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151

150. 약혼관계 – 얼음섬

“레나! 물러서!”

어질어질한 취기에 검이 흔들렸다. 레오는 아찔한 정신을 부여잡으며 레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마르하스(MalHas).

두 마리 까마귀가 얽힌 그 아신은 피 튀기는 싸움을 사랑했다.

승자의 검날에 묻은 피는 승리의 달콤함이 되어 붉은 까마귀가 맛있게 핥아먹었고, 패자의 시체는 씁쓸한 맛을 남기며 검은 까마귀의 부리에 뜯겼다.

‘그들은’ 저들의 모이를 구하고자 분란을 조장하는, 머나먼 고대부터 존재해온 아신이었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숙소 주인장이 당황해 외쳤지만, 레오는 검을 치우지 않았다. 되려 더욱 가까이, 그의 목젖을 찌를 정도로 들이밀었다.

이놈이 바르나울 남문 시장을 제단으로 만든 범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곳에서 본 팔각형의 신력. 그건 대단히 수준 높은 신력이었다. 그리고 {아신의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아신들 중에서도 손꼽힐 만치 오래된 마르하스라면 그만한 신력을 부릴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겁먹은 주인장을 위아래로 뜯어보던 레오는 의아해졌다.

{신력 간파}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이놈이 사도라면 마르하스의 신력이 보여야 할 것인데, 그의 몸뚱이에는 좁쌀만큼의 신력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숙소 주인장과 함께 술을 마시던 거구의 전사들이 도끼를 들었다. 험악한 표정으로 그를 둘러싸려 하자 레나가 양팔을 휘저었다.

“잠깐! 잠깐만요. 뭔가 오해가 있나 봐요. 야! 레오! 당장 칼 치우지 못해!!”

칼부림이 벌어질 일촉즉발의 상황에 허리춤이 잡아끌렸다.

레오는 마지못한 척 주저앉았다. 내가 너무 과민반응한 모양이다.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 하지만 전사들은 여전히 도끼날을 치우려 하지 않아서, 레오는 상황을 수습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죄송합니다. 제가 취해서 사람을 잘못 본 모양입니다.”

“…”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지라, 그는 진실이 섞인 거짓말로 주위를 환기했다.

“저 문신 때문에…”

레오의 손가락질에 전사들의 눈이 주인장의 팔뚝을 향했다.

깃털 문신. 그것의 의미를 알고 있는 한 전사가 되물었다.

“저건 그냥 아비커 부족의 상징이잖아. 저 문신이랑 네가 칼을 빼든 게 무슨 상관이지?”

“…제 원수의 팔에 저것과 비슷한 문신이 있었습니다.”

레오는 말을 아꼈다.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느니 거짓말로 사태를 유야무야 얼버무리려 한 것이었는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목을 쓰다듬고 있던 숙소 주인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이 찔릴 뻔했던 것을 잊어버렸는지 바짝 다가와 질문을 쏟아냈다.

“이런 문신을 가진 사람을 봤다고? 그 사람은 우리 아비커 부족 사람인 게 분명해! 그를 언제, 어디서 만났지? 어떻게 생긴 사람이었지?”

“…모릅니다. 워낙 옛날 일이라…”

주인장의 구체적인 질문에 레오의 거짓말이 궁지에 몰렸다. 모르쇠로 일관하려는데, 레나가 끼어들었다.

“얘 어머니는 십여 년 전 귀족의 사병들에게 살해당하셨어요. 아마 그중에 한 명이었을 거예요.”

처음 듣는 이야기다.

레오 덱스터는 멍하니 레나를 바라보았고, 숙소 주인장은 조급하게 물었다.

“어느 귀족가지?”

“글쎄요? 아마 얘 아버지한테 원한이 맺힌 귀족 집안이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어느 귀족가냐고. 어느 귀족이랑 원한을 맺었는지도 몰라?”

모른다.

노엘 아저씨가 살해한 귀족이 어디 한둘인가. 더군다나 그 귀족가들은 모두 아스터 왕국의 편을 들었던 가문들이었다. 이 아스틴 왕국에서 명맥이 끊긴 지 오래다.

그 유명한 귀족도살자가 레오의 아버지라고 공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레나는 말을 돌렸다.

“워낙 옛날 일이라 저희도 몰라요. 그보다 아비커 부족이라고 하셨죠? 혹시 란이랑 앤 아비커라는 언니들을 아세요?”

“란? 앤?! 그 이름을 네가 어떻게 알아? 서, 설마…”

“오는 길에 만났죠. 그 언니들도 얼음섬에서 탈출했다고 했어요.”

