량이 급상승했고, 만신전의 신앙을 따르는 이들이 늘어났으며 무엇보다 수백 만 건에 이르는 악마의혹 신고가 들어왔다.

물론 그 대부분은 마녀사냥 논리와 하등 다를 것 없는 무분별한 신고다. 정부 차원에서 대응한다고 해도 분류에만 몇 달은 걸릴 대규모 작업.

-끼룩! 데이터 분석 중.

그러나 만신전의 강인공지능 야크트 스피너는 엄청난 속도로 신고를 분류하며 의심을 받은 이들의 인터넷 접속기록, 통화량, CCTV 이동기록 등을 철저히 파악했다.

인권침해 아니냐고? 사이버펑크 미래 세계에서 온 강인공지능은 그런 거 모른다.

그렇게 대량의 데이터량을 분석하다 보면 얻어걸리는 경우가 꽤 있다.

-실제 악마 추종자 의심분자 발견. 비밀클럽에 입장. 독자적 연결망을 통해 네트워크 해킹. 데이터 분석 완료.

[젠장, 여기저기서 들쑤시고 다니고 있어 멍청한 놈들이.]

[축복받은 작물을 먹어보라고 지랄들입니다. 어쩌죠?]

[가짜를 마련해. 어떻게든 이번만 넘기면 당분간은 버틸 수 있어. 위대하신 분들의 의향은 어떻지?]

-끼룩! 악마 추종자 집단 확인. 클럽 내 모든 네트워크 파악. 27명 전원 악마 추종자 그룹 ‘네필림’으로 파악 완료.

유럽 한복판에 모여든 악마 추종자들을 두고 야피의 논리 시스템들이 옵션을 검토했다.

-옵션 A. 암살. 스텔스 위성 내 투입자산. MK.3 스텔스 킬러 플랫폼 투입 가능.

-거부. 해당 플랫폼의 진척율 88%. 고위험군 출몰시 자산의 은폐 가능성 크게 떨어짐.

-옵션 B. 언론사를 이용한 폭로전. 위험군의 사회적 지위 및 자산 손실에 집중.

-거부. 미개사회의 법리해석에 따르면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음.

-유치소 내부에서의 암살은?

-자산의 과잉투자.

-옵션 C. 스텔스 위성을 통한 초정밀 하전입자포로 저격. 이후 가스폭발로 위장. 해당 건물의 미비한 시설상태를 지역 내 구축한 본기의 유령 언론사를 통해 폭로 가능함.

-여론 통제 가능성은?

-79%. 이후 옵션 B를 통해 이슈를 덮으면 98%까지 치솟음.

논리 시스템들의 합의에 따라 옵션 C가 결정되었다.

강인공지능의 메인 시스템은 철저한 원칙을 다시금 설파했다.

-본기와 만신전의 행성 장악능력은 아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함. 만신전의 모습은 철저하게 숨길 것. 합리적 의심까지는 허용.

-인식.

-인식.

-인식.

-범세계적 악종 구축작전 개시. Kill The Devil

암암리에 세계의 악마들은 하나하나 구축 당하고 있었다.

* * * *

만신전이 있는 나주 땅은 한국 내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로 발전하고 있다.

한편에는 성지로 각광 받으며 관광객들이 드나들고, 다른 한편에서는 오천 명을 넘어선 맨앳암즈와 이백여명의 기사 생도들이 훈련을 하는 군사기지화가 진행되고 있다.

가까운 영산강에는 끼끼룩족들이 거주하며 만신전으로 출퇴근으로 오가고 있었으니 그 규모가 어느덧 오천을 넘기고 있었다.

관련 종사자들과 주변 상인들, 가족들까지 몰려들어 만신전 설립 이전보다 인구가 오만 여명이 추가로 유입된 것이다.

어지간한 작은 도시 수준의 인구가 유입되었으니 날로 발전해가며 정치권에서는 ‘나주 특별시’로 격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날로 발전해가는 만신전은 최근 널널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를 가졌다.

“후아~ 쑥라떼 끝내줘…….”

“진리는 망고 플랫치노다. 인정?”

가을바람으로 선선한 날씨이건만, 알로하 셔츠와 선글라스 차림으로 빨대를 홀짝이는 재혁. 그 옆에서 수호도 한 맺힌 것처럼 햄버거 세트를 씹어 먹는다.

