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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5

155화 건드려선 안 될 것 (5)

155화 건드려선 안 될 것 (5)

깔깔대며 웃은 탈리야가 치유실로 들어갔다. 그런 그녀를 루나가 노려봤다. 탈리야의 걸음걸이는 평소와 달랐다. 데미안만큼은 아니지만 탈리야도 다쳤다.

잠시 후 비비안 교수가 치유실 밖으로 나왔다.

루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비안 교수님!”

“너무 걱정하지 말렴. 데미안은 생각보다 빠르게 나아지고 있으니까.”

“저, 정말요?”

“데미안을 치유할 때마다 느끼지만 이상할 정도로 회복이 빠른 아이야. 게다가 화염 속성에는 얼마간의 내성도 생긴 듯하고. 흠. 그동안 화염 마법에 단련이 된 덕분일까?”

비비안 교수가 눈웃음을 지으며 에스틸리아 교수를 돌아봤다. 에스틸리아 교수가 쯧,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그럼 데미안은 완치될 수 있는 거죠?”

“그렇단다. 완전히 회복하려면 시일이 걸리겠지만 내일이면 적당히 걷는 정도는 문제없을 거야. 축제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루나는 환한 얼굴로 친구들을 돌아봤다. 카인도, 세실리아도, 아리엘도, 그리고 앙투안도 함께 웃으며 루나를 마주 봤다.

그런데 단 한 명, 얼굴에 그늘이 드리운 이가 있었다. 미아였다.

“비비안 교수. 탈리야의 상태는?”

에스틸리아 교수의 물음에 미아가 흠칫 놀라 어깨를 떨었다.

“탈리야는 보기보다 많이 다쳤더군요. 하지만 그 아이도 회복력이 좋은 편이니 결승전에 참여할 수 있을 거예요. 탈리야 본인이 강하게 원하고 있기도 하고요.”

카인이 끼어들었다.

“탈리야가 완벽한 상태로 결승전을 치를 수 없다는 말인가요?”

“아마 그렇겠지?”

비비안 교수의 말에 루나는 반색했다.

하지만 카인은 기뻐 보이지 않았다. 아니, 화가 난 것 같았다.

“데미안과 탈리야는 방금 잠들었으니 경기가 끝나면 다시 오렴. 알겠지?”

비비안 교수의 말에 루나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스틸리아 교수가 히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만 경기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시합은 마저 치러야 하니.”

***

경기가 재개되었다.

<블레이드 듀얼 4강전>

A조: 앙투안 브르타뉴(1학년) vs 세실리아 크라소타(1학년)

아르카넘 듀얼이든 블레이드 듀얼이든 4강전에서 1학년과 1학년이 만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래서인지 관객석의 열기는 뜨거웠다.

특히 1학년들이 그랬다.

“가라! 앙투안! 실력을 보여 줘!”

“클레이모어의 앙투안! 앙투안 클레이모어!”

“아아, 세실리아 크라소타······! 나의 왕자님······!”

“무슨! 세실리아 크라소타는 나의 공주님이거든!”

비비안 교수는 치유실에 남았다. 그 대신 경기장에는 치유 조교수들이 있었다. 비비안 교수가 없어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경기장에 오른 앙투안은 자신의 앞에 마주 선 세실리아를 노려봤다.

드디어 이날이 찾아왔다.

‘앙투안. 세실리아 크라소타를 이길 수 있겠어?’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곧 이길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래야 나의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거, 알고 있지?’

물론 그때와 지금은 다소 상황이 달라졌다.

아리엘과 세실리아는 이전처럼 서로를 적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과 상관없이 세실리아 크라소타는 앙투안이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다.

“미. 미안. 앙투안.”

세실리아의 말에 앙투안은 눈썹을 들어 올렸다.

왜 갑자기 사과를?

“빠. 빨리. 끝낼게. 데미안. 걱정······.”

그녀의 말뜻을 깨달은 앙투안의 얼굴이 와락 찌푸려졌다.

세실리아는 지금, 어서 데미안을 보러 가고 싶다는 이유로 서둘러 승부를 짓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명백한 도발이다.