“세상에! 살아있었구나! 살아있었어! 역시 나만 살아남은 게 아니었어! 그래서, 걔네들은 어디에 있지? 족장님이랑 제사장님도 살아계시던가?”

숙소 주인장이 환호했다.

손뼉을 치며 기뻐하는 그의 질문에는 간절함마저 담겨있었고, 레나는 슬쩍 사죄를 끼워 넣었다.

“그 전에 일단 죄송해요. 레오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 용서해주실 거죠? 얌마! 빨리 사과드려.”

레나가 보란 듯이 레오의 등짝을 때렸다. 그가 꾸벅 고개를 숙이려 하자 주인장이 손사래 쳤다.

“아냐 아냐. 이젠 괜찮아. 찔리지도 않은 데다가… 딱 보기에도 나보다 세 보이는데,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에게 사과할 필요 없어.”

어디서 들어본 말이다. 레나는 어렴풋이 란 언니가 저런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

“정말로 란, 앤 언니를 아시나 봐요.”

“모를 리가 있나. 우리 족장님과 제사장님의 따님들인데… 좀 이야기해주지 않겠어? 이젠 다 컸겠…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손님께 반말을 하고 있었네요.”

주인장이 넘어진 의자를 세웠다. 레나를 옆에 앉히곤 본인도 다시 앉자 상황이 묘하게 흘러감을 깨달은 전사들도 주섬주섬 착석했다.

레오만 옆자리로 조금 동떨어진 가운데, 레나가 온천이 있던 마을에서 들은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 + +

“여보! 이대로 쭉 걸어가요. 나는 곧 따라가리다.”

소녀라 불릴까 말까 한 어린이, 란은 영문도 모른 채 아빠의 손을 붙들고 종종종종 뛰는 중이었다.

얼어붙은 땅.

사시사철 언제나 얼음이 깔린 땅은 그래도 꼴에 여름이라고 조금은 말랑말랑, 미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방심해선 안 된다.

얼어붙었다가 살짝 녹기를 반복하는 이 대지 아래는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지하수가 얼었다가 녹은 공간이 남아있어서 어쩌다 발이 빠지거든 어린이는 옴짝달싹 못 하기 마련이었다.

란은 비어있지 않은 땅을 골라 밟았다. 이 얼음섬에 사는 아비커 부족원이라면 이게 밟아도 되는 땅인지, 그렇지 않은 땅인지를 구분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저기 있는 저 아저씨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지만 말이다.

“잡아라! 그릇된 신을 믿는 자들을 놓치지 마라!”

하얗게 빛나는 갑옷을 입은 전사 아저씨들이 소리쳤다. 그들은 뒤뚱뒤뚱, 꺼지는 땅만 골라 밟으면서도 매우 빠르게 쫓아오고 있었다.

“여보, 당신을 두고 갈 순 없어요. 저도 싸우겠어요. 마르하스 님께서 저를 도와주실…”

“안 돼요! 부탁할게요. 애들이 있으면 난 싸울 수 없어요. 그러니 애들을 데리고 먼저 도망쳐요. 나도 반드시 살아 가리다. 대전사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겠어요.”

아빠가 엄마의 어깨를 붙들었다. 무슨 일인지 엄마는 흐느꼈고, 란도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

“엄마. 울지 마. 아빠가 또 엄마 울린 거지? 내가 떼찌해줄게.”

이렇게 말하면 엄마 아빠가 싸우다가도 빙그레 웃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필살기가 통하지 않기는 처음이었다.

아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동생의 머리도 한 번 쓰다듬어주더니 뒤돌아서는 것이었다.

“…몸조심해요!”

엄마가 아빠의 등 뒤로 외쳤다. 아빠는 힐끗 뒤돌아보더니 걱정하지 말라는 듯 옅게 웃어 보이고는 도끼 두 개를 양손에 쥐고 달려나갔다.

우리도 엄마와 함께 달렸다.

이내 하얗게 얼어붙은 해변에 당도했다. 우리는 내딛거든 빠지직, 불안하게 쪼개지는 얼음 바다를 조심조심 걸어가기 시작했다.

평원처럼 끝없이 이어진 바다를 건너가던 란이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손바닥만큼 작아진 얼음섬 부근에는 거대한 배가 정박되어 있었다.

십자문양이 그려진 돛. 선수에 거무튀튀한 강철을 덧댄 쇄빙선이 흔들흔들, 주위의 얼음을 산산조각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그리고 얼음섬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쳐 어린 마음을 불안하게 흔들었다.

* * *

“엄마 아빠는 언제 와?”

앤이 칭얼거렸다.

란은 한 살 터울 동생의 손을 꼬옥 붙들며 말해주었다.

