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15

⊹ 15화 ⊹

갑작스럽게 사람들이 쿠낙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

도아는 몰려드는 인파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옆에 아가씨는 누굽니까?”

“S급 모험가? 흑룡 쿠낙 말이야?”

“그래, 지금 막 돌아왔다는데?”

와. 와.

마치 아이돌이 나타난 현장 같았다.

멀리서 지켜보거나 무시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다가와서 말을 거는 사람들도 많았다.

쿠낙이 도아의 팔을 잡아당기고 속삭였다.

“은편자 여관에서 만나죠.”

이어 도아의 어깨를 밀어서 인파에서 그녀를 밀어냈다.

도아는 그가 완전히 둘러싸이기 전에 해왕이를 끌고 탈출했다.

“세상에.”

그녀는 어이가 없었지만, 동시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다 피하는 건 아니네.’

묘하게 경계선이 있어서 일정 간격 이상은 다가가지 않지만.

‘근데 뭔가 피곤해 보인다…….’

언제나처럼 부드럽게 웃고 있는 표정이 어쩐지 피곤해 보였다.

그 역시도 그에게 영향받는 사람들 때문에 무척 조심하고 있다는 걸 옷차림만 봐도 알 수 있다.

맨살이 드러난 곳이 목 위밖에 없었다.

장갑도 벗겨질 걸 걱정했는지 팔 토시처럼 중간까지 오는 긴 장갑은 위쪽을 버클로 조이는 형태였다.

어떻게 보면 강박적이기까지 한 금욕적 옷차림이다.

옷에는 꼭 후드가 달려 있었고 쿠낙은 자주 그 후드를 써서 머리카락을 가렸다.

도아는 쿠낙과 사람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지나온 마을처럼 쿠낙을 무서워하기만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모험가의 도시라서 그런가.

S급 모험가에게는 관대한 모양이다.

‘다행이다.’

도아가 그렇게 생각하며 흐뭇하게 미소 지을 때 옆에서 들으라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흥, S급 좋아하네.”

“마검만 아니었으면 바닥을 기었을 놈이.”

“그런 힘으로 돌아다니면서 뻔뻔하기도 하지.”

“퉷, 저런 게 S급이라니 모험가 길드도 한물갔어.”

“아니, 옛날처럼 해야 하는 거 아냐? 불태워 죽이고 검은 회수해서 안전하게 보관해야지. 마검 소유자가 뻔뻔하게 도시 한복판에 들어오고.”

“정화단은 뭘 하는지. 도시가 오염되면 어쩔 거야?”

도아는 눈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모험가 복장의 남자들이 여보란 듯이 험담을 하고 있었다.

넓은 시야로 보니 또 달랐다.

큰 목소리의 욕설에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쿠낙을 피해 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창문을 여는 사람도 있지만, 닫는 사람도 있다.

‘이해는 하는데…….’

당사자 앞에서 불태워 죽여야 한다느니 말하는 건 너무 하지 않은가?

도아는 화가 치미는 걸 참고 해왕이를 끌어당겼다.

그녀가 화를 내며 반박해 봐야 소용없다는 걸 안다.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며 도아는 주변을 살폈다.

억지로 기분을 전환하려 애썼다.

“은편자 여관이 어디람?”

입 밖으로 부러 목소리를 내며 그녀는 길을 걸었다.

그때 소년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

“제가 모셔다드릴까요?”

도아가 그를 돌아보자, 베리가 대나무 뚜껑을 열고 튀어나왔다.

“또아 님, 또매띠기!(소매치기일지도 몰라요!)”

그 말에 소년은 모욕을 당했다는 듯 눈을 부릅뜨며 제 옷깃에 달린 배지를 가리켜 보였다.

“시의회에서 인증한 길잡이 협회 소속이라고요! 그쪽이야말로 뭔가 훔친 거 아닌가요? 고양이족이라면 그럴 만도 하죠.”

“머따고?(뭐라고?)”

하악 하고 베리가 털을 곤두세웠다.

도아가 “괜찮아.”라고 말한 후 소년에게 물었다.

“얼마에?”

“동화 한 개요.”

소년이 당당히 말했다.

