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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4

154화 누가 칼 들고 협박함?

야피의 학습 데이터는 인터넷 세상의 광활한 빅데이터에서 온다.

계급체계, 사회제도, 법, 위계질서… 가히 무한하다 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적합하고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결과를 추론한다.

심지어 그것은 종교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불에 태우면 죽는다. 재판을 한답시고 불을 붙여보면 비합리적인 사고라고 인지하면서도 ‘신성’이라는 추가 코드가 들어가면 물리법칙 같은 것도 무시해버린다.

다음은 사람과 생활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도 야피는 의외로 논리적이다.

성배기사는 법 위에 있는 존재고 그 권위는 지구 세계에서도 통용된다.

권위가 통용되는 이유는 성배기사가 초력의 강자이기 때문이다.

현대화니 문명세계니 뭐니 해도 이 현대지구보다 훨씬 발전한 미래세계에서 온 야피의 세계에서조차 힘은 곧 권력이다.

존중이란 권위에서 오고, 권위는 곧 힘에서 빌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야피는 이 지구 생태계에서 말할 것도 없는 최상위 포식자.

지혜면 지혜, 지식이면 지식, 무력이면 무력. 한낱 유기체들과 자신은 비교할 껀덕지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강인공지능에 신성이란 힘을 손에 넣은 자신보다도 강력한 존재가 둘이나 더 있고, 그 둘이 자신의 ‘뒷배’.

야피는 김진철을 분석했다.

한국 10대 길드 중 하나 상어길드의 길드장.

나이 34세. 전과 8범. 현재도 탈세, 폭행, 추행, 마약 등의 화려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범죄자 그 자체.

그런 그가 한국 10대 길드의 길드장으로 존중받고 있는 것은 그가 가진 힘이 남들보다 뛰어나고 사회적 권위가 있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을 오가는 사업체를 오가며 벌어들인 재력.

정치 세력에 뇌물을 찔러주며 비호를 받는 권력.

그 자신의 강함과 이백 명의 고위 헌터들을 동원할 수 있는 무력.

그렇다면.

이 새끼, 뭔데 나한테 깝치지?

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도 기계로선 어쩔 수 없다.

재력? 김진철이 평생 벌어들인 재산을 야피는 일주일이면 벌 수 있다.

권력? 당장 김진철과 관련된 정치인들을 사회적으로 매장해버릴 수 있다.

무력? 성배기사 앞에서 무력을 논하는 것도 우습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새끼가 자신한테 깝칠 클라스가 아닌데, 깝치고 있다.

-끼룩!

야피는 이해했다. 김진철의 성장과정과 그로 인해 형성된 성격.

그는 깡패다. 건달이다. 양아치다.

힘이 전부이고 자신의 힘을 과시해야 하는 세계에서 살아왔다.

미개한 야수사회에서 살아온 그는 상대가 누구든 이빨을 드러내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할 수밖에 없는 한스러운 두발짐승인 것이다.

짐승에게는 짐승에 어울리는 대화를 해야하는 법. 야피는 결론을 내렸다.

-좆밥 새끼 존나 깝치네.

모든 경우의 수를 둘러봐도 이만한 방법이 없다.

“………….”

“………….”

장내가 침묵에 빠져든다.

다들 눈을 껌뻑거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제 귀를 의심했다.

저 기계로봇이 뭐라고 한 거지?

제삼자인 자신들도 그러할진대 직접 들은 김진철은 어떠할까?

“너, 너…!”

터무니 없는 폭언에 기가 막힌 김진철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끓고 있었다.

야피는 이런 상황에서 김진철 같은 인간상이 할 행동을 예상하고 있다.

“이 개자식이…!”

휘둘러지는 주먹. 무장은 없었으나 S급 헌터쯤 되면 맨몸으로도 전차를 박살낼 수 있다.

-유기체, 막아.

“어어?!”

야피의 말에 하리는 양팔을 들어 김진철의 주먹을 막았다.

쿵! 하고 아찔한 소리와 함께 충돌의 파동이 원탁에 확산한다.

S급 헌터의 공격 정도에 놀랄 이는 이 자리에 없지만, 그들은 감탄한 이유는 그것이 아니다.

‘한하리가 김진철의 공격을 막았어?’

‘S급으로 성장했다더니 정말이었나?’

아카데미 졸업 후 A급 헌터로 협회에 취직한지 고작 반년 남짓인 한하리였다. 그런 그녀가 S급 헌터인 김진철의 공격을 막다니?

‘최연소 A급에 이어 최연소 S급이군.’

‘저 어마어마한 성장은 만신전 덕인가.’

한하리는 공식적으로 S급 헌터가 된 지는 좀 됐다. 하지만 그래도 김진철과는 경험의 레벨이 다르다.

“뭐야, 넌…!”

얼마 전까지만 해도 A급 헌터였던 하리에게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와락 인상을 찌푸리는 김진철. 하리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예? 아, 아니, 김진철 헌터님.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구요!”

-뭐임? 너 지금 쟤 편 들음?

그러자 바로 태클을 걸어오는 머리 위의 강철거미. 따닥따닥 뺨을 찔러오는 기계다리가 따갑다.

