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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2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152화

48장 업화(3)

저택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하글리는 헬드레의 뒤를 쫓고 있었다.

“어디까지 도망치시려고?”

헬드레는 이미 저택 밖을 벗어났다. 숲 속의 나무를 가로지르는 그를 하글리가 쫓았다.

“하글리! 네놈! 아직도 복수 따위를 꿈꾸느냐!”

헬드레는 도망치면서 하글리에게 외쳤다.

하글리는 말했다.

“‘만곶’의 모두는 복수를 꿈꾸고 모였습니다. 아실 텐데요.”

“어리석은 짓!”

꽈지직!

헬드레는 도망치는 와중에 뒤로 돌면서 나무 한 그루를 걷어찼다.

그것만으로 나무가 쩌저적 갈라지더니 줄기의 큰 조각과 파편이 하글리에게 덮쳤다.

하글리는 손으로 가볍게 쳐내거나 피하며 헬드레를 끈질기게 쫓았다.

‘정말로 양팔이 망가졌군.’

하글리가 헬드레의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눈에 띄는 양팔에 감긴 붕대.

“헬드레, 양팔은 어쨌습니까?”

“네놈 따위가 알 것 없다!”

아무래도 헬드레가 하글리에게서 허겁지겁 도망치는 건 저 부상 때문인 듯하다. 하기야, 멀쩡했다면 하글리를 앞에 두고 등을 보이진 않겠지.

하글리가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도 해도, 조디악 ‘헬드레’가 저렇게 꽁지 빠지게 도망치는 모습을 보는 건 아마 다시 없을 것이다.

‘……뭐, 재밌긴 하지만.’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

하글리는 오른손을 들었다. 그 손으로 독특한 모양을 만들어 구부렸다.

순간, 헬드레의 앞으로 거대한 장막이 펼쳐졌다. 그 장막은 한 점의 틈이나 얼룩이 없었다.

“숲처럼 그림자가 많은 곳으로 도망치다니. 판단력을 잃었군요, 헬드레.”

“……네놈 따위가 날 죽일 성싶으냐?”

헬드레가 도망을 멈추고 하글리를 돌아보았다. 그의 오러가 넘실거려 주변의 나뭇잎과 흙들을 밀어내었다.

그 상당한 기세를 보며 하글리가 눈가를 찌푸렸다.

‘저 어마어마한 오러. 혹여 양팔을 잃은 게 늙어서 어금니가 빠진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 모양이군.’

그렇다면 대체 누가 헬드레에게 저만한 상처를 입힌 것일까.

하글리는 긴장에 침을 삼켰다. 도망치고 있을 때는 만만해 보였으나 헬드레는 양팔을 잃어도 역시 헬드레였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자면, 지금이 헬드레를 죽일 수 있는 다시 없을 기회.

설령 하글리의 양팔을 지금의 헬드레처럼 내준다고 해도, 헬드레는 여기서 죽을 것이다.

“대륙은 업보를 받을 것입니다. 당신이 그 첫 번째가 되겠죠.”

“과거 제국의 역사에 한낱 흠결이 있다 한들, 네놈들의 미친 복수가 정당화가 될 성싶은가! 네놈들은 그저 복수에 미친 정신이상자들이야!”

헬드레의 외침. 하글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그따위 것은 아무 의미도 없게 되었습니다.”

“뭣이?”

“누가 옳고 그른지, 정당한 것이 무언지. 만곶에 그런 것을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하글리의 시선은 차가운 것을 떠나, 텅 비어 있었다. ‘차갑다’는 온도조차 느껴지지 않는 공허가 담겼다.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우린 그저 복수에 미친 살인귀죠. 대륙에 불을 지르고 난 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우리 스스로도 모릅니다.”

“……그때 전부 죽였어야 했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하글리도 서서히 마나를 끌어올렸다. 이번엔 양손이었다. 기이한 모양으로 구부린 손가락. 양손의 손목이 교차로 맞닿았다.

둘의 살기가 증폭되고, 서로를 향한 흉기를 여지없이 드러내려는 순간,

“──어이, 영감.”

쉬익!

푹-

허공을 수평으로 가르는 섬뜩한 파공음.

그 소리가 들렸을 때, 헬드레는 자신의 가슴을 보았다.

“……쿨럭.”

기침을 뱉은 그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가슴에 꽂힌 거대한 장창. 헬드레의 심장을 꿰뚫은 그것이 섬찟한 빛을 발했다.

저벅, 멀리서 다가오는 발소리. 그 느긋한 걸음이 누군지를 알려주었다.

“감히 나를 속여?”

렌조가 거친 숨을 내몰아쉬며 다가왔다.

헬드레가 핏발 선 눈으로 렌조를 보았다.

“어떻게, 여길……!”

헬드레는 곧 죽는다. 본인이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의아해서 견딜 수 없었다.

어째서 렌조가 여기로 왔는가. 어떻게 올 수 있었는가.

“어어, 아레스가 알려주었다. 왜이리 빠르냐고 한다면 글쎄, 열심히 달려왔다고 해두지.”

