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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

15화 만년 D급 구대성

D급 헌터 구대성은 올해도 등급 측정을 위해 협회를 찾았다.

“어~ 구씨. 올해도 왔네?”

그를 만나 반가운 티를 내는 중년 남성. 몇 번인가 게이트 채굴팀으로 일했었던 김도한 팀장이다.

“오랜만입니다.”

“구씨도 참 노력가구먼.”

“하하…….”

김도한 팀장의 말에 구대성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의 나이 올해 서른둘. 헌터로 각성한지는 10년이 넘었다.

재능 있는 이들은 보통 중학생 때부터 마력을 각성하고 아카데미 입학권을 받는 편이다.

하지만 그가 각성한 것은 22세. 측정등급은 D급이며 고유스킬도 없다.

“올해는 어떤가? 랭크가 오르실 것 같으신가?”

“하하… 노력해봐야죠.”

10년. 구대성은 10년째 D급이었다. 재능 없는 자들의 한계도 C급이라던데, 그는 만년 C급도 아닌 만년 D급이다.

“그러지 말고 우리 팀으로 일하는 건 어때? 구씨 정도면 성실하겠다, 묵묵히 일 잘하겠다 금방 에이스 되겠구먼.”

마력을 각성했다고 해서 모든 헌터들이 전투직에 직종하는 건 아니다.

생산계열도 있고, 연구계열도 존재했으며 헌터 일보단 기존 산업계에서 일하는 경우도 꽤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재능도, 별달리 특출난 점도 없는 헌터들은 공략대의 짐꾼이나 게이트 클로징 직전에 멈춰서 아이템 채굴에 나서는 채굴팀에 종사한다.

일반인보다야 훨씬 힘이 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결국은 노가다꾼인 셈이다.

구대성은 그 막노동을 10년째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아무리 D급 헌터라도 던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막노동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내가 돈을 더 벌어야 해. 생명수당이 쎈 던전 공략이 아니면 이자 내기도 빠듯하다고.’

그에겐 빚이 있었고, 모셔야할 노모가 있었으며 책임져야 할 동생들이 있었다. 헌터로서의 수입이 아니면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로.

하지만 희망은 있다. 언젠가 자신만의 고유스킬을 각성하고 공략대의 일원으로서 고등급 게이트를 공략하는 헌터가 되는 것.

언젠가 각성자로서 빛을 낼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이젠 실날같은 희망조차 사라져가고 있었지만.

“노력해봐야죠.”

그렇게 말하면서도 기대를 가지진 않는다. 그의 목표는 이제 현실적이게 되었고, 어떻게든 C급이라도 되어 짐꾼 신세를 벗어나면 감지덕지다.

“음? 젊은 친구가 오는구먼?”

그때, 협회의 대기실로 들어오는 누군가. 드물게도 금발인 것이 외국인인 모양이다.

“유럽 쪽 사람일까요?”

“생긴 것이 왕족처럼 생겼구만.”

로비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금발 남자에게로 향한다.

-와, 잘생겼다.

-오우씨… 존나 잘생겼어.

확실히 눈에 띄는 외모이긴 했다.

올곧은 시선과 화려한 금발벽안. 귀공자처럼 귀티가 나는 기품과 분위기.

무엇보다 검은머리만 가득한 이곳에서 금발 남자는 눈에 띌 수밖에.

“외국인 노동자 아녀?”

“유럽인인데요?”

“에이~ 유럽이라고 다 잘사나? 가난한 나라도 있겄지.”

대격변이 일어난 이후에도 한국은 꽤 잘 사는 선진국이었다.

쌀 말고는 식량자급률이 처절해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것만 빼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러 오기에 나쁜 국가는 아니다.

“흠…….”

웬 호기심이 일었는지, 김씨는 특유의 오지랖을 발동하며 금발 남자에게 다가갔다.

“이보게 젊은 친구. 하우아유?”

“함부로 말을 걸지 마라, 천한 것.”

“……?”