동화 한 개라면, 천원 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물가를 생각하면 만원 정도려나.

비싸다면 비싸고 합리적이라면 합리적인 금액이다.

“좋아. 그럼 은편자 여관이 어디 있는지 알아?”

도아의 물음에 소년이 씩 웃었다.

“물론이죠. 이쪽으로 오세요.”

소년은 모자를 벗어서 인사하고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도아는 베리를 바라보았고, 베리는 눈을 가늘게 뜬 후에 속삭였다.

“쩨가 짤 보께여. 걱덩하디 마세여. 또둑은 또둑이 잘, 아니. 짤 보께여.(제가 잘 볼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도둑은 도둑이 잘, 아니. 잘 볼게요.)”

“알았어.”

웃고 도아는 걷기 시작했다.

불쾌했던 감정은 주변을 구경하는 사이에 씻겨져 내려갔다.

그랑은 그녀가 봤던 어떤 마을보다도 판타지스러웠고 또한 부유한 걸 알 수 있었다.

바닥에 전부 돌이 깔려있다.

흙바닥이 아니라는 점에 깜짝 놀랐다.

거기다가 마차와 기수를 위한 대로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 길을 걷지 않는 사람은 기수에서 내려서 고삐를 잡고 걸어가야 했다.

해왕이도 신기한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서 사방을 살폈다.

신기한 기수들도 가득 보였다.

도아는 기수 후보 중 하나였던 큰뿔사슴을 보고 감탄했다.

거기에 돌아다니는 사람 중에서도 툴레가 많이 보였다.

고양이족은 물론이요, 키가 훤칠한 늑대족이나 사슴족도 눈에 들어온다.

부적 ‘아주르 나자크’를 파는 상점도 눈에 띄었다.

“저기 저 아주르 나자크 상점이 보이시죠? 저쪽부터 쭉 모험가분들을 위한 상점들이 몰려 있어요. 다음에 들러 보시는 것도 좋을 거예요.”

“지금 들르면 정신없겠지?”

“일단 여관에 기수와 짐을 맡기고서 움직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여관 주소를 말해 주면 배달도 해 주거든요.”

“아, 훌륭하네.”

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의 안내에 따라서 골목을 몇 번 꺾어서 나타난 여관 거리에는 호객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제 백 년 된 신생 여관 푸른꽃잎 입니다! 기수를 위한 커다란 마구간도 준비되어 있어요!”

“그랑과 함께 시작한 천년 여관 붉은벽돌입니다! 2박 이상 하시면 조식을 무료로 드려요! 그랑의 역사를 맛보세요.”

“저희 여관은 기수를 빌려드리는 패키지를 마련했습니다! 상담받고 가세요!”

소년은 거침없이 그런 호객꾼들을 물리치며 걸어서 마침내 은편자 여관에 도착했다.

“여기가 은편자 여관이에요.”

도아가 웃으며 동전 한 닢을 소년에게 건넸다.

“고마웠어. 그런데 혹시 기다려 줄 수 있니? 다음은 모험가 길드로 안내를 받고 싶은데.”

“아, 물론이죠.”

소년이 툭툭 제 가슴을 두들겼다.

도아는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여관은 지금까지 들렀던 여관중에서 가장 좋은 여관임이 틀림없었다.

벽은 회반죽으로 칠해져서 깔끔했다. 나무 바닥도 찌든 때 없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 커다란 유리창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유리창 덕분에 등 없이도 안이 밝았다.

1층은 식당이었고 2층, 3층이 방이었다.

심지어 방에도 등급이 있었다.

혼숙과 개인 방.

두 단계 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청난 발전이라서 도아는 감탄하며 개인 방을 잡았다.

선금을 일부 치르고 열쇠를 받아서 2층으로 올라가니 두근거렸다.

‘진짜 판타지 느낌 난다.’

도아는 짐을 내려놓고 해왕이를 맡겼다.

베리도 따라오고 싶어 했지만, 쿠낙이 오면 도아가 잠시 방을 비운 이유를 전달해야 해서 방에 남겨 두었다.

가뿐해진 도아가 밖으로 나와 소년에게 말했다.

“그럼 모험가 길드까지 부탁할게.”