기사 서임식 이후 자유식사권한을 부여받은 기사 생도들… 이제 정식 기사인 그들은 한동안 그 권리를 누리지 못했었다.

기사단직 걸고 농노로 거인 잡기 챌린지. 그 이후에는 라이온하트 왕국 게이트로 열악한 야전생활을 지속한 덕이다.

어쨌든 어마어마한 고생을 하고 돌아온 그들에게 빡빡하게 굴 정도로 레온이 경우가 없진 않았다.

“추수기간이라고 특별휴가 나오니까 달달~하구나.”

“폐하께서 떡값을 두둑이 챙겨주셨으니까.”

민족 명절 추석이 다가오는 가운데, 레온은 만신전 전체에 휴가령을 내렸다. 본래 추수기간에 휴식을 가지는 건 라이온하트도 마찬가지.

데메라 절기라고 명명된 이 연휴기간에는 국왕과 영주들이 각출하여 두둑한 유흥비를 하사하는 것이 관례라는 모양이다.

-하나! 둘!

-하나! 둘!

그때, 입구 쪽에서 상반신을 벗어재낀 근육질의 사내들이 구보를 하며 입장했다. 군사기지이기도 한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두분 기사님, 휴식 중이십니까!”

김도혁 조장이 경례하며 인사했다.

“어, 그래요. 구보 훈련 중이셨슴까?”

“예! 구대성 기사님과 훈련 중이었습니다.

“아, 아직 정식기사가 아닙니다.”

구대성은 손사래를 치며 난색을 표했다. 그는 1기 기사 생도 중에 유일하게 정식기사로 임명받지 못한 한 사람이었다.

“오~ 구대성 행님!”

재혁이 훈련하던 구대성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지만, 그는 어색해했다.

왕국기사로 서임받은 1기 기사 생도 중에서 하리, 소연, 재혁, 수호의 입장은 특별하다.

천소연이야 현 기사단장을 역임하고 있고 하리는 레온과 베아트리체, 야피를 제외하면 만신전 내부에서 서열 4위의 S급 헌터.

재혁과 수호도 라이온하트 왕국 게이트를 경험하고서 성물의 획득과 함께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사실상의 S급 전력들. 기사 중에서도 네 사람은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이들이고 구대성은 아직도 B급으로 성장도 못한 편력기사 나부랭이일 뿐이니까.

“그럼…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구대성이 어색하게 인사하고 귀환하는 가운데, 수호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열심히 하시는 분인데, 뭔가 잘 안 따라주네.”

“뭐, 재능 문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만신전은 기사단을 창설하고 새로운 기사 생도들도 받아들였지만, 구대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처음에는 게오브릭 경의 망치를 잠깐 들어 올려 기대를 샀지만, 그는 잘 쳐줘도 C급 상위였다.

“결국 게오브릭 경의 망치는 언제쯤 들리는 거야?”

“글쎄. 우리들이 계승받은 성물들도 아직 우리를 제대로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는데 뭘.”

수호는 빛과 정의의 성배기사 아말렉의 방패를, 재혁은 하늘과 천둥의 성배기사 케이프의 창을 받았다.

이사벨의 중재 속에서 계승의식을 치렀지만, 두 에픽 아이템들은 두 사람을 완전히 인정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이 초유의 에픽 아이템들을 다룰 기량이 아직 두 사람에게 없다는 것이다.

“게오브릭 경의 망치는 더욱 대단한 아이템이니까.”

이 망치를 드는 자, 누구든 게오브릭의 힘을 얻으리라.

이는 즉, 망치를 드는 순간 성배기사로 각성할 것임을 예언하는 것이다. 얼마나 굉장한 실력자여야 그것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를 테지.

“평생 안 나타는 거 아니야?”

“으… 정말 그럴 지도.”

성배기사.

적어도 만신전 내에서 네 사람만큼은 그 진면목을 뼈저리게 알았다.

최후의 전쟁, 그곳에서 희생한 위대한 신들의 기사들.

한 세계의 정점이었던 마술사 여왕이나 천 년의 퀘스트를 수행해온 고결한 기계만이 그 영광된 자리를 수여 받았다.

과연, 이 지구에, 그만한 명예와 영광을 가진 자가 나타날 수 있을까?

아무리 신들이 커트라인을 낮춰줬다 해도 그 범접할 수 없는 영광을 차지할 수 있는 이가 인간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막연한 이야기였다. 두 사람은 애써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폐하께서는 뭐하신데?”