“???”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말 한 번 걸어보고 돌아온 폭언의 강도가 너무나 강렬하여 할말을 잊었을 정도다.

“하, 한국말을 좀 이상하게 배웠구먼?”

“그, 그러게 말입니다.”

무어라 따져 묻지도 못하고 돌아오는 김씨. 그때, 금발 남자의 시선이 구대성과 교차했다.

“흐읍…….”

숨이 막힌다. 시선만으로도 느껴지는 압박감. 거대한 존재감이 억누르는 것 같다.

“하아……”

구대성이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던 건 그의 번호인 57번을 부르는 협회 직원 덕이었다.

“57번 구대성 씨!”

“예, 예에! 갑니다!”

구대성은 황급히 협회 직원에게로 뛰어갔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이상하게 서늘했다.

* * * *

‘하나같이 비루한 자들이로군.’

협회의 로비에서 쭉 고개를 돌린 레온은 모인 면면들을 보고 가차없는 평가를 했다.

약하다. 레온쯤 되면 시선만으로 인간의 내부를 꿰뚫으며 그 안에 모인 기운을 감지한다.

허나, 그들 안에 있는 기운은 하나같이 비루하고 조그만했다.

애초에 등급 테스트를 하러 오는 이들은 만년 하급 헌터나 이제 막 각성 테스르를 받아보려는 이들이다.

아카데미 출신이 아니고서야 ‘재능’이란 게 발견되지 않는 무지렁이들.

하지만 레온은 강자들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니다.

‘병사로 삼을만한 자들도 없다니 통탄할 일이로고.’

그는 이곳에 기사를 구하러 온 게 아니다. 기사를 따르고 보조할 병사… 맨앳암즈를 소집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당연하지만 기사와 병사의 기준점은 크게 다르다. 농노병도 아니고 고기방패로 쓸 것은 아니니 나름의 재능은 있어야겠지만, 그 자그마한 기준점도 통과하지 못했다.

‘쓸만한 자가 한 명은 보였지만.’

그가 보는 것은 비단 내부의 기운만은 아니다. 관상, 흉터, 살아온 생의 흔적들.

레온쯤 되는 관록이면 얼굴만 봐도 그 사람의 견적이 나오는 법.

대부분이 제 한몸 건사할 성인이건만, 그들의 낯빛에는 고생의 터럭 한 자락 없었다.

그나마 숙련된 근육을 가진 이들이 있기야 했지만, 그래봤자 잡졸… 아니, 잡부로나 겨우 쓸법하다.

‘처음부터 만족스러울 순 없는 노릇이지.’

레온은 제 차례가 호명되자 자리에 일어서 면접실로 향했다.

“77번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씨?”

면접관은 협회의 직원들이었다. 물론 그들은 레온이 생존자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의 성격은 몰랐다.

“폐하라 칭해라, 평민.”

“어…….”

협회 직원은 멈칫거리다 옆구리를 찔러오는 부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음… 폐, 폐하…….”

레온은 공무원들의 존대를 만족스레 들었다. 그 또한 자신의 상식이 지구의 상식과 어긋난다는 건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정의와 예법을 강요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왕족이 평민의 법을 고려할 필요는 없는 법이야.’

비록 지구인이라지만, 그는 300년 동안 왕 노릇을 했다. 고귀한 신분이고 푸른 피를 가진 기사였다.

왕족은 아랫것들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법. 그것이 설령 세계를 넘어선 문화 차이라도 그가 배려해줄 이유가 없다.

“그럼 테스트를 위해서 여기 있는 측정기구에 손을 대주십시오.”

헌터들의 등급 테스트는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측정기구를 통한 고유스킬과 직업 적성.

보통 고유스킬을 따라가는 직업적성은 전사나 검사 등이 대다수였고, 아주 드물게 마법사 적성이 나오면 마탑에 연락이 가는 식이다.

그 다음에는 협회가 유지 중인 게이트에서 실전 테스트를 치룸으로서 최종적인 등급이 결정된다.

