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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9

#149

용사 파티 (3)

전투를 참관하던 이들은 하인리히의 변화를 곧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공간을 가르는 검의 궤적과 묵직하게 내딛는 발걸음, 심지어 가볍게 내쉬는 호흡에서조차 숨 막히는 위압감이 풍겨 나오기 시작했으니.

“···성자님께서 벽을 넘으셨군.”

“헛! 투스킨 경? 언제 오셨습···.”

“쉿.”

그리고 그것에 감탄한 건 교단 무력의 상징인 팔라딘 또한 마찬가지였다.

성자의 대련 소식에 조용히 다가와 참관하던 은빛날개 성기사단장, 팔라딘 투스킨은 대련장을 바라보며 남다른 감회에 잠겼다.

하인리히가 성전사이던 시절, 그 가능성만 보고 탈리아 신전에서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 바로 그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때의 성전사가 최단기간에 성기사가 되고 큰 공을 세운 것도 모자라, 성검을 뽑아 성자이자 용사까지 되었으니 어찌 담담할 수 있을까.

‘거기다 성자님과 맞서는 저 용인 전사도··· 대단하군. 진심으로 싸우게 된다면 나도 힘들겠는데.’

주신교단의 팔라딘은 단순히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기사가 아니었다.

무인으로서의 경지는 기본일 뿐, 최소한 주교급의 신성력과 5개 이상의 축복까지 보유해야 오를 수 있는 명예로운 자리인 것.

당연히 그들의 전투력은 일반적인 잣대로는 판단할 수 없을뿐더러, 특히 방어적인 측면에서는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몬스터를 넘어서는 신체 능력과 야성적인 본능을 가진 데다 무인의 정제된 전투 체계까지. 역시··· 성자님의 동료가 되려면 저 정도 수준은 되어야겠지.’

투스킨은 대련장 바깥에서 할리를 바라보며 인정한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검붉은 오러가 이글거리는 거대한 도끼와 밝게 빛나는 성검이 다시 한번 충돌했고.

쿠우웅—!

수호 결계를 두들기는 커다란 충돌을 마지막으로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뒤로 물러섰다.

“크하하핫! 과연 용사님이시군! 이렇게 강한 전사는 처음이야!”

엉망이 된 몰골의 할리가 변이된 몸을 원상태로 되돌리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격렬한 전투의 여파로 그의 몸은 온통 피투성이였으나, 「초재생」으로 회복된 그의 몸에는 이미 상처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으적으적!

그 대신 에너지를 너무 소모해 격렬한 허기가 밀려들긴 했지만.

그는 허리춤에 묶어뒀던 아공간 마도구에서 드래곤 고기를 꺼내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후우—.”

그렇게 할리가 그 자리에서 고기 몇 덩이를 해치우는 모습을 보며, 하인리히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곳곳이 찢겨나간 예복을 정리했다.

아무리 그가 용사라도 할리를 상대로 생채기 하나 안 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신체를 보호하는 강대한 축복과 신성력 덕분에 지금은 옷 외에는 이렇다 할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

그나마도 전부 「무도의 길」을 얻기 전인 전투 초중반에 난 상흔이었다.

‘순간적으로 너무 몰입해 버렸군.’

그래도 의외의 성과까지 얻은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하인리히의 「무골」이 자극받아 무(武)에 대한 시각이 넓어지면서, 그것은 고스란히 스킬의 진화로 이어졌으니까.

이성을 중시한 평소의 전투에 본능을 우선하는 할리의 방식이 섞이며 생겨난 예상 밖의 시너지였다.

그 뜻밖의 공동 작업으로 인한 깨달음 덕인지, 머릿속이 시원해지고 기분 좋은 고양감이 그의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축하드립니다, 성자님! 전부터 강하신 건 알고 있었는데, 그것조차 아직 성장 단계셨군요. 역시 성자님이야말로 이 대륙의 희망이십니다!”

“저 용인 전사도 대단하네요. ···저 정도 수준이라면, 성자님의 동료로 인정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전사여, 혹시 그대만의 특별한 근육 단련법이 있나? 우리 성기사단만의 특별 루틴이 있는데, 서로 교류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떤가?”

“그거 좋군! 성자님의 동료가 더 강해지는 건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 우리가 직접 함께하진 못해도 이런 식으로 도울 수는 있을 테니!”

참관하던 근육 덩어리들이 대련장을 빠져나온 그들에게 몰려와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그간 함께 훈련하며 유대감이 생겼던 하인리히에게는 물론, 이번에 실력을 증명한 할리에게도 거리낌 없이 대하는 그들의 공통 주제는 오로지 단련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말에 문득 하인리히의 뇌리에 다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동료라··· 마왕을, 불사왕을 쓰러뜨리기 위한 파티란 말이지···.’