“모험가 길드에 등록하러 가시는 건가요?”

“응.”

도아의 대답에 소년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꼭 A급 모험가까지 올라가시길 빌어요.”

“참, 그 등급 말인데. 시험을 봐서 정해지는 거야?”

“아, A급은 길드장님이 그때그때 모험가가 퀘스트를 얼마나 처리했는지, 그리고 명성을 보고 뽑아요. B급은 삼 년마다 한 번 있는 시험으로 정해지고요. C급과 D급은 단계를 밟아서 올라가야 하고요. 그 아래는 모험가 등록할 때 실력을 보고 정하죠.”

“진짜? 그럼 시작하면서 바로 B급이나 A급이 될 수는 없어?”

“네.”

소년의 말에 도아는 당황했다.

‘이럴 수가.’

꼼짝없이 F급 모험가로 시작해야 한다는 소리 아닌가.

‘이럴 수가.’

도아는 잠시 멍해졌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소년은 그러는 사이에 도아에게 모험가 등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대충 비유하자면, 모험가는 수능등급과 비슷했다.

대충 수리 영역으로 비교해 보자.

A급은 수리 영역 1등급이다.

전체 모험가의 2, 3%를 차지했다.

B급은 2등급.

상위 8, 9% 정도.

C급은 대략 3등급에서 5등급 정도로 분포범위가 상당히 넓었다.

그리고 그 아래는 그냥 쭉쭉 이어진다고 보면 됐다.

그럼 S급은?

고등학교 조기졸업하고 해외 대학에서 따로 초빙할 정도의 천재들이라고 볼 수 있겠다.

‘C급이라고 얕볼 게 아니네.’

소년의 말에 따르면 모험가의 수가 늘어나서 C급은 일반 C급과 특별 C급.

둘로 나눴다고 했다.

‘하긴 C는 범위가 워낙 넓으니까.’

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B급이 되려면 명성도 본다는데, 그 이유도 알겠다.

B급 모험가라고 하면서 사람 죽이는 미친놈이거나 하면 안 되겠지.

적어도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지 아닌지 확인을 해야 할 테다.

명성이 악명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쯤 되어야 모험가 길드도 신원보증을 해 줄 수 있을 테고.

“자, 저기 보이는 게 저희 자유도시의 자랑인 던전 코어입니다.”

소년이 광장 한가운데 오벨리스크 위에 떠 있는 던전 코어를 가리켰다.

“크다!”

도아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양팔로 안아야 할 만큼 커다란 결정체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던전 코어.

던전을 유지하는 핵심 에너지원을 뜻하는 말이다.

저 던전 코어를 제거하면, 던전이 닫힌다.

던전 코어는 순수한 힘의 결정체로 온갖 것의 에너지원으로 쓰였다.

던전 하나에 한 개의 코어가 있기 때문에 거래되는 가격이 비싸다.

게다가 저렇게 커다란 던전 코어라니…….

“처음 자유도시 그랑을 세운, 첫 번째 모험가이신 하진 님께서 공략하셨던 최초의 S급 던전 코어예요. 천년이 지난 지금도 쌩쌩하게 돌아가고 있답니다. 마법사들의 말에 따르면 앞으로 천년은 더 쌩쌩할 거래요.”

소년의 목소리에서 도시를 향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진 씨, 대단해요.’

얼굴도 못 본 하진 씨지만 대단하긴 대단했다.

천년이나 이어지는 도시를 만들어 내다니.

모험가 길드로 다가갈수록 점점 흥분이 고조되는 그 순간.

띠링띠링

서브 퀘스트 발생!

모험가 길드장을 구하라!

모험가 길드장에게 커다란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그의 뒤를 몰래 밟아서 그의 목숨을 구하자!

보상

▸ 300 세계수 포인트.

갑자기 또 서브 퀘스트인가, 하고 내용을 살피는데, 다 읽기가 무섭게 두 번째 알림음이 들려왔다.

띠링띠링

메인 퀘스트

챕터 1 여행의 시작

모험가 길드장에게 ‘비추는 샘’에 대해 묻자.

보상

▸ 냉동 주머니.

‘냉동 주머니!’