“……!”

아레스. 군신의 이름.

렌조의 신력이라고는 하나, 신이 인간의 일에 여기까지 개입하다니.

게다가 방금의 창. 헬드레는 아무런 전조도 느끼지 못하고 무방비하게 당했다. 아무리 양팔을 잃고, 극심한 정신력 소모가 있었고, 눈앞에 적이 있다고 한들. 눈치조차 채지 못한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설마, 설마…… 헤스티아!’

헬드레가 문득 자신의 신을 떠올렸다.

“헤스티아여!”

털썩.

헬드레가 무릎을 꿇었다. 창의 자루끝이 땅에 닿았다. 멈추지 않는 피. 헬드레는 자신의 생명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당신마저 나를 버리십니까!!!”

갈 곳이 없는 그의 외침이 숲속에 울렸다. 저만한 창의 기를 느끼지 못하다니. 헤스티아가 그의 눈과 귀를 가렸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대답이 있을 리 만무한 허무한 외침 뒤로,

헬드레는 그렇게 죽었다.

‘조디악’의 죽음은 그토록 허망했다.

‘……아냐. 신 때문이 아니다.’

그것을 지켜보던 하글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나조차도 몰랐어. 아무런 기색도 읽지 못했다.’

창이 날아온 것을 모르는 건 헬드레뿐만이 아니었다.

하글리 또한, 헬드레의 심장에 그것이 꽂힌 뒤에야, 창이 날아온 것을 깨달았다.

저 창, 지금은 어마어마한 마나를 느낀다. 거대한 존재감이 숲속을 내리누른다.

그러나 깨달은 것은 렌조가 던진 직후, 아니, 헬드레에게 맞은 뒤에야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보이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없어졌다 나타난 것도 아니다.

단지 그 강대한 오러를 적중 당하기 전까지 숨긴다. 인간의 마나 감지라는 레이더를 무시하고 날아오는 특성.

‘렌조, 뭐가 되려고 하는 거야?’

만곶이 알고 있는 정보로 렌조는 이런 인물이 아니었다. 분명 위험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미에 강한 인간이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게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돌발성은 만곶의 업화에 오히려 도움이 될 거라 여기기도 했다.

허나 지금.

렌조의 돌발성을 과연 만곶이 제어할 수 있는가. 확답을 내리지 못하는 하글리였다.

“어이.”

그때 렌조가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은 어디에 있나.”

“그 녀석?”

“프론디어 말이다.”

렌조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뭐지? 헬드레에게 볼일이 있던 게 아니었나? 왜 프론디어의 이름이 렌조의 입에서 나오는가.

“……저택에 있을 겁니다. 아직.”

“그렇군.”

하글리는 솔직하게 답했다. 지금 렌조를 적으로 돌리는 건 너무 멍청한 짓이었다. 프론디어의 해석 능력이 중요하긴 하나, 하글리 본인만큼은 아니다. 만곶의 입장으로 봐도 그랬다.

“좋아. 이번에야말로 죽여주지. 프론디어.”

씨익 웃으며 척척 걸어가는 렌조. 이미 하글리에겐 관심도 없어 보였다.

자신의 어마어마한 오러를 숨길 생각이 없기에, 하글리는 차라리 안심했다.

저렇게 대놓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면 제이와 열곶도 알아서 도망치겠지.

프론디어가 아깝긴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 *

저택의 인간들은 거의 정리되었다.

물론 표현만큼 온건한 의미는 아니었다.

프론디어와 달리 열곶은 손속을 봐줄 마음도 이유도 없기에, 대부분은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제이 님. 이들은 어떻게 하죠?”

셀레나에게 말을 건 열곶 중의 한 명. 열곶의 인원들은 기절한 톰슨, 스카일러, 키안을 포위했다. 이들이 포탈을 쓸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더욱 경계했다.

이 셋이 기절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 여자, 아니 남자? 크라켄이라 했지. 그놈 자기 동료를 공격했어.’

크라켄은 혼란스러운 틈을 타 도주를 위해 이 셋을 방패막이로 사용했다. 불의의 습격에 셋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아마 단순히 공격하는 속도만 보았을 때 크라켄을 능가하는 자는 없었을 테니.

‘비겁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손속을 봐줬다 해야 할지.’

크라켄은 이 셋을 죽이는 것도 가능했겠으나 그러지 않았다. 그것이 더 간단했을 텐데. 마물의 생각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셀레나는 말했다.

“죽여야지. 인더스든 뭐든, 우리는 업화일 뿐-”

셀레나는 그렇게 말하려다가,

저택으로 다가오는 엄청난 기세에 고개를 들었다.

“……렌조!”

셀레나가 외쳤고, 열곶의 모두가 긴장 상태로 저택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제이 님. 우선 만곶으로 돌아가죠.”

그들 중 누군가 타당한 의견을 제시했다. 모두가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는 프론디어가 있다.

셀레나는 저도 모르게 여전히 의자에 묶여 있는 프론디어를 보았다.

