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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

빌어먹을 아이돌 15화

심지어 내 선곡을 듣고 코웃음 치던 김성우가 말을 걸어왔다.

“와, 형. 정말 잘하시던데요. 그걸 그렇게 부를지 상상도 못했어요.”

“땡큐.”

“혹시 어디서 트레이닝 받았는지 물어봐도 돼요?”

“홈 트레이닝.”

“네?”

친한 척을 하며 자꾸 말을 붙이는데, 미안하지만 넌 탈락이다.

사전 미션 무대를 보니까 특색이 하나도 없더라고.

내가 심사위원이면 실력과 무관하게 절대 안 뽑는 캐릭터다.

어쨌든 얘가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건 본인의 무대가 끝났기 때문이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날 외면하고 있거든.

“…….”

“…….”

뭐, 좋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 바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지만, 마음가짐은 바꿀 수 있으니까.

만약 내가 심사위원이었다면, 이후로는 실력보다는 몰입도에 더 큰 점수를 줬을 거다.

내 무대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본인의 무대에 집중할 수 있는 참가자는 멘탈이 보장된 거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촬영이 재개되었다.

“다섯 번째, 이이온 참가자.”

이이온.

전생에 기억하던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다음 생부터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지나치게 잘생겼거든.

보자마자 ‘내가 저렇게 생겼으면 앨범을 몇 장 팔았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다만, 무대는 그저 그랬다.

노력은 보이지만 재능이 보이지 않는 무대라고 해야 할까?

이 악물고 춤을 췄고, 노래도 나쁘진 않았는데, 음색이 너무 별로다.

이이온의 음색은 까끌하다.

팀에 넣기 불편한 음색.

팀에 넣으려면 무조건 곡의 중심에 세워야 하는데, 그러기엔 또 실력이 부족하다.

더 최악인 건, 저게 교정되는 종류의 음색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음색도 교정이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는데 저건 후자였다.

근데…….

“와…….”

“뭐야, 저게.”

저 정도 얼굴이면 꼭 가수를 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무한 회귀 때문에 앨범을 팔아야 하는 것도 아닐 텐데.

“감사합니다!”

그 뒤로도 무대가 이어졌다.

난 좋은 가수를 발굴하는 데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이며,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여 온 사람이다.

회귀 초창기 때야 신인을 발굴해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안 했다.

어차피 미래에 누가 히트를 칠지 다 알고 있으니까, 써먹으면 된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막상 해 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지난 생에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던 밴드의 보컬로 들어가니, 밴드가 망했다.

분명 내가 기존의 보컬보다 한참 뛰어난데도 말이다.

그뿐인가?

온갖 비극 속에서 혼자 만든 데뷔 앨범으로 더블 플래티넘(200만 장)을 찍는 보컬을 데려와 프로듀싱했더니, 80만 장밖에 못 팔았다.

그 어떤 비극도 겪지 않도록 지켜줬는데도.

다행히 그 다음 앨범으로는 400만 장을 팔긴 했지만, 갑자기 공황 장애에 걸리더니 은퇴를 선언했다.

내가 손을 대지 않았을 때는 9년 동안 7장의 앨범을 내는 꾸준한 가수였는데.

이런 일들을 수없이 겪고 나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래의 스타를 영입한다고 그 결과물을 그대로 가져올 수 없다는 걸.

그 뒤로 난 신인 발굴에 매진했고,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그런 관점에서, 오늘 만난 출연진들 중 같은 팀이 되고 싶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전부 내 기준점에 부합하지 못했다.

물론 매력 있는 이들은 있었다.

첫 번째 순서였던 구태환.

여섯 번째 순서였던 온새미로.

이 두 명은 매력과 포텐셜이 있으며, 몰입할 줄 아는 이들이었다.

특히 댄서 포지션의 구태환은 지금 당장의 실력은 별로지만, 감을 잡을 수만 있다면 한 번에 터질 거다.

본인은 모르는 것 같지만, 리듬감이 탁월하거든.

온새미로는 지금도 잘한다.

참가자 열 명 중에서 날 빼면 보컬로서는 압도적이다.