레온이 상당히 강력한 생존자라는 걸 소문으로 들었기에 그의 고유스킬들이 무엇일지 협회 직원들도 매우 궁금한 눈치였다.

“어리석은 것!”

“예?”

하지만 돌아온 건 레온의 호된 호통이었다.

“어찌 평민이 기사의 명예를 시험하느냐!”

예?

“츠, 측정하는 건 저희가 아니라 마도구 측정기입니다. 이게 꽤나 정확한…….”

“기계 따위가 어찌 기사의 역량을 측량한다더냐. 기사를 재단할 수 있는 건 오직 명예로운 기사들과 신들뿐이니.”

“아니…….”

협회 직원들도 당혹스러웠다. 기이한 성격을 가진 생존자들이야 수두룩했지만, 테스트 자체를 거부하는 이는 처음이었던 탓이다.

“으음, 그, 그럼… 바로 다음 테스트에서… 아니다. 테스트 자체를 거부하셨으니…….”

그럼 왜 온 거야?

“쓸만한 병사를 구하러 왔다만, 심사원들조차 이런 범부들이라니.”

‘헤, 헤드 헌팅? 이렇게 대놓고?’

그야 10대 길드를 비롯해 많은 길드들이 실력 좋은 헌터들을 영입하기 위해 스카우터들을 고용한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테스트를 거부하며 헤드헌팅을 하러 오다니?

“아직까지는 마음에 드는 자가 없군. 다음 시험은 무엇이냐?”

“그… 게이트에서 실전 테스트가 있습니다.”

“좋다. 본디 실력이란 꾸준한 훈련과 실전에서 나오는 법이지. 참관하겠다.”

“아니…….”

참관이 아니라 참가… 겠죠? 하지만 다시금 옆구리를 찔러오는 부장에 직원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

게이트들은 저마다 컨셉이 있다.

던전형, 필드형이 분류하자만 가장 큰 대분류이고, 여기서도 퀘스트형 공략형 등 여러 소분류가 이어진다.

보통은 공략이 완료된 게이트는 클로징해 없애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몇몇 게이트들은 공략을 완료해도 일부러 보스를 잡지 않는다거나, 클로징 조건을 채우지 않고 유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서울역 게이트가 바로 그 케이스다.

“다들 어지럼 증세는 없으시죠? 게이트 통과시에 멀미를 느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서울역 게이트는 푸르른 초원이 펼쳐져 있는 필드형 게이트였다.

구대성은 벌써 열 번째 방문하고 있는 서울역 게이트를 보며 나지막한 한숨을 지었다.

올해의 측정도 작년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고유스킬도 없었고, 능력치가 오른 것도 아니다.

평가를 반전시키기 위해선 이번 실전 테스트에서라도 활약을 해야 했다.

그리고 활약을 위해선 파티원들도 중요하다. 구대성은 이번 테스트에 합류한 파티원들의 면면을 살폈다.

“와~ 여기가 게이트구나. 오빠, 여기 완전 핫플이다.”

“진미야, 일단 휴대폰은 끄자.”

‘생초보들이 둘…….’

거기에 금발 남자가 보인다. 아까 대기실에서 보았던 외국인 노동자였다.

‘하아…….’

저 나이에 등급을 테스트하러 왔다는 건 각성이 늦은 케이스일 확률이 높다. 아카데미 출신들은 따로 테스트를 받으니까.

5인 파티에서 세 명이 생초짜나 다름없다니… 구대성은 마지막 희망을 향해 눈을 돌렸으나 그곳에 있는 건 넉살 좋아 보이는 영감님이었다.

“허허, 공기가 참 좋구만.”

못해도 나이가 환갑을 넘었을 법한 노인. 30년 전, 대격변 때 각성한 이였을 수도 있지만, 1세대 헌터들 중 강자라 할 일들은 모두 한 유명세를 떨쳤다.

그렇다는 건 노인도 자신처럼 별볼일 없는 C급이나 D급 헌터에 불과하다는 소리다.

‘기대는 안 했지만…….’