어쩐지 안에 있는 물건을 냉동 상태로 보관해 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아이템이었다.

‘모험가 길드에서 먼저 등록하고나서 가면 안 되나? 거의 다 온 거 같은데.’

띠링띠링

길드장이 출발했습니다!

아니?

도아는 재빠르게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어느 쪽이든 모험가 길드장을 만나야 한다.

‘만약 모험가 길드장을 구하지 못해서 죽으면, 메인 퀘스트가 막히게 되는 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을 통해서 진행되려나?’

잠시 오픈월드 퀘스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지만, 곧 도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게 진짜 게임이라면 메인 퀘스트가 막혀 버릴 가능성이 있지만, 여긴 현실이다.

아마 정보를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도 있을 터였다.

‘그렇다 해도 구하기는 구해야겠지.’

도아는 약간 망설이다가 손가락을 두 번 튕겨서 퀘스트 창을 닫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잠깐 일이 생겨서 다른 데를 가야 할 거 같아. 지금까지 안내 고마웠어. 미안해.”

당황하는 소년에게 동화 한 닢을 튕겨 주고 도아는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메인 퀘스트의 경우에는 가이드 라인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빛나는 금색 빛은 분명 서브 퀘스트용.

즉, 모험가 길드장의 뒤를 밟는 용임이 틀림없었다.

도아는 얼른 빛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랑은 엄청나게 넓은 도시였다.

생각보다 커다란 규모에 도아는 놀랐다.

‘하긴 그래도 작은 나라 정도의 규모는 될 테니까…….’

몇 개나 되는 구획을 지나쳤을까?

바다 냄새와 함께 시야가 확 트였다.

“와!

도아는 탄성을 터트렸다.

커다란 범선들이 바다에 떠 있는 게 보였다.

부두와 선창에 나란히 서 있는 배들은 보기만 해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만한 모습이었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짠내와 공기에 섞인 소금기.

거기다가 사방에서 외치는 고함까지.

‘굉장하다. 아니지, 정신 차려. 뒤를 쫓아야지.’

도아는 허둥지둥 다시 금색 빛을 찾아서 쫓았다.

‘아, 저기 있다.’

평범한 남자에게 금색 빛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냥 저렇게 돌아다니면 길드장이라는 걸 모두가 알 텐데.’

혹시 변신 마법을 쓴 건가?

본 얼굴을 확인해야 하나?

도아는 주머니에 손을 댔다가, 도로 뗐다.

상대방의 변신 마법을 꿰뚫어 보는 그런 기초 마법을 배우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본모습을 확인할 필요가 있나? 어떻게 한다?’

빤히 바라보니 남자는 시선을 느꼈는지, 이쪽을 돌아보았다.

“!”

도아는 애써 태연히 모르는 척하고 걷기 시작했다.

남자의 시선이 계속해서 느껴졌다.

‘아아, 나 이런 거 진짜 못 하는구나.’

도아 스스로가 생각해도 본인의 팔다리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World Tree Travel Agency

World Tree Travel Agency

세계수 여행사 S급 먹방대모험 패키지!
Score 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Start your adventure in the continent of Rencia! Those who pre-order now will receive a special SS-grade item set and mount. No ordinary game pre-order! Pre-order your journey to another world, YES! “Welcome to the World Tree Travel Agency, where the boundary between life and death fades.” Due to reserving an ‘adventure’ with the World Tree Travel Agency, Doah, who booked it thinking it was just a game, gets the chance to become a traveler of another world instead of being a traffic accident victim. Completing the main quest included in the travel package might allow you to return to your original life without dying… “What will you do if I become unable to control it anymore?” “You can hold your head high. The B-grade approved by fate is yours alone.” Along with some dangerous and suspicious men, “Duke Elmond called me ‘sister.'” Rencia, full of unexpected connections. Under the solid(?) support of the World Tree Travel Agency, armed with SS-grade items, will Doah’s journey come to a safe conclusion? ‘Chapter 1’ The start of the journey, the beginning of a grand main quest, is surely… ‘Let’s eat first!’ (Maybe) Love and (definitely) adventure await at the World Tree Travel Agency, will you pre-order now? [Y/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