하지만, 팀원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 이런 생각을 듣는다면 건방지다고 평가할 거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한테 팀원이란 단순히 활동을 같이하는 존재가 아니다.

피지컬 앨범 판매 2억 장이란 말도 안 되는 목표까지 함께 가야 할 사람이다.

어마어마한 향상심을 가져야 하며, 낙천적이어야 하고, 고점이 높은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성실하고,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은 심지까지 필요하다.

커밍업 넥스트 출연진들 중에 이런 이들은 없을 거다.

아마, 높은 확률로.

“…….”

회귀자의 오랜 우울감이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커밍업 넥스트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성적인 판단을 불쾌한 감성이 잠식하는 건 금방이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아무 쓸모가 없는 게 아닐까.

결과를 정해 놓고 찍는 병신 같은 쇼에서 내가 건질 게 있을까.

차라리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가서 가능성 있는 이들을 확인하는 게 낫지 아닐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이 빌어먹을 아이돌에 대한 도전을 철회하는 게 맞지 않을까.

소용돌이치는 생각 속에 우울감이 섞여서 몰려든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몰아내 보려고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그리 쉽게 없어지는 게 아니다.

그리고 마침내…….

실망이 찾아왔다.

브아아아앙-!

들릴 리 없는 자동차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것만 같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면 여전히 컨벤션 센터다.

하지만 눈을 감았다 뜨면…….

사거리일 것 같다.

*  *  *

내가 처음 ‘회귀 규칙’에 대해서 깨달은 게 언제였더라.

아, 그래.

빌보드 매거진에서 주최하는 애프터 파티였던 것 같다.

아마, 12회차쯤.

그전까지는 회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건 줄 알았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2억 장을 팔 가능성이 없으면 회귀가 발동한다고 생각했었다.

지금까지는 늘 그래 왔으니까.

<스테이지 넘버 제로>에 출연해 2등을 했을 때도 그랬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스넘제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 이미지 때문에 2억 장 근처에도 못가겠다는 결론을 내렸을 때.

브아아아앙-!

내 몸은 사거리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자이온. 이번 3집 앨범이 다이아몬드(천만 장)를 찍을 거라고 예상하시나요?”

애프터 파티에 참가한 기자가 던진 질문.

별거 아닌 질문이었다.

‘넌 못할 거야’ 같은 악의가 담겨 있는 것도 아닌, 그저 순수한 궁금증.

어쩌면 좋은 기사를 써 주려는 호의까지도 느껴지는 질문이었다.

한데, 기자의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것이 허탈해졌다.

익숙한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 미국행을 선택했던 8회차 때는 언더그라운드도 못 벗어났고, 9회차가 되어서야 메인 스트림에 진출했다.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하는 데 또 시간이 걸렸고, 앨범 200은 쉽지 않았다.

8회차부터 13회차까지.

정확히 세진 않았지만, 거의 60년일 거다.

그런 시간들이 모이고 모여서 드디어 제대로 된 성공을 거뒀다.

빌보드 핫100에서 1위를 했고, 앨범 200에서도 1위를 했다. 전미에서 슈퍼스타 대접을 받았고, 월드 투어를 돌았다.

한국에서는 내 성공을 대서특필했고, 난 아시아인 전체를 대표하는 대변인이었다.

그 누가 뭐래도 흠잡을 수 없는 완벽한 성공.

한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아직 다이아몬드 앨범 한 장 없는데.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 같지만, 1집과 2집을 합쳐 봐야 판매량은 800만 장뿐이다.

3집이 다이아몬드를 달성한다?

그래 봐야 총 판매량은 2000만 장도 안 된다.

2억 장을 채우기 위해서는 대체 몇 개의 앨범을 더 내야할까?

10개? 20개?

몇 년이 걸리지?

그때까지 내 인기가 유지될까?

대중들이 날 선호할까?

“왜 말이 없어요? 설마 자신 없는 거예요? 자이온이?”

그때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대답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내 몸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이동했으니까.

주변의 모든 풍경들이 일그러지고 밀려나며 나를 스쳐 지나간다.