애초에 등급 테스트를 따로 하러온다는 것부터가 초짜 아니면 만년 D급들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럼 헌터님들, 혹시 위험한 일이 있더라도 B급 헌터인 제가 나설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고 자유롭게 게이트를 공략해주세요.”

관찰을 천명한 협회 직원을 뒤로하고 구대성은 앞으로 나섰다.

“그럼… 다들 통성명을 하고 포지션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이런 때라도 파티장 노릇을 해서 평가점수를 올려야 했다.

“구대성입니다. 올해 10년차 헌터고 직업은 전사입니다. 메인 포지션은 딜러입니다.”

“신태훈입니다. 올해 각성했고, 방패와 창을 씁니다.

“동생인 신나연이에요~ 단검을 주로 쓰구 요즘은 활도 배우고 있어요~”

아직 제 적성도 못 찾은 초심자들이란 소리다. 구대성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혹시 두 분은 교습소를 따로 다니셨습니까?”

나이 제한 덕에 헌터 아카데미를 다니지 못한 이들은 베테랑 헌터가 운영하는 교습소를 다니기 마련이다.

아카데미처럼 체계적이진 않지만, 일종의 학원에 가깝다.

“저하고 동생은 3개월씩 교습소에 다녔습니다.”

완전 초짜군. 구대성은 기대하지도 않았기에 노인에게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은 혹시…….”

“이 늙은이는 오년 차고 이름은 오강태라고 하네. 각성은 했지만, 회사를 다니다 최근에 명퇴를 당해서 말이야.”

무기는 권갑. 나이에 비해 경험도 적다.

게다가 권갑이라니… 아무리 무투가라는 직업이 있어도 검이나 창에 비해 밀리는 리치는 극복하기 어려울 텐데.

“후… 그럼 마지막으로 거기 외국인 노동자분? 그 한국말 되십니까?”

“…….”

금발 남자… 레온은 구대성의 물음에도 한동안 물끄러미 그를 응시했다.

“짐은 싸우지 않는다.”

“어… 잘 싸운다고요? 한국말을 반대로 배우셨나?”

“닭 잡는데 용 잡는 칼을 쓸 순 없는 법.”

한국말 이상하게 배웠네. 구대성은 멋쩍은 듯 고개를 긁적이다 포지션을 결정했다.

“그럼… 태훈 씨는 전위에서 탱커를 맡아주시고 저하고 어르신이 메인 딜러를 맡을게요. 나리 씨는 활로 원딜 넣어주시면 될 거고 그, 외국인 분은… 뭐야. 왜 무기도 없으시지?”

게이트에 입장한 헌터들이 각자 무기를 가져온 것에 비해 레온은 무기 하나 없었다.

“저기… 외국인 청년. 무기 안 챙겨왔어요?”

이상하다. 협회에서도 무기 정도는 빌려줄 텐데.

“저기 잘생긴 오빠? 제가 무기 빌려 드릴까요?”

그때, 단검과 활을 들고 있던 신나연이 조심스럽게 권유해왔다. 그녀는 어딘가 인간을 초월한 듯한 분위기의 레온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단검하고 활 중에 어떤 거 쓰실래요? 아, 제가 주력이 단검이라서… 여기 활 써보실래요? 활 쏠 줄 아세요?”

활을 건네는 신나연. 요즘 핫한 스마트 보우라고 하여 자동조준과 장력조절까지 되는 신제품이다.

“본왕에게 쓰라는 거냐?”

“넹~ 다 쓰고 돌려주시면 돼요.”

레온은 제게 주어진 활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마치 못 들을 것이라도 들은 것처럼.

그리고 이내 모욕이라도 당한 것처럼 눈살을 찌푸리더니 건네받은 활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아악! 내 활!”

“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동생의 활이 바닥에 내팽개치자 분노하는 신태훈. 하지만 마찬가지로 모욕을 당해 분노한 건 기사왕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그 분노의 이유는 천한 평민들이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기사는 비겁한 원거리 무기 따윈 쓰지 않는다.”

환장하겠네.

구대성은 이마를 짚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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