그것을 보고 생각을 짐작한 다른 사람이 입을 열었다.

“고대어가 아쉽지만 제이 님과 저희 모두의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목숨을 건다 해도 살릴 수 없을 겁니다.”

“……!”

셀레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프론디어가 그 모습을 보았다.

한없이 차가운 눈동자로 프론디어가 입을 열었다.

─이딴 것까지 내가 일일이 지시해야 하나.

“!”

프론디어는 가장 근처에 있는 셀레나에게 가려져 있었다. 그러니 그의 입 모양 또한 그녀만 볼 수 있었다.

프론디어의 얼굴은 여전히 그 속내를 모르겠다.

그러나 그 내용만큼은 셀레나의 마음속을 깊이 파고들었다.

─꺼져라.

이대로 있으면 셀레나는 만곶에게 의심받는다. 셀레나도 당연히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프론디어는 무슨 생각일까. 마나도 없이, 그것도 묶여 있는 상태로 렌조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도주 정도는 가능하다 믿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모든 게 끝장이라 생각하고 셀레나를,

─꺼지라 했다.

다시금 움직인 프론디어의 입술.

셀레나는 속으로 이를 악물고 다시 열곶의 인원들을 보았다.

겨우겨우 냉엄한 표정을 갖추어내는 데에 성공하고, 그녀는 말했다.

“돌아간다.”

“예.”

셀레나의 지시와 함께, 그녀와 열곶은 저택에서 사라졌다.

이윽고.

“아하, 여기 있었구만.”

그 무서운 기세를 여전히 내뿜으며 저택 안으로 들어오는 렌조.

쉬익-

쿵!

렌조는 단 한 번의 도약으로 프론디어의 앞까지 도달했다.

프론디어는 여전히 의자에 묶인 채 렌조를 보았다.

“여어, 렌조.”

친한 친구를 부르듯 말한다.

“아까는 미안했다. 방해꾼이 들어왔지.”

프론디어의 말에 렌조가 웃었다.

“우리 쪽 방해꾼이다. 사죄는 내가 하지. 사과라 하긴 뭣하지만 그 리더 놈을 방금 쳐죽여놨다.”

“……그런가.”

담담히 대답하는 프론디어. 렌조가 씨익 웃었다.

“이제는 방해 따위 없을 것이다. 한 번 더 하자 프론디어. 이번에야말로 네놈을,”

“무리다, 렌조.”

프론디어가 렌조의 말을 끊었다. 그는 피식 웃었다.

“이제 마나가 없다.”

“……뭐?”

“포탈에서 넘어오고 나니 몸에 이상한 영향을 느꼈어. 아무래도 내 마나를 빼앗긴 것 같다.”

“……헬드레의 짓인가.”

“아마도.”

렌조의 인상이 사나워졌다. 쳇, 혀를 차며 살기 어린 눈동자로 저택 밖을 향한다. 그 시선은 분명 저 멀리에 있는 헬드레를 향한 것이겠지만, 살기를 뿜어봤자 어쩔 수 없다. 헬드레는 그의 손으로 이미 죽였으니까.

“날 죽여라, 렌조.”

“…….”

“네가 그토록 바라던 내 목숨이 여기 있다. 의자에 묶여서 옴짝달싹을 못 하겠군. 네가 원하는 만큼 패고 자르고 씹고 뜯고 맛볼 수 있다.”

프론디어의 말에 렌조는 꾹 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다가, 뒤로 돌아 저벅저벅 걸어갔다.

콰아앙!

꽝! 꽈앙! 콰지직!

그리고 보이는 물건들을 죄다 때려부수기 시작했다. 비싼 예술품과 그림들, 천장 위의 샹들리에 할 것 없이 전부 박살이 났다.

박살이 난 것들이 아주 개박살이 되도록 다시금 밟아놓았다. 그것도 모자라 벽과 바닥까지 몇 번 후려쳐 부숴놓은 뒤에야, 렌조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미룬다.”

“……호오.”

“네놈과의 승부는 다음으로 미루지. 이딴 식으로 널 죽여봤자 재미 없다.”

“재미라.”

“게다가 네놈이 포탈로 납치되지 않았으면, 분명 그건 내가 위험한 상황이었다.”

키안이 프론디어를 납치하기 직전, 렌조는 분명 사방에서 날아오는 검기에 맞을 운명이었다. 마비는 풀리지 않았고, 방패 하나로는 대책이 없었다.

“뭐, 그렇다 해도 그조차 나는 버텨냈겠지만!”

아무 근거도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렌조였다.

“그러니 그 빚을 이번에 갚는 셈 치지. 다음에 만날 때까지 만전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라. 온 힘을 다한 너를, 온 힘을 다해 죽일 것이다.”

렌조는 그렇게 말한 뒤 다시 저택 문을 향해 저벅저벅 걸었다.

어딘가 시무룩해진 듯한 그 뒷모습을 프론디어가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어이, 렌조.”

“뭐냐.”

“가는 김에 이것도 좀 풀어주고 가라.”

“그딴 건 네가 알아서 해라!”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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