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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4

#154

제국의 난 (4)

오랜 평화에 젖어있던 제국의 수도 제론은 갑작스러운 난리로 혼란에 빠져 있었다.

“모두에게 평온한 죽음을—!”

“마, 막아! 놈들이 백작님을 노린다!”

흑마법사를 비롯한 한스의 추종자들이 눈이 뒤집혀 각자에게 주어진 목표를 습격했다.

역천의 서약을 포함한 그 불순 분자들은 그간 철저한 통제 속에서 자결도 하지 못한 채, 말 그대로 죽지 못해 사는 억제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일은 그런 상황에서 내려온 불사왕의 첫 번째 명령이었던 것이다.

이미 한참 전에 망가진 사고를 가지고 있던 그들은 자신의 목숨조차 도외시하고 오로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움직였다.

설령 그러다 죽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죽음 또한 종속에서 벗어나게 해 줄 탈출구에 불과했으니까.

그들만으론 조금 버겁다 싶은 곳은 어김없이 언데드들과 그 간부들이 합류해 판을 흔들었고, 기습의 이점 덕분인지 지금까지 그 작업은 그럭저럭 순조롭게 이어지는 중이었다.

[흐음··· 이쪽은 대충 정리 됐···. 아, 거기 당신? 당신의 다음 목적지는 그쪽이 아니랍니다···? 대체 얼마나 멍청하면 유령들의 인도도 제대로 따르지 못하시는지···. 그런 뇌는 빨리 버려 버리는 게 낫지 않나 싶사온데, 소녀가 도움을 좀 드리오리까···?]

그리고 그 모두를 통솔하는 것이 바로 언제나 든든한 한스의 오른팔, 밴시 퀸 올리비아였다.

그녀는 전투 쪽은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유령들을 통해 무대를 조율하는 데에만 힘쓰는 중이었다.

수도를 감싼 결계는 그 내부에서 날아다니는 유령들을 한계까지 약화시켜, 도저히 전투가 불가능할 수준으로 만들어 버렸지만···.

처음부터 그들의 역할은 도망만 다니며 올리비아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이 되어주는 것이었으니 딱히 문제 될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은 왕의 뜻대로···.]

그녀는 대기가 요동치는 방향을 일별하고는 다시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 집중했다.

기습으로 이점을 볼 수 있는 시기가 지나, 슬슬 인간들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기도 했으니.

***

“크헉—!”

“무리하지 마! 우리의 역할은 시간을 버는 것뿐···!”

한순간에 밀집하는 흑마력.

그것은 눈 깜짝할 새에 어떠한 법칙성을 띠었고, 이내 지고한 신비가 되어 세상에 현현했다.

쿠르르릉!

저주를 머금은 매서운 검은 폭풍이 주변 일대를 휩쓸면서 그에 휘말린 수십의 기사 중 일부가 그대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흐음, 황성 옆이라 그런지 결계의 영향이 강하긴 하군. 아무리 적당히 했다지만 이 정도까지 효과가 떨어질 줄이야.]

그 기사들이 온갖 마도구를 걸치고 강화 마법까지 받은 제국의 최정예 기사단이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 어떤 준비를 하든, 격이 되지 않는 이들은 그저 시간을 버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

우우웅— 콰아앙!

그때 황궁을 둘러싼 결계 겉면에 거대한 황금빛 마법진이 생성되고, 그곳에서 강렬한 빛의 물결이 다시 한번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심연이 뭉친 듯한 어둠에 가로막혀 목표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으나.

그로 인해 발생한 아주 작은 틈은 근접 전투를 맡은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기엔 충분했다.

“하압!”

어둠 속의 등대처럼 전신에 신성한 아우라를 휘감은 용사, 하인리히.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빛무리는 계속해서 끔찍한 기운에 노출된 이들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으며, 그것은 그들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그런 보조 능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으니···.

화아악—!

‘광검’과 ‘증량’의 축복을 머금은 그의 성검이 새로 얻은 「무도의 길」의 깨달음을 담아 휘둘러졌다.

흐르는 듯, 멈춘 듯. 새벽을 가르는 여명과도 같은 그 검은 동시다발적으로 발동한 흑마법들을 베어 가르며, 불사왕에게로 향하는 길을 활짝 열었다.

“지금!”

“하압—!”

그 순간 기회를 노리던 두 명의 제국 기사가 순식간에 짓쳐 들었다.

황궁의 경비를 총괄하는 황실 수호대장과 황제를 지키는 근위 기사단의 단장.

둘 다 극의를 넘어서 불사왕과 직접 맞상대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이들이었다.

황궁 내에 있는 또 다른 마스터인 부단장은 황제를 밀착 경호하기 위해 참전하지 않았지만, 그런 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단장이란 사람이 보이는 위용이 대단했다.

스칵— 서걱—

달빛처럼 서늘한 검광이 한스에게서 뻗어 나온 수많은 검은 뱀들을 가르고 지나갔다.