“엄마가 곧 데려오실 거야. 두 밤만 더 자면 온다고 하셨어.”

무사히 얼어붙은 바다를 건너는 데 성공한 우리는 한 마을에 당도했다. 엄마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며칠만 머물게 해달라고 빌었고, 어찌어찌 작은 창고를 얻어냈다.

엄마가 가진 팔찌 몇 개가 없어졌지만, 며칠을 쉬지 않고 걸어온 란은 몸을 누일 곳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그곳에서 하룻밤이나 보냈을까. 엄마는 손톱을 뜯으며 안절부절못해 하더니 말했다.

“얘들아. 여기서 다섯 밤만 기다리고 있으렴. 엄마가 아빠 데려올게.”

“다섯 밤?”

“그래. 란은 숫자 셀 줄 알지? 동생이랑 여기에 꼭꼭 숨어있으렴. 촌장 아저씨한테는 다 말해놨으니까, 말 잘 듣고 있어야 한다.”

약속했던 것과 달리 엄마는 일곱 밤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그리고 약속한 것과 달리… 아빠도 없었다.

그녀는 날이 넓고 두꺼운, 아빠의 두 도끼를 가지고 돌아왔을 뿐이었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빠는? 엄마가 아빠 데려온다고 했잖아! 나 아빠 보고 싶어!”라고 말해도 이십 대 중반의 젊은 엄마는 눈물을 글썽일 뿐이었다.

마을을 떠났다.

제사장인 엄마가 주렁주렁 달고 있던 장신구가 모두 사라질 때쯤, 우리는 거대한 도시에 도착했다.

바르나울이란 곳이었다.

여기서 엄마는 집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이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우린 집을 구하지 못한 며칠간 싸늘한 길가에 주저앉아 잠을 청했었다.

나는 엄마의 오른편 겨드랑이에 귀를 묻었고, 동생은 엄마의 왼편 겨드랑이에서 새근새근 코를 골았다. 그때, 따뜻한 겨드랑이 사이로 조그만 기도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마르하스 님이시어. 저를 도와주소서. 이 볼품없는 육신을 바칠 터이니, 제 딸들만큼은…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해주소서.”

우여곡절 끝에 엄마는 집을 구했다. 남문 시장 아주 외진 곳에 있는 상가였는데, 란이 보기에도 작았다.

나와 동생이 누우면 남는 자리가 없어서 엄마는 작업대 밑에서 허리를 굽혔다.

보잘것없는 상가. 하지만 엄마는 집세를 마련하고자 밤낮없이 ‘머리끈’을 만들었다.

깃털이 많이 달린, 아비커 부족 여자들이 쓰는 머리끈이었다. 그걸로 시작해 조악한 손재주가 나아질 때쯤에는 제법 우아한 팔찌를 만들어 창가에 진열하기도 했다.

그즈음이었을까? 동생은 아직도 엄마가 원래 그랬던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나는 보았다.

하루가 갈수록 엄마의 맑은 눈에 어둠이 맺히는 것을.

그러던 어느 날 밤, 엄마가 우리를 불러 앉히더니 도끼를 들었다. 나와 동생의 허벅지를 옅게 베어 도끼날에 피를 묻혔고, 8개의 초에 불을 밝혔다. 새로운 신도를 맞이하는 제사상이었다.

공양물은 없었다. 기도조차 생략한 엄마는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엄마는 홀연히 거리를 나섰다.

“장 보러 가는 거야?”

부비부비, 나는 엄마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녀의 골반에 졸린 얼굴을 비볐는데…

“그래. 너희는 아직 쓸모가 없으니 가만히 기다리고 있거라.”

“응? 뭐라고?”

왜인지 엄마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너무 낮고, 무감정해서 멀리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스쳐 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고, 졸린 내 등을 두드려 돌려보냈다.

그게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와 동생은 주위 가게의 상인 아저씨들에게 엄마를 찾아달라 부탁했으나, 졸지에 고아가 됐다.

“나쁜 년. 그렇게 안 봤는데 아주 못된 년이었구만.”

상인들은 엄마를 욕했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아이들을 버리고 달아난 것으로 치부하며 험담을 늘어놓았다.

“아, 아니에요. 엄마는 돌아올 거예요. 돌아올 거라구요!”

웅성웅성 몰려든 상인들 사이에서 나는 동생을 끌어안고 울었다. 동생은 엄마가 남긴 머리끈을 들고 조용히 흐느꼈다.