“얕보지 마라. 세실리아 크라소타.”

“그. 그게. 아니고······.”

그때, 경기 시작을 알리는 에스틸리아 교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앙투안은 곰처럼 포효하며 달렸다.

“우어어어어!”

세실리아가 당황한 얼굴로 앙투안을 바라봤다.

많이 놀랐는지 전투 자세도 취하지 않는다.

‘그 오뚝한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

앙투안은 세실리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감히 아리엘에게 적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다.

세실리아는 검술학부의 1학년 중 독보적인 실력자다. 입학시험에서도 그녀는 다른 모든 수험생을 압도했으며, 이후로는 자크 교수의 총애를 받고 있다.

“가라! 세실리아! 으하하하하!”

지금도 단상 위에서는 자크 교수가 세실리아를 응원하며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 빌어먹을. 나도 당신의 학생이라고.

기실 앙투안은 자크 교수의 총애 같은 것에는 관심 없었다. 앙투안이 인정받고 싶은 대상은 오직 한 명, 아리엘뿐이다.

‘반드시 이긴다!’

앙투안은 순식간에 세실리아와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깨달았다. 세실리아의 눈빛이 변했다. 당황의 감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오싹한 기운만 남았다.

“하아압!”

앙투안이 클레이모어를 휘둘렀다. 훈련용 검이라 날은 무디다. 또한 블레이드 듀얼에서는 오러의 발현도 금지된다. 하지만 워낙 중량감이 있는 무기이기에 제대로 맞으면 크게 다칠 것이다.

앙투안의 예상대로 세실리아는 가볍게 검을 피했다. 그러고는 양손에 든 단검을 휘릭, 돌리며 자세를 잡았다. 그래. 이제 싸울 생각이 든 거냐, 세실리아 크라소······.

“······!”

앙투안의 눈이 부릅떠졌다.

세실리아가 사라졌다. 전투 자세를 취한 그녀의 몸이 흐릿해지는 듯하더니, 연기처럼 모습을 감췄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앙투안은 빠르게 좌우를 살폈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세실리아 크라소타는 경기장에서 완벽하게 모습을 감췄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시이이잇!

바람 소리가 들렸다. 왼쪽에서 들리는가 싶으면 오른쪽에서 들리고, 위에서 들리는가 싶으면 아래에서 들렸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눈으로 좇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유령에게 홀린 기분이다. 앙투안의 심장이 거칠게 박동했다.

“어디냐! 세실리아!”

앙투안은 무작정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맞을 리 없었다.

등 뒤에서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이어 강렬한 타격음이 경기장을 울렸다.

***

“아하하하! 데미안 머리 좀 봐!”

루나가 까르르 웃었다. 잠에서 깨어난 데미안은 멍한 표정이었고, 머리카락 곳곳이 불에 그을린 채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위중해 보이지는 않았다. 비비안 교수의 말대로 엄청난 회복력이다.

세실은 흘끗 루나를 돌아봤다. 루나는 조금 전까지 계속 울먹거렸었다. 그러다가 데미안이 깨어나자 갑자기 밝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럼 루나와 세실리아가 결승전에서 만나는 거야?”

루나에게 상황을 전해 들은 데미안이 세실을 보며 물었다.

세실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앙투안은 세실리아에게 져서 침울해져 있어. 지금도 아리엘이 달래고 있을걸?”

루나가 헤헤 웃으며 아리엘과 앙투안이 이곳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루나는 자신이 치른 4강전에 대해 떠들며 우쭐댔다. 세실리아만큼은 아니지만, 자기도 엄청 빠르게 상대를 쓰러뜨리고 치유실로 달려왔다고.

일행이 치유실에 도착했을 때 탈리야는 보이지 않았다. 비비안 교수 말로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기숙사로 돌아갔다고 한다.

“아무튼 잘됐다. 다들 결승에 진출했구나.”

데미안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세실은 마음이 아팠다.

탈리야만 없었다면 네 명 모두 결승에 오를 수도 있었을 텐데.