그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에 대한 회의감이었다.

사실 현 상황은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급박하고 여유 없이 전개되는 면이 강했다.

만약 그가 정말 용사로서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마왕을 상대하려 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맞았다.

오히려 지금처럼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싫으면 말고’ 식으로 대처하지 않고, 소속 국가와 추가로 협상하든지 해서 좀 더 강경하게 나갔을 터.

‘지금도 정보부에서 여러 명단을 가지고 오면서 은근히 추가 대응을 청하는 분위기이기도 했고.’

하지만 처음부터 자신의 목적은 불사왕을 물리치는 게 아니라, 영웅담과 같은 서사를 쌓는 것이었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고전적인 이야기’에는 주인공이 온갖 역경을 헤치며 하나하나 동료를 모으는 과정 또한 전개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래, 할리의 대모험처럼.’

투쟁과도 같은 삶을 살면서 4막에서 사악한 흑마법사 한스에게 생체실험을 당하다 탈출한 할리.

그는 이후 상인 휴버트와 엘프 해리스, 드워프 하워드와 만나 우정을 쌓게 되고.

마침내 7막에 이르러서 용인의 피를 각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7막의 마무리가 바로 지금. 용사의 동료가 되는 거지.’

애초에 그가 처음 생각했던 ‘안방극장’의 전개 방향도 그쪽이었다.

여러 가지 사건이 연달아 터지며 결국 지금 상황까지 흘러와 버렸지만.

‘이제 와서 그렇게 이야기를 진행하기엔··· 역천의 서약 놈들이 큰 사건을 펑펑 터트려대는 바람에 계획에서 너무 틀어졌어.’

사실 이곳 사람들 입장에서야 최대한 서둘러 전쟁을 준비하는 게 당연한 건데, 한스도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사건에 페이스를 잃고 폭주한 감이 있었다.

지금 상태에서는 희생을 최소화하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할 수 없었다.

안 그래도 미심쩍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을 텐데, 앞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불사왕의 개연성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을 테니.

‘처음 계획을 떠올렸을 때만 해도 적당히 나쁜 놈들만 족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 보니 불사왕이라는 이름의 존재감이 너무 컸단 말이지.’

그저 뭔가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재해급 규모가 되어버리니, 원하는 대로 상황을 끌고 가기도 힘들었다.

거기다 역천의 서약이 벌인 일도 겹쳐서 어느 순간 정말 전쟁이 코앞까지 다가와 버렸다.

‘그렇게 되면 뭘 어떻게 하든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불가피해진다. 애초에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그런 구조니까.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렇다면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인가?

눈 딱 감고 내 욕심을 위해 남의 희생을 강요하든, 그냥 이 정도에 만족하고 판을 접든 양자택일하는 수밖에 없나?

‘그럴 수는 없지! 그냥 어떻게든 전쟁만 피하면 되는 것 아닌가?’

결국 침략의 주체 또한 자기 자신이었으니, 합의고 뭐고 복잡한 과정 거칠 필요 없이 그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방법이었는데···.

그렇게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에 하인리히가 미간을 찌푸리며 상념에 잠겼을 때.

“성자님? 지금 시간 괜찮으십니까?”

성녀의 주재하에, 로셀리아 대신전의 수뇌부가 모두 모인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

로셀리아 대신전의 최심부에 위치한 작은 회의실.

공간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 내부에 모인 이들의 면모는 하나같이 쟁쟁했다.

성자와 성녀, 두 명의 추기경을 비롯해 이단심문관장과 팔라딘, 대주교들까지.

그야말로 로셀리아 대신전의 모든 수뇌부가 한자리에 집합해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고 있었다.

“후우, 이거 큰일이군요. 대륙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은 아직도 지지부진한데, 불사왕 한스는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으니.”

“로한 공국과 그리 멀지 않은 북쪽 산림이라···. 역시 이건 우리들을 조롱하려는 의도겠지요? 스스로 무너뜨린 공국이 완전히 몰락하는 걸 지근거리에서 지켜봐 주겠다는···.”

“로한 사태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그 희생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테지요. 그 수많은 죽음이 그대로 불사왕의 힘이 될 것입니다.”

긴급회의의 안건은 불과 얼마 전에 북부 산맥 내부에서 감지된 죽음의 기운에 대해서였다.

불사왕의 은폐 능력이 역대 최악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커다란 기운의 유동을 완전히 차단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당연히 그 움직임은 성녀를 포함해 탐지계 축복을 지닌 이들에게 감지되었고, 곧바로 조사가 진행된 동시에 이렇게 긴급회의까지 열리게 된 것이다.

“이번 건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사안입니다! 그간의 경우완 차원이 달라요!”