처음엔 형형색색으로 보이던 풍경들이 점차 빠르게 스쳐지나가며 주황색이 되고, 마침내 백색이 된다.

그리고…….

브아아아앙-!

난 사거리에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진짜 내 회귀 규칙이 뭔지.

포기하는 순간, 회귀한다.

실제로 2억 장을 팔 수 없을 때 회귀하는 게 아니었다.

내 마음이 포기를 해 버리면 회귀를 하는 거다.

포기는 자의적이다.

실제로 해낼 수 있더라도 마음이 꺾여 버리면 끝이다.

또한, 포기는 무의식적이다.

지난한 생을 반복하는 회귀자에게 우울은 쉽게 찾아오고, 실망감은 그걸 극대화한다.

실망은 절망을, 절망은 포기를 끌어당긴다.

그래서 난 내 회귀 회차가 몇 번째인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미국에 도착해서 출입국 심사를 하다가 정신을 차리니 사거리였던 적도 있다.

현수 삼촌의 배웅을 받으며 퇴원하다가 눈을 뜨니 사거리였던 적도 있다.

그래서…….

이 빌어먹을 회귀는 잔인하다.

*  *  *

“……온 씨.”

“…….”

“한시온 씨!”

눈을 깜빡였다.

자동차 소리는 온데간데없고, 사람들이 날 쳐다보고 있다.

어느새 날 제외한 모든 참가자들이 컨벤션홀 무대에 오른 것이다.

“혹시 졸았어요?”

“죄송합니다. 잠깐 어지러워서.”

“혹시 지병이 있어요?”

“아뇨. 아닙니다.”

“무대로 어서 올라오세요.”

재빨리 무대로 올라가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아무리 내가 직전 공연을 잘했더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아쉬운 소릴 들어야 한다.

설령 방송에 내보내지 않더라도, 심사위원들은 그런 모습을 주기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으니까.

그런 게 아니라면 지금 날 찍을 이유가 없는데, 메인 카메라가 날 팔로잉하고 있다.

혹시 악마의 편집을 할 소스를 모으는 건가?

하지만 이내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건 부모님 때문이다.

현 시점의 난 부모님이 식물인간이 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불쌍한 놈이다.

내 백 스토리랑 버무려서 쓸 만한 그림이 나왔다는 거지.

뭐, 상관없다.

날 동정해도 좋고, 날 보면서 ‘내가 쟤보단 행복하지’라는 상대 우위를 느껴도 좋다.

부모님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며 패션 고아라고 조롱하고, 내가 교통사고를 의도해 부모님의 돈을 챙겼다는 찌라시를 터트려도 상관없다.

그게 누구든, 무슨 마음이든.

내 앨범만 사 준다면.

그래서 날 구원해 줄 수만 있다면.

아무 상관없다.

그때 영양가 없는 말들을 던지던 심사위원들이 사전 미션의 점수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1위는 만점인 40점을 받은 한시온 참가자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했지만, 솔직히 모든 심사위원들이 만점을 줄 정도의 무대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신선함에 열광하고 에이스 만들기에 진심인 오디션 프로그램 특유의 기조 때문이지.

“2위는…….”

이어진 2등은 온새미로.

순우리말 이름이라서 기억하기가 쉽다.

뜻이 아마 ‘변함없는 상태’였지.

뜨고 나서 변하면 오프새미로가 되는 건가.

음. 입에 담지는 말아야지.

나이 티 난다.

“3위는…….”

열 명 밖에 되지 않는 발표가 순식간에 끝나고, 무대 위의 스크린에 순위가 띄워졌다.


           


Damn Idol

Damn Idol

빌어먹을 아이돌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a harrowing car accident that defies the odds of survival, Han Si-On finds himself once again at the crossroads of fate, quite literally. Miraculously walking away with his life, he faces the daunting task of navigating a life he’s all too familiar with—due to a cryptic deal that traps him in a cycle of regressions. [Mission failed.] [You will regress.] His mission? A seemingly impossible feat of selling 200 million albums, a goal dictated by the devil himself. With each regression, Han Si-On returns to the age of 19, burdened with the knowledge and memories of countless lives lived, all aimed at achieving a singular, elusive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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