남문 시장 상인들은 우리의 처우를 고민했다. 아무리 등에 큼직한 문신이 새겨진 야만인이라지만, 어린 소녀들이다. 마냥 내쫓아버리기엔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한 상인이 우리를 민며느리(장래에 며느리로 삼으려고 관례를 하기 전에 데려다 기르는 계집아이)로 삼겠다고 나섰다.

나는 열세 살, 동생은 열두 살에 그 집의 형제와 각각 결혼했다.

말이 결혼이지 예식은 없었다.

그냥 어느 날부터 동침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우리의 결혼이었고, 나와 앤은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가졌다.

다행히 남편들은 둘 다 맘씨 따뜻한 소년이었다. 그들은 성실했고, 음… 성실했고… 뭐, 그냥 성실하다.

그거면 장신구를 만드는 상인이자 좋은 남편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는 것이었다.

나는 아들을 낳았다. 깜찍하게 예쁜 아들을. 그리고 딸을 낳은 동생이 둘째까지 낳았을 무렵, 왕이 의문사했다. 엄마가 사라진 지 5년쯤 됐을 무렵이었다.

내전이 터졌다.

지금 돌이켜봐도 험악한 시기였다. 자고 일어나면 길거리에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게 일상이었다. 간혹 기사가 피를 흘리며 남문 시장에 몸을 숨기려 찾아오기도 했다.

기사가 떠나면 어김없이 후환이 몰아쳤다.

분노한 귀족이 사병들을 동원해 시장을 쥐잡듯이 훑었고, 죄 없는 상인들이 죽임을 당했다.

무려 3년 동안 반복된 일이었다.

남문 시장 상인들은 참다못해 자체적으로 자경단을 꾸리기에 이르렀다. 기사가 오거든 내쫓고, 귀족들의 병사를 물리치기 위해, 우리를 건드리지 말라 경고하기 위해 상인들이 무기를 들었다.

란과 앤도 아버지의 도끼를 나누어 들었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매일 밤 경계를 섰다. 종종 일방적인 사투를 벌였다.

우리는 보통 지는 쪽이었다.

기사는 다쳤을지언정 무시무시한 괴물들이었다. 우리가 자신을 숨겨주는 걸 거부하거든 칼부림을 부리고 달아났다.

또, 내전이라는 사태를 맞이해 재산을 털어 병사를 끌어모은 귀족 가문은 강력했다. 남문 시장의 상인들이 똘똘 뭉쳤음에도 한 번 찍히거든 수없이 많은 상인과 그들의 가족이 몰살당했다.

그렇게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는 나날을 보내던 란과 앤은 어느덧 자경단에서 가장 강한 전사가 되어 있었는데… 영원히 끝나지 않을 줄 알았던 내전은 허무한 종막을 맞았다.

내전을 일으킨 두 왕위 계승권자가 저들의 아들들에게 살해당했다.

각 진영의 수장으로 떠오른 그 아들들은 스스로를 왕이라 칭하며 협정을 맺었다.

아스란 왕국은 둘로 쪼개졌다. 서쪽에는 아스틴 왕국, 동쪽에는 아스터 왕국이 세워졌다.

바르나울은 아스틴 왕국의 소유였다.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우리 모두는 아스틴 왕국민이 되었다.

3년 만에 찾아온 평화.

란과 앤은 다시금 본업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살아가는데… 란과 앤은 어딘가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의 도끼가 눈에 밟혔다. 어쩐지 이 평화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심심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종종 대련해보기도 하던 란과 앤. 그들은 어느 날, ‘버논’이라는 친하게 지내던 상인이 상단을 ‘다시’ 꾸린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는 돈이 부족해서 용병을 두 명밖에 고용하지 못했다고, 자경단을 지냈던 사람 중에서 누가 동행해줄 수 없겠냐고 부탁하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자경단을 지냈던 사람들은 대부분 상인이라, 상인으로서 동행하는 게 아니라면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이었다.

란과 앤은 고민 끝에 자원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혈관을 따라 흐르는 전사의 피가 그녀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버논은 기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행을 떠났다.

“히야- 저것 좀 봐. 저게 마수야.”

상행을 다니던 도중, 한 숲에서 설각사록이라는 마수를 보았다.

새하얗게 거대한 뿔을 단, 위압적인 자태의 순록이 이리 오라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란은 깨달았다.

전사로서의 운명이, 위대한 시련이 저기에 있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사람이 더 필요해. 대전사의 시련은 다섯 명이서 하는 거라고 들었어.”

잡자는 말을 생략했지만, 동생은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좋아. 사람을 구해보자.”

버논의 상단은 느릿하게 다음 목적지, 에이브릴 성을 향해 나아갔고, 란과 앤의 심장은 두근두근- 생생하게 뜀박질해 그들의 삶에 의미를 불어넣고 있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