정확히 마력의 맥을 베어 버리는 그 검술은 하인리히마저 감탄을 터트릴 정도로 효율적이면서도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저 노인, 대단한데? 아무리 농도가 낮다지만 심연의 기운을 뭉쳐 만든 것을 저리 쉽게. 이만한 강자가 황궁에 숨어 있었다니, 과연 제국이란 건가. 나이 때문인지 체력이 좀 부족해 보이긴 한데···.’

자글자글한 주름에 걸맞지 않은 건장한 체구의 노인, 근위 기사단장 콘웰은 검사로서 초월에 다다른 이였다.

저 정도 수준이라면 할리는 물론이고, 온전한 성혈이었던 비스크 유페르쉬조차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을 터.

‘물론 온갖 스킬과 「혼혈진화」로 일반적인 성혈보다 강해진 하인즈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는 그저 순수한 경지로만 따지자면, 하인리히조차 용사와 각성자로서의 여러 보정이 없이는 상대가 안 될 것 같은 고절한 검사였다.

‘왜 아제리온 제국이 대륙 최강국인지 알겠네. 거기다 강자들이 여기에 있는 이들이 전부도 아닐 테고.’

“으랏차!”

그렇게 그들의 저력에 감탄하는 순간, 여러 공세에 힘입어 발생한 한스의 빈틈에 짐승처럼 달려드는 이가 있었으니—.

콰아앙—!

검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도끼를 장작 패듯 내려찍는 이.

로셀리아 대신전에 있다가 제론으로 지원하러 온 용맹한 야만 전사, 할리였다.

“크하하핫! 여기 오면 불사왕의 골통을 부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오긴 했는데! 이거 부서지긴 하려나 모르겠구만!”

[호오, 제법이군.]

빠지직!

아슬아슬하게 손가락 한 마디만큼의 거리를 두고 검은 기운에 가로막힌 도끼날.

그는 미련 없이 몸을 뒤로 날려 공간을 꿰뚫는 심연의 뱀을 피하고, 이번엔 한 손에 손톱을 길게 뽑은 채로 다시 달려들었다.

‘밸런스를 맞추려고 할리까지 부르긴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제국의 저력이 만만찮군.’

이미 성지의 여유 전력은 대륙 곳곳에 지원을 보낸 후라, 성자까지 자리를 비운 대신전에서 더 이상 전력을 빼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교단 대신 할리가 ‘자발적으로’ 제국 지원에 나선 것이었는데···.

이제 보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위이잉—! 콰르르릉!

그를 직접 상대하는 강자들과 더불어, 황궁의 결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마법 지원의 수준이 굉장히 높았던 것이다.

[흐음, 이거 제법 번거롭구나.]

한스는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번개를 가볍게 막아내며 불평을 토했다.

전투가 이어지며 꾸준히 자리를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황궁을 매개로 발동한 마법은 수도 전체를 사정거리로 두고 있는 듯 조금도 약해지지 않고 있었다.

‘사전에 파악한 정보로는 저 안에 남은 대마법사는 이제 고작 한 명일 텐데.’

그런데 그가 황궁의 결계를 통해 하급 마법사들의 보조까지 받자, 대마법사가 대여섯 명은 되는 것처럼 쉴 새 없이 고위 마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크워어어——!]

[키야아악——!]

콰아아앙!

쿠우웅!

심지어 본 드래곤 두 마리가 계속해서 결계를 두드리는 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황궁의 결계는 위태롭게 흔들리는가 싶다가도 내부에서 안정적인 에너지가 꾸준히 공급되자, 금세 다시 모습을 회복하길 반복하고 있었다.

‘마력 흐름을 보아하니, 지금이 기회라 여겨 무리해서 여력을 쥐어짜 내는 것 같긴 한데···. 흐음, 드래곤 하트까지 사용 중인가? 필사적이군.’

어쨌든 그 노력이 가상하기도 했으니 이제 황궁을 노리는 것은 여기까지만 하면 될 것 같았다.

애초에 인사 이상의 의미는 없기도 했고, 슬슬 처음 계획을 시작해야 할 때였다.

[자아, 좀 더 분발해 보거라. 흥이 식으려고 하지 않느냐?]

콰드득!

“크악!”

“티모스 경!”

한스에게서 뻗어 나온 수십 줄기의 심연 중 하나가 지친 한 기사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그 기원이 기원인지라, 어지간히 격이 높지 않은 이상 급소에 물리면 곧바로 즉사였다.

그렇게 성장한 「심연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존재의 악업(惡業)을 기준으로, 그의 발목을 잡던 이들이 하나둘 죽어 나가길 한참.

자연스럽게 이동을 거듭한 그들의 싸움은 어느새 그가 목표로 한 지점까지 이르러 있었다.

‘찾았다.’

그렇게 한스는.

데스나이트 로드 카람과 아크리치 드웰을 비롯한 언데드 병력에 발목을 잡혀 있던 이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당연히 그와 싸우던 제국 기사들도 그들을 발견한 건 마찬가지.

황실 수호대장과 근위 기사단장도 그쪽을 바라보며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엇? 황태자 전하? 5황녀님까지?”