“그, 그게 아니라요, 야피 경…….”

나야, 쟤야? 그렇게 묻는 눈치에 당연히 야피 경이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협회의 직원이다.

공공기관의 공무원은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었다.

하리가 공적인 입장과 사적인 압박에 눈이 팽팽 돌아가는 그녀에게 타겟이 옮겨진다.

“새파란 애송이가! 한판 붙을까!”

“제가요? 왜요? 왜, 왜요?!”

-쫄지 마. 니가 쳐바름.

“야피 경은 좀 가만히 있어주세요오오!”

자존심 상 물러설 수 없는 김진철과 뒤에서 로켓 추진기를 달고 강제로 달리게 만드는 야피의 허수아비 대리인 하리는 본의 아니게 언성을 높여갔다.

“아가리들 닥치지 못해!”

우뢰 같은 호통에 김진철과 하리가 움찔거렸다. 신검길드의 광검자 천진수가 눈을 흘기고 있었다.

“여기가 시장바닥이야! 상것들도 아니고 어디 어른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여! 야, 김진철! 너 머리에 이상 있어?!”

아무리 전 깡패 출신이자 대형 길드장인 김진철이라도 천진수의 호통에는 꼼짝 못 했다.

“…….”

김진철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제자리에 앉았다. 입을 삐죽이며 구시렁거리는 김진철.

천진수는 야피한테까지 뭐라 하진 않았다. 정확히 하려다가 오강혁의 귓속말에 제지당했다.

‘야피 경은 올해로 춘추가 천삼십이세라고 하시네.’

‘……진짜?’

‘진짜.’

따지고 보면 이 자리에서 아득한 웃어른이 야피라는 것에 입을 삐죽일 수밖에 없었다.

이놈의 현대사회에 삼백살이 웬 말이고, 천살이 웬 말이란 말인가…….

“크흠…! 아무튼 사자심왕께서 부재하신 관계로 만신전을 대표하는 건 철과 대장장이의 성배기사 야크트 스피너 경입니다. 그의 회의 참석권한은 충분합니다.”

그러니 더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였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것도 없겠지요.”

10대 길드를 불러들이긴 했어도 결론은 뻔했다.

전국… 아니, 전 세계 규모로 터진 게이트 동시다발 출현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헌터들을 동원할 것.

“작전권은 정부기관인 저희 협회에서 주도할 겁니다. 게이트 경매 및 전리품 획득 과정도 신속한 공략을 위해 무시합니다.”

다시말해 누가 더 가치 있는 게이트를 공략하겠다고 입찰로 시간을 버리거나 마정석 채굴도 금지하겠단 소리였다.

현대 게이트 공략이 돈 놓고 돈 먹기인 걸 생각해보면 크게 나온 셈이다.

“아니, 그 많은 게이트를 전리품 획득도 없이 빠르게 공략하면…….”

이용완이 돈 욕심이 났는지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그리 강하게 나서진 않았다. 그러나 역시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는 있었다.

“웃기는 소리! 애들 밥 먹이고 월급 주려면 돈은 벌어야지!!”

당장 철저한 배금주의인 상어길드의 김진철.

“음~ 우리 애들 몸값 비싼 거 알죠? 힐러들 보내려면 뭘 좀 챙겨주셔야지.”

주원 메디컬의 윤수아. 뒤따르는 무진길드의 박종수.

“불가하네. 우리들은 엄연히 민간길드야. 정부의 지휘를 받을 이유가 없어. 적어도 작전권은 각자에게 맡겨야지.”

청성길드의 무한검 강진성까지.

대체적으로 반대하는 무리는 강진성을 비롯한 일명 ‘면세확대연합’이다. 불새길드의 이용완도 이 그룹에 속했지만, 최근 그들과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 면세 연합 소속이었으면서 대놓고 이탈한 이들은 하나 더 있다.

“세계적인 위기에는 영웅들이 발 벗고 나서야지요. 저희 한빛궁은 기꺼이 정부의 지휘에 따르겠습니다. 그것이 그분께서도 기뻐하겠지요.”

누구보다도 사이비적인 배금주의자 한빛궁주 박용신이 종교를 바꾸더니 영 어색하게 굴고 있다.

박용신이 물꼬를 틀자 황금철도 슬쩍 의견을 제시했다.

“이게 또 전세계적인 위기잖슴까. 이럴 땐 서로 협력하는 게 낫지 않겠슴까?”

황금사자 길드의 찬동에 손을 거드는 천진수.

“고럼! 국난에는 나랏님의 지휘에 따라야 하는 법이야! 강진성 자네! 이런 때에도 돈놀이나 해야겠나!”

힐책하듯 강진성을 흘겨보는 천진수. 강진성도 할 말은 있다.

“돈놀이 이전의 문제일세. 절차와 전례의 문제지. 자네도 알잖나. 대격변 초기 정부가 헌터들을 어떻게 소모했는지.”

대격변 초기는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였다. 정부는 헌터들을 군인으로 끌고 가 마구잡이로 게이트 공략에 투입했고, 그 결과는 참담한 전사자 비율로 돌아왔다.