“······미안해 데미안. 탈리야 대신 내가 사과할게.”

미아의 말에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미아. 너와는 관계없는 일인걸. 내 실력이 부족했고, 그래서 탈리야에게 패한 거야.”

“······그렇지만.”

“나는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미아.”

분위기가 어두워질 것 같아지자 루나가 나섰다.

“그건 그렇고 데미안. 너 언제 그렇게 강한 마법사가 된 거니? 그 괴상한 물 속성 마법은 뭐고? 잠깐이지만 나는 정말로 네가 이기고 결승에 올라가는 줄 알았어!”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데미안.”

카인이 맞장구쳤고, 세실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 불만에 찬 얼굴로 카인을 돌아보던 데미안이 후우, 한숨을 뱉었다.

“조심해 카인. 너도 봐서 알겠지만 탈리야는 정말로 강해.”

카인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데미안.”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망토 던져. 아니, 처음부터 손에 쥐고 있는 게 나을지도.”

데미안이 낄낄 웃다가 어깨를 쥐며 신음했다. 깜짝 놀란 루나가 괜찮냐고 물었고, 데미안은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비비안 교수가 다가왔다.

“너희들, 이제 기숙사로 돌아갈 시간이란다. 데미안은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해.”

데미안은 오늘도 치유실에서 묵을 예정이었다.

세실은 조금 더 데미안과 함께 있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억누르며 일어섰다. 지금은 데미안이 푹 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옆을 보니 루나, 카인, 미아도 아쉬워하는 얼굴이었다.

“푹. 쉬어. 데미안.”

세실과 친구들은 데미안에게 손을 흔들며 치유실을 나섰다.

데미안도 마주 손을 흔들었다.

.

.

.

“휴. 나는 정말 큰일이 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그치? 세실리아.”

“으. 응.”

“미아도 이제 신경 쓰지 마. 아까 데미안도 말했잖아! 네 잘못이 아니라고.”

“응. 고마워 루나.”

데미안이 말하기 전부터 루나는 죄책감에 빠진 미아를 달래줬었다. 그렇지만 세실은 미아의 심정이 이해됐다. 자신이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가족이 저지른 일. 그렇기에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이만 들어갈게. 내일 보자.”

“응! 내일 봐 카인!”

카인이 남자 기숙사 건물로 들어갔다.

세실은 루나, 미아와 함께 여자 기숙사 건물을 향해 걸었다.

“드디어 내일이네? 세실리아.”

루나가 세실을 돌아보며 히죽 웃었다.

“이번에는 꼭 내가 이길 거야.”

세실은 말없이 미소 지었다. 세실은 루나와의 승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이겨도, 져도 상관없다. 그러나 블레이드 듀얼의 우승자가 갖게 될 혜택은 예외였다. 그중에서도, 프로스트 갈라의 지명권만은.

물론 무도회의 지명권은 상대가 원치 않으면 거절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세실은 도전해 보고 싶었다. 데미안이 다쳤을 때 잠시 포기하기도 했지만, 비비안 교수의 말에 의하면 데미안은 내일의 축제에 참여할 수 있다.

“저기······ 루나.”

미아의 목소리였다.

“응? 미아.”

“할 말이 있는데······.”

“할 말? 뭔데?”

미아가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세실을 봤다.

그녀의 의중을 깨달은 세실이 고개를 끄덕였고, 미아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섞인 얼굴로 미소 지었다.

“금방 갈게! 세실리아!”

루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세실은 기숙사를 향해 걸었다. 잠시 후 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작은 속삭임이었지만 귀가 밝은 세실은 미아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저기, 루나는 역시······.”

“응?”

루나의 목소리도 들린다. 몰래 엿듣는 것 같아 죄책감이 느껴진 세실은 일부러 다른 생각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어 들려온 미아의 목소리에 세실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루나는 역시······ 데미안을 좋아하는 거지?”


           


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Status: Ongoing
The protagonist, an infinite regressor, found himself possessed within a novel where the original protagonist had gone mad and turned dark. Now, with my unique abilities, I must write a new ending for th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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