“허어— 가필드 백작에 프리스틴 자작도 있군. 두 황손 분들까지 모시고 있으면서 아직까지 이 위험한 곳에 남아 있다니···.”

이미 격전을 치르는 중이었는지 엉망이 된 행색의 백이 넘는 정예군.

그들 틈에서 한껏 거리를 두고 있던 두 황족과 대마법사들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콘웰 공!”

“후우, 그것이 저희도 어쩔 수가···.”

당연히 그들도 피하려고 시도해 보긴 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합류한 그들이 대신전으로 이동하던 도중, 불사의 군대와 그 간부들이 나타나 작정한 듯 달라붙어 방해하는 데 뭘 어쩌겠는가?

아무리 뿌리쳐도 끈질기게 달라붙어 오는 그들 때문에 불사왕의 기척이 다가오는 것을 알면서도 피하지 못한 그들이었다.

“큭, 아무튼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언데드들이 몰려온다!”

그 조우를 통해 전투가 일시적으로 소강상태에 빠진 틈을 타, 제국 측 인사들이 서둘러 합류했지만···.

그들이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은 그리 길게 주어지지 않았다.

때를 맞춰, 도시를 휘젓던 불사의 군대가 일시에 싸움을 멈추고 이곳을 중심으로 집결하기 시작했으니까.

[위대한 죽음의 왕을 위하여!]

[이 세상에 절망을— 나약한 이들에게 끊이지 않는 공포를—!]

수도의 결계 탓에 이곳에 소환된 언데드들은 하나같이 고급 병종들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것은 바로 이전 대전쟁의 주역이었던 불사의 군대 간부진들.

콰아앙—!

그 갑작스러운 공세에 당장은 인간 측이 밀리고 있는 형국이었지만, 결계의 도움과 황궁의 마법 지원이 함께하는 이상 곧바로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정신없이 흘러가는 혼전의 양상이 되며 서로에게 신경 쓰기가 더 힘들어졌을 뿐.

[아아, 역시 제국의 수도라는 건가. 역시 이런 방법으로 금방 무너뜨리긴 힘들 것 같구나. 으음··· 거기다 방해꾼들이 많아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가 없기도 하고.]

그리고 마침내.

한스가 먼저 운을 띄우며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불사왕, 가엾은 망자의 왕이여! 너는 지금 벌이는 일들이 즐거운가? 심연의 속삭임에 따라 세상을 죽음으로 뒤덮고, 그에 맞서려는 이들과 싸우는 것이?”

[크후후— 그런 저열한 망념 따위 이미 극복한 지 오래다. 아까도 말했을 텐데?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생과 사의 충돌에서 오는 그 격렬함이라고!]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용사와 마왕이 힘을 합해 만들어 가는··· 전 대륙을 대상으로 한 사기극이었다.

그들이 싸움을 멈추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 하인리히와 함께 한스를 상대하던 이들도 공격을 멈추고 다른 곳에 힘을 보태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았다.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불사왕이 알아서 싸움에서 빠져 줬는데 괜히 자극할 필요는 없었으니.

[최초에 원했던 것은 힘이었으나, 그 대가로 나는 생을 잃고 그저 흘러가듯 존재할 뿐이었다. 존재 의의를 잃고 관성대로 오직 힘과 죽음만을 추구하며.]

불사왕의 회고가 나직이 흘러나왔다.

시끄러운 전장 속이었으나, 마력을 담은 그의 목소리는 전혀 쇠하는 일 없이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이 자리에 있는 누구나가 들을 수 있도록.

[하지만 그때 마주한 것이다! 일개 성기사의 몸으로 스스로의 생을 불사르고 죽음에 맞서, 기어코 이 불사의 심장에 검을 꽂아 넣은— 나의 대적자. 그래, 하인리히 세인트 랜드가드. 너를 말이다!]

서사를 쌓아간다.

불사왕과 용사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 계기와 그로 인해 일어난 변화.

그 후부터 그는 관성적으로 이어가던 대륙 멸망의 야욕보다 개인의 흥미를 우선하기 시작했다.

극단적인 파멸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비교적 온건한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고 봐도 좋을 터.

물론 심연을 열어 광기 사태를 일으키고 공국을 파멸시키는 등 그 행보 자체를 멈춘 건 아니었으나, 그것도 세상을 멸망시키고자 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굳이 따지자면···.

“관심 끄는 방식의 스케일이 크기도 하구나.”

그것은 힘을 가진 미친놈이 자신을 봐 달라고 난장을 치는 행위였다.

물론 그 세계급 민폐는 작은 변화 정도로는 바꿀 수 없었던, 기본적으로 내재한 극악(極惡)한 본성이 큰 영향을 준 것이었다.

‘···라는 설정이지. 미친놈의 사고방식이라 하면 부족한 설득력도 뭉개버릴 수 있으니까.’

하여튼, 둘의 대화는 지금부터가 본론이었다.

“불사왕, 한니발. 그렇다면 차라리 나와 내기를 하나 해보는 건 어떤가?”

정확히 말하자면 대화라기보단 1인극이라고 해야겠지만.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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