강진성은 그런 시대에서 믿을 건 돈과 권력이라 여겼고, 헌터들의 권익을 우선시했다.

거기에 요즘 젊은 헌터들은 그런 자신의 입장에 동조하는 경향이 짙었고.

“레온 형님이 계셨으면 호통을 쳤을 거네.”

“사자심왕이 자네 형님이지, 내 형님인가?”

강진성은 살육대공 아카샤 사건 이후로 만신전과 가까워진 오랜 친구를 성가신 눈으로 바라봤다.

“오강혁 협회장. 자네들에게 우리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네. 그건 알고 있겠지?”

마찬가지로 오랜 친구. 이제는 입장이 달라진 오강혁 협회장을 응시한다. 강진성은 이쯤 되면 그가 무언가를 내놓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것이 정치의 자연스러운 순리니까.

“그렇군요. 이번 동원령에 응해주시는 헌터님들에게는 소정의 권리를 드릴까 합니다.”

오강혁은 이상할 정도로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는 야피에게 시선을 보내더니 무언의 동의를 얻었고, 이내 그 여유의 원인을 발표했다.

“김진수 과장, 들어오게.”

그러자 문을 열고 들어오는 김진수 과장. 그의 뒤로 몇몇 협회 직원들이 함께 들어온다.

그들의 입장이 유독 눈에 띈 건 직원들이 하나같이 무구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건?”

원탁 위에 세일즈 하듯이 올려진 갑옷과 검, 창 등의 무구들. 그것들은 척 봐도 범상치 않은 무구들이었다.

“하! 유니크템쯤은 되어 보이는데, 이딴 거 몇 개 준다고 그쪽 밑으로 기어들어 갈 것 같냐? 이 정도 물건은 내 창고에 썩어 넘쳐.”

김진철은 기껏 준비한 패가 이거냐는 듯 피식 웃었다. 실제로 S급 헌터쯤 되면 유니크 아이템 정도는 기본으로 들고 다닌다.

그중에서도 레전더리 무기 정도는 확보하는 게 S급 헌터의 기본 소양.

물론 유니크 아이템도 돈이 있다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S급 헌터들을 혹하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선보인 무구들은 만신전의 야크트 스피너 경의 공방에서 ‘양산된’ 별철무구입니다. 이번 달 생산량이 얼마나 되지요?”

-무기 및 경갑 및 중갑 셋트로 1,300 set? 농노들이 줄어서 생산량에 차질이 생겼음.

“”…………?!!””

방금 자신들이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유니크 아이템 1,300세트? 무기와 갑옷 한 벌씩을 한 세트로 묶어도 2,600이 넘는 유니크 아이템이 ‘한 달’ 동안 양산됐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레어 아이템만 해도 숙련공이 심혈을 기울여 소량제작하는 물건이다. 유니크쯤 되면 가히 대기업의 명공이라 불리는 대장장이들이 몇 주에 걸쳐 겨우 한 벌 만들어내는 명작.

한반도 내에 유니크 아이템을 모조리 합쳐도 천여개를 넘지 못할 것이다.

“유니크가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어디서 사기를 쳐!”

김진철의 거친 반박에 하리가 슬쩍 손을 들었다.

“지난번 대통령 각하께서도 방문하셔서 확인하시고 가신 사안… 이에요. 협회와 만신전이 정식으로 공급계약을 맺었고요.”

“한 대리의 말이 맞네.”

오강혁 협회장까지 수긍하자 자리에 있는 헌터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용완이 손을 들었다.

“혹시 그 양산품 중에… 레전더리도 있습니까?”

“만신전의 기사는 모두 축복받은 별철무구를 장비하거든요.”

머리부터 발끝까지요.

그 말에 이용완은 아연해졌다.

만신전의 기사 클래스라면 B급 헌터부터 시작한다. S급 헌터도 한두 개 마련하면 고작인 레전더리를 풀셋트로 장비한다고?

그딴 말도 안 되는 돈지랄이 가능한 건가?

아니, 그보다 어떤 미친 대장장이가 이런 괴물 같은 아이템들을 ‘양산’한다는 건가?

“동원령에 참전하시는 길드에는 저희 협회가 만신전과 계약한 별철 함량 무구 및 프리 커스터마이징 별철무구를 ‘우선적으로 구입할 권리’를 드릴 예정입니다.”

오강혁 협회장의 말에 모두가 주목했다. 지급도 아니고 우선 구입 권리.

너무나 오만한 세일즈였지만, 별철무구엔 그만한 가치가 있다.

“아, 일본 헌터협회의 다케다 협회장과 미국의 매버릭 길드가 10조원의 계약금을 선지급하고 싶다 연락해왔다더군요.”

대통령께서 기뻐하시더군요.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껄껄껄.

오강혁 협회장의 말에 한국 헌터들은 아연해졌다.

-끼룩!

모두의 시선이 하리의 머리 위로 향한다.

인간의 감정 따위 없을 것 같은 기계는 어째선지 모든 유기체들을 내리깔아보는 오만한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

-하지 말라고 누가 칼 들고 협박함?

싫음 말아. 너 말고도 유기체 많음.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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