리에스타 성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강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의 감지 능력은 교단 내 제일이었던지라, 다른 이들도 진지한 표정으로 그 말을 경청했다.

“단순히 불사왕 한스의 기운뿐만이 아니라 수만이 넘는 언데드의 존재도 함께 감지되었습니다. 그동안 모아왔던 전력을, 모두 한자리에 꺼내놓은 거예요. 그 말은 즉···!”

“···선전포고, 로군요.”

“허어— 이런 상황에 말입니까···. 아니, 이런 상황이어서라고 해야겠군요. 그것도 로한 공국 방면이라···.”

‘어라?’

교단 수뇌부들의 표정이 침중하게 가라앉았다.

마침 끊임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 때문에 피난민 구출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연락을 받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참이었다.

완전히 무너져 내린 방어선과 무법천지가 되어 혼란에 빠진 영토.

수도에 모여 농성에 들어간 망국의 국민들과 저들끼리 뭉쳐 생존을 꾀하는 이들까지.

그런 상황에서도 힘겹게 사태를 수습하는 중이었는데, 난데없이 지근거리에서 불사의 군대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당연하지만 지금 이 상태라면 제대로 된 수비도 불가능했다.

“그렇지 않아도 대륙 전체에서 몬스터들의 준동에 신음하는 상황이라 군대를 모으기도 힘든 상황이거늘···.”

엎친 데 덮친 격인 상황에 피온 추기경이 나직이 탄식을 터트렸다.

대의를 위해선 과감하게 공국을 버리고 제국 국경에 새로 방어선을 마련해야 했지만, 아직도 공국령에 남아 버티고 있는 이들이 십만은 족히 넘을 텐데 어떻게 그들을 전부 외면할 수 있겠는가?

“···불사왕은, 우리의 선택을 지켜보며 웃고 있겠군요.”

어느 쪽을 택해도 악수(惡手)밖에 없는 상황.

모두가 그의 악랄함에 치를 떨었다.

‘이게 또 이렇게 된다고? ···아니, 내가 생각이 짧았군.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한 건데.’

한 명만 빼고.

주신교단의 성자, 하인리히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바쁘게 머리를 굴렸다.

‘끄응, 이걸 또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지금 굴러가는 상황을 보니 선의로 한 행동이 오히려 방해만 된 것 같았다.

불과 조금 전에 다른 방법을 강구할 것을 다짐했는데, 바로 새로운 고민거리가 던져진 것이다.

“···제국의 병력은 어떻게 됐습니까?”

“1차로 북부 국경에 집결이 끝난 부대가 막 로한 공국령에 진입한 상황입니다. 현재까지 1만 명 규모의 군단 세 개가 각기 다른 길로 수도로 향했습니다. 추가 증원도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고요.”

“만약, 이 사실을 제국이 알게 된다면···.”

“···바로 모든 작전을 취소하고 군대를 뒤로 빼려고 하겠죠.”

모두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대규모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제국이 나서서 피난민들을 이끌지 않으면 교단이 백날 버텨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신교단 측에서 입수한 정보를 제국에 전달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만약 그러다 정말로 불사의 군대가 남하하기 시작한다면, 로한 공국뿐만 아니라 제국까지 크게 흔들릴 수 있었으니까.

‘아니, 제국이 바보도 아니고 그쪽에서도 금방 알아채겠지. 어쩌면 우리처럼 지금 회의 중일지도 모르고. ···그래, 역시 그 방법밖에 없겠구나.’

한스가 북쪽에 자리 잡음으로써 그 방향의 몬스터 유입은 줄겠지만, 구조 작업이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결국 하인리히는 결심을 굳히고 그 자리에서 눈을 감고 기도에 들어갔다.

집중되는 막대한 정신력에 순간적으로 믿음이 고양되고, 그에 따라 주신과 연결된 영맥이 급격히 팽창했다.

여러 가지 사건들과 업적을 달성하며 얻은 카르마로 무려 64만 포인트에 달하는 ‘정신력 강화’까지 사용한 후인지라, 그 효과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우우웅—

그의 몸에서 한껏 증폭된 신성력이 뿜어져 나오며, 투명한 불꽃과도 같던 아우라가 짙은 광휘와 함께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엇!?”

“···성자님?”

눈 깜짝할 새에 회의실을 가득 채운 신성한 불길에 수뇌부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형체가 잡힐 듯 이글거리는 그 기운은 경이로울 정도로 순수했으며, 저도 모르게 경외심을 품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순간.

하인리히가 경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심 주신께 정의로운 사기꾼이 되는 걸 허락해 달라고 기도하며.

“잠깐 제 말을 좀 들어 주시겠습니까? ···주신께서, 저희에게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찬란하게 빛나며 그의 몸을 휘감는 아우라는, 그에 대한 허락의 증거였다.

아마도.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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