“최근 여왕님하고 바쁘신 모양이던데.”

“두 분 폐하하고 야피 경은 쉬는 걸 못 보는구만.”

“인정인정.”

기계인 야피야 그렇다 쳐도 두 사람은 사람인데 스트레스도 없는 건가? 그런 의문은 수호가 언젠가 누이에게 들었던 썰로 풀어졌다.

“두 분 폐하도 스트레스 해소는 확실히 하고 계신다던데?”

“뭔가 아는 게 있음?”

“누나가 그랬어. 그… 두 분은 아주, 스트레스를 잘 풀고 계시다고.”

“…….”

이쯤 되자 재혁도 수호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관광지로 성행하는 이 관광지에서,

수천 명이 훈련을 하는 이 군사기지에서,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오직 세 명에게만 허락된 음지가 존재한다.

“으… 농노들은 그냥 얼른 죽는 게 낫지 않나 싶어.”

“농노들은 괜찮지… 죽으니까. 근데 그것들은 아니잖아.”

“으으으…….”

몸서리치는 재혁. 그는 모른 척 음료수를 쪽쪽 빨았다.

“난 모르는 일이야~”

“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세상엔 때론,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게 나을 때가 있다.

* * * *

만신전 지하에는 건축법에 의거한 방공시설… 소위 말하는 지하층이 조성되어 있다.

지상층 연면적 200 제곱미터의 건축물을 지으려면 지하 방공호용의 지하층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축법이었는데, 보통은 이 지하에 새로운 시설을 지어 활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만신전 본관의 지하는 어떤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고 있다. 건축법에 의거한 지하 방공호 용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보고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만신전은 이 지하시설을 사용하고 있다. 세간에서처럼 반지하 셋방이나 추가 시설이 아니라 마술사의 ‘공방’으로.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영혼이 내지르는 비명소리는 철저한 방음시설에 의해 막혀있다.

이곳의 고참 수감자라고 할 수 있는 짐승신의 주술사 힐디르는 오늘도 악마 하나 죽어나가는구나~ 하고 한숨을 쉬었다.

-저벅! 저벅!

그때, 수감자 일동이 뻣뻣하게 몸이 굳어간다. 누군가가 지하로 내려온 것이다!

“흐긱…!”

힐디르는 곧장 무릎을 꿇고 엎드리며 굴종의 자세를 취했다. 이곳에 입장할 수 있는 ‘사람’은 단 셋뿐.

그나마 기계의 발걸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안도할 수 있지만, 수틀리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죽는다.

“폐하, 오셨습니까.”

그를 맞이하러 가장 깊은 공방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아름다운 마술사 여왕. 일부러 칙칙한 장소를 조성하고 죄수들의 공포 분위기를 유발한 마술사 여왕은 싱긋 웃으며 사자심왕을 맞이했다.

“변함없이 잡내가 심한 곳이네. 비체 그대처럼 고귀한 신분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니야.”

“제 공방 안은 환기를 시켜놓고 있답니다.”

“이곳을 걷기는 해야하지 않는가.”

“저 편하자고 악종들에게 편한 환경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참으로 눈물나는 희생정신이오…….”

이 미친 또라이들이 뭐라는 거야.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건 자신들인데, 왜 지들이 희생하는 것처럼 말하는 거지?

애초에 베아트리체의 공방은 1층과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굳이 레온처럼 이쪽 통로로 오지 않는 한 칙칙하고 더러운 감방 바닥을 밟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이놈의 라이온하트 광신도들은 지들 말고는 다 사람 취급을 안 해준다.

숱한 짐승신의 부족들이 라이온하트 왕국에 끌려가 농노로 죽어나간 이가 몇이던가.

성배기사 그라타스의 농노 축제가 매년 유행하던 시절에는 아예 부족의 씨가 말랐었더랬다.

“그나저나 비체. 그대가 짐을 호출한 이유가 무엇이지?”

“후후, 폐하께서 기뻐하실 소식이랍니다.”

베아트리체는 입꼬리를 비틀면서 요염하게 미소 지었다. 곧 그녀의 목소리에서 나온 ‘이름’은 몇몇 악마들을 바들바들 떨게 만들었다.

“성배기사 불카누스 경을 탐색할 방도를 찾아냈어요.”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